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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201화 (201/218)

#201화

결과적으로 두히칸을 다시 불러오는건 실패했다.

애초에 11단계에서 두히칸이 소환된 건 우연이었다.

랜덤으로 보스몹이 소환되는 곳에서 함께 다니던 보스몹이 올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클로에 사제는 언럭키의 설득이 통했는지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에서 한결 순화되었다.

간신히 설득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가 말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자격을 갖추는 겁니다. 당신은 아직 30단계에 도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신께서 말씀하십니다.”

“자격이 뭡니까?”

“더 강해지십시오.”

레벨을 올리라는 뜻이다.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레벨을 올리는 건 디폴트값이다.

검신의 전당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180.

거기까지 가야 30단계가 오픈되려는 모양이다.

현재 언럭키의 레벨은 170이었다.

1단계부터 29단계까지 스트레이트로 오면서 무려 20번의 레벨업이 있었다.

모든 단계를 거의 완벽하게 클리어하고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끝까지 왔다.

그것들이 매 단계를 깰 때마다 보너스를 주어 누적된 추가 경험치가 상당했다.

역대급으로 빠른 레벨업 속도였다.

‘10레벨 더 올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특정 단계를 반복해서 클리어할 것이다.

경험치도 나쁘지 않게 주고 클리어 속도도 빠른 곳이 몇 군데 있다.

거기만 반복하다 보면 레벨업 문제는 딱히 없을 터.

“그리고 이것도 받아 가십시오.”

클로에 사제는 성검을 내밀었다.

“…이걸 제가 받아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이건 그대에게 이미 주어진 물건. 주인은 당신입니다.”

준다면 당연히 냉큼 받아야지.

여전히 무지갯빛으로 알록달록 번쩍이는 성검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단정하면서도 화려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백색의 검집엔 고대어로 된 축문이 적혀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신성한 느낌을 주었다.

-띠링!

[신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지저 도시에 있을 때 받았던 신탁 퀘스트를 완료했다.

유스티아가 주관하는 검신의 전당에서 성검을 획득하는 퀘스트.

경험치도 나쁘지 않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퀘스트 보상으로 나온 성검이다.

혹시나 떨어트릴까 봐 조심스럽게 받았다.

고급스러운 생김새에 비해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무게중심이 완벽하게 잡혀있다는 뜻.

바로 자세한 상태를 확인했다.

[유스티아의 성검]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250 상승.

-’검신의 축복’ 스킬 사용 가능.

-’검신의 분노’ 스킬 사용 가능.

-정의와 검의 신 ‘유스티아’가 직접 사용했던 신화 속의 검. 검 자체의 성능은 완벽에 가까우며, 신의 힘까지 짙게 배어 있다.

-검신의 축복 : 성검을 획득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의 인정을 받았다. 성검의 사용자는 체력 회복 속도와 마나 회복 속도가 + 150% 상승한다.

-검신의 분노 : 최대 보유 마나의 50%를 사용해 유스티아의 검을 소환해 적에게 내리꽂는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70 이상, 검사 계열 직업 전용.

‘이야…. 눈이 돌아갈 만큼 미친 스펙이네.’

언럭키는 기가 차서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얻은 아이템인데도 이게 맞나 싶었다.

‘공격력이 250? 브라흐마스트라도 200이었는데….’

레전더리 최상급 아이템인 데다가 성검이라는 칭호까지 있는 물건이다.

그에 걸맞게 무려 250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착용 제한 레벨에 비하면 말도 안 될 정도의 성능이었다.

게다가 추가로 붙어있는 옵션들은 또 어떤가.

검신의 축복.

패시브 스킬로, 회복력을 증가시켜주는 스킬이다.

전투 스타일 자체가 포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언럭키에게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오러 스킬도 얻어서 전투가 길어지면 마나 수급량이 달린다.

그런 그에게 동앗줄같은 스킬이었다.

‘검신의 분노? 이건 뭔데 마나를 50%나 소모해?’

다만 액티브 스킬인 검신의 분노는 아직 짐작이 잘 안 갔다.

