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80화 (180/218)

#180화

날개 달린 몬스터의 고질적인 약점.

그건 날개 자체에 있었다.

하늘을 체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날개의 내구도가 약한데, 특히나 피막 같은 경우는 낮은 공격력으로도 쉽게 찢어낼 수 있었다.

월드 사가는 이런 면에서 현실성을 중요시했기에 보스 몬스터여도 그러한 약점은 마찬가지였다.

놈이 요격하지 못한 화살들은 손쉽게 날개를 박살내 놨다.

바닥에 떨어진 블랙 와이번 보스를 보며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어? 지금 내가 뭘 본 거냐?>

<뭐야. 나 잠깐 물 마시느라 못 봤어. 왜 보스몹이 화살에 맞아 떨어진 건데?>

<화살들이…허공에서 서로 부딪쳐가지고 궤적을 바꿔서 날아듦. 그게 보스몹 날개를 찢어버렸고.>

<?????>

시청자들이 당황한 와중에도 언럭키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또 어떤 능력이 있을지 모르니까. 기회가 생겼을 때 처리해야지.’

바보처럼 시간을 끌다가 회복이라도 하면 어떡하겠나.

보스몹 중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패턴을 가진 놈도 있었다.

“캬아아아….”

블랙 와이번 보스는 분노한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날개가 찢기고 바닥에 떨어져 통증이 있을 텐데도 절대 눈동자를 그에게서 떼지 않았다.

놈이 날갯짓을 한번 펄럭이자 예의 그 바람 칼날이 날아왔다.

언럭키가 또다시 옆으로 펄쩍 뛰어 굴렀다.

‘날개가 찢어졌는데도 여전히 쓸 수 있는 건가?’

언럭키의 머릿속으로 판단이 섰다.

역시 정면 대결로는 이길 수 없는 놈이다.

하늘에 있던 녀석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고 해도, 성왕이나 네크로 엠페러가 아니라면 무작정 들이박을 수는 없는 법.

그 대신 신궁에게는 신궁의 전투 방법이 따로 있었다.

“호야!”

“크헝!”

언럭키의 부름에 돌산 아래에서 백호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랐다.

전투폼으로 변신한 호야였다.

호야와 이아손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돌산의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더 이상 와이번 몰이를 해올 필요가 없었기에 따로 언럭키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럭키가 부르니까 번개처럼 달려왔다.

험준한 돌산이었지만 호야는 평지를 달리듯 펄쩍 펄쩍 뛰어다녔다.

실제로 하늘마저 밟고 달릴 수 있는 호야에게 이런 돌산의 지형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순식간에 솟구친 호야. 언럭키는 훌쩍 뛰어 호야의 등에 탄 다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입장이 정반대가 되었다.

호야가 돌산의 정상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달렸고 블랙 와이번 보스는 고개만 돌리며 이 쪽을 주시할 뿐이었다.

-핑! 핑! 핑!

호야에 탄 채로 언럭키가 활을 쏘았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화살들이 날아갔지만 블랙 와이번 보스가 만들어 낸 바람의 칼날에 막혀 사라졌다.

몇 줄기 바람이 이쪽으로까지 날아왔지만 호야는 몇 걸음 뛰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피해냈다.

“캬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블랙 와이번 보스를 보며 언럭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러분. 저 놈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는 거 같은데, 어이없지 않으세요? 아까 제가 당하던 거 똑같이 하는 건데.”

<…우리는 님이 더 어이없어요.>

<세상에 도대체 이게 무슨 방송이야. 와이번을 땅에 묶어두고 날아다니면서 패는 스트리머가 있다?>

<어질어질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을 보며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절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군요.”

그가 다시 시선을 블랙 와이번 보스에게 돌렸다.

-끼리릭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이번에는 바로 쏘는 대신, 천천히 시간을 들였다.

화살촉 끝에 붉은 기운이 몰려든다.

매드 스나이핑.

원래는 스킬을 사용할 시간이 없어서 못 썼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간에 요격이 날아온다고 해도 호야가 대신 피해주고 있었다.

