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띠링!
[검신의 전당을 한 번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성공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업적이 주어집니다.]
[’검신 후보(레전더리)’ 업적을 획득합니다.]
업적이 떴다는 메시지에 언럭키는 눈을 꿈뻑였다.
‘업적? 검신의 전당에서 업적을 받았다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검사 유저들은 거의 무조건 거쳐 가는 곳이 검신의 전당이다.
다른 맵에 비해 반복 도전으로 경험치 얻기도 쉽고, 능력에 따라 전당이 보상을 내려준다.
언럭키가 얻은 유니크 검 ‘전쟁 영웅의 글라디우스’가 그와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최소한 언럭키가 알기로, 이곳에서 업적을 얻어갔다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내용부터 확인했다.
[업적 : 검신 후보]
-업적 등급 : 레전더리.
-검사의 능력을 한계까지 시험하는 검신의 전당. 그곳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완벽하게 통과했다. 그대는 검신의 자격이 있다. 정진하며 이 길의 끝에 오르는 순간, 검신의 길에 도달하리라.
-검 계열 스킬들을 사용할 경우 스킬 효과 + 20% 상승.
-검으로 적에게 치명타를 입힐 경우 치명타 피해 + 30% 상승.
업적 설명을 본 언럭키가 눈을 부릅떴다.
‘뭐냐…이 괴상한 효과는….’
괴상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서 절로 그런 표현이 나왔다.
검 계열 스킬 효과 20% 상승, 치명타 피해 30% 상승.
검사이니 당연히 검 계열 스킬들을 쓸 테고, 지금의 언럭키는 거의 모든 공격들에 치명타 판정이 뜬다.
검왕의 능력 보정 덕분이었다.
그런 치명타 위력이 증가한다는 건, 공격력이 30% 증가한다는 것과 비슷했다.
당장 이 업적을 얻기 직전과 비교해도, 족히 1.5배는 강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러한 업적 효과는 라이브 방송 중인 카메라에도 똑똑히 비춰지고 있었다.
<헐. 업적 뭐임?? 검신의 전당에서 업적도 얻을 수 있었던 건가?>
<아니 근데 효과 뭐냐. 스킬 효과 20% 상승? 치명타 피해 30% 상승? 개사긴데?>
<또 밸런스 안 맞추지 월드 사가 ㅜㅜ>
시청자들도 한눈에 알아봤다.
검사 직업군이라면 침을 뚝뚝 흘릴만한 매력적인 업적이란 것을 말이다.
“엇. 아 맞다. 라이브 중이었지. 일단 29단계까지 스피드런 성공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언럭키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업적 정도야 공개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어차피 이건 공개해도 남들이 거의 얻기 불가능한 업적이다.
그보단 다른데에 더 시선이 갔다.
지금까지 왜 열심히 했던가.
“그럼 29단계에 걸린 미션금까지 수령하겠습니다. 크흐흡…스읍.”
절로 나오려는 침을 한번 닦은 뒤, 언럭키는 미션금을 수령했다.
건물주입니다가 각 단계에 1500만 원씩 미션금을 걸었는데, 가장 마지막인 29단계에는 다른 시청자들의 미션금도 많았다.
절대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언럭키를 놀리기 위해 건 것도 큰 것이다.
[82,213,000원을 후원받으셨습니다.]
그 금액은 무려 8200만 원!
21단계부터 달성해왔던 미션금을 다 포함하면 이번 라이브로 2억이 훌쩍 넘는 돈을 벌었다.
‘이거지. 이 맛에 월드 사가 하는 거고 얼굴 팔려가며 라이브 하는 거 아니겠어?’
자본주의의 쾌락이 온몸을 잠식해갔다.
언럭키의 얼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걸렸다.
<으 저 표정 보소. 여태껏 언럭키 방송 보면서 가장 좋아 보이는 표정이다.>
<내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미션금 수령 못 해서 좌절하는 거 보고 싶었다고….>
축하하는 채팅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는 건 저런 괘씸한 글들이다.
