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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94화 (194/218)

#194화

눈 옆으로 느리게 지나가는 듯한 화살을 한 번 툭 쳐봤다.

본능적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주 미세한 손목의 스냅.

화살은 머릿속에 그려졌던 경로 그대로 날아가 블루 오크를 꿰뚫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신위에 블루 오크들의 몸이 덜컥 굳었다.

언럭키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대신, 시청자들은 폭발했다.

<미쳤다 방금!!! 내가 뭘 근본증거냐?>

<화살을 튕겨서 반대로 공격해?>

<센스가 어느 정도 돼야 그게 가능한 거지?>

“크아아아!”

당황에서 깨어난 블루 오크들이 함성을 질렀다.

놈들은 단순히 피부색이 푸른 개체가 아니다.

레벨대가 150 초중반에 이르는 강력한 놈들.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달려든다.

피피핑!

뒤에서 날아가는 화살이 엄호하고, 도끼와 몽둥이, 대검을 치켜든 블루 오크 전사들이 돌진해온다.

황소같은 그 기세는 정면으로 부딪치기 껄끄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언럭키는 마주 움직였다.

검을 쥔 손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따다당!

화살 서너 개를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쳐서 튕겨냈다.

튕겨 나가 화살들이 달려오던 블루 오크들에게 꽂혔다.

여러 개여서 핀포인트로 방향을 돌리진 못했다.

‘대충 감 오네.’

언럭키가 검 손잡이를 한 번 고쳐잡았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감각적인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따당

땅!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오크 대가리라고 해도 화살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오히려 아군의 피해만 증폭시킨다.

어느새 언럭키와 블루 오크 전사들이 마주쳤다.

흉흉한 기세로 놈들의 무기가 휘둘러진다.

언럭키는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어디로 뻗어야 할지가 보였다.

그가 하는 건 그 자연스러운 검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서걱!

푹!

번뜩이는 검광과 몇 번의 절삭음.

앞으로 나아가는 언럭키의 뒤로 블루 오크들이 털썩 쓰러져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취익!?”

전사들이 너무나 쉽게 쓰러지자 궁수들은 당황했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활에 시위를 걸어 쏘았다.

언럭키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보며 이젠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유려하게 검신을 휘둘렀다.

그가 나아가는 경로에 있던 화살들이 튕겨 나가 다른 화살들을 쳐내고, 궤적이 기적적으로 바뀌어 오크들에게로 향했다.

티팅!

푹!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블루 오크 궁수들이 신음을 터트렸다.

언럭키가 되돌려보낸 화살들이 놈들에게 꽂혀있었기 때문이다.

<지렸다…. 밑에 축축한데 갈아입지도 못하고 있다.>

<나도…. 나 지금 입 벌리고 보는 중….>

<혼자서 블루 오크들을 저렇게 썰어버릴 수가 있는 건가??>

<검사 직업이 개사기인 듯.>

<위에 채팅 쓴 놈 직업은 뭔데?>

<검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중에 제일 웃겼네ㅋㅋㅋㅋ.>

눈이 호강하는 플레이에 채팅창도 열광에 빠졌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채팅을 힐끗 본 언럭키는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블루 오크 궁수들이 싹 전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였다.

[완벽한 사냥이었습니다.]

[검신의 전당 4단계를 완벽한 성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또 레벨업이군.’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단계 한두 개 클리어하는데 아직까지는 몇 분 걸리지도 않으니….

오크들이 가루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생겨났다.

[도전자는 밖으로 나가 휴식과 회복을 취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무시한 언럭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 * *

검신의 전당은 총 29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무조건 혼자서 도전해야 하지만 초반부의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실패할 것 같으면 포기하고 전당 밖으로 나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무기는 무조건 지급된 것을 써야 하지만 소모품에 제한은 없었다.

도핑 물약이나 회복 포션 같은걸. 계속 먹으면서 싸운다면 어찌어찌 클리어하고 계속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언럭키는 질색하는 방법이었다.

