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210화 (210/218)

#210화

터져 나오는 후원 세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건 언럭키뿐만 아니고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축제다~~~>

<언럭키 방송에 큰손들이 이렇게 많았어?> <내가 1년 동안 저축해야 할 돈을 그냥 한 방에 턱턱 쏴버리는구나.> <와 님. 1년에 2500이나 저축하세요? 엄청나네 ㄷㄷ>

큰 손이 한 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

하물며 그런 큰 손이 두 명이면 어떨까.

크라비는 2천만 원의 후원. 건물주입니다는 처음 한 것까지 포함하면 2,600만 원의 후원.

‘합이 4600….’

언럭키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

후원을 바라고 라이브를 켠 건 맞다.

문제는 이렇게 큰 금액들이 들어올 줄은 예상 못 했다는 거다.

너무 후원이 적어서 앞으로 이런 라이브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까지 하고 있었건만.

‘좀 자주 해도 되겠군. 아니…아예 매일 할까?’

“크흠. 흠. 제 라이브가 재미있었나 보군요. 이렇게 많은 후원금이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럭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다음 슬쩍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크라비님이면 1티어 길드의 길드장인데… 건물주입니다님은 대단하시군요. 그런 분을 후원으로 이기시다니요.”

[건물주입니다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뭐. 이 정도야 별건 아니지요.>

“!”

언럭키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참아내려 애써야 했다.

아주 살짝 경쟁심을 부추겨봤을 뿐인데 100만 원의 추가 후원이라니.

‘이거 잘하면 제대로 뽑아먹을 수도 있겠는데?’

“전부터 느꼈지만 건물주입니다님은 대단한 자본가이신 것 같군요.”

[건물주입니다 : 뭐… 부정은 않겠습니다. 부끄럽네요.]

“부끄러울 필요가 뭐가 있으신가요. 자본주의 시대에서 승리자라는 뜻인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건물주입니다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보러 온 라이브였는데 오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군요.>

언럭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후로도 이미 나간 크라비와 조금씩 비교하거나 그를 칭찬하며 조금씩 후원금을 유도했다.

깔짝이는 후원도 거의 100만 원씩 이어진다.

계속되는 후원은 언럭키조차 살짝 질리게 만들었다.

‘이 사람… 무슨 건물 대단지라도 보유하고 있는 건가?’

그날의 누적 후원금은 7천만 원이 넘어갔다.

* * *

라이브 방송도 좋지만 언럭키는 대다수의 시간을 월드 사가를 플레이하면서 보냈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라이브로 인기가 있는 건 그의 실력과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였다.

지금 당장 돈 좀 벌 수 있다고 안주하며 돈만 추구하다가는 순식간에 몰락할 것이다.

항상 경각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빌어먹을 퀘스트. 진짜 더럽게도 힘드네.”

언럭키가 불평을 토했다.

신탁 퀘스트를 붙잡은지 어느덧 한 달 넘게 지났다.

리바 델 레이의 던전 5개를 공략하라는 것.

처음에는 쉽게 봤다.

빅드래곤 길드의 의뢰와 벨라를 도와주며 발견한 것으로 며칠도 안 되어 2개의 던전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그때부터는 더럽게도 찾기 어려웠다.

신탁 퀘스트를 보면 공략하라는 던전이 어디에 있는지, 그 도시의 위치는 나와 있었다.

그렇기에 도시들을 열심히 수색하며 여기저기 도시를 넘어 다녔다.

같은 레벨 구간에서 이렇게 많은 도시를 넘어 다닌 적은 처음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한 달이 지나가 다시 한번 검사 직업도 선택했다.

지금 직업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성검을 진화시키기 위한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렇게 쏘다녔음에도 행운의 무지개 능력은 잘 발동되지 않았다.

‘진짜 더럽고 치사해 죽겠네.’

왜 발동이 안 되냐고 뭐라 할 수도 없다.

애초부터 그런 능력이었다.

그냥 제발 오늘은 행운이 터져주길…하면서 빌어야 하는 것이다.

