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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68화 (168/218)

#168화

언럭키는 우선 샬도 후작과 함께 도시로 복귀했다.

전쟁이란 건 전투가 끝났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잔당 처치, 사상자 집계, 적 진지 점령, 노획물 분류 및 포로 관리 등.

대부분은 이성이 없는 적이라 포로 관리는 딱히 필요 없지만, 그렇기에 잔당을 남겨놓으면 문제가 많다.

복잡한 지저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게릴라 공격을 해올지 모르는 것이다.

“하핫. 어서 가지.”

그러나 그것들은 밑에 지휘관들에게 맡겨놓으면 된다.

사령관으로 분류되는 후작들은 큰 전투만 마무리하고, 도시로 복귀했다.

“다른 쪽은 어떻게 되었답니까?”

“모두 이겼다는군.”

언럭키가 도와주었던 샬도 후작과 드레이크 후작 말고도, 다른 두 후작도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만 그가 도와주지 않은 두 후작측은 꽤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샬도 후작이 혀를 찼다.

“아쉽게 됐어. 피해가 적었다면 도시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렇습니까?”

“물론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지. 내 쪽은 피해가 거의 없거든. 후작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나뉘겠어. 껄껄.”

“…….”

샬도 후작은 자신이 드레이크 후작에 이은 서열 2위가 될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모든 게 자네 덕분이야. 논공행상은 내 톡톡히 하지.”

샬도 후작은 도시로 가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도시에 도착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작을 제외한 도시 서열 2위.

공개적인 뱀파이어 중 최고령이자 최고수인 드레이크 후작이 직접 언럭키를 찾아와 감사를 표한 것이다.

“정말 고맙네. 그대 덕분에 소중한 우리 병력의 피해가 줄었어.”

뱀파이어는 창백한 피부에 젊은 외모였기에 겉으로만 봐서는 나이가 엄청 많은 줄 잘 모른다.

그러나 드레이크 후작은 겉모습부터 백발에 노년의 생김새였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참 착해 보인다는 인상을 줬다.

“아닙니다. 저도 함께하는 전쟁이었는데요. 당연히 도와야지요.”

“아무리 그대 측 전투가 먼저 끝났다고 해도 소환사가 자기 소환수들을 다 보내기는 힘든 법이지.”

전략적으로는 옳은 판단일지 몰라도 실제로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드레이크 후작은 원래 언럭키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지상에서 내려온 이종족.

본인이 명예롭고 샬도 후작과 친한 사람.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으며 언럭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나중에 얼마나 더 거대해질지 모르는 젊은 친구야.’

친분을 다져놓으면 나쁠 게 전혀 없으리라.

“그럼 피곤할 테니 쉬고 있으시게. 연회가 준비되면 정식으로 초대하겠네.”

“감사합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샬도 후작. 다른 두 후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가지.”

“네, 후작 각하.”

샬도 후작과 드레이크 후작은 이제부터 수뇌부 회의를 포함한 바쁜 일 처리들이 있어서 먼저 떠났다.

언럭키에게는 약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할 일이 있었다.

“드디어 다 모았군.”

그가 인벤토리에서 성물 조각들을 꺼냈다.

시간 부족으로 지원을 가지 못한 후작들로부터도 성물 조각을 전달 받았다.

전쟁 참여 의뢰를 받을 때부터 조각을 받는 게 조건 중 하나였다.

미리 합쳐놓은 3개의 조각들은 엄청나게 컸고 후작들로부터 받은 조각들은 작았는데, 언럭키는 그것들을 하나로 합쳤다.

-띠링!

[성물 조각이 합쳐집니다(7/7)]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조각들은 찰싹 달라붙었다.

-우웅!

하나로 완성된 조각은 커다란 원형 거울 같은 생김새였다.

‘이제 이걸 헤탄님한테 갖다주면 퀘스트 완료인 건가?’