‘그게 다 돈인데 어떻게 그래. 한 푼이라도 아껴야 빚 갚지.’

5억을 갚았다고 하지만 남은 빚은 여전히 10억이나 된다.

그는 보통의 유저들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소모품 따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본신의 능력으로만 나아간 것이다.

5단계부터 9단계까지는 이전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사냥의 단계 3이라며 훨씬 더 많은 몬스터가 나올 때도 있었고.

직감과 사냥이 섞인 단계도 있었다.

함정을 본능적으로 피해가며 몬스터와 싸워가야 하는 장소.

언럭키는 거기서 미친 활약을 보여주었다.

모든 함정을 한눈에 알아보고 피하며 동시에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처치한 것이다.

무지개색으로 빛이 보이는 그의 눈에 함정 간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다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하이라이트였다.

<ㅅㅂ 욕이 막 나오네. 방금 뭐임? 함정 손가락 하나 차이로 피하면서 몬스터도 썰어대냐.>

<함정 탐지 같은 스킬 있나?>

<그래도 검사인데 그런데 있을 리가 있나. 그리고 탐지해서 피하는 게 아니고, 순수 피지컬로 뭉개는 거야.>

언럭키가 볼 수 있는 건 함정의 종류 같은 게 아니다.

그에게 닥칠 위험의 난이도였다.

안전한 구역만 지나가며,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때만 함정을 건드렸다.

위험할걸 알면 대처는 쉽다.

검왕의 시야는 함정의 종류를 한순간에 파악하고 파훼법을 도출해냈다.

시청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들은 채팅만 치지 않았다.

[건물주입니다님이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 눈이 호강하네요^^]

건물주 형님을 필두로 한 유저들의 후원 세례가 쏟아진 것!

언럭키는 씰룩거리는 입가를 애써 붙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제 기분이 다 좋군요.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쭉쭉 나아간 그는, 일반 유저들의 한계라고도 불리는 곳인 10단계에 도달했다.

[검신의 전당 10단계에 도전합니다.]

들어가자마자 희끄무레한 연기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날아온다.

“샤아아아-!”

외관은 뱀처럼 생겼는데 공중에 떠 있으며 반투명했다.

유령 형태의 몬스터였다.

“음. 10단계부터 확실히 까다롭긴 하네요.”

날아오는 몬스터의 이름은 ‘고스트 스네이크’.

레벨 160대의 몬스터였는데, 물리력의 90%를 무시하는 특성을 가졌다.

<여기는 아무리 언럭키라도 쉽게 통과 못 하지.>

<검사 입장에서 제일 까다로운 유령 형태 몹이라고.>

그나마 고스트 스네이크는 잡긴 잡을 수 있는 놈이었다.

공격력이 강한 대신에 물리 내성이 90%밖에 안 되니 말이다.

유령 형태의 몬스터 중에는 물리 내성 100%인 놈도 있었는데, 그런 녀석은 특별한 무기나 스킬이 없다면 절대 잡을 수 없었다.

채팅창을 보던 언럭키가 피식 웃었다.

시청자 몇몇도 마찬가지였다.

<하. 가소롭다 가소로워.>

<방금 채팅 친 놈들 자기가 나중에 입덕한 놈들이라고 인증하네.>

<언럭키 초창기 영상 보면 절대 그런 얘기 못할 텐데.>

예전에 업로드되었던 영상들까지 전부 섭렵했던 초창기 시절부터의 팬들.

그들은 유령 형태의 몬스터 앞에서 웃는 언럭키를 이해했다.

“샤아아-!”

날아오는 고스트 스네이크를 향해 언럭키가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칼날이 번개처럼 휘둘러졌다.

고스트 스네이크가 그를 스치듯 지나간 건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푸확!

안개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피처럼 뭉게뭉게 흘러나왔다.

검왕의 특성 중 하나.

[검을 활용한 공격에 ‘물리력 + 마법력’이 적용됩니다.]