사냥터를 하도 돌아다니다 보니 남는 건 경험치뿐이었다.

열 받아서 사냥에 열중하다 보니 레벨 200을 달성했다.

[랭킹 34,343,153위. 언럭키]

무려 3,400만 위라는 등수를 얻었다.

월드 사가에 진짜 인구가 많긴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200을 달성해 랭커 소리를 드는 자들 숫자가 이 정도라니.

물론 초창기부터 시작해 꾸준히 해왔으면 200레벨을 달성하는 게 절대 불가능은 아니다.

그렇기에 랭커라고 전부 다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랭커라고 불리려면 상위 천 명 안에 들어가야지.’

하이랭커.

그들이야말로 이제 15억 명 가까이 플레이하는 이 월드 사가의 꼭대기에 군림하는 자들이었다.

어쨌거나 언럭키는 그 후에도 담담히 일과를 이어 나갔다.

랭커가 됐다지만 공식 사이트에 이름 한 줄 추가된 것 말고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자신만의 생각이었다.

“…뭐야 이거.”

아침에 메일함을 확인하던 백현은 눈이 잘못됐나 의심했다.

분명 꼬박꼬박 확인을 하는데도 수백 통이 넘는 메일이 와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랭커 언럭키님. 저희는 청룡 길드라는 곳으로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며 후원해주는 기업으로는…(중략)…언럭키님에게 연락드린 이유는 저희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열과 성을 다해 지원을…]

[안녕하십니까, 랭커 언럭키님. 저희는….]

양식이라도 있는 건지 거의 다 비슷한 멘트로 만들어진 메일들.

본인들 길드 자랑과, 들어오면 무슨 무슨 지원을 해주겠다 라는 것이었다.

이전부터 받아왔긴 했지만 하도 거절하다 보니 하루에 몇 개 수준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수백 개가 날아온 것이다.

“랭커가… 되어서 그런 건가?”

어제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위도 밑바닥인 랭커가 되었다고 뭐 특별한 게 있어서 이러는 걸까?

백현은 몰랐지만 그가 랭커가 된 순간, 그는 수많은 길드가 노리는 보물이 되었다.

아무리 순위가 낮더라도 랭커와 비랭커의 차이는 크다.

레벨 200에 도달하는 난이도는 시간을 아무리 투자한다고 해도 되기 어렵다.

콧대 높은 많은 길드는 아예 랭커가 아니라면 유망주라고 해도 취급도 안 하는 곳도 많았다.

그렇기에 새롭게 랭커가 된 언럭키가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대룡 미디어도 뭘 새로 보냈네?”

그리고 대룡 미디어 역시 그런 움직임을 알고 있기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새로 온 메일은 재계약서였다.

내용을 읽어본 백현은 깜짝 놀랐다.

“계약 비율 상승, 광고 단가 상승, 계약금 추가…. 이게 다 뭐야.”

랭커가 되면 랭커 전용 계약서를 써야 한다며 훨씬 더 좋은 조건의 재계약서가 왔다.

얼핏 봐도 백현에게 불리한 건 하나도 없었다.

* * *

계약같은 문제에서 가장 해박한 자는 백현 주변에 박세훈밖에 없었다.

그 역시 법학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전문성이 있던 직종에 오래 있었다 보니 이런저런 지식들이 많았다.

“이야. 회사가 이런 계약을 해주다니. 거기서 백현씨를 엄청 좋아하나 보다.”

박세훈은 감탄했다.

회사 입장에서 좋은 인재를 잡고 싶어하는 경우에 이런저런 조건을 내어준다지만, 이건 뭐….

‘거의 대표가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바로 싸인하면 되겠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감사하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표님.”

박세훈이 백현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나저나 여기 보면 재계약을 작성하는 즉시 계약금으로 3억을 준다고 되어있던데…. 이건 어떻게 쓰려고?”

새롭게 계약을 하며 백현을 단단히 묶어두고 싶었는지 대룡 미디어는 3억의 계약금 조항을 넣었다.