언럭키는 피식 웃었다.
“하핫. 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죠.”
말은 저렇게 해도 다들 언럭키가 성공한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할 것이다.
정말로 싫었다면 성공한 지금도 계속해서 시청자 숫자가 증가하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이걸 편집해서 나중에 올리면, 그것도 조회 수 꽤나 나올 거야.’
검신의 전당을 29층까지 한 번에 뚫었다.
이런 제목으로 올린다면 라이브를 못 본 사람들도 절대 클릭 안 해볼 수가 없겠지.
“그러면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언럭키가 카메라를 보며 인사했다.
<??? 아니 잠깐만요. 돈 받았다 이건가? 벌써 끈다고?>
<이제 전당에서 보상받을 건데. 그것까지 보여 주고 가야죠.>
<우리 궁금해 죽게 만들일 있음?>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했지만 언럭키는 단호했다.
“하하. 제가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어쩔 수가 없네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클리어 보상은 이미 약속되어있다.
정의와 검의 신 유스티아가 신탁을 내렸지 않나. 자신의 성검을 가져가라고.
하지만 성검의 자세한 스펙을 공개하기는 싫었다.
업적이야 그렇다 쳐도, 괜히 성검 같은 걸 들고 있는 게 알려지면 똥파리들이 찾아올지 모른다.
아이템은 죽여서 빼앗을 수가 있으니까.
‘그냥 좋은 검이라고 짐작하는 것과, 상세한 스펙이 공개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지.’
그렇게 언럭키는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 * *
방송은 종료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렇게 쉽게 종료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이 대화할 만한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월벤으로 이동한 그들이 떠들썩하게 커뮤니티를 점령했다.
전당 29단계까지 클리어하는 언럭키가 어땠는지.
운빨 원툴 스트리머인줄 알았는데 솔직히 실력도 깔 데가 없다는 둥.
그중 가장 많은 내용은 단연코 업적에 관한 이야기였다.
-솔직히 업적 효과 개사기 아니냐? 진짜 너무 부러워서 모니터 부수고 안으로 손 넣을 뻔.
-검신의 전당을 중간에 안 나가고 끝까지 깨면 저런 업적이 있을 줄이야….
-알았으면 나도 엄청 열심히 해서 업적 얻어보는 건데….
-ㅋㅋㅋㅋㅋ위엣놈 좀 웃겼다. 지금 하이랭커 급이라고 해서 저 레벨로 돌아간다고 29단계까지 한번에 깨지는 못할 것 같은데.
-언럭키도 했는데 하이랭커들은 당연히 가능하지.
-솔직히 미래에 언럭키가 하이랭커도 다 씹어먹을 거 같음.
-ㅈㄹㄴㄴ.
…
한 번 점화된 논란은 식지 않고 계속해서 굴러갔다.
어쨌거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게 있었다.
현재 최고 루키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언럭키라는데에 이견이 없다고.
-200레벨 돼서 언럭키가 랭커 되고 다른 랭커들이랑 경쟁하는 시기 오면 지각변동 뜨겠다.
-실시간으로 랭킹 따라잡고, 잘 하면 하이랭커 찍는 것도 볼 수 있을 듯ㅋㅋㅋㅋㅋ.
-언럭키 랭커 가즈아ㅏㅏㅏ
* * *
라이브를 종료한 뒤, 언럭키는 조용히 새하얀 전당의 내부를 걸어갔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만 울리는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더 이상 깰 단계가 없었으니까.
앞으로 가다 보니 사람 한 명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녀는 맨 처음 노멀 검 한 자루 주면서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던 클로에 사제였다.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당당하게 증명해냈습니다. 신께서 감탄하셨고 저 역시 지켜보면서 한두 번 놀란 게 아니었습니다.”
“뭘요. 다 사제님의 덕분…”
사제님 덕분이라고 하려다가 언럭키는 슬쩍 입을 다물었다.
자기 아이템도 못 쓰게 하고 노멀검 하나 쥐어 준 그녀 덕분에 깬 건 솔직히 아니었다.