소모 값이 어마어마한걸 보면 분명 강력한 스킬이기는 할 터.

‘이건 직접 쓰면서 알아봐야겠군.’

“사제님. 그러면 빠르게 자격을 갖춰서 돌아오겠습니다.”

“예. 신께서 당신의 앞날을 보우하시길.”

클로에 사제가 가볍게 목례하고는 물러났다.

이제는 전당을 뺑뺑이 돌 차례였다.

* * *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준 게 있다면 확실히 받아내라.

정신찬은 그런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항상 1대1로 대응할 수는 없고, 상대에게 더 많이 퍼줄 때가 많았다.

그는 재벌 3세였기에, 무언가를 바라고 근처에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젠가 그들을 써먹기 위해서라도 정신찬은 살짝 호구처럼 퍼주는 스타일이었다.

“길드장님. 이번에 빌루스에서 발견한 던전 있잖습니까.”

“어. 공략 보고 들어왔어요?”

“공략 실패했답니다.”

“또?”

정신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빅드래곤 길드를 운영하는 그가 할 일은 굉장히 많다.

주력 길드원들을 성장시키고, 안정적인 던전이나 사냥터를 수급해줘야 하며, 아이템과 스킬도 제공하고…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도시 빌루스에 발견한 던전이 최근에 문제가 되었다.

탐험가에게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던전을 구매했는데,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다.

미로와 함정이 너무 많고 튀어나오는 몬스터도 너무 강했다.

설상가상으로 지형이 좁아 많은 인원 투입도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피해가 속출했다.

기껏 구매해서 길드원들 레벨업하라고 들여보냈더니 픽픽 죽어가고 있다.

길드장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대책은요?”

정신찬이 보고해온 직원을 보며 물었다.

“그냥 실패했다는 보고만 하러 온 건 아니겠죠?”

“…….”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한숨 쉬어서 미안합니다. 사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감정적으로 나갔군요.”

“아닙니다.”

“어쨌거나 이대로 두어선 안 돼요. 이게 다 손해가 얼마인지….”

안에 들어갔다가 죽은 길드원들이 드랍한 아이템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던전은 한 번 나오면 리셋되기에 그것들은 그냥 잃어버린 물건이 된다.

게다가 길드원들의 레벨 다운, 기껏 비싼 돈 주고 산 던전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점, 시간 낭비…

손해가 막심했다.

그때 직원이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뭐 좋은 의견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언럭키님한테 부탁해보면 어떨까요?”

“언럭키님?”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정신찬이 멈칫거렸다.

“전에 스킬 팔면서 빚 하나 달아놓으셨잖아요. 도시 빌루스가 레벨 180부터 갈 수 있는 도시인데, 언럭키님이 그 근처 레벨인 거로 알고 있어요. 부탁 한 번 해보는데 어떨까요?”

“…너무 정확하게 아시네요. 지난 라이브 보셨나요?”

“네. 헤헤.”

직원, 이혜미가 어색하게 웃었다.

라이브는 그녀의 업무시간에 진행되었다.

일 안 하고 라이브 봤다고 뭐라 할까 봐 살짝 걱정되었는데…

“저도 봤습니다. 뭐라 안 할 거니까 죄송한 표정 지으실 필요 없어요.”

“넵!”

이혜미가 방긋 웃자 정신찬 역시 피식 웃었다.

“어쨌거나 언럭키님한테 부탁을 해본다라….”

언럭키의 부탁으로 스킬북 ‘염화 오러’를 판매했다.

일반 오러 스킬도 시장에서 매물이 씨가 말라 구하기 어려운 상황.

염화 오러는 심지어 등급도 하나 더 높고 효과도 좋다.

일반 오러보다 공격력 증가율이 10%가 더 높으며, 일정 확률로 화염피해까지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검사들이 바라마지않는 스킬.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스킬이다.

그걸 따로 프리미엄도 안 붙이고, 시장 가격 그대로 팔아주었다.

4억이라는 금액이 비싸긴 하지만, 솔직히 주인만 잘 구했으면 두 배를 불러도 팔았을 것이다.

