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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86화 (186/218)

#186화

-띠링!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업!]

빛이 번쩍였다.

헤탄이 준 사이드 퀘스트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퀘스트 내용은 제대로 읽지도 않았지만….’

일단 다짜고짜 찾아오라는 물건부터 건네줬다.

물건을 받고 경악하던 헤탄은 곧 정신을 찾았다.

“내, 내 정신 좀 봐.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봐서 못난 모습을 보였군.”

그렇게 말하며 헤탄은 묵직해 보이는 자루 하나를 건넸다.

“이번 일의 보수일세.”

-띠링!

[100,000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대략 천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퀘스트 한 번 해서 레벨업과 천만 원이라니.

이렇게 짭짤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이 퀘스트는 시작과 동시에 완수하지 않았던가.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언럭키에게 헤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헌데…자네 혹시 예언자인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바로 구해온 거지?”

“우연찮게 특임대 작전으로 볼튼 전 중장을 미리 처리했을 뿐입니다. 우연찮게 거기서 악신의 증표를 발견한 것뿐이고요.”

“음. 그런 거였나.”

헤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도 쉽게 보지 않았다.

우연이 겹쳤다지만 그것도 능력이 있어야 쟁취할 수 있는 법이다.

“신의 가호가 자네에게 함께 하는 것 같군. 좋아. 이건 내가 호르헤른님께 보고하겠네. 나중에 또 보지.”

헤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쁜지 짧은 인사를 남기며 후다닥 떠나갔다.

* * *

진급식은 약식으로 치뤄졌다.

언럭키의 강력한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런 의례적인 행사에 시간을 많이 쓰기 싫었다.

[훈장을 획득하셨습니다.]

[명예 수치가 +100 상승합니다.]

소령 계급장을 달면서 추가로 훈장까지 받았다.

그 덕에 명예 수치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

‘이젠 어느 도시를 가든 준귀족 취급을 받지 않을까?’

최소한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전을 나가있지 않은 특임대 대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주었다.

“진급 축하드립니다 소령님.”

“고맙다 메리 중위. 자네도 진급 축하해.”

이번에 함께 작전에 성공하여 진급한 메리 중위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맥켈 대장이 다가왔다.

“언럭키 소령. 따로 바라는 게 있나? 내 직권에서 가능한 거라면 들어주겠네.”

그의 말에 특임대원들 몇 명이 살짝 탄성을 터트렸다.

별 네 개의 포스타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어지간한 거는 다 된다는 의미였다.

“음 그러면….”

“그래. 편히 말해 보게. 뭔가?”

“다음 작전부터는 대인 암살보다는 몬스터 사냥 쪽으로 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요.”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 작전으로 얻은 게 많긴 했지만, 경험치만 놓고 볼 때는 좀 부족했다.

언럭키는 처음부터 이 곳은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했다.

다음 도시인 검신의 전당으로 넘어가 성검을 획득하는 것.

그게 목표였다. 빠르게 레벨을 올리면 올릴수록 좋은 것이다.

“허어….”

맥켈 대장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른 특임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보다가 서로 속삭였다.

“저 정도면 사실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 아닐까? 작전 수행하는 몬스터. 혹은 공적 쌓는 몬스터.”

“동감이야. 혹시 모르지. 군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몬스터일수도.”

“맥켈 대장님이 사적으로 부탁할 수 있는 권한을 줬는데 한다는게 저런 거라니….”

그들은 왜 언럭키가 최연소, 최단기 장성 소리를 듣는지 이해했다.

“그렇게 하지. 마침 적절한 임무가 하나 있는데 이걸 자네에게 맡기겠네.”

“감사합니다.”

맥켈 대장은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특임대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이 상황이 만족스러운 언럭키였다.

* * *

월드 사가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안의 길드들의 값어치도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100골드가 현실에서 약 10달러로 치환되는 세상이다.

게임 속에서 골드를 벌면 현실에서 부자가 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랭커가 되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스포츠 스타처럼 인기인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미튜버들이 한둘이 아니기도 했고.