-쐐애액!

시위를 놓자 붉은빛이 허공을 가로질러 돌산 정상으로 내리꽂힌다.

-콰아앙!

“캬아아아아악!”

예상했던 대로 놈은 피하지 못했다.

비틀거리는 놈을 향해 언럭키의 화살 세례가 쏘아졌다.

-푸푸푸푸푹!

쉴새없이 꽂히는 화살에 놈의 몸이 벌집이 되어간다.

녀석은 바람의 칼날을 일으켜 어떻게든 막기라도 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언럭키의 기예가 터져 나왔다.

-팅! 팅!

-태탱!

허공에서 서로 부딪친 화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각도로 쏘아져 놈을 공격한 것이다.

“캬아아아악…!”

괴로운 비명 소리가 터졌다.

저격과 일반 화살들이 번갈아가며 끊임없이 놈을 꿰뚫었다.

***

하늘에서 쉴 새 없이 패는 언럭키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패색이 짙어졌고, 더 지나자 결국 놈은 눈을 감았다.

-띠링!

[레벨업!]

블랙 와이번 족에 새롭게 탄생한 영웅을 죽이라는 특임대의 임무.

찾는 것도 어려웠고 상대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어찌어찌 잡아냈다.

보스몹이었기에 그 보상도 경험치만 있지는 않았다.

-파앗!

애초에 녀석이 있던 돌산을 봤을 때부터 파란색 빛이 터져 나왔었다.

그리고 놈이 죽은 후에 존재한 것도 파란색 빛이었다.

[젠키릭스의 가죽 갑옷]

-아이템 등급 : 유니크.

-아이템 효과 : 방어력 + 111.

-이동 속도 + 9% 상승.

-민첩 능력치 + 25 상승.

-블랙 와이번 족의 영웅으로 승격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은 젠키릭스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 가죽임에도 그 강도는 강철에 준할만큼 단단하고 가볍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20 이상.

유니크 가죽 갑옷.

직업이 바뀌면서 아직 이 직업에 어울리는 졸업템들을 맞추지 못했다.

아니. 졸업템은 고사하고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장비들만 챙겨 입었다.

유일하게 좋은 건 레전더리 최상급의 활뿐이었는데, 꽤 쓸 만한 물건을 얻었다.

‘맨날 레전더리만 봐서 그런가. 유니크는 뭔가 좀 아쉽게 느껴지는군.’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언럭키는 감지덕지라는 생각에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게다가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라이브로 이걸 보던 시청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던 것이다.

<오늘 이 라이브 보길 진짜 잘했다.>

<눈호강 ㄱㅅㄱㅅ>

[판수수달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치나노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호륵 호륵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거실화냐?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궁수가 혼자서 보스몹을 잡았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다들 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신위를 보인 것이다.

<크. 뽕이 차오른다.>

<보스몹 잡고 레벨업한 것부터 유니크 아이템 드랍한 것과 혼자 먹는 것까지. 완벽하다 진짜. 내가 꿈에서나 꿔볼 수 있을만한 플레이였다.>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왜 언럭키 아직 랭커 아님?>

후원의 단위가 달랐다.

만 원 이상의 후원들이 대다수였고, 심심찮게 10만 원 이상의 후원도 터졌다.

게다가, 기대했던 사람도 등장했다.

-빠밤!

[건물주입니다 님이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멋있는 플레이 잘 봤습니다.>

“!!”

언럭키의 눈동자가 순간 동그랗게 커졌다.

무려 500만 원의 후원.

“후, 후원 감사합니다.”

여기에서는 언럭키조차도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

언럭키의 라이브가 끝났다.

그 후로도 시청자들은 한껏 고조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월벤으로 향한 그들은 게시판을 점령했다.

<오늘 언럭키 라이브 안 본 바보들 없지?>

<ㅋㅋㅋㅋㅋ 설마 그런 멍청이가 있겠음?>

<있으면 빨리 언럭키 채널 가서 댓글 남겨라. 하루라도 빨리 라이브 다시보기로 올려달라고>

본 사람들끼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감격과 칭찬이 자자했다.

