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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71화 (171/218)

#171화

‘나한테 왜이래?’

언럭키는 당황했다.

원래는 도시에서 이등병 계급을 부여받고 차근차근 올라갈 계획을 세워두었었다.

와이번의 공중 요새는 모두 다 이등병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실력만 있다면 계급은 금방 상승한다.

그럼 그때부터는 대우도 받고 꽤 편한 도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직업 ‘신궁’이라면 분명 그리 어렵지 않게 높은 계급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이러는 건 이상한데.’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만…?”

“그럴 리가요. 가만히 계실 때도 은은하게 흘러나오시는 그 기품. 필시 작위를 가지신 분이시겠지요.”

항상 챙기던 명예 수치가 이럴 때 작용을 했다.

아무리 강한 계급이 적용되는 도시라고 해도 명예 수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명예를 높여놓은 유저일수록 NPC가 보기에는 고귀함과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고귀하신 분께서 신의 뜻과 함께 도시를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혹시 그 주인 되시지 않으십니까?”

“……!”

언럭키는 그제야 상황이 대충 이해 됐다.

유스티아의 신탁 때문이었던 것!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도시에서는 그가 신탁을 받았다는 걸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다.

“맞긴 한데….”

“아, 역시! 부디 저희를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사들을 따라갔다.

정확한 상황은 몰라도 그냥 이등병 계급을 받고 시작하는 것보다는 나아보였다.

“뭐야? 우리랑 같이 여기로 온 유저 아니었어? 왜 특별 취급하지?”

“여긴 인맥이 통하는 곳도 아닌데….”

그런 언럭키를 뒤에 있던 다른 유저들이 보고 수근거렸다.

“거기 이등병! 잡담하지 마라! 너야말로 특별 취급을 받고 싶은가!”

“…….”

“…….”

병사 한 명이 눈에서 불을 뿜자 유저들은 입을 다물었다.

***

유저 ‘헬로임’은 궁수 유저 중에서 유망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첫 직업 뽑기에서 유니크 직업 ‘사냥의 제왕’ 이라는 궁수 계열 직업을 얻은 것이다.

야수형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공격력 보너스와 경험치 보너스를 얻는 좋은 직업이었다.

거기에 본인의 실력과 센스, 운도 나쁘지 않았기에, 그는 1티어 길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저기 봐. 크라비온 길드 소속인가 봐.”

“길드 마크를 떡 하니 붙이고 다니네.”

“나 같아도 그러겠지. 자랑스러워할만 해.”

길드 ‘크라비온’.

쟁쟁한 1티어 길드 중 하나였기에, 헬로임은 자신이 이곳 소속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자. 오늘 치 사냥을 가보죠. 준비 되셨습니까?”

“네!”

헬로임이 뒤를 보고 얘기하자 따라오던 유저들이 단체로 대답했다.

그는 이 도시에서 무려 ‘소령’ 계급까지 올라왔다.

현재 레벨은 145.

도시의 성장 한계치인 150레벨이 거의 다 되었기에 아쉽게도 계급은 여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레전더리 직업을 지닌 극소수의 하이랭커들은 여기서 별도 달아봤다는데. 나는 거기까지는 안 되겠네,’

공중 요새만의 특징.

지휘관급은 휘하 병사들의 군공의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뒤따라오는 유저들은 이등병에서 병장 계급의 유저들이었다.

소령 계급인 그는 병사들을 지휘하며 함께 사냥터로 향했다.

“헬로임님과 함께하게 되서 다행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저를 선택해주셨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헬로임과 유저들이 덕담을 나누었다.

NPC 지휘관들은 정말로 부하 부리듯이 했기에 유저 지휘관은 인기가 많았다.

특히나 지휘관급이라도 같은 유저였기에 계급과 상관없이 대우를 해 준 것이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과 새롭게 파티를 짠 느낌이었다.

그때 헬로임에게 NPC 병사 한 명이 다가와 경례했다.

“헬로임 소령님.”

“어.”

“오늘 소령님의 부대에 새롭게 하사 한 분이 갈 겁니다.”

“그래. 알았다.”

헬로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있었던 일이다.

주기적으로 신병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부사관 급이 오는 것뿐이다.

병사로 시작해서 군공을 쌓으면 부사관이 되어 지휘관의 부관이 되고, 나중에 계급을 더 올리면 지휘관도 될 수 있다.

헬로임도 다 거쳐 왔던 길이다.

곧이어 유저 한 명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언럭키라고 합니다.”

“…스트리머 언럭키님이요?”

“저를 아세요?”

“그럼요!”

헬로임과 언럭키 둘 다 깜짝 놀랐다.

