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쥐새끼 한 마리 잡게
42화 쥐새끼 한 마리 잡게
등용극은 황금세가를 향해 쐐기형으로 돌입하는 부하들을 보며,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더, 더 들어가라!”
등용극은 신나서 외쳤다. 언덕 위에서 지켜보니 쫙 갈라지는 황금세가의 무인들이 아주 볼만했다. 저렇게 바로 도망칠 거면 진영은 왜 갖추고 있었는지.
위에서 볼 때 황금세가의 무인들은 속절없이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옹 공자, 어떻소? 우리들이 이렇게 강하지! 흑도라도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단 말이오. 보타암처럼 말이야!”
흥분한 등용극이 옹소후에게 외쳤다. 옹소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형산파는 안 오나? 우리가 이렇게 시끄럽게 놀아주고 있는데!”
등용극은 북서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북서쪽에서는 기가 터지는 소리도, 연기도 나지 않았다.
옹소후는 뜨끔했다. 당연히 그쪽에서 형산파의 병력이 올 리는 없었다.
“부대를 수습하는 것 같습니다. 곧 올 겁니다.”
“하하! 어차피 우리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군!”
등용극은 호탕하게 웃었다. 분명 주산파는 강했다.
흑도, 사파의 특징은 눈에 띄는 초절정고수는 적었지만 절정까지 이른 고수들은 많았다. 당장 주산파의 등용극도 초절정은 아니었다.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이었지.
그 이유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고, 축기 속도가 빠른 심법을 익힌 탓이었다. 그리하여 절정까지는 오르기 쉬웠으나, 깨달음 단계의 초입인 초절정까지 오르기는 어려웠다.
‘보타암이 무너진 이유가 있긴 하군.’
여인으로만 구성된 검파, 보타암은 폐쇄적인데다가 사람도 적었다. 아무리 장문인인 검후가 초절정의 고수여도 물밀듯이 들어오는 절정의 고수들을 막을 수 없었을 터다.
그리고 황금세가도 그렇게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옹소후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밀어쳐라! 바로 대전까지 가서 주산파의 위엄을 전 중원에 떨치자꾸나!”
“네!”
등용극은 선두로 나갔다. 그의 독문병기, 교룡편(蛟龍鞭)이었다. 교룡의 가죽으로 만든 채찍은 전장을 마구 휘저었다. 그의 교룡편은 심지어 비늘을 모두 거꾸로 세워놓은 상태였다. 그리하여 한 번 닿으면 살점을 전부 뜯어버리는 흉악함을 자랑했다.
분명히 주산파는 황금세가를 압도하고 있었다. 진형을 일방적으로 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용극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채찍은 조심해라!”
“힘 빠졌으면 알아서 물러나라!”
황금세가의 무사들은 밀리고 있음에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데다가, 합이 잘 맞고 절정 고수들이 많았다. 대충 봐도 절정이 오십 명 이상이었다.
‘이렇게나 전력이 있었나?’
천류유성검이 팔방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허나 그 성과는 모르고 있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이 정도 성과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절강을 제패하고 있는 주산파에 비하면 확실한 열세였지만 말이다.
“최대한 들어가라! 들어가!”
등용극이 교룡편을 휘두르며 외쳤다. 채찍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로웠다. 잘 싸우고는 있었으나 유효한 사상자를 못 내고 있었다.
답답했던 등용극은 더욱 선두로 나갔다. 본인이 나가서 길을 뚫어줘야 할 것 같았다.
등용극은 모르고 있었다. 쐐기의 형태가 점점 길고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 상황을 그나마 알아챈 건, 그나마 먹물이 머리에 있는 옹소후였다.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가는 등용극을 보며 점점 속도를 줄였다.
옹소후는 면밀하게 황금세가 사람들이 서있는 형태가 기묘하다는 걸 발견했다. 삼삼오오 모여 흔한 무인의 진을 형성하는 듯했지만, 그 무인의 진이 또 다른 형태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 보면 명확해지겠지만, 지금은 심증뿐이었다.
그리고 그 심증은 예민한 옹소후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이상해.”
옹소후의 눈빛이 교활하게 빛났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고 하였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 법이었다.
주산파가 이기면 좋겠지만, 질 상황도 대비해야했다.