레지스탕스 길드는 월드 사가의 1티어 길드였다.

그들은 게임 속의 단순한 길드에서 벗어나, 현실에서도 기업화에 성공했다.

길드 자체적으로 방송 채널을 마련하고, 아이템과 골드를 사고 팔며, 소속 랭커들을 서포트할 일반 직원들도 다수 뽑았다.

게임 외적인 것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나의 회사가 된 것이다.

“이봐 비서실. 혹시 그놈한테 연락온 거 없었나?”

그런 레지스탕스 길드의 부길드장 갈로하론은 궁수 계열 레전더리 직업 ‘태양의 궁사’였다.

1티어 길드의 부길드장 씩이나 되는 사람다운 직업.

거기에 실력도 훌륭하여 직업빨로 랭커가 된 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그가 최근에 꽂힌 건 ‘스트리머 언럭키’의 활이었다.

우연찮게 쉬는 날에 봤던 라이브 방송.

브라흐마스트라의 위력은 화면 너머로 보는데도 몸을 벌떡 일으킬 정도였다.

같은 궁수 계열이었기에 그는 저 활의 대단한 점을 한눈에 알아봤다.

레벨 제한은 자신이 쓰기에 너무 낮긴 하지만 궁사에게 꼭 필요한 옵션들로 꽉꽉 들어찬 명품이었다.

공격력을 추가해주는 몇 가지 강화작업만 한다면 충분히 자신이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레전더리 최상급이 분명해.’

그래서 곧장 비서실을 통해 구매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10억을 주겠다고 했으면 혹할 만도 할 것 같은데.”

10억.

서울 한복판이 아니라면 집 한 채를 턱 살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아무리 최근에 뜨고 있는 스트리머라고 해도 10억을 모아놨을 리는 없고.

아이템 하나 사는 데 쓰기에는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죄송합니다. 부길드장님. 아직까지 회신이 없네요.”

“…그래?”

갈로하론이 얼굴을 찌푸렸다.

보고를 하던 비서실의 여직원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부길드장의 나쁜 성격은 비서실 직원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놈. 내 메일은 읽었어? 혹시 바빠서 메일이 온 줄 모르는 건가?”

“…읽었다고 표시는 되어있긴 해요.”

“…….”

갈로하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놈이 요즘 좀 뜨는 스트리머라고 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보군.”

감히 누구의 메일을 무시하는 건지.

갈로하론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혈질이기도 했고.

상대가 거래할 마음이 없다면, 그 다음 선택할 수단은 강탈이다.

“지금 그놈이 있는 곳이 공중요새였지?”

“…네.”

“거기로 사냥꾼 몇 명 보내.”

그가 말한 사냥꾼이라는 뜻은 몬스터가 아니라 유저를 사냥하는 자들이었다.

거대 길드라면 개인적으로 그런 지저분한 일을 해주는 자를 몇 명 알고 있었다.

비서실 직원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아마 의뢰를 받겠다는 자들이 없을 겁니다. 솔직히 동레벨대에서 스트리머 언럭키를 잡을 수 있는 사냥꾼은 없을 거예요.”

지금까지의 여러 영상들. 그리고 최근 라이브에서 보여준 언럭키의 무력은 동레벨 최상급이었다.

아니. 본인보다 10~20레벨 정도 높은 유저들도 그의 옆에 서면 빛을 바랠 것이다.

공중요새에 들어갈 수 있는 레벨대는 정해져 있는데, 그런 사냥꾼들 중에 언럭키를 잡을 수 있는 자들은 찾기 힘들다.

“우리 측에서 아이템 지원해주면 되잖아. 유니크 아이템 지원해준다고 그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거 많을 거 아냐. 그거면 되겠지.”

“그건….”

“왜?”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비서는 작은 한숨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유니크 아이템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길드 자본을 사적으로 썼다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길드장의 성격을 알기에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저벅저벅.

맥켈 대장에게 새롭게 작전을 부여받고 언럭키가 움직였다

이번 작전은 요새의 남쪽.

