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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33화 (34/225)

33화 일거불환(一去不還)

33화 일거불환(一去不還)

바로 금월상은 옹문규와 금목환 사이에 섰다. 옹문규는 출수를 하려다 흠칫했다. 금월상의 기도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는 도중 옹소후는 금월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놀랍게도 꽤 좋은 무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간자들이 보고했던 금월상과는 너무 달랐다.

살짝 놀랐지만, 그뿐이었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았지만 명문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도 무능한 장로들의 보고와는 많이 다른 건 맞았다. 내쫓기듯 온 것이긴 해도 직접 와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오. 동생이 결례를 범했군.”

옹소후는 사과했다. 금수린의 앞으로 가서 말이다.

가까이서 본 금수린의 피부는 더욱 하얬다. 겁먹은 듯한 표정도 절색이었다. 옹소후의 소유욕도 점차 커져갔다.

“알았으니 뒤로 물러서시죠. 누님이 무서워하는군요.”

그때 사이에 낀 건 금목환이었다. 옹소후는 금목환이 같잖았다. 지금 당장 출수하면 목을 벨 수 있는 거리였다. 본인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지도 모르고 나오는 꼴을 보니 애잔했다.

그래도 여기서 금목환을 죽일 수는 없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금수린을 더 확실하게 얻기 위해서라도.

옹소후는 큰 그림을 그렸다.

“어이쿠. 미안하게 됐군. 그럴 의도는 없었소. 소저.”

옹소후의 사과를 보며 삼대제자들과 옹문규의 눈이 커졌다.

옹소후가 상계의 세가 따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다니.

옹소후 자신은 나름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해도, 형산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었다.

평소 옹소후의 성격으로 보나, 강호의 상궤로나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문규. 너도 이 소저한테 사과하거라.”

옹문규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전혀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제가 왜 사과를···”

옹문규가 말을 하는 도중 얼굴이 확 돌아갔다. 얼굴이 돌고 나서야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쩍!

옹소후가 손바닥으로 옹문규의 뺨을 걷어붙인 거다. 옹문규는 자신의 뺨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옹소후를 바라봤다.

“네놈이 먼저 소저한테 허락도 없이 손을 대놓고 어찌 그리 뻔뻔하느냐. 네가 기어이 형산의 면에 먹칠을 하는구나.”

옹문규는 얼떨떨해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옹문규는 어리기도 했고 여자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옹소후는 알고 있다. 정말 옹문규가 머릿결이 좋아서 만졌다는 걸.

그러나 옹소후가 옹문규의 뺨을 때린 이유가 있었다. 옹문규의 분노를 자극한 거다.

옹문규가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럼 그 화를 다른 곳에 풀어야 했다. 풀기 딱 좋은 사람은 바로 금목환이었다.

직접 금나수법을 펼쳐서 막으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옹문규는 이제 금수린보다 금목환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옹문규는 눈빛을 이글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소저, 공자. 미안합니다.”

“···어···”

금수린은 난처해 했다. 받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그 답은 금목환이 명쾌하게 내려줬다.

“누님, 됐습니다.”

사과도 받지 말라는 뜻이었다. 옹문규는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기회를 노려 언젠가 저 금목환이라는 녀석과 시비가 걸릴 예정이었다.

옹소후는 모르고 있었지만, 옹문규가 객잔에서 시비가 많이 걸리는 이유는 옹문규가 시비를 걸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사람을 베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근데 이렇게 자신한테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처음이었다. 형산파의 후기지수이자, 장문인의 양자인 자신한테.

“거기 너, 이름이 뭐야?”

옹문규가 자신을 방해한 아이를 노려보았다. 아이는 같이 노려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눈을 응시만 하고 있었다.

“금목환.”

“금목환이라···. 그래, 그래. 알았어. 옆의 소저는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금수린은 잠깐 주저했지만, 금목환도 밝힌 마당에 숨길 필요는 없었다. 금목환이 분명히 말했었다.

- 이안환안 이아환아(以眼還眼 以牙還牙). 저들이 무례하게 나오면 같이 무례함을 보여주시고, 여유 있게 나온다면 저희도 여유를 보여주면 됩니다.