‘내 인기가 이 정도였던가?’

언럭키는 자신의 이름값이 언제 이렇게 알려진건지 의아했다.

새로운 도시로 갔는데도 아무런 소개 없이 바로 자신을 알아볼 정도라니.

물론 최근 월벤에서의 화제성이나 미튜브 조회 수가 잘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알아볼 정도라니!

그러나 헬로임은 단순한 언럭키의 팬이 아니었다.

“저희 길드장님이랑 아는 사이시죠?”

“길드장님이시라면…?”

“크라비님이요.”

랭커 크라비의 길드 ‘크라비온’.

헬로임은 크라비온 소속의 일반 길드원이자 유망주였다.

그는 신기한 눈빛으로 언럭키를 쳐다봤다.

‘설마 여기서 언럭키님을 보게 될 줄이야.’

크라비온 길드에서 얼마 전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길드장이 갑자기 스트리머 언럭키님에게 개인적으로 보답할게 있다면서, 길드의 보유 아이템 목록을 넘겨주겠다고 한 일이었다.

원하는 아이템 아무거나 하나 주겠다고 했는데, 이 일로 간부 회의까지 열렸다.

열띤 토론과 설득 끝에 레전더리 최하급 정도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지만, 길드원들에게까지 유명해진 사건이었다.

도대체 스트리머 언럭키와 무슨 사이이길래 저렇게 챙겨주는 걸까?

‘그리고 친하게 지내면 길드장님 직속 라인에 설 수 있게 되는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는데…그런 언럭키를 여기서 볼 수 있게 되다니.’

헬로임은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방긋 웃었다.

“함께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소령 헬로임이 맡은 사냥 구역은 공중 요새의 서쪽 끝.

“언럭키님도 아시겠지만 이 곳은 레드 와이번이 등장하는 장소입니다.”

“그렇군요.”

“제 자랑 같긴 한데, 지금 시점에서 유저 지휘관 중에 레드 와이번이 나오는 구역을 배정받은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물론 언럭키님도 아시겠죠.”

헬로임이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실제로 그렇게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유저들 중에 공중 요새에서 영관급 계급까지 올라간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들은 거의 다 준랭커 이상으로 취급받았다.

헬로임도 그 장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게다가 병사들은 실력 있는 지휘관을 선호했는데, 그들은 더 좋은 사냥터를 배정받기 때문이다.

군공을 많이 쌓은 지휘관은 좋은 사냥터를 담당했고, 특히나 그런 유저 지휘관은 다른 유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누구나 그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때문에 ‘와이번의 공중 요새’에 들어오고 며칠만 있어도 어떤 유저가 지휘관급이고 어떤 사냥터를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문에 빠삭하게 된다.

정보가 곧 힘이다.

좋은 지휘관 밑에 찾아가야 레벨업 속도도 빠르고 계급도 팍팍 올라갈 수 있다.

“그러시군요.”

“…혹시 모르셨나요?”

그러나 언럭키의 반응을 보면 그런 건 처음 듣는다는 듯 해보였다.

헬로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언럭키는 긍정했다.

“사실 도시에 온지 몇 시간밖에 안됐습니다.”

“예? 그런데 어떻게 계급이 하사에요?”

평범한 유저라면 도시에 처음 들어올 때 이등병의 계급을 받고, 보통 레벨 150을 달성하여 다음 도시로 넘어가기 전까지 병장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부사관 급으로 올라가려면 특출난 군공을 세워야 하는데, 그 때부턴 유저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했다.

당연히 언럭키 정도라면 나중에 부사관급은 충분히 되고도 남겠지만, 고작 몇 시간 만에 달성할만한 건 아닌데…

“그냥 처음부터 하사를 줬습니다. 더 높은 계급을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하던데요?”

“…네?”

헬로임이 입을 떡 하고 벌렸다.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병사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게…그럴 수가 있나?”

“제가 겪은 일이지만 좀 특이하긴 했습니다.”

-집사님께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유스티아의 신탁을 받으시고 이렇게 고귀하신 분을 부사관부터 시작하라니…

-아닙니다. 이 도시에 올 때부터 각오한 일입니다.

-오랫동안 지켜지던 도시의 법이라서 영주님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대신에 그 외적인 부분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겠다고 하십니다. 부대 배정 같은 것을요.

유저들이 같은 유저 지휘관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건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시 측에서는 언럭키를 가장 군공을 세우기 좋은 유저 지휘관에게 넣어준 것이다.

“…….”

“…….”

다른 유저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다.

***

어쨌거나 소령 헬로임의 부대는 새로운 부관 ‘하사 언럭키’와 함께 사냥터로 이동했다.

