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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84화 (184/218)

#184화

공중 요새의 주력 계층은 군인이다.

현역 군인들이 주축으로 도시를 지키고, 나머지 사람들이 부유섬의 희귀 광물을 캔다.

군인과 광부의 도시.

현역 군인들의 정점인 장성급이 도시의 지배자 계층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간인 신분의 퇴역 군인들도 권력이 있었다.

현역 때처럼 병력을 거느릴 수는 없어도, 갖가지 방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름은 볼튼. 중장까지 올랐다가 몇 년 전에 군복을 벗고 물러났지. 지금은 광물 정산소를 운영하고 있고.”

맥켈 대장은 볼튼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시의 목적이 희귀 광물을 채취하는 것이다 보니 광물 정산소의 권력은 강할 수밖에 없네. 볼튼 전 중장은 그 권력으로 사병을 육성하고 있고.”

“그걸 그냥 놔뒀습니까?”

“명분이 좋았네. 광산을 노리는 미지의 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키기 위해서 자위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였지.”

“궤변이군요.”

병력이 필요하다면 군 병력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만이다.

중장까지 올라갔었으니 군대에 아는 사람도 많을 테고, 가볍게 한마디 말만 해도 사단급 병력을 주둔시켜줬을 텐데.

“수상하긴 했지만 수십 년간 도시에 충성을 바친 그를 함부로 의심할 수는 없었네. 그리고 군인들은 항상 임무를 수행하느라 바쁘니 따로 차출하기 미안하다는 식으로 변명을 해왔고.”

그렇게 볼튼은 성공적으로 전역 후에도 사병을 구축했다.

그 사병의 규모가 꽤 커진 지금은 이제 가만히 있더라도 꽤나 거슬릴 지경이었다.

아직까지 고위 장성들과 친분을 잘 다지고 있었기에 군인들도 불편한 마음을 애써 누른 채 문제 삼지는 않았다.

허나 그것도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볼튼은 선을 넘었어. 얼마 전에는 쿠데타 모의를 하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그쪽에 잠입한 우리 측 스파이의 전언까지 있었다.”

정면 대결을 펼친다면 도시의 피해가 클 것이기에 깔끔하게 볼튼만 암살하고 나머지 병력은 흡수하는 것으로 맥켈 대장은 결론을 내렸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볼튼 전 중장 암살 작전.]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부유섬의 공중 요새를 점령하려는 야망을 꿈꾸는 전 중장 볼튼을 암살하라.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특임대의 작전 수행 중 얻는 공헌도 2배.

퀘스트 창을 읽어본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해내 보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네.”

* * *

불튼 전 중장 암살 작전.

언럭키는 곧장 그를 사살하기 위해 떠났다.

이번 작전도 하루 안에 끝내려고 했다.

사실 하루는커녕 몇 시간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저…어떤 분이 이 쪽지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쪽지를?”

“예…추, 충성!”

꽤죄죄한 거지 꼬마 아이가 어색하게 경례하며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오랜만이군. 잘 있었나.]

‘에토?’

그건 에토로부터 온 편지였다.

몬시뇰 에토.

그는 지금 리바 델 레이 본부에 첩자로 잠입해있었다.

정기적으로 보낼 수 있는 정보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그게 지금 온 것이다.

이아손을 시켜서 접선 장소에 부유섬으로 이동한다는 쪽지를 남겨두라고 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전달된 모양이었다.

[네가 부유섬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번에 전해줘야 할 정보가 바로 떠올랐지. 이번에 리바 델 레이 본부에서 신경 쓰는 게 부유섬에 교단 분타를 내는 것이거든.]

‘교단 분타라면…헤탄님이 오신 이유가 그거 같은데.’

내용을 읽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헤탄님이 여기 온 이유와 겹치지 않는가.

[그쪽에 리바 델 레이 측 몬시뇰이 있다. 새롭게 임명된 놈인데 도시의 장성 출신이라고 하더군. 볼튼이라는 전 중장인데…]

‘!’