안 본 사람들도 절로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다.

<바이럴은 아닌 것 같은데. 진짜 그렇게 재밌다고?>

<언럭키라면 몇 번 들어본 적 있는데. 아직 레벨이 그렇게 높은 사람은 아니잖아.>

<어디. 나도 한 번 봐 볼까?>

광고가 아니라 순수하게 감탄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으니,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 들어가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올라와있는 영상들은 이렇게 신규로 유입된 사람들을 거의 대부분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채널의 덩치가 커져갔다.

한편, 그런 상황에서 언럭키는 도시로 복귀했다.

특임대의 본부로 가자 중사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마중 나왔다.

“충성. 언럭키 상사님. 용무 있으십니까?”

“그래. 맥켈 대장님을 뵙고 싶은데.”

“대장님께서는 지금 집무실에 계십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사의 뒤를 따라 꼭대기에 있는 맥켈 대장의 집무실로 갔다.

‘포 스타가 한가할리는 없을 테고. 날 위해 미리 시간을 비워둔 건가?’

설마 만나자고 하자마자 바로 안내를 받을 줄은 몰랐다.

잘 된 일이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가 자신을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집무실로 가자 맥켈 대장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음. 다시 왔군?”

“충성. 작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그래. 자네가 금방 다시 올 줄 알았지. 역시 첫 작전으로 블랙 와이번은 너무 어렵…뭐!?”

웃고 있던 맥켈 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작전에 성공했다고? 어려워서 재정비를 하기 위해 돌아온 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블랙 와이번의 영역에서 말씀하신 영웅으로 진화한 개체를 찾았고, 놈을 격살했습니다.”

언럭키는 증거품으로 보스몹을 잡고 나왔던 잡템을 꺼냈다.

다른 블랙 와이번에 비해 족히 2배는 더 큰 발톱이었다.

“…정말이군.”

맥켈 대장이 소리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허어. 재능의 출중함을 알아보아 영입하긴 했다만…설마 이 작전을 하루 만에 완수할 줄이야.”

심지어 혼자서 한 일이다.

특임대는 인력 부족이라 많은 작전을 혼자서 한다지만, 난이도 높은 것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임대의 베테랑 위관급, 영관급 장교들도 홀로 이 작전을 맡았다면 최소 3일. 많으면 일주일은 걸렸을 텐데.

“무슨 수를 쓴 건가?”

“운이 좋았습니다.”

언럭키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임무의 가장 어려운 점은 다른 것도 아니고 수색이다.

블랙 와이번 보스몹을 찾는 게 시간을 엄청나게 들이거나 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운 좋게 행운의 무지개 능력으로 그 시간을 단축시켜 해결했을 뿐이다.

“…군인에게는 운도 실력이지. 어쨌거나 결과를 가져왔으니 더 묻지는 않겠다. 첫 작전을 이렇게 훌륭하게 수행하다니. 과연 우리 특임대의 기대주라고 할 만 하다.”

맥켈 대장은 많이 기쁜지 껄껄 웃었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에 성공하셨습니다.]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2배의 군공을 획득합니다.]

바로 직전에 레벨업을 한 번 하고온 터라 아쉽게도 또 레벨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그에 준할 만큼의 경험치를 받았다.

게다가 특임대의 특성상 2배의 군공까지.

이 군공들은 점수화되어 보관되는데, 나중에 경험치로 바꾸거나 아이템이나 스킬로 바꿀 수가 있다.

당장 경험치는 크게 필요 없고, 아이템이나 스킬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원하는 게 있긴 하지만 그건 전부 레전더리급이라 아직 군공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차곡차곡 잘 쌓아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걸 받게. 이렇게 빨리 주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맥켈 대장이 서랍에서 조그마한 무언가를 꺼냈다.

“!”

그건 다이아몬드 하나가 박혀있는 견장. ‘소위’ 계급장이었다.

“진급 축하하네. 언럭키 소위.”

“감사합니다!”

도시에 온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지휘관 계급으로 올라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