“금수린이에요.”

“반갑습니다. 금 소저.”

옹문규는 금수린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계속 금목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금목환은 어느새 옹문규에게서 눈을 떼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옹문규는 더욱 열불이 났다.

“감사하네요.”

금수린은 그렇게 말하고 새침하게 얼굴을 돌렸다. 얼굴을 돌린 쪽에는 금목환이 있었다. 금목환은 빠르게 입술에 호선을 그리고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금수린은 그게 귀여워서 웃었다. 잘 대처했다는 뜻이리라.

“시간이 지체됐군. 빨리 금정원으로 안내하시게.”

옹소후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 금월상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 역시 금목환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굳이 꼬투리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

“그럼 따라오시오.”

금월상을 비롯하여 다시 아까와 같은 진영이었다. 맨 앞에는 금월상, 좌우에는 금수린과 금화청, 뒤에는 금목환이었다. 형산의 사람들은 그 뒤에서 옹소후를 선두로 따라가고 있었다.

형산의 사람들은 황금세가의 장원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걸었다. 옹소후도 이렇게 황금세가 안으로 직접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돌로 된 조각, 나무로 된 조각, 특이한 꽃들이 심어져 있는 정원, 호수, 석교와 각을 지은 정자들.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눈이 즐거울 정도로 현란했고, 수수하면 수수한 대로 기품을 품은 듯 은근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풍광을 구경할 때, 앞의 무리들이 멈춰 섰다.

“여기가 금정원이오.”

“그렇군. 계단이 참 높소이다. 무공을 안 배운 자는 올라가기도 힘들겠군.”

“그래서 곧 깎을 예정이라오.”

옹소후는 잠깐 금월상을 돌아봤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도 바보가 아니다.

보고받던 대로의 그들이라면, 금월상은 외부에서 온 사람을 조심해야 했고, 금화청과 금수린은 아무 말 없이 피해야 했으며, 금목환은 나오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어떠한가. 금월상은 여유있는 소가주의 면모를 보여주고, 금화청은 자신에게 옅은 적의를 드러내고, 금수린은 새침했다.

유일하게 정의가 힘든 건 금목환이었다.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인물이지만 뭐라고 설명하기가 애매했다. 너무 많이 변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부터 달라졌단 보고가 계속 올라오기는 했지만 직접 와닿지는 않았다. 사람의 성격이 바뀌고, 눈빛이 바뀌고. 또 남해삼객 중 하나인 곽진도의 제자로 들어갔다는 얘기까지 다 옹소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금목환은 옹문규를 향해 금나수법을 펼쳤었다. 만약 그 금나수법이 하찮은 경지의 것이었다면, 옹문규가 역으로 잡아 메쳤을 거다. 옹문규가 뒤로 뺐다는 건 금나수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다는 걸 뜻했다.

옹문규가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싫어해도 형산파 최고의 후기지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아이다. 동 나이 대에는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 빼고 적수가 없다.

그런 옹문규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금목환 공자.”

“네.”

“천류명운의 제자가 되었다고 들었소.”

옹소후의 말에 금목환은 주저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럼 해남의 검을 배우는 건가?”

“그것까지 말씀드릴 수는 없겠군요.”

“하하. 그렇지.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미안하네.”

옹소후는 짐짓 호인의 웃음을 했지만 금목환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돌렸다.

민망해진 옹소후는 주변을 둘러봤다. 옹문규가 금목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나 노려보던지 안광이라도 나올 기세였다.

문득 옹소후는 흥미로운 생각을 해냈다. 일거양득의 전략이었다.

“막내공자.”

금목환이 몸을 돌렸다.

“내 좋은 제안을 하겠소. 공자는 훌륭한 무인에게 배우고 있지만, 실전에 대한 갈망이 있지 않소? 세가 내에서는 비무할 사람이 딱히 없지 않소.”

“느낀 적은 없습니다.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문규랑 비무를 해보면 어떻소?”

옹소후는 옹문규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으며 말했다.

