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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54화 (55/225)

54화 지금부터 황금세가의 가주는

54화 지금부터 황금세가의 가주는

내가 금인을 들고 세가로 복귀했을 때, 금화청이 날 맞아줬다. 현재 행정의 중심은 금화청인 것 같았다. 역시 옛날에 가주를 맡았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걸까.

나와 금화청은 딱히 정답게 말할 사이는 아니었기에, 딱 용건만 나눴다. 금화청은 곽진도를 포함한 내원 호위무사들 다섯이 무림맹주와 같이 형산파로 향했다고 알려줬다.

난 그걸 듣고 형산으로 향했다. 운이 좋게 시간대가 맞았다. 사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지만 형산파와 장문인을 직접 보고 싶었다. 나중에 판단을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으니까.

형산파 사람들은 내가 황금세가 사람이라니까 당황해하면서도 보내줬다. 지금 안에서 장문인과 얘기하고 있는 것이 무림맹주와 황금세가의 사람들이니, 나도 그 일원이라고 자연스레 생각한듯했다.

“그게 끝이냐?”

“네.”

“거 참, 싱겁구나. 운이라니.”

“이런 날도 있어야죠.”

곽진도는 껄껄 웃었다.

현재 우리는 세 명이 마차를 타고 황금세가로 다시 돌아가는 중이었다. 내 옆에는 곽진도가, 맞은편에는 종리운이 탔다.

내원 호위무인들은 호위를 하는 자가 어찌 마차를 타냐며, 말을 타고 우리를 호위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곽진도와 종리운은 내가 어떻게 형산파에 딱 맞춰서 도착했는지를 들었다. 그는 내심, 내가 이것마저도 예상해서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크흠. 곽 대협.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네. 맞습니다. 선배님.”

맞은편에 앉아있는 종리운은 헛기침을 했다.

종리운은 지금 내 품에 있는 금인이 무엇보다 궁금한 것 같았다. 물론 그게 궁금한 건 곽진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그의 눈이 빛났다.

“어떻게 금인을 찾은 거냐? 진법 안이라고는 하지 말거라. 진법 안은 우리도 엄청나게 수색을 많이 했었으니까 말이다.”

종리운이 물었다. 자신들은 그렇게 기를 써도 못 찾은 걸 내가 자연스럽게 찾으니 살짝 심통이 난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가 깨어있으셔서 물어봤습니다.”

“응?”

내 말에 곽진도랑 종리운이 잠깐 멈춘 다음, 경악을 했다.

“가주가 깼다고? 그럼 귀식대법이 풀린 건가? 그럼 무형지독은···”

“가주는, 지금 괜찮은 건가?”

종리운과 곽진도가 앞다투어 질문했다. 난 그들을 진정시켰다.

“저도 잘 모르지만, 무형지독이 해독되신 듯합니다. 진법에 효능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깨셔서 저한테 알려주셨습니다. 금인은 등령당에 숨겨져 있더군요.”

종리운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독중지왕이라 불리는 무형지독이 쉽게 해독된 것처럼 말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금인을 가져온 나를 의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난 내가 깨웠다는 것을 빼고는 전부 말했다. 아무리 내가 가치를 올리려고 해도 그것까지 말할 수는 없었다.

“···뭐, 공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러면 가주는 아직 진법 안에 있는 건가?”

“네. 해독은 되셨지만 정양이 필요하신 몸입니다. 그런 몸으로 중원에 나오시면 괜히 또 사고를 당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곽진도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아버지가 깼다는 소식이 종리운과 곽진도는 꽤 기쁜 듯했다.

곽진도와 아버지의 사이가 돈독한 건 알지만, 종리운과도 꽤 관계가 좋았던 것 같았다. 전생에서는 모르는 내용이었다.

생각을 하던 찰나에 종리운이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정말 파훼법 없이 신산의 진법을 뚫은 건가.”

“네.”

난 간단하게 말했다. 내가 말을 이어붙이기도 전에 부가 설명을 한 건 곽진도였다.

“목환이가 진법은 가히 일절이죠. 진법으로만 논하면, 현 나이대에서 천하제일을 논할 만할 겁니다.”

왠지 뿌듯한 말투였다. 난 발을 걷어서 바깥을 바라봤다. 이제 남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공으로 논해도, 현 나이대에서 천하제일일 것 같은데.”

종리운도 같이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곽진도는 의아해 했다.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물론 엄청 훌륭한 재능을 가졌지만, 아직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말 배운지 얼마 안 된 거였군. 그런 아이에게 내 제자가 졌다네.”

종리운이 말했다. 곽진도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하긴 그가 내 무공을 봐준 건 꽤 된 얘기였다. 사실상 곽진도는 이제는 내게 스승보다는 대부(代父)의 역할이 더 어울렸다.