정신찬이야 그 대신 언럭키와 인연의 끈을 좀 더 질기게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언럭키님한테 빚을 벌써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 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걸 지금 써먹어야겠다.

“정중하게 한 번 제의해보세요.”

“알겠습니다!”

* * *

“호야. 오래 기다렸어?”

“뀨르!”

“미안해. 여긴 혼자서밖에 못 들어가는 곳이라 어쩔 수가 없네.”

언럭키는 전당 밖에선 호야와 이아손을 만났다.

함께 이곳으로 넘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전당에 같이 입장할 수는 없었다.

무조건 솔플 밖에 할 수 없는 장소.

그게 검신의 전당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총령 각하께서는 가신 일은 잘 풀리셨습니까?”

이아손은 언제나 그렇듯 충성심 넘치는 눈빛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까지 함께 있던 두히칸과는 정반대되는 태도였다.

“아아. 잘 풀렸지.”

언럭키가 허리춤에 맨 성검을 툭 건드렸다.

이아손이 눈을 반짝였다.

“굉장한 명검이군요.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베일 듯한 기세가 흘러나옵니다.”

검집에 들어가 있음에도 숨길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그러면 다른 곳으로 또 이동하시는 겁니까?”

“아니. 한동안은 여기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언럭키가 고개를 저었다.

180레벨까지 이제 8레벨이 남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며칠 정도는 걸릴 터.

“음. 그렇다면 혹시 저 혼자 어디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어디?”

“에토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좀 도와달라고요.”

몬시뇰 에토.

리바 델 레이의 스파이인 그는 지금 공중 요새에 와 있었다.

언럭키가 없애버린 당시 리바 델 레이 측 사람을 대신해, 공중 요새를 집어삼키라는 임무를 받은 것이다.

언럭키는 그를 특임대에 소개시켜 주었다.

당연히 에토는 도시를 리바 델 레이에 갖다 바칠 생각이 없었다.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무언가 본인만의 계획이 있다고 했지.’

“그래. 다녀와.”

성검을 얻은 후엔 리바 델 레이와 대결 한판을 벌여야 할 것이다.

애초에 성검을 얻으라는 신탁이 내려온 것도, 리바 델 레이를 멸망시키라는 뜻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아예 호야도 데려가. 공중 요새에서 큰 도움이 될 거야.”

호야는 누군가를 태우고 날 수 있기에, 비행형 몬스터가 주류인 공중 요새에서 1인분 이상을 할 터.

* * *

그 후로 언럭키는 검신의 전당에서 살다시피 했다.

경험치를 많이 주거나 상대하기 쉬운 적들이 나타나는 층들을 위주로 공략하고 다녔다.

자신이 하는 만큼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에, 레벨업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특히나 성검의 능력은 엄청났다.

“기본 공격력만으로 아주 씹어먹네.”

+250의 공격력. 거기에 자연 회복력 증가 패시브까지 붙어있다.

염화 오러를 쓸 수 있는 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29단계까지 공략하면서 얻은 업적에 성검의 조합은 그를 전보다 두 배 이상 강하게 만들었다.

29단계에 존재하는 최종 보스, 고대의 소드마스터 역시 더 이상 그의 상대가 안 되었다.

대놓고 앞에서 칼질해도 버티기 어려워하던데 상대는 무슨.

언럭키는 확신했다.

‘하위권 랭커들은 레벨이 낮은 지금도 가볍게 압도할 수 있겠어.’

아마 이 힘을 방송에서 보인다면 어그로 꽤나 끌 수 있겠지.

‘심지어 지금도 이런데…이걸 업그레이드하면 도대체 어떤 물건이 된다는 거야?’

30단계를 클리어하면 신이 직접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해준다고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띠링!

[레벨업!]

그렇게 지난 며칠간의 노력으로 180레벨을 찍었다.

검신의 전당에서 올릴 수 있는 최고 레벨.

언럭키가 전당 밖으로 나가, 클로에 사제를 찾아갔다.

“사제님. 자격을 갖췄습니다.”

그가 당당히 말했다.

“이제 30단계에 도전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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