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75화 (175/218)

#175화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공지가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오랜만에 라이브! 와이번의 공중 요새에서 별 달아보는 컨텐츠입니다.]

[라이브 시작까지 남은 시간 : 2시간]

스트리머 언럭키를 구독한 사람들에게 알림이 갔다.

구독자들은 제목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뭐? 별 다는 컨텐츠를 한다고?”

공중 요새는 원거리 직업군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도시였다.

규율이 빡세지만 효율은 엄청나게 좋은 도시.

무조건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 중에 하나였다.

당연히 비슷한 직군의 유저들이 모이다보니 경쟁 심리도 존재했고, 얼마나 높은 계급까지 올라가느냐는 많은 유저들의 관심사였다.

대다수의 일반 유저는 병사에 머무르고, 실력 좀 있다 싶으면 부사관급으로 도시를 졸업했다.

어디 유명한 길드 소속이라면 소위 이상의 장교로 진급해 지휘관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소령 이상의 영관급을 달성하는 극소수의 유저도 있었는데, 그들은 보통 미래에 랭커가 되었다.

그렇다면 별은?

장성 진급에 성공한 원거리 유저들은 랭커 중에서도 극소수.

랭킹 1000위 안쪽의 하이 랭커들 중에서 별을 달아본 유저가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언럭키는 그걸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 라이브로!

라이브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지만 채팅창은 열려 있었다.

제목 어그로 덕분인지 미리 대기타고 있는 시청자들도 꽤 많았다.

그들은 채팅창에서 열띤 토론을 나누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럭키 직업 성왕 아니었냐? 천공의 탑에서도 그렇고 지저 도시 공개하는 컨텐츠에서 분명 그렇게 봤는데.>

<그렇긴 했는데, 그 다음에 지저 도시 탐사 영상 한 번 더 공개했을 때는 네크로 엠페러였음. 해골 몰고 다니면서 몬스터 뚝배기 깨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라.>

언럭키 채널에 공개되어 있는 마지막 영상은 지저 세계에서 해골들을 부리며 몬스터를 처리하던 영상이었다.

<근데 어떻게 와이번의 공중 요새에서 별 다는 컨텐츠를 한다는 거야? 네크로 엠페러로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할 텐데.>

음지의 도시나 무법자들의 도시 같은 곳이 아니면 어둠 속성 직업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심지어 공중 요새는 그냥 도시도 아니고, 원거리 직업군이 아니면 기피하는 도시.

네크로 엠페러는 마법사이지만 네크로맨서이기에 그런 곳의 사냥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해골 기사와 해골 병사는 거의 못쓴다고 봐야하니까 말이다.

<글쎄. 다른 직업으로 바꿔서 하지 않을까?>

<네크로맨서가 아니고 그냥 마법사도 플레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닠ㅋㅋㅋㅋㅋㅋ 그럼 직업이 또 바뀌는 거야? 도대체 직업 뽑기 때 무슨 직업을 고른 거야?>

<모르긴 몰라도 최소 레전더리 직업 같은데. 좀 사기적인긴 해.>

<역시 인생 운빨이구나.>

<저게 운빨만으로 되겠냐. 좋은 직업 나올 때까지 계속 캐릭터 삭제하고 다시 만들었겠지.>

<아 맞네. 그럼 운이랑 돈이랑 둘 다 많아야 하는 거구나…. 현실부터가 사기캔데?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진행을 하려나 싶어 기대했다.

이런 기대감은 나중에 배신하지만 않으면 시청자들을 고정 팬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2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곧이어 언럭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어? 지금 등에 맨 저거 뭐야. 활?>

<이번 직업은 궁수야??>

신궁 언럭키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특임대에 들어온걸 환영하네 언럭키 중사.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맥켈 대장님.

-그래. 일단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대기하고 있게.

-바로 임무에 투입되는 게 아닙니까?

-너무 갑작스럽게 자네가 들어와서 아직 적절하게 투입할 작전이 없어. 조금 기다리게. 그 시간동안은 자유롭게 보내도 되네.

-…알겠습니다.

바로 특임대에서 임무를 수행할 줄 알았던 언럭키에게는 김빠지는 일이었다.

언제 맥켈 대장이 다시 부를지 모르는데 시간을 놀리고 있기는 아까웠다.

