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본가에 쥐새끼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24화 본가에 쥐새끼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금정원의 아침은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 같았으면 난을 치는 소리, 바둑을 두는 소리, 바깥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평안했을 거다.
그러나 오늘의 금정원은 뭔가 어수선했다. 편하게 의자에 몸을 묻는 장로들은 없었다. 모두가 일어나서 누군가와 조용히 말을 하고 있었다.
“긴급 소집이라.”
“우리가 소집을 당하는 건 거의 처음이 아닌가.”
긴급 소집은 금정원의 장로, 최소 당주급 이상이 발령할 수 있었으며 세가 내 의결권이 있는 사람들은 특수한 사정이 아니면 전부 모여야 했다.
그렇게 강제성이 있는 만큼, 함부로 발령할 수 없었고 절차도 까다로운 편이었다. 금정원의 장로들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사실 금정원 장로들이 아니면 긴급 소집을 하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금정원의 장로들은 긴급 소집이 익숙했다. 금정원 장로들에 대한 녹봉 상승 건과 같은 의제를 통과시킬 때 긴급 소집으로 통과시키고는 했으니까.
“이번에도 막내공자라고?”
“그래.”
“그럼 무슨 이유인지는 대충 알겠군.”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시피, 막내공자의 목적은 이청명 장로일 게 분명했다. 모든 장로들의 눈빛이 이청명 장로에게 닿았다. 관심의 대상인 이청명은 주변을 보더니 조용히 방을 나갔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이청명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으르렁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성가장은 여전히 연락이 없고, 성가장을 갔다 온다던 내총관은 사라져버렸고, 천주성 역시 연락은 없었다.
황금세가의 자식들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외총관과 같이 들어왔고, 금목환은 오늘 아침에야 혼자 세가에 돌아왔다. 코와 귀가 잘려있기는커녕 아주 멀쩡한 채로 돌아와서 징계 건의안을 내고 옥묘각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이청명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일들이 너무 급작스럽게만 느껴졌다.
성가장의 무사들이 무공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가의 직계들에게 패퇴했을 리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외총관, 그 씹어 먹을 놈.”
이청명의 생각은 그렇게 닿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머저리 같던 막내공자가 그렇게 바뀔 리가 있는가. 외총관이 세가를 위해서 움직이고 다닌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외총관이 금목환을 앞에 놓고 진두지휘를 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이청명은 어금니를 으득 씹었다.
“천류명운검이 아니라 천류호리(千流狐狸)라고 별호를 바꿔야겠군.”
이청명이 아는 곽진도는 멍청하리만치 우직하면 우직했지, 모사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던 것들이 다 연기였다는 거다.
아무리 강호에서 보이는 것을 전부 믿지 말라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하기는 싫었지.”
성가장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외총관의 의해서 쓸려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이 지금 구석에 몰린 건 맞았다. 허나 본인은 탈출구가 있었다.
어제 외총관과 직계들이 들어올 때 이청명은 바로 천주성을 통해 급보를 전했다. 고수 한 명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파발이었다.
지금 자신은 천주성의 작전 선봉장이다. 본인의 말이라면 지원군을 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혹여나 이 회의의 결과가 터무니없이 파면 같은 징계가 나오면, 막내공자와 외총관을 제거할 생각까지 있었다. 물론 세가의 균형은 깨지고 많은 경계를 받겠지만 천주성이 그걸 무서워하는 조직은 아니었다.
“이청명 장로! 여기 있었구먼. 가지. 이제 회의 시작인데.”
그때 복도 끝에서 두리번거리던 두 명이 이청명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청명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여상우와 양철목.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대놓고 천주성을 언급한 겁도, 도리도 없는 녀석들.
건물을 뒤져가면서까지 굳이 자신을 찾으러온 건 본인의 몰락을 기대하기 때문일 거다. 허나 그렇게 되지는 않으리라.
“가지.”
이청명은 한껏 그들에게 눈을 부라려주고 그들을 따라갔다.
회의실 안은 들어가기도 전에 웅성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청명은 최대한 여유로운 얼굴로 들어갔다.
중앙에는 예상한 대로 금목환이 앉아있었다. 뜻밖의 사람들은 다른 황금세가의 직계들이었다. 금화청을 제외하고 금월상과 금수린이 좌우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청명의 눈에는 금목환만 들어왔다. 금목환의 눈은 좀 피곤하게 가라앉아있었고 옷의 소매, 어깨는 흙먼지가 묻어있어 거뭇했다.
“공자님. 몸도 안 씻고 신성한 회의장에 앉아계십니까.”
이청명이 이죽거렸지만 금목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 앉아있는 곽진도를 바라봤고, 곽진도는 그 눈빛을 보자마자 일어났다.
“내총관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이번 회의는 내가 진행하도록 하겠소.”
“내총관이 없다고 외총관이 진행하라는 법이 있소?”
“장로 중 아무나 하면 되지. 근데 이청명 장로는 안 돼. 긴급 소집은 이청명 장로 때문에 걸린 거니까 말이야.”