그쪽도 보상이 절대 무난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 순간이었다.

-띠링!

[리바 델 레이의 악신 ‘그레고녹’으로부터 신탁이 내려옵니다]

[정의와 검의 신 ‘유스티아’로부터 신탁이 내려옵니다]

“!?”

‘신탁?’

***

지금껏 여러 퀘스트를 받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일반 유저들은 경험하지 못할만한 것들을 많이 해봤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신탁이 내려온다는 메시지 이후로, 언럭키의 눈 앞에는 두 개의 추가 퀘스트가 생겼다.

[신탁 퀘스트 : 리바 델 레이의 부흥.]

-퀘스트 등급 : 신탁.

-퀘스트 설명 : 당신은 리바 델 레이의 부서진 성물을 모두 모아 하나로 만들었다. 위대하신 악신 ‘그레고녹’은 그대가 자신의 추종자가 되어 교단의 부흥을 이끌고 양지로 나오기를 바란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다.

-퀘스트 목표 : 리바 델 레이 본진으로 가 교단의 부흥 돕기.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

[신탁 퀘스트 : 리바 델 레이의 멸망.]

-퀘스트 등급 : 신탁.

-퀘스트 설명 : 당신은 리바 델 레이의 부서진 성물을 모두 모아 하나로 만들었다. 위대하신 정의의 신 ‘유스티아’는 그대가 자신의 추종자가 되어 악신의 교단을 멸망시키기를 바란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다.

-퀘스트 목표 : 유스티아 신이 주관하는 검신의 전당에서 악의 주구들을 해치울 ‘성검’ 획득.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

[신탁은 한 개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어떤 신의 신탁을 받을지 선택하십시오.]

언럭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2개의 퀘스트였다.

동시에 나타난 퀘스트.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악신과 정의의 신으로부터 온 퀘스트였는데, 하나는 교단의 부흥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멸망이었다.

‘흐음.’

언럭키는 팔짱을 낀 채 고뇌에 잠겼다.

신의 신탁.

뜬금없지만 지금까지 했던 퀘스트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오히려 좋다.

귀족들이 내리던 퀘스트도 그만한 보상을 내려줬는데 신의 신탁이라면?

‘말해 뭐해. 엄청나겠지.’

문제는 이제 둘 중 뭐를 선택하냐는 것이다.

딱히 그는 정의의 편이 아니라서 굳이 리바 델 레이 측을 선택하지 않을 것도 없다.

가장 돈 되는 쪽으로 간다!

‘자본주의의 신 같은 건 없나?’

언럭키는 찬찬히 내용을 읽었다.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스티아의 신탁을 받겠다.”

-띠링!

[신탁은 한 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습니다. 정말 유스티아의 신탁을 받으시겠습니까?]

경고창이 나왔지만 언럭키의 마음은 확고했다.

그야 당연한게, 유스티아는 퀘스트 창에서부터 일단 성검을 얻으라고 나온다.

일단 성검부터 주겠다는 뜻 아닌가!

무려 ‘성검’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레어, 유니크 같을 리가 있나.

“내 마음은 확고해. 유스티아의 신탁을 받겠다.”

-띠링!

[유스티아의 신탁을 받았습니다.]

[검신의 전당을 찾아가십시오.]

***

검신의 전당은 월드 사가에서 꽤 유명한 도시였다.

입장 레벨 150 이상.

수십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검사 직업군만 갈 수 있다.

전당에서 재능을 보이면 신이 직접 보상을 내려준다고 해서, 검사 계열 클래스라면 무조건 찾아가는 곳이었다.

‘문제는 거기로 가려면 <와이번의 공중 요새>를 지나쳐야 한다는 건데….’

천공의 탑에서 검신의 전당을 가기 위해 무조건 거쳐가야 하는 도시가 ‘와이번의 공중 요새’이다.

거기도 굉장히 까다로운 도시였기에 머리가 복잡했다.