“제 담당 구역인 레드 와이번이 등장하는 곳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꽤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유저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급조된 파티가 할 말이 많을 리가 있나.

화제는 떨어지고 정적이 흐르는 타이밍이 왔다.

‘신궁 정보나 제대로 봐야겠군.’

언럭키는 전에 시야 한편으로 치워놓았던 메시지들을 다시 불러왔다.

천공의 탑에서 직업을 바꿨을 때는 헤탄과 추기경을 만나느라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 잠시 넣어뒀었다.

[현재 직업 : 신궁]

[직업 특수 효과가 존재합니다.]

[신궁(레전더리) 보너스가 발동됩니다.]

[활, 쇠뇌 종류의 무기 사용 시 공격력 200% 상승.]

[모든 화살에 관통 확률 50% 상승.]

[모든 화살에 관통 데미지 50% 상승.]

[장거리 사격 시 명중률 보정 효과 50% 상승.]

[장거리 사격 시 사격 거리에 비례해 데미지 상승.]

[기본 스킬로 ‘궁술 마스터리’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화살 명중률 증가’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화살 관통력 증가’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민첩한 몸놀림’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명사수’ 가 주어집니다.]

.

.

.

궁수 계열 레전더리 직업이자, 끝판왕 중 하나인 신궁.

전체적으로 활을 사용했을 때에 이점이 많았다.

‘액티브 스킬은 없군.’

기본으로 주어진 스킬들은 전부 다 패시브로, 항상 적용되는 것들이었다.

화살이 폭발하거나 공중에서 휘거나 하는 등의 효과를 보고 싶으면 스킬북을 따로 구매해야 할 것 같다.

‘하여튼간 이놈의 게임은 돈 들어갈 곳이 수두룩 빽빽하다니까.’

그나마 얼마 전 미친 성능의 활을 얻어와서 다행이었다.

언럭키는 등에 맨 장궁을 한 번 쓰다듬었다.

뱀파이어 공작이 5000년 가까이 모아온 보물들 중 가장 좋은 것.

이 활을 처음으로 써볼 순간이 기대되었다.

“근데 언럭키님. 저도 미튜브 다 봤는데 직업이 여러 번 바뀌시더라고요. 이번엔 궁수 계열이신 것 같은데, 이건 처음이시죠?”

“네.”

언럭키가 대답하자 헬로임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졌다.

“음. 분명 최소 유니크 이상의 직업이시겠지만…아무래도 처음 플레이하시면 숙련도가 낮으시겠네요.”

직업의 고점이 아무리 높더라도 오랫동안 해보지 않았으면 어리숙한 점이 있을 것이다.

언럭키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확실히 직전에 플레이했던 네크로 엠페러보다는 부족함이 있겠지.

-끼에에엑!

그 순간, 하늘 위에서 거대한 괴성이 들려왔다.

유저들의 고개가 다 같이 위로 꺽어졌다.

거대한 붉은색 와이번이 떠있었다.

“레드 와이번이다!”

“아직 걔네들 나오는 사냥터까지는 거리가 좀 남지 않았나?”

유저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헬로임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뇨! 저건 랜덤으로 등장하는 레드 와이번 대장이에요.”

놈이 서서히 다가오자 머리 위에 뜬 정보가 보였다.

[엘리트 몬스터 : 레드 와이번 대장]

-레벨 : 130.

“엇. 그럼 군공 쌓을 수 있겠는데요?”

유저들이 반색했다.

군공은 그냥 사냥만 한다고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희귀하거나 강력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데, 레드 와이번 대장은 그 둘 모두에 해당됐다.

그러나 헬로임은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댑니다. 함부로 덤볐다간 우리 쪽이 꽤 큰 피해를 볼 거예요. 그냥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공중 몬스터는 단순히 레벨만 보고 싸울 수 있는 놈이 아니다.

특히나 녀석은 엘리트 몬스터.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사냥하려 했다간 역으로 이 쪽이 당할 수도 있다.

헬로임은 괜찮겠지만 병사들 중에는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군공도 깎이고 명성에 흠집이 생긴다.

심지어 언럭키는 궁수를 처음 플레이 하는 거라고 하니…

‘자칫 잘못하면 나 빼고 전멸할 수도 있어.’

이대로 거리를 벌리며 몸을 빼는 게 최선이다.

-핑!

그때 하늘을 향해 언럭키가 활을 쐈다.

“아니 공격을 하시면 어떡합니…헙!?

기겁해서 소리치려던 헬로임이 헛숨을 들이켰다.

-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드 와이번 대장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

당황한건 언럭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자신의 활을 내려다봤다.

‘이거…성능이 생각보다 더 미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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