옹소후는 곧 짓쳐들어오는 주산파 무인들의 물결에 맞서 들어갔다. 전장에서 빠지는 옹소후를 바라보며 주산파의 무인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내기는 했지만, 곧 나타난 황금세가의 무인들 때문에 칼을 들 수밖에 없었다.
*
곽진도는 대전의 전각에서 남동쪽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적이 세가로 쳐들어온다고 하기에 당연히 나가서 싸우는 줄 알았지만, 금목환은 다른 걸 주문했다.
- 스승님은 병력의 지휘를 맡아주십시오. 병사는 있는데 지휘관이 없으면 깃발은 있는데 깃대는 없는 셈입니다.
당연히 곽진도는 불만을 가졌지만, 같이 따라온 청무대장은 자신은 금목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지휘권을 따왔는지 들었을 때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더랬다. 칠존 중 하나인 검존하고 대담을 통해 가져왔다니. 그래도 비연각의 말이니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금목환이 주문한 진영은 중앙 지역을 움푹하게 넣되, 좌익과 우익은 중앙이 빠진 거리의 반절씩 빠져야 된다고 했다. 좌익과 우익 극점과 중앙은 계속 멀어지는 셈이고, 하늘에서 조감하여 보면 구덩이가 깊게 파이는 느낌일 터다.
- 그게 무인들의 싸움에도 가능한 것이냐?
- 네.
무인들 중에 대단위의 싸움을 경험해본 사람은 많이 없었다.
물론 곽진도는 이십 년 전, 남해삼객이라는 별호를 얻었던 마교의 남해습격 때 많은 수로 하는 전쟁을 치른 적이 있지만, 대개 진영이라고는 제일 고수가 앞에 나가 도륙하는 게 끝이었다.
처음에는 진형의 모양이 크게 싸움의 여부에 상관하지는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곽진도는 지휘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진형이 아니라, 확실한 전략과 전술이 포함되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좌익(左翼)하고 우익(右翼)이 균형이 안 맞아. 우익이 좀 더 내려와야 해.”
곽진도는 위에서 진형을 보고 전달했다. 곧 우측 전각에 있는 푸른 깃발이 휘둘러졌다. 우익이 내려오는 속도가 그제야 맞춰졌다.
주산파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보니, 모두가 일정한 속도로 내려올 수 없으니 곽진도가 계속 맞춰줘야 했다.
“이렇게 대규모 싸움의 전략을 짤 수 있는 건 대개 구파일방급의 지낭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오.”
여상우가 감탄했다. 확실히 무림맹 청무대는 잘해주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진영의 영향이 컸다.
진영을 계속 정확하게 나누니 적과 아군이 뒤섞일 일이 적었고, 그런 싸움에서는 정돈되고 합이 맞는 사람들의 효율이 더 좋았다.
당장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앞에 죽여야 할 적이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법이었다. 흑도들은 규칙 없는 그런 개싸움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 자유분방함에 어설픈 규칙을 만들어 놓은 전장은 도리어 흑도에게 지배당할 수도 있었지만, 금목환이 짠 진영은 달랐다.
“나도 내 늘 내 제자를 보는 게 놀랍소.”
“솔직히 당장 이 능력만으로도 무림맹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요. 무인들에게 이런 과감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드물지. 중원에 있는 지낭이라고 해도 결국 무인 출신이니 말이오.”
무림맹 무사들은 청무대장한테, 아니, 금목환에게 절대 수비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건 일수에 죽일 수 없으면 수비일변도로 나가라는 지시였다. 본디 칼을 휘두르기 좋아하는 무인들에게는 꽤 잔인한 지시였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사상자는 절대적으로 주산파 쪽이 많았다.
무림맹 무사들은 힘이 빠진다 싶으면 뒤의 진영과 교체하는데, 주산파 무사들은 그런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슬슬 밀리는군. 그놈의 지원군은 언제 오는 거요?”
곽진도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
거의 이 각을 열세인 전력으로 잘 싸웠지만, 그래도 결국 수적인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점점 무림맹의 굳건했던 좌우 날개와 중앙의 균형이 우그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상우는 초조해하지 않고 남동쪽 언덕 너머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상우가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작은 그림자 두 개가 언덕 위에서 튀는 듯하더니 빠르게 거대해졌다.