미래의 일은 제쳐두고 언럭키는 연회에 참석했다.

“하하하. 우리 도시의 영웅이 왔군!”

“인간 친구여. 모든 인간 종족이 다 그대 같다면 우리와 혈맹을 맺어도 될 것 같아.”

연회의 귀족 뱀파이어들은 언럭키를 보며 다들 환영해주었다.

이번 전쟁의 주역이었고 도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승리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외지인이니 앞으로 떠날 사람이지.’

‘인간이 뱀파이어 귀족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신규 권력자가 생기는 게 아니기에 뱀파이어들은 마음 놓고 언럭키를 우대해주었다.

[뱀파이어 남작 ‘하빈’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명예 수치가 +1 상승합니다.]

[뱀파이어 자작…]

귀족들과 몇 마디씩 대화만 나누는데도 명예 수치가 쉴 새 없이 올랐다.

아마 다음번에 인간들의 도시로 복귀한다면, 이제는 귀족 취급을 받으며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꽤 늦게까지 연회를 즐긴 다음, 샬도 후작이 언럭키를 따로 불렀다.

연회장에서 조금 떨어진 방으로 가자 샬도 후작과 드레이크 후작이 함께 있었다.

“후작 각하.”

“아아. 그런 과례는 할 필요 없네. 우리 사이에.”

언럭키가 고개 숙여 인사하려고 하자 샬도 후작은 됐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자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는가?”

“짐작은 갑니다. 공작 저하를 뵐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언럭키가 살짝 기대심을 갖고 말했다.

처음부터 약속했던 게 그것이었다.

도시의 왕이라고 볼 수 있는, 5000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 공작의 보물창고.

심지어 수집광이라고 하던 공작이었다.

그중에 보물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건 엄청난 기회였다.

어쩌면 지금껏 받았던 모든 퀘스트를 통틀어서도 가장 좋은 보상일지도 모른다.

“그 전에 하나 얘기할 게 있는데 어디 가서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부터 해줬으면 좋겠군. 이건 우리 종족의 후작급 이상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거든.”

“……? 제 입은 무겁습니다. 뭔지 궁금하군요.”

“우리 종족에 공작 저하는 없네.”

“…네?”

“100년 전에 돌아가셨거든.”

“아….”

언럭키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서야 왜 후작들이 기회가 생겼다며 곧장 전쟁을 펼쳤는지 알겠다.

“그래서 지저 세계 정복 전쟁을 펼친거군요. 암습을 받은 공작 저하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음?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아닙니까?”

“암습은 무슨. 공작 저하는 노환으로 돌아가셨네. 4900년이나 사셨으니 천수를 누렸다고 봐야겠지.”

“…….”

“어쨌거나 다행이긴 하지. 지저의 이종족들이 감히 우리 도시를 노리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작 저하의 존재였으니까.”

5000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의 무력은 감히 타 종족이 침공하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공작이 죽어 사라졌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후작들은 공작의 죽음을 숨겼지만, 언제고 이 비밀이 새어나갈까 봐 노심초사했다.

언럭키가 전쟁의 결정적인 기회를 가져왔을 때 좋아했던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 언럭키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럼…공작의 보물 창고라는 것도 혹시 가짜…입니까?”

“그럴리가. 그럼 우리가 자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인데. 그건 진짜야. 공작 저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똑같이 엄중한 경계를 유지하고 내부에 있는 보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네.”

그러면서 샬도 후작은 벽면 몇 군대를 손으로 툭툭 눌렀다.

-쿠르릉!

“!”

벽면이 열리며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가 공작 저하의 비밀 창고일세.”

언럭키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보, 보라색이 무슨….’

안에 있는 수십개의 아이템들이 전부 다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 멀리 한 곳에서는 심상치 않은 색깔 반응가지 일어났다.

-파아아앗!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의 색이 차례대로 지나가더니,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빛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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