심지어 이용승과 박세훈과 라이브를 하기로 회의까지 끝마쳤는데, 마냥 기다려야 하다니.

그때 다시 찾아온 게 헬로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길가에 서서 미래 계획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가 다가왔다.

“언럭키님. 오랜만…은 아니군요. 어쨌거나 이렇게 뵙게 되어 좋군요.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저를요?”

“네. 이번에 군공 많이 얻어서 제가 새로운 사냥터를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언럭키와 첫 사냥을 함께했던 병사들은 모두 1계급 특진을 겪었다.

전부 다 일병으로 진급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라다녔지만 같은 부대원이었다는 이유로 그만한 군공을 얻었다.

부대의 지휘관이었던 헬로임은 당연히 그들보다 더 많은 군공을 얻었다.

사냥은 언럭키가 다 했기에 대부분의 군공은 그가 독식했지만, 지휘관인 그에게 떨어지는 콩고물도 장난 아니었다.

그 결과 상층부로부터 더 좋은 사냥터를 배정받게 되었고, 곧바로 다시 언럭키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제 부대에 들어오시는 것 어떠십니까? 이번 사냥터는 레드 와이번 때보다 경험치랑 군공 얻기에 더 좋습니다.”

“음…나쁘지 않군요.”

“그럼…!?”

“근데 제가 그리 오래 함께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맥켈 대장이 작전 명령을 내리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특임대의 임무는 특임대만이 수행할 수 있기에 헬로임과 그때도 계속할 수는 없었다.

헬로임은 굳은 표정으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벌써부터 언럭키님을 알아보고 같이 하자는 지휘관들이 있었군요.”

“…예?”

“하긴. 지휘관 입장에서 언럭키님 같은 부관은 무릎 꿇고 제발 함께해달라고 빌어야 할 정도니까요. 전에 함께했던 병사 유저 분들이 벌써 소문을 다 퍼트리고 다녔나보군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들을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무한 경쟁 사회이다.

헬로임이 언럭키를 바라봤다.

“혹시 제게 요청하실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다른 지휘관들보다 저와 함께 하는 게 좋다는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 있었다.

현재 지휘관급 유저 중에서도 극소수만 존재하는 ‘소령’ 아니던가!

언럭키가 자신을 선택해 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함께 다니다보면 중령. 잘하면 대령까지도 될 수 있을 거야.’

그것만으로도 길드에서의 평가가 달라지리라!

헬로임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어….”

언럭키는 의욕에 불타는 그를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꼭 필요한 게 있긴 했다.

“그러면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긴 합니다.”

“오. 뭔가요?”

“카메라맨 좀 해 주시겠어요?”

“…예?”

“제가 라이브 영상을 좀 찍으려고 하거든요.”

“…….”

***

갑작스런 카메라맨 제안이었지만 헬로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랭커가 되면 나도 미튜브를 시작할지도 모르니까. 그때를 대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지.’

언럭키는 아직 잘나가는 스트리머는 아니지만, 성장세가 무서운 신예였다.

그런 그의 라이브 방송을 찍어주며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리라.

그렇게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활을 차고 등장한 언럭키의 모습에 채팅창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와 대박. 궁수!!?>

<도대체 직업이 몇 번이나 바뀌는 거얔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 컨텐츠가 지루할 틈이 없어.>

<완전 미튜버 최적화 직업인데?>

“반갑습니다 여러분. 라이브로 인사드리는 건 오랜만이네요. 언럭키입니다.”

<ㅎㅇㅎㅇ>

<인사는 빠르게 끝내고 새 직업이 뭔지 좀 알려주세요>

<궁수계열 레전더리 직업이죠?>

채팅창을 보며 언럭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질문에 대답드리기 전에, 광고부터 보고 가시죠.”

미리 준비해놨던 대룡 미디어의 15초짜리 광고가 시작되었다.

<아…여지없이 등장하는 광고….>

<맞죠…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광고 열심해 해야죠.>

<대룡 미디어에서 정말 좋아할 듯ㅋㅋㅋㅋㅋㅋㅋ.>

광고가 끝난 뒤, 언럭키는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제 직업에 대한 건 사냥을 하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 있는 장소는 공중 요새 동쪽에 있는 ‘와이버니안의 땅’ 이라는 곳입니다.”