“놈들 참, 더럽게 느려졌군.”
곽진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여상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비동형(飛動形) 목현학과 일명만뢰(一鳴萬雷) 강운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중원에 몇 없었기에.
*
청무대의 부대장 성유범은 뒤를 바라봤다. 대전 좌익에는 붉은 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더 이상 후퇴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황금세가의 무사놈 치고는 꽤 하는 구나!”
그게 바로 성유범이 주산파 고수 세 명을 동시 상대하는 이유였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데 징이 울리는 소리와 파장이 계속 퍼졌다.
성유범은 아무 말을 안 했다. 싸울 때 말하는 건 낭비였다.
성유범은 절정 중위, 주산파의 고수 세 명은 절정 초입이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점점 성유범의 몸에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거보다 더 문제는 소속한 병력들은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 천지약은 말했다.
- 그 막내 공자한테 듣자니 이건 좀 위험하다, 싶을 때 지원이 온다고 하더군.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일반적인 꼬맹이가 말했으면 꿀밤을 먹여서 보냈을 터지만, 금목환은 일반적인 꼬마가 아니라 무림맹주한테 지휘권을 얻은 꼬마였다.
금목환에게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성유범은 계속 칼을 휘두르며 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했다. 실제로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좀 더 커지기도 했고.
근데 이건 진짜 아니었다. 자신은 죽자고 맞서고 있는데 주변에 보이는 건 여전히 흑도놈들밖에 없다니.
심지어 열세의 교전을 나누고 있는 도중 성급히 발을 뺀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한 수일 수도 있었다.
‘이건 진짜 위험하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뒤에서 콰콰쾅 소리가 들렸다.
저 뒤에서부터 콰콰쾅, 소리가 들렸다. 마치 뇌성(雷聲)을 듣는 느낌.
“이건 뭔 소리야?”
이게 지원군인가. 성유범은 생각했다. 지원군에 대해서 제대로 묻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무림맹에서 오거나, 황금세가에서 차출되거나 하겠지 정도였다.
그때 바닥에 번개 모양의 흔적이 났다. 일검, 일검에 뇌성이 울려 퍼지며 번개의 흔적을 낸다. 성유범 알기에 중원에 이런 검법은 하나였다.
강뢰도법. 그리고 그걸 쓰는 건 일명만뢰 강운이었다.
“···강 장로님?”
그 말과 떨어짐과 동시에 작은 비도(飛刀)들이 곡선으로 나는 장면을 봤다. 그 비도들은 하늘을 마구잡이로 유영하는 듯하더니 정확히 주산파 무사들의 목에만 꽂혔다.
저 신묘한 비도에 어디로 회수 되는지 모를 비도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목현학 장로라는 걸 알았다.
무림맹의 장로들은 그야말로 초절정 고수들. 당장 청무대장도 절정 상위의 고수였다.
초절정 두 명이 온다면, 판세는 아예 바꿔지기 마련이었다.
“장로님들이 오셨다!”
슬슬 성유범을 제외한 무사들도 장로들의 정체를 알아보고 환호했다.
반대로 뜻밖의 습격을 당한 주산파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주산파는 진영도 없었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서로 빠져나가려고 경공을 쓰다가 공중에서 부딪치는 상황도 나왔다.
성유범 앞을 가로막은 절정 고수들 역시 놀라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한 번의 뇌성에 모두 절명했다.
쓰러지는 세 구의 시체 뒤로 흰 머리를 꽁지로 묶은 남자가 보였다. 저 자가 바로 일명만뢰 강운 장로였다. 그는 벼락같은 속도로 다른 적을 찾아갔다.
성유범은 뒤를 바라봤다. 좌익, 중앙, 우익의 깃발이 모두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깃발색의 의미는 반격을 허락한다는 의미였다.
쭉 수비만 했던 부하들에게 성유범이 외쳤다.
“이제 주산파 놈들을 마음대로 죽이는 걸 허락한다! 최대한 많이 죽여라!”
청무대 무사들이 동시에 중앙을 싸먹고 들었다. 입구가 풀어져있던 주머니가 조여지는 셈이었다.
“와아아아!”
“죽여라!”