잠자리 와이번 서식지 라는 곳이었다.

잠자리 와이번.

이름처럼 잠자리만한 크기의 와이번이었다.

크기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더 까다롭다.

크기만 작지 레벨대에 걸맞는 와이번들과 거의 비슷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심지어 여러마리가 뭉쳐서 다니기도 한다.

사냥 작전이었기에 라이브를 켜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 곳으로 왔다고 말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와. 아무리 언럭키라도 그렇지. 궁수 유저가 여기를 와?>

<어지간한 깡으론 절대 못 오는 곳인데. 대단하네 ㄷㄷㄷㄷ.>

이곳을 즐길 만한 직업군은 마법사. 그중에서도 화염 마법에 특화된 자들뿐이다.

그런 마법사 여럿이 잠자리 와이번이 뭉쳐 있는 곳을 향해 마법을 함께 난사하면 경험치를 크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반대로 목표물의 크기가 작기에 궁수 유저들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곳이고.

<하지만 언럭키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보통 궁수였다면 자살하러 가는 구나 생각할 것 같은데, 얘는 왜 기대가 되냐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을 배경삼아 언럭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저 멀리 날개를 빠르게 파닥거리며 날아다니는 잠자리 와이번을 본 순간, 그의 활이 불을 뿜었다.

-피피피피핑!

기관총처럼 난사되는 화살들은 단 한 방도 빗나가지 않고 와이번들을 꿰뚫었다.

* * *

“라이브 시작됐다. 잠자리 와이번이 있는 곳으로 갔다는군.”

“바로 사냥을 시작한다.”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유저 사냥꾼.

짧게 줄여서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두 명의 PK 유저가 움직인 것이다.

목표는 잠자리 와이번의 서식지.

“의뢰주가 언럭키를 죽여 그가 가지고 있는 활을 강탈해오라고 했었지.”

“활을 드랍할 때까지 몇 번이고 죽여야겠는데.”

“일찍 드랍하면 우리도 좋고 그 쪽도 좋을텐데. 부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레지스탕스 길드로부터 의뢰를 받은 그들은 원활한 암살을 위해 유니크 아이템을 대여받았다.

어쌔신용 단검이었다.

의뢰를 성공하면 보수와 더불어 이 아이템까지 아예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 있었다.

“동레벨 최강의 유저라고 하지만, 궁수잖아. 은신 후 기습하면 절대 방비하지 못할 거야.”

습격을 미리 눈치채고 있지 않은 이상, 무조건 자신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근처 다른 도시에 있다가 굳이 이 의뢰를 받고 워프 게이트를 탄 다음 여기까지 온 것이다.

와이번이라는 몬스터는 어쌔신인 그들이 상대하기 안 좋기에, 의뢰만 수행하고 다시 도시를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은신한 채로 사냥터를 빙 돌아 움직인 그들은 괜찮은 지역에 조심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제 여기 숨어서 언럭키를 관찰하다가 좋은 타이밍이 오면 가서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피피피핑!

언럭키가 활을 쏘는 모습을 보면서 사냥꾼들은 내심 인정했다.

‘실력이 무시무시하긴 하군.’

‘기습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기긴 힘들겠어.’

기관총처럼 화살을 쏴대는 모습은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화살은 잠자리 와이번을 노리는 것이었지 자신들을 향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음?’

어쌔신 중 한 명은 순간 흠칫 놀랐다.

언럭키의 시선이 이 쪽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

은신 후 엄폐까지 하고 있는데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다는 말인가.

그때 언럭키의 손이 움직였다.

직후, 시야가 붉게 변했다.

-푹! 푹! 푹!

기관총 같다고 했던 그 화살들이 수도 없이 몸에 틀어박혔다.

“크헉….”

“컥….”

두 명의 사냥꾼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놈들의 사체 아래로, 사이좋게 단검 하나씩을 드랍했다.

가장 최근에 얻었던, 의뢰 대금으로 선지급 받은 유니크 단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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