그렇게 따지면 내게 초식을 가르쳐준 목현학 장로도 스승으로 모셔야 했다.

“그러면 무공도 일절이고, 진법도 일절인 셈이군요.”

“스스로 재능이 있다 일컬을 만하지.”

곽진도와 종리운의 눈빛이 내게로 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시선은 이제 익숙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곽진도는 자연스럽게 주제를 돌렸다.

“맹주님은 무한으로 바로 가시겠습니다.”

“그렇지. 이제 형산파가 봉문 선언을 하면, 우리가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 아닌가 지금도 운남에서 돌아온 신산이 엄청 나를 벼르고 있다네. 일을 주고 싶어서 미쳐있는 것 같더군.”

종리운은 벌써부터 질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분명 형산파 정도의 문파가 무림맹에 의해 봉문 당했다면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알아보면, 황금세가가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황금세가의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될 거다.

하지만 맹주를 이렇게 보내기는 아쉬웠다. 물론 맹주와 곽진도를 따라온 건 시운이 맞아서 그랬다. 그러나 그 운을 이용하는 건 내 몫이다.

“맹주님, 잠깐 세가에 들렀다 가실 수 있으십니까?”

“···뭐 때문에 말인가. 진짜 바쁜데.”

종리운이 칭얼거렸다.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걸 보니, 신산 제갈헌이 종리운을 많이 부리는 것 같았다.

“영광의 순간에 맹주님이 계셨으면 하거든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종리운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안 것 같았다. 곽진도 역시 말이다.

그들은 이미 내 목적을 들었으니 말이다.

가주가 되겠다는 목적을 말이다.

*

형제들을 설득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우리가 전생에서 가주를 두고 싸웠던 건 살기 위해서였다. 가주가 되면 꼭두각시라도 살 수 있으니까.

그때 나를 포함한 형제들은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가주의 직은 생명과 전혀 상관없어졌다. 물론 금월상처럼 나를 걱정하여 가주 직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원래 외부의 적들이 많으면 내부로 뭉치게 되는 법. 가주 자리에 어떤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부의 적이 산적한 이상 누가 가주가 돼도 상황이 바뀔 일은 없었다.

다만 내가 추진해야 할 일이 많고, 그러니 가주 직에 오르는 게 가장 적합할 뿐이었다.

그들에게 모든 걸 대략적으로 말은 했지만, 아버지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는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보류했다.

“멋있네.”

금수린은 내 앞머리를 정리해줬다. 그리고 내 앞에 긴 동경을 가져다 줬다. 동경 속의 나는 남색의 단령(團領)을 입고 있었다. 남색 옷에는 금색 수실로 여러 문양이 자수되어 있었다. 동여맨 허리의 끈도 금색이었다.

허리를 돌려서 끈이 잘 매어졌는지 돌아보고, 팔을 들어 소매의 품도 확인했다. 평소에는 신경 안 쓰는 것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신경을 써야 했다.

“감사합니다.”

“뭘. 다 네가 잘생겨서 그런 건데.”

금수린은 배시시 웃었다. 내가 꾸미는 걸 아침부터 붙어서 도와준 그녀였다.

“그럼 난 가있을게. 기대된다.”

“네.”

금수린은 총총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나도 기대가 된다. 황금세가의 가주직 인계식.

금인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대외적으로 아버지는 실종 상태고, 형제들 모두의 동의가 있었으니 가능했다.

나는 단상이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거기서 가주의 인계식이 있을 예정이었다.

황금세가의 가주가 바뀐다는 초대장을 구파일방과 명문세가, 유력 문파들에게 뿌렸지만 몇이나 왔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들에게 초대장을 보낸 이유는, 이제 그들에게 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황금세가가 예전 황금세가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했다.

난 곧 대전 앞으로 갔다. 대전의 호위무사에는 구조흠이 있었다.

“멋지십니다. 공자님. 아니, 이제는 가주님이라 불러드려야겠군요.”

“인계식 끝나고 그렇게 불러.”

난 그렇게 미소를 지었다. 같이 웃고 있던 구조흠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큰 소리로 외쳤다.

“금목환 공자님 입장하십니다!”

구조흠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원래 가주가 일을 보는 곳이자, 세가의 제사를 드릴 때 쓰는 곳이라 넓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초대장을 보낸 곳에서는 대다수가 오지 않았지만, 몇 사람 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온 사람들도 다들 고작해야 시종장 급이었다. 정찰만 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그래도 사람은 많았다. 당장 황금표국의 총표두들, 황금세가 밑에 있는 수많은 조직의 장들이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중에서는 바뀐 이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그들은 이미 좌우로 갈려 중앙으로 길을 터놓은 상태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갔다. 이청명의 징계를 도와준 어른들이 많았다.