“문규 역시 내 동생이지만 무공을 배운지 얼마 안 됐다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보기에는 배움도 늦고 말이오. 금목환 공자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서로에게 좋은 비무가 되지 않겠소?”

옹소후의 말은 헛소리였다. 옹문규는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유망주였다.

물론 중원의 대다수는 모를 터였다. 구파일방은 자신들의 정보를 감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구파일방을 말할 때는 대개 과장이나 허무맹랑한 소리가 들어갔다.

옹문규는 옹소후를 바라봤다가 곧 싱긋 웃었다.

지금 이 형님이 자신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흥미롭군요. 저도 남해삼객의 제자라면 얼마나 고수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금목환이 무공을 배운지 백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모르는 게 있어야 실수를 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겠는가.

문제는 금목환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의 상황인데, 그것마저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협박을 해서라도 비무를 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금목환은 가만히 옹소후와 옹문규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말씀하신 대로 좋은 기회 같습니다.”

“오.”

옹소후는 살짝 놀랐다. 무조건 도망갈 줄 알았는데 나름의 패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패기보다는 만용이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잠깐, 잠깐. 갑자기 형산의 제자와 상계의 제자의 비무라니요. 중원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생각보다 중원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없다. 남들이 망하면 좋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옹소후는 금월상을 비웃으며 말했다.

“막내 공자가 괜찮다고 했는데요. 당연히 서로 다치는 수가 나올 것 같으면 제가 중간에서 말리겠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형님.”

말을 덧붙인 건 금목환이었다. 금월상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금수린은 걱정되는 눈빛으로 금목환을 바라봤다.

어찌됐든 뜬금없이 황금세가 정원 중 하나에서 비무가 펼쳐지게 됐다.

서로에게 안이 비어있는 목검이 주어졌다. 이제 옹소후의 구령만 있으면 붙을 것이었다. 금목환과 옹문규는 서로 대화도 없었다.

옹소후는 시작을 하기 직전에야 본인의 흑심을 드러냈다.

“비무도 좋지만, 그냥 비무를 하는 건 좀 시시하지 않겠소? 재미로 내기를 하는 건 어떻소이까.”

“어떤 내기를 말입니까?”

물은 건 옹문규였다. 의붓형제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죽이 잘 맞았다.

“음, 우리가 이기면 금수린 소저를 형산에 초대하고 싶소.”

갑자기 나온 본인의 이름에 금수린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금월상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굳이 의도가 무엇이오?”

“금수린 소저가 아름다워서 좀 더 많이 알고 싶을 뿐이라오.”

옹소후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대놓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강한 세가가 약한 세가의 여식을 납치혼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강호였다.

금월상은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수린은 그냥 얼굴을 떨어뜨렸다.

“좋소.”

“하하. 아주 호방하고 좋군.”

황금세가 녀석들은 역시 멍청했다. 조금 놀란 부분도 있었지만, 애초에 강호 밖으로 안 나가니 암암리에 퍼져있는 불문율조차 모르는 거였다.

비무를 하다가 부득이하게 상처를 입혀도 책임을 안 진다는 불문율도 포함이었다.

원하는 걸 이미 얻은 옹소후는 웃으며 금월상에게 말했다.

“그럼 공자가 원하는 걸 말하겠소?”

그때, 고민을 하는 것만 같던 금월상의 표정이 냉정하게 일변했다.

“저 뒤에 있는 제자들의 목을 원하오.”

옹소후는 당황했다. 갑자기 멍청하게 굴었던 금월상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시오? 형산과 싸움을 하겠다는 말씀이시오? 고작 상가 따위가?”

“어차피 세가는 형산의 사람들을 도려내야 하오.”

이것만큼은 옹소후도 놀랐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형산의 간자가 황금세가에 있었다는 걸 말이다.

곽진도가 알아낸 다음 알려준 걸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모른 척 연기를 한 것도 갸륵했다.

그래도 옹소후가 보기에는 너무 치기 어린 생각이었다.

“아쉬운 판단이군. 모른 척 했으면 나중에 기회가 생기지 않았겠소?”