여기까지 읽었을 때 언럭키는 흠칫했다.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놈이 이번에 도시에서 쿠데타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성공하면 도시 전체가 분타가 되는 것이고, 사도 급으로 올라설 수도 있는 큰일이라 본부 전체가 집중하고 있기도 하지. 내 개인적으로는 네가 그걸 막아 줬으면 좋겠다.]

에토의 편지는 거기서 끝이었다.

이어지는 말로 나중에 더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전달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편지를 찢으며 언럭키는 상념에 잠겼다.

‘그럼 이번 작전에 얽혀있는 곳이 몇 군데인 거야 이거.’

맥켈 대장의 명령 외에도 에토의 정보로 놈을 암살하긴 해야 했다.

게다가 헤탄이 이 도시로 온 이유에 리바 델 레이와 연관이 있는 놈을 찾기 위함이라던데.

볼튼을 죽이고 그를 찾아가면 그의 임무를 대신 해내는 것이다.

통 큰 호르헤른 가문이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일석삼조!

언럭키가 의욕에 불탄 채 움직였다.

* * *

첫 요인 암살 작전이고 중요한 데다 위험한지라 맥켈 대장은 조력자를 붙여주었다.

“충성! 메리 소위입니다!”

메리 소위는 자주색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미녀였는데, 그녀는 어쌔신이나 입을 법한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살짝 눈 둘 곳이 애매해져 언럭키는 그녀의 눈동자만 빤히 바라봤다.

“언럭키 대위다.”

“알고 있습니다.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나를 안다고?”

“물론입니다. 대위님의 소식은 최근 특임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내용입니다.”

“…처음 듣는 소식인데.”

짐작은 갔다.

작전 성공을 보고하러 특임대 본부를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느껴지는 눈빛들이 심상치 않았다.

지금의 메리 소위처럼, 마치 우상을 바라보는 듯한 선망의 눈빛이었다.

“제가 임관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대위님같은 케이스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우상입니다!”

“…좋게 봐 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그러면서 메리 소위는 머뭇거렸다.

“저…혹시….”

“할 말이 있나?”

“혹시 이번 작전이 끝나면 사인 한 번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 바로 해주지.”

“가, 감사합니다!”

메리 소위는 양손을 꽉 쥐며 격하게 좋아했다.

사인을 해주고 언럭키는 그녀와 함께 움직였다.

전 중장 볼튼은 지금은 광물 정산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그가 머무는 곳도 도시의 구석에 있는 광산 쪽이었다.

“제 생각에는 놈도 무언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사병의 경계를 강화하고 본인은 광산 깊은 곳의 은신처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군 고위층과 인맥이 탄탄하다고 하니 무슨 정보를 입수했을 수도 있지.”

“맞습니다. 그래서 맥켈 대장님께서 절 대위님께 붙여드린 겁니다.”

“자네가?”

“예. 제 지난번에 볼튼 측에 스파이로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작전을 수행한게 저였습니다.”

메리 소위의 말에 언럭키는 그럴 것 같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복장만 봐도 직업군이 어쌔신 계열이라는게 상상이 됐다.

지금은 겉에 망토를 두르고 있긴 하지만, 한때 사신이었던 언럭키는 걸음걸이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갔다.

매일 보는 이아손의 움직임과 흡사했던 것이다.

“특임대의 스파이가 쿠데타 모의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더니. 그게 귀관이었나? 아주 휼륭한 임무를 했군.”

“…아, 아닙니다. 대위님의 명성에 비하면 저는 태양 앞의 반딧불입니다.”

메리 소위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금세 신상을 회복하더니 다시 임무 얘기로 넘어갔다.

“그리고 단순히 모의 정황만 포착한 게 아닙니다. 볼튼을 암살하기 위해 놈의 은신처까지 숨어들어 가는 루트를 알아냈습니다.”

“오. 그건 좋은 소식이군.”

언럭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까부터 하고 있었던 고민이었다.