청무대 사람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두 명의 초절정 고수 앞에, 기세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아니, 쉬는 장로들 몇몇을 보낸다고 했으면서 수석 장로 둘을 보낸다니.
맹주가 금목환을 흥미있게 보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쨌든 자신들은 지원군이 든든하니 좋은 셈이었다.
*
장로들을 처리한 직후 구조흠이 물었다.
“공자님, 이제는 어떻게···”
형산파의 삼대제자들이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내 말에 구조흠은 단호하게 말했다.
“공자님, 말 편하게 하시지요. 저희는 이제 형산파의 사람이 아니라 황금세가 내원의 무사 아닙니까.”
그들은 나보다 나이가 대개 몇 살씩 높았지만, 오히려 내가 말을 안 놓는다는 것에 섭섭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면 굳이 안 놓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내 전생은 이들보다 나이가 훨씬 높았기에 거리낌도 없었다.
“그러지.”
“감사합니다.”
구조흠을 비롯한 내원 무사 네 명은 내게 허리를 숙였다.
“할 일은 곧 올 거야.”
나는 금정원 아래쪽 밑 까마득한 계단을 바라봤다. 슬슬 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늦으면 실망하겠다 싶을 때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저 작은 그림자는 명재희였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흙먼지를 안 일으켰다. 꽤 진기한 광경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겠지만 난 달리면서 뒤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저게 무림맹 비각(秘閣)의 신법이군요.”
구조흠은 뒤에서 그걸 보고 말했다.
“꽤 유명한가보군.”
“비동형 목현학 선배님이 만든 신법이라 유명세가 좀 있습니다. 막상 본 사람은 별로 없지만 말이죠. 은밀함이 일절이라더니, 가히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비동형 목현학이라, 난 들어본 적이 없다. 전생에서 내 세가와 관련된 사람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외총관인 곽진도의 별호도 몰랐는데 알리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누구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니.
명재희는 이 높은 계단을 단숨에 올라와서 내 앞에 섰다. 그녀는 허리춤에 하늘하늘한 시녀복과 어울리지 않는 검은 가죽 주머니를 매달고 있었다.
구조흠을 비롯한 다섯의 눈빛이 명재희의 얼굴로 확 쏠렸다. 명재희도 그들을 슬쩍 바라봤는데 다섯이 전부 얼굴을 붉혔다.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명재희는 바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장로들 처리는 다 됐나보네.”
“잘 처리했어. 그쪽은?”
“화수각(花樹閣)에 있어.”
구조흠을 포함한 무사들은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는 듯 갸우뚱했다.
내가 명재희에게 시킨 건, 황금세가 장로로 있는 형산의 간자 이외의 간자들, 즉 자잘한 사람들이 어디로 모이는지 파악해달라고 했다.
화수각이 금정원에서 가까운 전각이니, 그곳으로 모이는 듯했다. 그곳은 금화청이 거주하는 곳이었지만, 별 일은 없을 터였다.
명재희가 추적한 이들은 황금세가의 장로들로 있던 간자들을 보좌하는 형산의 속가제자들이었다. 그들은 절대 오지 않을 형산파 절정 무인 셋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명재희가 모두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구조흠을 포함한 무사들이 형산의 사람들을 직접 처리하기를 원했다. 그들의 동인(動因)이 죄책감인지, 복수심인지는 모르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화수각 어디인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섯이 멈칫했다.
“···공자님은 안 가십니까?”
“난 할 게 있어.”
“그렇다면 공자님을 보좌하는 게···”
“됐어. 나 혼자 해야 편한 일이라서.”
단호하게 말하자 그들은 납득했다. 그들은 내게 목례를 하고 화수각 쪽으로 날아갔다. 가는 걸 보니,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있었다. 곽진도가 무공을 봐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저들을 보고 있자 명재희의 목소리가 내 귓전에 들렸다.
“충신들을 구했네.”
“그런가보다.”
“그래. 저 충신들 갔으니까 이제 물어봐도 되지?”
“그래.”
그녀는 허리춤에 매달린, 본인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주머니를 손으로 툭툭 쳤다.
“이것들은 어디다 쓰려고 가져다 달라고 한 거야?”
나는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쥐새끼 한 마리 잡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