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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88화 (188/218)

#188화

이번 달에 최종 정산 받을 금액은 무려 1억 2천만 원이 넘어갔다.

스마트폰에 떠 있는 숫자를 보며 백현과 박세훈, 이용승 삼인방은 입을 떡 벌렸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박세훈이었다.

“아니…이번 달 이제 겨우 열흘 지나갔는데. 이거 뭔가 오류 아냐? 뒤에 공 하나 더 찍힌 거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이었지만, 아니었다.

정산 받을 내역은 다양했다.

미튜브 영상 수익, 라이브 방송 후원금, 영상에 실리는 대룡 미디어의 광고비, 도시 두바르에서 총령에게 들어오는 월급 등.

특히 라이브 방송이 성공하면서 기존 영상 수익과 광고비도 같이 올랐다.

구독자가 늘어나고 시청자가 많아지면서 함께 증가한 것이다.

“근데 그래도 1억이 넘는 게 말이 되나?”

“이번 라이브때 암살자들이 찾아왔다가 유니크 아이템 두 개 드랍했잖아요. 그거 판 금액까지 포함한 거예요.”

“아!”

박세훈은 그제야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번 달이 이 정도면…30일 지나가면 3억도 넘겠네요. 산술적인 수치긴 하지만요.”

나직한 이용승의 목소리였다.

백현과 박세훈도 내심 동의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나올 수도 있지. 백현 씨 얼마 전에 퀘스트로 천만 원 받았다며.”

“아, 네.”

헤탄의 퀘스트를 완료하고 10만 골드를 받았다.

현금으로 정산하면 대충 천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거기에 앞으로 라이브랑 퀘스트는 계속 더 할 거고….”

박세훈의 눈이 핑핑 돌아갔다.

실제로 눈앞에서 숫자가 흘러가기로도 하는 것처럼 약간 흥분했다.

“우리 이러다 진짜 올해 내로 빚 다 갚고 여기 빠져나갈 수 있겠는데?”

한 달에 1억 넘게 빚을 갚아도 최소 15개월이 걸린다.

그것도 최소다.

세 사람의 빚을 합치면 15억이지만 어느 사채업자가 원금만 받겠는가.

실시간으로 이자가 붙고 있었다.

“백현 씨. 우리 아예 노방종 라이브를 해 볼까?”

“네?”

“하루쯤 잠 안자도 괜찮잖아. 24시간 라이브를 해버리면 거기서 들어올 후원금이…어이구야. 상상만 해도 대박이네 이거.”

박세훈이 흐흐 거리며 망상에 빠졌다.

숫제 반쯤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안 돼요. 괜히 백현 씨 몸 축날 텐데.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잖아요.”

다행히 이용승이 그를 막아 주었다.

190이 넘는 거구에 근육질의 거구인 그가 고개를 젓자 박세훈은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아 그렇지. 안정적이게 가야지. 안정적이게. 하하.”

“…….”

* * *

레지스탕스 길드는 1티어 길드 중 하나이다.

매일 시장이 커져가는 월드 사가에서 1티어로 분류되는 곳은 고작 수십 개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나 길드장 제롬은 굉장한 유명인이었다.

하이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권.

레전더리 직업 ’용암 기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레이드르 성공시킨 대단한 유저였다.

그런 그의 인기 요인은, 그가 금수저가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먹고 살았던 흙수저 출신 미국인.

제롬의 월드 사가에서의 성공 스토리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원래 바닥에서 올라온 자들이 더 인기가 많은 법이다.

그런 제롬은 이번에 큰 결단을 했다.

‘부길드장 갈로하론. 실력 면에서는 확실히 쓸모가 많지만…이번 기회에 완전히 쳐낸다.’

그는 제롬이 한창 길드를 창설하고 성장해나갈 때 영입했던 자였다.

실력만 보고 데리고 왔던 게 실수였다.

직업도 좋고 게임 플레이도 훌륭했지만, 그 외적인 면에서 제대로 된 게 없었다.