광산 깊은 곳에 틀어박혀 있다던 놈을 암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대놓고 입구에서부터 학살하며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잘못하면 도시 고위 관계자를 특임대가 공격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맥켈 대장이 괜히 암살 작전을 내린 게 아니었다.

‘아니. 그냥 목격자도 없이 전부 처리하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나 광산에서 일하는 민간인도 많기에 그건 불가능.

때문에 이아손을 시켜서 볼튼에게로 향하는 다른 길을 좀 찾아보라고 시킬까 고민했었는데, 메리 소위가 이미 알아냈다니 다행이다.

“물론 그 길도 지키는 병력이 있긴 할 겁니다.”

“괜찮다.”

그 정도쯤이야 처리하는 데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 * *

은신처로 향하는 비밀 입구.

그 앞은 볼튼의 사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제가 빠르게 처치할까요?”

메리 소위가 단검 두 자루를 꺼내 들며 말했다.

숫자가 십여 명이었는데 상당히 자신 있어 보였다.

“아니.”

그러나 언럭키는 고개를 젓고는 활을 꺼내 시위를 걸었다.

-끼리릭

가만히 숨을 고르다가 시위를 놓았다.

-핑!

화살 한 방이 쏘아졌다.

조금 이상한 각도로.

메리 소위는 살짝 당황했다.

이 정도면 조준을 잘못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방향인 것이다.

‘대위님이 긴장하셨나?’

그때, 언럭키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화살통의 화살을 집고 쏜 다음, 다시 또 한 방을 쏘고, 또 다시 한 방.

-피피피피핑!

십여 발의 화살이 거의 시간차가 없이 쏘아져 나갔다.

전부 다 다른 각도였는데, 메리 소위는 왜 언럭키가 그렇게 활을 쐈는지 이해했다.

약간의 차이로 쏜 화살들이 전부 다른 각도로 쏘아져, 동시에 모든 사병들의 미간을 꿰뚫은 것이다.

-퍽!!

십여 발의 화살들이 꽂혔는데 소리는 단 한 번밖에 울리지 않았다.

“들어가지.”

“네, 넵!”

전멸한 사병들 틈을 성큼성큼 앞장서는 언럭키의 등을 메리 소위가 감탄한 채 쳐다봤다.

저러니까 특임대 최연소 장성이 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

* * *

진입한 광산 내부는 복잡했다.

갈림길이 여럿이었는데 어두워서 시야 확보도 제대로 안 되었다.

그러면서 적을 요격하기 위한 함정도 많았고, 가끔씩 볼튼이 배치해놓은 사병들이 있기도 했다.

-피피핑!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언럭키의 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함정의 중심축을 화살로 부수고, 숨어있던 사병들은 그 자세 그대로 머리에 화살이 박혀 죽었다.

함께 전투에 참여할 생각으로 잔뜩 준비했었던 메리 소위는 살짝 맥이 빠졌다.

이래서야 그녀가 할 일은 길 안내밖에 없지 않은가.

“이쪽입니다.”

다행히 메리 소위가 미리 파악해 놓은 길은 굉장히 쓸모가 있었다.

매우 복잡한 길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헤맸거나 길을 찾더라도 오래 걸렸을 것이다.

요리조리 갈림길을 지나가며 둘은 광산 깊은 곳까지 나아갔다.

“이번에는 이쪽입니다. 이제 여기만 지나가면 볼튼의 은신처까지는 지척입니다.”

메리 소위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다.

“잠깐.”

“?”

그런 메리 소위를 언럭키가 불러 세웠다.

지금까지 묵묵히 안내하는 걸 따라가기만 했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언럭키는 심각한 얼굴로 앞으로 나왔다.

“이 길이 확실한가?”

“네? 네. 여기가 분명 맞습니다.”

“…….”

고개를 갸웃하는 메리 소위.

언럭키는 가만히 앞을 바라봤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앞길에서 빛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파앗!

그건 붉은색 빛이었다.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듯, 아주 불길해 보이는 빛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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