오히려 방해였지.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언럭키는 이런 방면에서 프로였다.
솟구치는 불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클로에 사제는 그 태도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머. 말씀을 참 듣기 좋게 해주시는군요. 후훗. 받으시지요.”
“그건…?”
“신께서 약속하신 물건입니다. 그대라면 훌륭히 이것의 주인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느새 앞으로 뻗은 클로에의 손바닥 위에 한 자루 새하얀 검이 올려져 있었다.
언럭키는 잠시 가만히 서서 그걸 바라봤다.
-파앗!
검에서는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알록달록한 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경건함을 주었다.
지금껏 브라흐마스트라에서만 딱 한 번 봤던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아이템.
레전더리 중에서도 최상위권. 현시점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고 불릴만한 물건에서 이런 빛이 나온다.
“하, 하하….”
검신 유스티아에 대한 신앙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친다.
언럭키가 검을 쥐려고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
그때 클로에 사제가 뒤로 물러났다.
‘뭐하자는 거지? 줬다 뺐는 건가?’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조차 힘든 빡침이 올 뻔했다.
다행히 그녀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놀랍군요. 신께서 새로운 신탁을 내리셨어요.”
“…? 무슨 신탁입니까?”
“검신 후보 업적을 지닌 당신에게만, 30단계의 도전을 허락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전당은 29단계까지 아닙니까?”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만, 신께서 허락하신 분께는 30단계가 열린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저도 오래전의 기록으로만 봤을 뿐이죠.”
“음….”
언럭키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고민의 결과는 거의 정해져 있었다.
이건 도전해야지.
다만 못 먹어도 고는 아니다.
“성공하면 보상이 어떻게 됩니까? 또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주기로 약속했던 성검을 못 받게 된다면, 볼 것도 없이 안 할 생각이다.
보상이 뭐든 레전더리 최상급 아이템을 포기할 자신은 없다.
억울해서 눈도 제대로 못 감겠지.
“성공하신다면 신께서 직접 성검에 축복을 걸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축복이라면…?”
애매하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달라는 듯 쳐다봤다.
“정확히 무슨 축복일지는 모르지만, 절대 나쁜 건 아닐 겁니다. 이 검의 등급 또한 한 단계 더 올라가겠지요.”
“!”
성검은 이미 레전더리 최상급이다.
그런데 거기서 등급이 또 올라갈 수도 있다니?
“그리고 실패하셔도 페널티는 없습니다. 신께서는 그렇게 자비 없으신 분이 아니십니다. 그때는 지금의 성검이 그냥 제공되겠지요.”
그제야 언럭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역시 유스티아님! 제가 항상 섬기고 싶은 분이 유스티아님입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눈빛이 진실되지 않습니다.”
“…….”
아부가 너무 심했나?
표정은 관리했는데 눈빛 관리에 실패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언럭키는 30단계에 도전할 준비를 했다.
부족했던 포션과 각종 도핑 물약 등.
소모품들을 클로에 사제를 통해 구입했다.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는 물건들을 보니 마음에 안정이 온다.
한참 그렇게 준비 중일 때,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사제님.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두히칸을 다시 불러올 수 없을까요?”
그 녀석만 한 소환수가 없다.
탱커라서 자신과 조합도 잘 맞고, 말도 잘 듣는다.
나중에는 거의 눈빛만 봐도 척척 서로의 마음을 알아먹을 정도였다.
여러모로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동료였다.
그런데 질문을 받은 클로에 사제의 표정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녀가 살짝 어이없다는 눈으로 언럭키를 쳐다봤다.
“그 불쌍한 소환수에게 또다시 죽음을 겪게 하실 겁니까? 희생양으로 써먹으려고요? 그렇게 안 봤는데 언럭키님은 참 잔인하시군요.”
“아니….”
언럭키는 그게 아니라 정말 좋은 동료라서 부르려고 했다는 걸 꽤 오랜 시간 들여 설명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