이청명은 픽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이었다. 웅성거리던 다른 장로들은 조용히 하며 지금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리 바쁜 장로들을 귀찮게 모이게 하셨소?”
이청명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을 바로 가로챈 건 곽진도가 아니라 중앙에 앉아있던 금목환이었다.
“징계에 관한 논의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징계를요?”
“네.”
금목환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청명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죄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역, 당주 살인, 품위 유지 위반, 사조직 창설, 예산 횡령.”
금목환이 간단하게 말을 마쳤다. 말만 간단하지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무시무시했다.
흥미롭게 보고 있던 장로들도 웃음기를 조심스레 거두고 다시 웅성이기 시작한다. 이청명의 표정은 완전히 구겨졌다.
“말도 안 되는 모욕이군. 이 징계 제청은 역시 막내공자님이 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찮은 중상모략이군요. 이 역시 외총관에게 사주 받은 일입니까?”
갑자기 외총관에게 화살이 날아왔다. 중간에 서있던 곽진도가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내가 사주를 했다고?”
“그럼 저 꼬맹이가 장로한테 저런 죄목을 뒤집어 씌우는 게 말이 되겠소?”
이청명은 목에 핏대를 올렸다. 이청명의 말에 다른 장로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막내공자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것보다 외총관이 움직였다는 게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이청명 장로님.”
가만히 지켜보던 금목환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그런 여론이 분위기를 지배할 것만 같았다.
“만약 이 제청 안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여겨져 반려될 경우, 제가 전부 책임질 겁니다.”
“무슨 책임을 진다 말이시오? 덜 자란 혀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 같소.”
“대개의 법도에서, 음모를 뒤집어씌운 자는 꾸민 음모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금목환은 고저 없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장로님께 씌워진 죄목으로 주벌(誅罰)을 하자면, 사형 밖에는 없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허!”
이청명이 코웃음을 쳤다. 꽤 무게를 잡는 꼬맹이의 목소리지만 말하는 내용은 황당무계했다.
물론 가규(家規)에 의해 죽는 강호의 사람들이 많았다. 오대세가를 포함한 명가는 품위 유지 위반만 하여도 죽이는 경우가 왕왕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이 황금세가에서 직계가 죄를 물어 장로의 목을 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중에서도 신체를 온전히 하는 교(絞)와 몸과 머리를 나누는 참(斬)을 고려해봤는데, 죄의 무거움을 고려해봤을 때 참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청명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교와 참은 같은 사형이라고 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신체의 훼손은 인격 자체에 대한 모독이었다.
금목환은 지금 이청명을 인간 이하로 대접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쳤군. 막내공자가 미쳤어.”
“장로님이 결백을 증명하면 저 역시 참을 받을 터고, 등령당에도 올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금목환의 단호한 말에 장로회의가 술렁거렸다. 나이와 상관없이 결사의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비장하기 마련이었다.
그 한 마디로 금목환은 본인이 외총관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었다.
금목환이 저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던 이청명은 잠깐 말문이 막혔고, 그 틈을 타서 금목환은 바닥에서 커다란 주머니를 끌어 위에다 올려놨다.
“회의 시작하시죠.”
금목환의 말에 곽진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청명 장로에 대한 징계안 장로회의 시작하겠소. 먼저 이청명 장로가 발언할 기회를 주겠소.”
이청명은 곽진도와 금목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는 누가 머리가 누가 꼬리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다만 본인은 지금 함정에 걸렸으며, 지금은 잠깐 발을 빼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다.
이청명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런 모략은 오히려 자신이 많이 하던 것이었다.
“나는 결백합니다. 막내공자가 광증에 든 게 진지하게 걱정이 되는군요.”
이청명이 말했다. 곽진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장로들의 의견은 어떻소?”
장로들은 눈치를 봤다. 이청명과 같이 움직이던 장로들 몇몇이 손을 들었다.
“그래도 장로를 처형하는 건 너무 간 일 아닌가 싶소. 근거도 없고 말이오.”
의견이 나오자 다른 사람들도 슬슬 손을 들어 발언했다. 이청명과 관계가 있는 걸 떠나서, 장로들은 대부분 이청명 장로가 처형당하는 걸 반대했다.
금목환은 가만히 깍지로 입을 가리며 발언하는 장로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저들은 균형의 무너짐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직 본인들도 다 준비되지 않았으니 격변을 싫어하는 거일 터였다. 허나 금목환은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먼저 이청명 장로가 여강에 출장을 갈 때마다 금원보를 가지고 갔는데, 명확한 사유는 상로(商路)의 안정화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성가장이라는 흑도 방파에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증거가 있나?”
발끈한 이청명이 물었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말도 짧게 나왔다.
금목환은 올려놓았던 주머니를 책상 위에서 뒤집었다. 서찰, 죽간 등이 뭉치로 쏟아져 나왔다.
누가 무어라 물어보기도 전에 금목환은 하나씩 집어서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청명 장로의 필체로 쓰인 성가장과의 교류 서찰과 의뢰 일지, 회계 장부입니다. 삼 년 전부터 오간 금액과 사주한 일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가장에 들어간 금원보와 이청명 장로가 불출한 금원보가 일치합니다.”