유령 계열 몬스터도 특별한 스킬 없이 손쉽게 잡아버릴 수 있다는 점 덕분이었다.

언럭키는 몇 번의 칼질로 고스트 스네이크의 HP를 쭉쭉 줄였다.

다만 한 마리 한 마리 처치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단계에서 등장하는 놈들은 고스트 스네이크가 전부였는데, 덩치답게 체력 통이 굉장히 컸다.

꽤 오랜 시간 썰어대고 나서야 잡을 수 있었다.

“후우….”

[완벽한 전투였습니다.]

[검신의 전당 10단계를 완벽한 성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

‘무기가 아쉽긴 하네.’

메시지를 보며 언럭키가 속으로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항상 레전더리 무기만 들고 원킬 내다가 노멀 검 들고 싸우려니까 역 체감이 너무 심하다.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지 별 수 있나.

그때 언럭키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스킬 생각이 났다.

랭커 검사들은 물론이고 준랭커 검사들도 거의 무조건 가지고 있는 스킬.

사실상 검사 직업을 하는 이유이자 꽃.

오러.

무기에 오러를 싵는 것만으로도 저딴 유령쯤은 순식간에 회쳐버릴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오러는 공격력도 몇 배나 증폭시켜준다.

지금이야 검왕의 특성으로 공격력과 치명타가 증가해 쉽게 쉽게 처리했지만, 높은 단계로 가면 더 단단하고 체력 많은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그때는 오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다.

‘…조만간 시간 내서 쇼핑 한 번 해야겠어.’

다만 그렇게 중요한 스킬이기에 시중에 풀리는 스킬북 가격이 억대는 기본으로 넘어간다는 게 문제였는데…

‘…미션은 무조건 성공해야겠고.’

미션을 실패하면 큰 손해. 성공해도 좀 손해다.

‘…더 화려한 플레이를 해서 어떻게든 후원금을 뽑아먹어야지.’

속으로 머리를 굴리며 언럭키가 새롭게 생겨난 문으로 나아갔다.

[검신의 전당 11단계에 도전합니다.]

11단계.

사실상 여기가 분기점이다.

10단계까지는 일반 유저들도 힘겹게 힘겹게 깰 수 있다면, 그 사람 다음부터는 소모품을 아무리 쓴다고 해도 무리였다.

[11단계 : 보스 사냥의 단계]

[검사는 강력한 개체 앞에서도 용기가 있게 싸워 승리해야 합니다. 지금껏 만났던 강력한 적이 소환됩니다.]

이제껏 마주쳤던 보스몹이 랜덤으로 소환되는 단계.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재앙이다.

파티 단위로 역할을 나눠서 싸워도 간신히 이기는 게 보스몹인데, 이렇게 1대1로 싸우면 어떻게 이기란 말인가.

물론 소환되는 보스몹은 다운그레이드되어 나타나기는 한다.

그래도 일반 유저에게 버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11단계부터는 최소한 이름 있는 길드에 소속될 정도여야 깰 수 있는데. 과연 어떨지?>

<아직도 언럭키 의심하냐? 다운그레이드 안 된 보스몹도 혼자서 잡는 게 언럭키야.>

<그렇긴 한데 노멀 무기잖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나는 믿는다. 내가 건 미션금 10만 원 반환받을 수 있을 것임! 힘내세요, 보스몹님!>

[잠시 후 보스몹이 소환됩니다.]

바닥에서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난다.

그 안에서 커다란 실루엣이 보였다.

랜덤으로 보스몹이 소환된 것.

연기가 흩어지며, 보스몹이 쿵 하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등장한 건…

“누가 겁대가리 없이 나, 페블보 족의 영웅을 불렀는가.”

지저 세계의 종족 중 하나. 페블보 족을 이끄는 영웅.

단단한 바위 형태로 이루어진 이족보행의 강력한 보스몹.

두히칸이었다.

“아프지 않게 단숨에 끝장을 내어주…흐어억!?”

자신이 있게 튀어나왔던 두히칸은 언럭키를 보며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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