맨 앞에는 형제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화려하게 갖춰 입고 있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금월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리고 단상 위에 올라갔다. 단상 위에 서니, 다 나보다 키가 작았다. 단상이 꽤 높았다.

“황금세가 가주직 인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아래칸에 서있던 노인이 큰 소리로 선언했다. 원래 건곤각에 있던 금월상의 시종장, 박 노야였다.

박 노야가 내총관이 사라진 뒤에 내총관을 맡은 사람이었다.

“먼저 무림맹주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그 말에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살짝 술렁거렸다. 여기 무림맹주가 있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었다.

내가 무한으로 가겠다는 무림맹주를 굳이 잡아둔 이유기도 했다. 황금세가를 알리는 데 맹주의 명성을 이용하면 훨씬 더 빨라질 게 분명했으니까.

“무림맹주 종리운이외다. 전통 깊은 거상의 세가, 황금세가 가주 인계식에서 축사를 맡게 되어 영광이오. 지금은 실종된 금주원 가주와의 인연도 있고, 상인이지만 그의 정의로움을 흠모했던 무인으로서 기꺼이 맡았소이다.”

난 종리운에게 축사의 내용까지 주문하지는 않았다. 그것까지 간섭할 수는 없었다.

부담스러우면 대충하라고 했거늘, 종리운은 그 사이에 준비한 모양이었다. 빨리 준비한 것치고는 훌륭했다. 역시 무림맹주라는 자리도 이런 말을 할 곳이 많으니, 숙련됐을 터다.

“원래대로라면 금주원 가주의 사망이 확정되지 않아 도리 상 인계식이 불가하오. 허나 최근에 황금세가가 사파 무리에게 습격을 당한 일이 있었소. 세가를 정리할 기둥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무림맹에서 가주의 승계를 권한 바이오.”

종리운은 이야기까지 능숙하게 지어내며 말했다. 그 말솜씨에 황금세가의 사람들은 감동 어린 표정으로 나와 종리운을 번갈아봤다.

초대된 손님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여기 내가 축사를 할 차기의 가주, 금목환 공자는 가주를 물려받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소. 나이가 어려 보여서 불안감을 가지는 가내 식솔들도 있겠지만, 이 무림맹주 종리운이 증명하오. 금목환 공자는 천고의 기재요. 옛 성현들의 말들을 지침으로 삼아 움직일 정도로 명석하며, 그 명석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마외도를 배척하려는 마음 또한 강건하니 대범하기까지 하다 하겠소.”

종리운의 말이 이어졌다. 종리운의 눈빛은 초대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현재 정파는 혼란스럽소. 중원인들은 정파라는 집단이 부패하지는 않았나 의심하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무림맹은 무너진 정파의 신뢰를 회복함과 더불어, 무너진 의기(義氣), 협기(俠氣)까지 다시 세워야 할 엄중한 과제를 지니고 있소. 그에 따라 황금세가와 금목환 공자는 더없이 지금 시대에 어울린다고 할 것이오.”

부패라는 단어가 나올 때, 초대된 사람들은 흠칫 떨었다. 종리운의 의도가 명확했던 것이다.

그들은 시종장에 불과하지만, 곧 그 무림맹주의 의지는 그들의 윗선에게 전달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금목환 공자. 황금세가의 가주가 되는 걸 축하하오. 세가를 잘 이끌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소.”

종리운은 나를 보며 살짝 말하고 단상 밑으로 내려갔다. 잠깐의 침묵 이후에 대전에 식솔들로 인한 함성이 올려졌다.

종리운은 내려가면서 내게 살짝 눈을 마주치며 웃어줬다. 할 만큼 했다는 눈웃음이었다. 나 역시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인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박 노야가 행사를 진행시켰다. 금인이라는 단어에 대전이 동요했다. 그들 역시 금인이 사라졌다는 걸로 알고 있을 거기 때문에.

하지만 뒤에서 나오는 곽진도에 손에 들린 건, 누가 봐도 명백히 황금세가의 직인인 금인이었다.

“원래 가주가 직접 인계해야 하지만, 상황상 내가 인계해주게 되었소.”

곽진도는 짧게 말하고 내게 금인을 건넸다. 나는 금인을 받았다. 곽진도는 목소리를 크게 올렸다.

“이제 금목환 공자가 아니라 가주라 부르시오! 지금부터 황금세가의 가주는 금목환이오.”

나는 웃었다. 다시 함성소리가 올라왔다. 그때 곽진도는 날 바라보며 작게 입술을 움직였다. 소리에 감춰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으로 봤을 때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장하구나.’

그렇게 그 날부터 나는 공식적으로 사대(四代) 황금세가의 가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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