길드원끼리 편 갈라 싸우고 남을 쉽게 무시하며, 서포트 해주는 일반 직원들은 하인처럼 부렸다.

게다가 길드 내에서 추종자들까지 만들어 세력을 형성했다.

항상 눈엣가시같던 놈들이었기에, 제롬은 이번 기회에 그 놈들을 싹 숙청했다.

‘1티어를 넘어서 우리가 단독 1위로 올라가려면 저딴 쓰레기들을 쳐내야 해.’

단기적으로는 길드가 휘청거릴 수 있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이건 분명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제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따로 언럭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레지스탕스기의 길드장 제롬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저희 길드에서 귀하께 감히 해서는 안 될 짓을 해버렸습니다. 해당 직원은 곧장 해고 조치 취했으며…(중략)…그래서 귀하께 사과의 말씀 드리며 위로금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무려 제롬이 사과문을 작성해서 보냈다.

거기에 위로금으로 3만 달러까지 전해주었다.

메일을 받은 백현은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진짜야?”

용암 기사 제롬이라면 당연히 그도 알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1티어 길드의 수장이자 최상위권의 하이 랭커.

그런 그가 사과문과 함께 대충 3천만 원이 넘는 위로금까지 보냈다.

꿈인가 싶었지만 이게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꿈일 리가 없지 않나.

“…돈이 썩어 넘치는 사람인가?”

어안이 벙벙했다.

라이브 때 찾아온 암살자는 오히려 그의 라이브를 도와주었지만, 그 배후가 레지스탕스 길드인지는 몰랐다.

문득 머릿속에서 거기 부길드장이 메일을 보냈었다는 게 기억났다.

브라흐마스트라를 구매하겠다는 거였나.

팔 생각이 전혀 없어서 바로 삭제했었다.

“근데 이걸 길드장이 나한테 직접 사과까지 하다니. 경우가 바른 사람이네.”

3천만 원이 뉘 집 개이름도 아니고.

백현은 원래 별로 있지도 않았던 레지스탕스 길드에 호감을 품었다.

그리고 그게 제롬의 노림수 중 하나였다.

‘스트리머 언럭키. 준랭커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자. 레벨만 좀 더 올라가면 무조건 랭커가 되겠지.’

아니. 실력만 따지면 지금도 하위권 랭커들은 이길지도 모른다.

그런 언럭키가 레지스탕스 길드를 좋게 본다면, 나중에 그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른다.

혹시 우리 길드에 들어올지도 모르지!

게다가 노림수는 하나 더 있었다.

‘이런 선행은 아무리 비밀로 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알려질 테니까.’

부길드장을 비롯한 그 라인들을 다수 쫓아냈다.

소문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고, 원인을 찾다보면 언럭키에게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제롬이 이렇게 사태를 수습했다고 하면, 그의 선행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러면서 제롬은 슬쩍 메일을 한 통 더 보냈다.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혹시 가능하다면 저희 레지스탕스 길드에서 그 발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 드릴 것이며…]

통할지 안통할지는 몰라도, 일단 영입 메일을 보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별로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요.]

물론 백현은 딱히 다른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기에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보냈다.

큰 위로금을 받았기에 마냥 무시하지는 않았다.

* * *

1티어 길드들에 관한 소식은 월드 사가에서 가장 큰 뉴스거리였다.

유저 숫자 10억이 넘어가는 게임이다보니 뭐 하나 떴다 하면 엄청난 화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중요한 뉴스라면 1티어 길드들 사이에서, 그리고 1티어가 되고 싶어 하는 2티어 길드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입수했다.

-속보! 태양의 궁사를 비롯한 레지스탕스 출신 길드원 다수가 탈퇴! 이적 시장에 나왔다!

충격적인 소식이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번졌다.

“뭐? 갈로하론이 레지스탕스 길드를 나왔어?”