굳이 형산을 알고 있다는 정보를 넘겨줄 건 무엇인가. 역시 황금세가의 놈들은 정신머리가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다.

“그건 우리가 논의할 문제요.”

“하하. 그건 그렇지.”

옹소후가 웃었다. 금월상은 입술을 꾹 닫았다. 금화청과 금수린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럼 좋아. 삼대제자 다섯의 목을 걸겠네.”

옹소후가 말했다. 그 말에 삼대제자들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럼에도 삼대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반발을 하면 옹소후가 친히 죽여줄 것이었다.

또한 삼대제자들도 옹소후와 같이 옹문규가 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상대는 무공을 얼마 배우지도 않은 상계의 아이. 옹문규는 명문 세가에서 양자로 삼을 정도의 재능과 오랜 수련을 거친 아이. 어떻게 봐도 상대가 안 됐다.

그렇게 비무가 성사가 됐다.

“불쌍하다. 너.”

옹소후의 구령이 내려지기 전, 옹문규가 금목환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진검이 나았을 텐데. 목검에 기를 두르면 절단면이 뭉개져서 훨씬 아프고 회복도 더디거든.”

옹문규는 비무 전에 대놓고 검기를 쓰겠다고 공언했다. 그 말은 지학의 나이에 현기의 경지를 성취했다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금목환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준비들 됐나?”

옹소후가 여유로운 목소리를 보냈다. 옹문규는 끄덕였고, 금목환도 짧게 목짓을 했다.

“시작!”

구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옹문규는 하늘로 높이 도약하여 형산의 구향검법 삼 초식, 자개충천(紫盖㳘泉)을 펼쳤다.

형산의 자개봉(紫盖峰)에서 돌아 흐르는 샘물을 형상화한 초식이었다.

검로가 굽이쳤다. 칼이 허공에서 크게 휘둘러졌다. 가속을 받은 검. 막기 힘들다는 곡선형 쾌검이었다. 검극이 금목환의 하단전을 노렸다. 비무에서는 절대 노리면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옹소후는 옹문규의 칼이 금목환의 단전을 뚫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금목환이 무공을 배운다고 보고 받았던 건 고작 해야 백일 전쯤이었다.

금목환이 얼마나 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인생의 절반 이상을 무공에 바치고, 재능까지 인정받는 명문검파의 후기지수의 검을 막을 리 만무했다.

그때 금목환이 움직이고 손이 검병으로 향했다.

형산의 쾌검을 받기에는 너무나 느린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금목환은 발걸음을 동북쪽으로 뗐다. 신형이 순식간에 희미해졌다.

옹소후는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본인도 놓쳤다. 당연히 한 수 아래인 옹문규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목적을 놓치니 옹문규의 자세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 나타난 금목환은 곡선형 검로가 이미 지나간 곳에 자리했다. 옹문규가 손을 손목에 맞댈 수준으로 꺾지 않으면 검이 닿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때까지도 금목환은 아직 검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옹소후가 조심하라고 외치기도 전에 금목환은 이미 엄지손가락으로 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굉음이 들리는 건 그와 동시였다. 남해십이검 사 초식, 파상격성이었다.

파도는 빠르고 자비 없이 옹문규가 검을 든 팔로 나아갔다.

금목환의 칼날에는 옹문규가 두른 만큼은 아니지만 미세한 푸른 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아악!”

툭. 곧 옹문규의 팔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거칠게 뜯겨나간 어깻죽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급속도로 빠져나간 피 때문에 순식간에 옹문규의 피부가 하얘졌다.

금목환은 형제들을 보지도 않고, 머리를 돌려 옹소후를 무심하게 바라봤다.

옹소후는 그때 알았다. 금목환이 형산이 엮여있다는 걸 알린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이 마중을 나온 건 형산에 대한 선전포고였던 거다.

옹문규의 비명소리가 정원을 메울 때, 금월상, 금화청, 금수린의 눈이 금목환을 향했다.

금목환이 마지막으로 자신들에게 한 말이 이제야 선명하게 다가왔다.

- 한 번 가면 다시는 못 돌아올 길이 될 겁니다(一去不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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