이번에 헬로임이 언럭키를 자신 있게 찾아왔던 이유가 바로 이 사냥터.

와이버니안의 땅 때문이었다.

군공이 적은 지휘관이라면 오지도 못하는 곳이며, 그만큼 경험치가 동레벨 몬스터에 비해 많았다.

<어? 와이버니안 나오는 곳이에요? 거기 들어가기 어려운 곳인데 용케 가셨네 ㄷㄷ.>

<계급장 보면 중사인데, 어떻게 가셨지?>

와이버니안은 이 공중 요새에서 등장하는 모든 와이번 계열 몬스터 중에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놈들이었다.

보통의 와이번과는 다르게 이족보행하며 무기를 휘두르는 몬스터.

그리고 그런 이족 보행의 몬스터는 원거리 계열 유저들의 밥이다.

일단 전투의 선공권부터 일방적인 주도권까지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언럭키는 와이버니안의 땅을 걸어서 움직였다.

얼마 가지도 않아서 저 멀리 와이버니안이 보였다.

이족 보행하는 도마뱀의 모습. 등에는 퇴화되어 작은 두 날개가 달려있었다.

-끼리릭

언럭키가 활시위에 화살을 건 다음 쭉 당겼다.

완벽한 풀 드로우(Full Draw) 자세였다.

-푹!

쏘아진 화살은 그대로 와이버니안에게 틀어박혔다.

그걸로 끝이었다.

놈은 그대로 쓸어졌고, 곧 시체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엥? 뭐야 이거?>

<와이버니안이 평타 한 방에 사라졌다고?>

레벨 130대 중반의 몬스터가 평타 한 방에 죽었다.

강력한 스킬 하나 쓴 적 없는데 말이다.

<혹시 스킬 쓴 건데 내가 못 본 건가? 화살 위력 강화해주는 스킬 같은 거.>

<그럴 리가. 진짜 아무것도 없이 그냥 쐈는데?>

논란의 채팅창을 두고 언럭키는 다시금 화살을 발사했다.

-끼리릭.

-핑!

한 발을 발사한 다음, 쉬지 않고 다시금 새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핑! 핑!

그렇게 연달아 두 번 더.

총 세 발의 화살을 발사했다.

마치 허공에서 뱀처럼 휘어지듯 날아간 화살은 저 멀리 서 있던 와이버니안들에게 틀어박혔다.

세 마리에게 정확히 각각 한발씩.

-푹! 푹! 푹!

놈들이 동시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미친!!!!>

<와 평타 3연발로 몬스터 3마리 삭제시켰어??>

<뭐냐 이거. 직업이 좋은 거냐 무기가 좋은 거냐??>

그리고 이 같은 장면을 보면서 놀란 건 촬영 중이던 헬로임도 마찬가지였다.

‘와….’

여기 오기 전에 헬로임은 언럭키를 여러 번 설득한 적이 있었다.

-언럭키님.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둘이서 와이버니안의 땅으로 가는 건 위험합니다. 물론 저번에 봐서 언럭키님의 실력이 어떤지는 잘 알지만…

-괜찮습니다.

-와이버니안이 이족보행이라고 만만하게 보시면 안 됩니다. 접근을 허용하면 그 때는 끝이에요.

날지 못하는 와이버니안은 원거리 유저의 밥이다.

하지만 만약 원거리에서 처치하지 못하고 접근을 허락한 순간, 그 때부터는 입장이 반대가 된다.

일반 와이번과 다르게 놈들은 날지 못하는 대신 무기를 사용했다.

창칼을 휘둘러오는 놈들의 근접 공격력은 오히려 와이번 이상!

그렇기에 놈들이 접근하기 전에 완벽하게 처리할 화력이 있어야 했다.

헬로임은 몇 번이나 다른 궁수들을 함께 데려갈 것을 요청했다.

하다못해 보험용으로 큰 거 한 방 날릴 수 있는 마법사만이라도 데려가자고 했지만, 언럭키는 전부 다 거절했다.

-그러면 경험치 뺏기잖아요. 전 혼자 다 먹는 게 좋아요.

-아니….

헬로임은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왜 그렇게 자신감에 찼었는지 알겠네.’

헬로임은 깨달았다.

‘조언이고 뭐고, 나는 그냥 열심히 카메라만 찍으면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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