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핑! 핑! 핑!
활시위를 놓을 때마다 한 발씩 화살이 날아간다.
브라흐마스트라에 내장되어 있는 ‘유도샷’ 스킬이 적용되어 화살은 적당히 쏘면 알아서 몬스터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쑥쑥 들어오는 경험치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냥을 하면서 언럭키는 점점 직업에 대한 이해도와 아이템의 사용법을 깨달았다.
‘무조건 유도샷만 믿으면 안 되고 어느 정도는 내가 해야 돼.’
유도샷은 마나를 소모해 화살을 허공에서 조종해 방향을 바꾸는 스킬이다.
당연히 방향을 크게 바꿀수록 소모되는 마나는 많아진다.
모든 평타를 그런 식으로 썼다가는 아무리 마나량이 많더라도 금세 바닥날 터.
하지만 조준은 언럭키가 직접 하고, 아주 미세한 조작만 유도샷의 도움을 받으면 마나량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핑!
그걸 깨달은 후부터 언럭키는 최대한 직접 하려고 했다.
직업 ‘신궁’의 명중률 보정은 애초부터 굉장히 높았기에, 유도샷 없기도 맞추는 건 쉬웠다.
유도샷의 도움은 그 한 방을 치명타로 맞춘다는 점에 있었다.
-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200% 상승!]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가슴팍에 꽂힐 만한 공격이 심장을 관통시키고, 눈을 통과할 화살이 미간에 꽂힌다.
그런 식으로 약간의 유도만 되어도 치명타가 터지며 모든 몬스터가 전부 한 방에 죽었다.
이렇게 하니 유도샷을 계속 쓰면서도 마나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가 되었다.
‘싹 다 원킬이라니. 미쳤네 진짜.’
헬로임은 자신이 들고 있는 가상의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했다.
물론 물리적 실체는 없어서 손 좀 떨린다고 렌즈까지 떨릴 일은 없겠다만, 그만큼 언럭키의 플레이는 대단했다.
모든 평타를 이 먼 거리에서 전부 다 치명타로 때려 넣다니!
유니크급 직업의 궁수 유저임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 것이다.
헬로임이 그럴 정도였으니 시청자들은 더했다.
[지진진우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겜똥망겜이죠?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호륵 호륵 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켄텍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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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후원들이 이어졌다.
<궁수가 뒤에서 딜만 넣는 직업이 아니었구나. 무조건 앞에서 지켜줄 탱커가 필요한 줄 알았는데.>
<저것도 뒤에서 딜만 넣고 있긴 함.>
<ㅋㅋㅋㅋㅋ아 맞지. 탱커고 뭐고 몬스터가 다가올 틈도 없게 처치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따지면 궁수라고 안하고 암살자라고 우겨도 되는 거 아니냐? 싹 다 암살해버리는 거랑 뭐가 달라.>
이런 식으로 궁수를 플레이하는 건 쉽지 않다.
일부러 학살을 위해 레벨대가 훨씬 낮은 사냥터를 가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월잘알(월드사가 잘 알)인데 궁수로 이런 퍼포먼스 보이려면 딱 두개가 좋아야 함.>
<그게 뭔데?>
<직업이랑 아이템. 무조건 레전더리 직업에 레전더리 아이템이라는 것에 내 손가락 걸 수 있다.>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언럭키가 직업을 바꿀 때마다 항상 굉장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아이템의 스펙은 밝히지 않았지만 분명 저것도 대단한 물건이겠지.
-빠밤!
그러다 커다란 팡파르 소리와 함께 한 건이 터졌다.
[건물주입니다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무려 100만원의 후원!
<대박! 큰손 형님 오셨다!!!>
<건물주입니다? 저분 네임드 아냐? >
<진짜 건물주라는 소문이 있던데…>
<이야. 쎄다 쎄.>
채팅창을 보던 언럭키 역시 속으로 환호성을 터트렸다.
‘내 채널에 큰 손이 왔어!?’
다른 대형 미튜버의 영상을 보다보면 가끔 이런 장면이 터지곤 한다.
남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자신이 겪을 줄이야.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괜히 주접 떨며 좋아하면 그건 하수다.
최소한 ‘스트리머 언럭키’의 컨셉은 그렇게 잡지 않았다.
“후원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건물주입니다님. 100만원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볍게 카메라를 보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약간은 무심한 듯한 모습!
그러면서 슬쩍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는데, 때마침 좋은 게 눈에 띄었다.
“리액션은 몬스터 사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에이. 너무 심심한 리액션 아님? 사냥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건데.>
<아니면 이대로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사냥하는 게 리액션인가?>
언럭키는 채팅창에 대답해주는 대신 몸을 약간 돌렸다.
“크아아아아!!”
저 멀리서 사자후와 같은 고함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를 낸 것은 다른 와이버니안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큰 놈이었다.
[엘리트 몬스터 : 스틸 헤드 와이버니안]
-레벨 : 140.
레벨 140짜리 엘리트 몬스터.
지금의 언럭키와는 무려 14개나 되는 레벨 차이가 있었다.
거리가 상당히 멀었음에도 놈은 언럭키를 알아채고 이 쪽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엘리트 몬스터라서 일반 몹보다 색적 범위가 넓은 모양.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에 놈의 생김새가 자세히 보였다.
머리와 심장 부위가 마치 강철처럼 번쩍이며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궁수에게는 천적이라는 뜻이었다.