금목환은 자신의 품에서 다른 종이를 꺼냈다. 그건 상무당에서 가져온 이청명의 수령 예산과 불출 근거 자료였다.
여강 출장 활동비라고 불출된 예산들은 모두 성가장의 수입 장부에 똑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반대를 하던 장로들도 이렇게까지 준비할 줄은 몰랐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예산 횡령과 사조직 창설을 증명해냈다.
“이건 성가장의 활동 내역입니다. 살인, 납치, 방화 등 여러가지일을 사주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건 본인들끼리 의뢰를 받아 진행한 일이지만, 이런 집단에 금전을 대준 이청명 장로는 우리 세가의 품위를 심각하게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금목환은 숨 쉴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 이청명도 너무나 명백하게 나오는 증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장로들도 전부 알고 있겠지만, 저희는 그제 등령당으로 어머니의 제사를 위해 갔습니다. 그곳에 성가장의 사람들이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다행히 외총관이 와서 저희는 살 수 있었습니다. 허나 등령당주는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등령당주는 저희가 공들여 장례를 지냈습니다.”
금목환의 말에 금월상과 금수린은 바로 거들었다.
“막내의 말이 모두 참인 걸 증명합니다.”
“그건 나 역시 그렇소.”
회의를 주관하던 곽진도도 말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반대를 하던 장로들은 어떻게 나와야할지 애매해졌다.
적어도 이 회의장의 칼자루는 금목환이 쥐고 있었다. 그 칼자루를 어떻게 휘두를지.
“그리하여 같은 세가의 당주를 살인을 사주하고, 직계를 죽이려는 반역까지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이청명 장로가 저희의 습격을 사주한 서찰입니다.”
“잠깐, 잠깐.”
이청명이 뒤늦게 입을 급하게 열었다. 여기서 더 밀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게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내가 주장하면 어떡하겠습니까?”
누가 봐도 궁색한 변명이었다. 허나 꽤 골치 아픈 변명인 것도 맞았다. 장로들은 금목환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이미 당신의 처형은 결정됐습니다.”
금목환이 이청명을 바라보았다. 점차 뒤에서 곽진도의 몸에서 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로들 중에서도 고수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곽진도의 기를 무시할 정도의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이청명과 곽진도를 바라봤다.
이청명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말을 씹어뱉었다.
“내 뒤에 천주성이 있는 건 아시오?”
그건 이청명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천주성이 아직 많이 알려진 조직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천주성이 위험한 집단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전 정확히 모르지만, 여기 이청명 장로 이외에도 천주성의 명령을 받는 사람들이 있겠죠.”
“나는 천주성과 직접 연락을 하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곤란해.”
“아니. 목단화 당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금목환의 말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목환은 천주성의 정체를 아는 걸로 모자라 십이당주 중 한 명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말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이청명 장로님. 제가 개인적으로 이청명 장로님의 강호행을 좀 조사해봤습니다.”
금목환은 품에서 다른 종이를 꺼내어 보며 읽었다.
“서형사수라는 별호로 불리셨죠.”
그 말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 별호는 이청명의 역린이었다. 이청명의 얼굴이 붉게 올랐지만 금목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장로님이 무림맹에 교육훈련대장으로 있을 때, 훈련 자금이 사라진 일이 있었죠. 이 장로는 조사 끝에 부대장을 지목했고, 그 부대장은 단전 폐기형을 받았죠. 그런데 그 후에 이 장로가 한 것이 밝혀졌더군요. 물론 이전부터 이런 협잡질을 많이 해서 전부터 쥐새끼라고 불렸겠죠.”
“모욕적인 언사군. 막내 공자.”
이청명 장로는 으르렁거렸다. 허리춤에 든 검이 위협적으로 철컥거렸다. 금목환은 말을 이었다.
“음해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때 무림맹에서 쫓겨나올 때 단전 폐기형을 받은 게 중요한 거죠.”
장로들이 모두 금목환을 바라봤다. 사실 장로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얘기였지만, 이청명 장로가 그 정보를 기를 쓰고 틀어막았기에 금목환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늙은 나이에 내공까지 없는 그 약한 몸으로 그런 협잡질을 버리지 못하니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금목환의 허리춤에서 빛 한 줄기가 뽑아져 나왔다. 금목환이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었다는 것도 장로들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금목환이 앉아있던 곳에서부터 하얀 기의 잔상이 이청명까지 이어졌다.
그건 열두살이 뽑아낸 발검이라고는 너무 빠르고 예리했다.
쉬익!
공기가 예리하게 갈리는 소리와 함께 이청명의 목이 허공으로 날았다.
“본가에 쥐새끼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푹.
반응하지도 못한 이청명의 목이 땅에 꽂힌 다음, 금목환이 말했다.
장로 회의실에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로들은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봤다. 꽤 긴 논쟁과 회의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반 각도 되지 않아 끝났다.
이건 명백히 금목환의 선전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