어차피 이곳과 계속할 생각이기에, 백현에게는 그냥 생기는 돈과 마찬가지였다.

‘3억이라니. 엊그제만 해도 내 빚 5억 가지고 평생 못 갚겠다며 빌빌거렸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생각한 게 얼마 전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빚도 다 갚고 박세훈과 이용승의 빚을 서서히 탕감해주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 달에 들어올 금액은 장난이 아니다.

라이브 후원 대박이 터지지 않았다.

미튜브 영상 정산도 장난 아니고.

‘염화 오러를 사면서 생긴 빚 4억은 바로 갚고, 그래도 꽤 남겠네.’

얼추 계산을 하다가 백현은 문득 두 사람을 쳐다봤다.

“?”

그리고 시선을 다시 돌려 주위 풍경을 바라봤다.

감옥같은 고시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의 공용 주방.

보수가 될 리가 없으니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고 칙칙한 기운이 풍겨나온다.

좋은 기운을 받으려야 받을 수가 없다.

아무리 열정만 가지고 달려왔다고 해도, 새삼 이런 곳에서 다시 일어난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우리. 이제 나가죠.”

“뭐? 어딜 나가?”

“밖으로요. 나가서 우리만의 사무실도 만들고 좀 사람답게 살면서, 제대로 월드 사가에 집중해보죠.”

박세훈은 기획과 기타 전반적인 것들을.

이용승은 영상 편집.

월드 사가 플레이는 백현이.

작업장이니 성 팀장이니 머니앤캐시니 하는 것들은 전부 다 머릿속에서 지우고, 온전히 월드 사가에 매달리자는 뜻이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이번 달에 이것저것 공제하고도 3억 이상 남을 것 같아요. 용승씨 빚이 3억이었죠?”

“…맞아요.”

“그럼, 그것부터 갚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용승은 뭐라 말을 잊지 못했다.

좋아서 시작한 영상 편집 일이었고 1호 팬이 되었다고 자부했던 언럭키였다.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의 인생까지 구제해주고 있었다.

머리 뒤에서 후광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백현씨! 나는!”

“세훈씨는 빚이 7억이잖아요. 그건 지금 당장 무리죠.”

“크윽….”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박세훈 역시 활짝 웃고 있었다.

애초에 매일같이 회의를 하면서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백현보고 먼저 빚 갚고 나가라는 거였다.

아니면 최소한 이용승의 빚 먼저 갚고 둘이서 먼저 나가라고.

나가서 자리잡고 더 크게 성장해서 자신까지 빼달라고 말하는데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게 효율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박세훈이 씩 웃었다.

“흐흐. 저도 절대 잊으면 안 되시는 거 아시죠. 대표님?”

“물론이죠. 이제 머니앤캐시가 아니고 언럭키 컴퍼니에서 노예 생활하셔야죠.”

“언럭키 컴퍼니? 어감 좋은데?”

“가제에요.”

“그냥 이대로 가도 될 것 같긴 한데. 언럭키 컴퍼니, 언럭키 컴퍼니….”

몇 번 더 단어를 입에서 굴려보던 박세훈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어이구. 어쨌거나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이곳에서 탈출시켜 주신다는데 노예가 되라면 돼야죠. 아예 주인님이라고도 부를까요?”

“…그건 사양할게요.”

똥 씹은 표정의 백현을 보며 박세훈이 낄낄거렸다.

이용승은 그 와중에도 감격에 겨워 침묵하고 있었다.

백현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용승씨는 나가면 뭐부터 하고 싶으세요?”

가족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혹은 아무것도 안 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거리를 걸어보고 싶기도 하겠지.

아무리 현실과도 같은 가상 현실이라지만, 그게 진짜 현실은 아니니까 말이다.

“…오랜만에.”

“예.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고 싶어요.”

“……?”

“기구 좋은 헬스장에 가고 싶군요. 여기서는 거의 맨몸운동밖에 못 해서….”

“…….”

행운빨로 레벨업

지은이 : 글포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71-6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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