빅드래곤 길드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대룡 미디어에서 공격적으로 만든 신생 길드.

무려 회장 손자가 직접 길드장을 맡고 있지 않나.

본사 차원에서 자금을 밀어줘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그들은, 이제 2티어 취급을 받고 있었다.

“도대체 뭔 일인지 빨리 알아보세요!”

“네!”

빅드래곤 길드장. 정신찬의 말에 밑에 직원들이 재빨리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고된 사람이 다수고 실상을 알고 있는 레지스탕스 길드의 비서실 직원도 여럿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정신찬은 어이가 없었다.

“언럭키님을 암살하려고 길드 자금을 사적 운용했다가 짤려?”

“그렇습니다.”

“완전히 미친놈에 그거.”

한 번도 보지 못한 갈로하론에 대한 적개심이 치솟았다.

언럭키라면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며 호시탐탐 빅드래곤 길드로 데려올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걸 떠나서, 언럭키는 대룡 미디어와 광고 계약으로 묶인 사이다.

그가 라이브 도중에 암살자들에게 사망했다면, 언럭키 채널에 타격이 감은 물론이고 광고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레지스탕스 길드장이 제대로 된 판단을 했네요. 그런 놈을 제 식구라고 감싸지 않고 바로 잘라버리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지. 그런 녀석이 부길드장까지 해먹고 있던걸 보면…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걸까요?”

정신찬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부하 직원이 추가로 말을 전해왔다.

“그리고 길드장님. 이건 레지스탕스 길드장 비서실 쪽에서 극비로 나온 정보인데요.”

“뭔가요?”

“길드장 제롬이 언럭키님한테 직접 사과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위로금도 함께요.”

“흐음.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군요.”

정신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심을 판 악덕 사업자가 많은 이 시대에, 제롬처럼 행동하는 사람 정도면 훌륭하다.

‘인성이 괜찮은데. 나중에 타 길드와 협력할 일이 있으면 어지간하면 여기랑 해야겠어.’

“위로금은 얼마를 보냈다고 합니까?”

“3만 달러라고 하네요.”

“언럭키님 기준에서는 턱 없이 부족하군요. 하지만 뭐…나쁜 결과는 없었으니 이대로 퉁칠 만도 하고요.”

“네. 그리고…레지스탕스 길드장이 영입 제안 메일도 보냈다고 합니다.”

“네?”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

정신찬이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전까지 좋게 보였던 제롬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다.

‘이런 하이애나 같은 작자를 보았나!’

자신의 것을 빼앗는 악당이 여기 있었다.

“하! 꼴랑 3만 달러로 언럭키님 호의를 사서 영입을 하려고 해? 거 사람 참 쓰레기 같네!”

“…….”

씩씩거리는 정신찬 앞에서 부하 직원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고민하던 정신찬이 말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언럭키님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연락 보내세요.”

“…어떤 연락 말씀이십니까?”

“재계약.”

아직 광고 계약을 맺은 지 몇 달 밖에 안됐지만 무슨 상관인가.

“광고비 높여주고 매출 일정 부분 떼어주는 걸로 바꿔요. 대신 계약 기간은 2년 이상으로 좀 길게 잡고.”

“어…그건 랭커급한테나 해주는 계약인데요?”

“당연히 언럭키님한테도 그렇게 해야죠. 조만간 랭커될 게 확실한데.”

어디 랭커 뿐이랴.

지금의 잠재력만 보면 하이 랭커도 될게 분명했다.

“제가 대룡 그룹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께 배운 게 뭔지 압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퍼줄 때 대차게 퍼줘야 한다는 겁니다.”

찔끔찔끔 여러 번 줘봐야 감칠맛만 난다.

할 때는 확실히!

그래야 회사에 만족하고 어디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손해 같아도 우리가 오래 데리고 있으면 분명 어느 순간 이득볼 때가 올 겁니다. 그러니 새로 재계약서 작성해서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언럭키가 모르는 뒤편에서 큰돈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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