<머리랑 가슴이 왜 저렇게 생겼어? 저거 화살 박히나?>
<강철 대가리랑 갑빠? 화살 정도는 우습게 튕겨내겠는데?>
“어, 언럭키님?”
헬로임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메라맨은 촬영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지금만큼은 끼어 들 수밖에 없었다.
딱 봐도 저 놈은 멀찍이서 처리할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이럴 때를 대비해 법사 한 명만이라도 보험으로 같이 데려오자고 한 건데….”
마법사가 미리 캐스팅해놓은 마법 한 방 날리고 그 뒤로 언럭키의 화살 세례가 이어진다면, 치명타를 입히지 못해도 해치울 만하리라.
언럭키가 자세를 잡은 건 그때였다.
-끼리리릭!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는 풀 드로우 자세로 활시위를 당겼다.
활대가 매끄럽게 휘어지며 그의 정신이 한군데로 집중되었다.
-키이잉!
화살촉에 붉은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화살을 감싸듯 은은하게 빛나는 기운은 위협적인 기세를 풍겼다.
매드 스나이핑.
브라흐마스트라에 내장된 두 번째 스킬로, 기를 모아 저격하는 스킬.
‘거리가 좀 짧아서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저격용 스킬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매드 스나이핑 역시 상대와의 거리가 멀수록 데미지 보정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적이 먼저 이 쪽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상황.
-쐐애액!
활시위를 놓자 붉은색으로 빛나는 궤적이 허공에 그어졌다.
엘리트 몬스터임에도 놈은 화살에 반응조차 못했다.
붉은빛이 심장 부위에 와 닿을 때도 눈동자만 굴러간 게 전부였다.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났다.
잠시 후 드러난 광경은 가관이었다.
땅이 푹 패이고 밀려있었으며, 스틸 헤드 와이버니안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죽어있었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200% 상승!]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엘리트 몬스터답게 경험치가 꽤나 많이 들어왔다.
언럭키가 다시 카메라를 보며 싱긋 웃었다.
“어때요. 이 정도면 100만원 후원에 대한 리액션으로 적당한가요?”
“…….”
헬로임은 자기한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채팅창 역시 순간 놀랬는지 정적이 왔다.
이어진 것은 폭발적인 채팅 세례였다.
<리액션 미쳤다 ㄷㄷㄷㄷ. 엘리트 몬스터를 한 방에 잡는 리액션을 보여줘?>
<저 스킬 대체 뭐임? 위력만 아니고 간지도 터진다.>
<어떤 스트리머가 저딴 걸 리액션이라고 할 수 있겠냐ㅋㅋㅋㅋㅋ. 대단하다 진짜.>
<한 번 더 보여주세요! 한 번 더!>
<여기 컨텐츠 단단히 준비하고 왔네. 후원 터지자마자 저런 큰 걸 날리다니.>
<아ㅋㅋㅋㅋㅋㅋ. 이런 걸 보여 주면 못 참지. 오늘 형 지갑 연다.>
이어서 터진 건 아까와 같은 자잘한 금액의 후원이 아니었다.
[오늘부터 언럭키팬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랭커가즈아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kiosi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기가 맛집인가요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대의 후원이 펑펑 터진 것!
“어….”
언럭키조차도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쉴 새 없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잡아 내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후원을 이렇게 많이 해주시면….”
힐끔 마나량을 확인한 언럭키가 밝게 웃었다.
“리액션 몇 번이고 더 해야겠군요.”
저격 리액션 정도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더 할 수 있었다.
***
성공적으로 라이브가 끝났다.
백현, 박세훈, 이용승 세 사람 모두 성공적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정산금이…하하….”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왔네요.”
“이래서 사람은 유명해지고 봐야 한다는 건가.”
이용승과 박세훈이 차례대로 감탄했다.
[후원금 총액 : 26,412,004원]
무려 하루만에 2600만원이나 되는 후원금을 받은 것!
게다가 이 라이브가 화제가 되어 새롭게 유입이 늘어났고 구독자도 증가했다.
“이전에 업로드 해놓았던 영상들 조회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이 수익도 꽤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했던 라이브도 편집해서 올리면 또 짭짤하게 들어오겠지.”
순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번 컨텐츠 제대로 짠 것 같습니다. 반응들이 엄청 좋네요.”
이용승의 제안으로 시작해본 것이었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새롭게 공개한 직업인데다가 일반 궁수들이 보여줄 수 없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렇게 잘될 때일수록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하는 법.
“지금 중사니까 장군 될 때까지는 아직 꽤 남았죠. 그 과정에서 오늘처럼 매일 라이브 하다보면 꽤 달달하겠네요.”
오늘의 반의반만 되어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박세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달달? 달달 수준이 아닐걸?”
“앞으로도 첫날처럼 많이 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오늘이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백현은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애써 차오르는 기대감을 억눌렀다.
“난 절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 그나저나 백현 씨. 이 돈은 입금되면 어떻게 할 거야? 바로 또 빚 갚나?”
“아뇨. 이건 쓸데가 있어요.”
“어디에다? 여기선 치킨 한 마리도 못 시켜먹는데?”
강제로 절간에서 수행하듯 살고 있는 그들이다.
돈이 있어도 콩밥만 못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
“이번에 플레이해보니 거래소에서 아이템이나 스킬을 몇 개 좀 사야할 것 같아서요.”
두 번째 사냥이자 첫 라이브를 겪어보며 느낀 건 신궁의 대단함뿐만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한계도 있었다.
‘다른 사냥터로 넘어가면 분명 문제가 될 거야.’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오랜만에 현질을 좀 해야 할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