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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67화 (167/218)

#167화

뱀파이어들은 종족 특성상 다양한 능력에 재능을 보인다.

병장기를 다루는 능력, 마법, 일부는 거기에 초상 능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드레이크 후작은 검술의 달인이면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초상 능력도 존재하는 타입이었다.

붉은 오러.

그건 일반적인 오러보다 족히 1.5배의 위력은 내는 드레이크 후작가만의 특징이었다.

강력한 오러의 성능에 고절한 검술까지.

뱀파이어 족의 검술 마스터.

뱀파이어 종족 최고령이자 최고수!

칩거한 공작이 모습을 안 보인지 오래되었기에 드레이크 후작은 그렇게 불렸다.

-콰앙!

그런 드레이크 후작과 벨파 왕이 부딪쳤다.

팔 대신 4개의 칼날을 가진 벨파 왕이 빙그르르 몸을 회전시키자 칼날이 쉴 새 없이 뻗어져 나왔다.

드레이크 후작은 신묘한 검술로 그걸 전부 쳐내거나 빗겨냈다.

-채채채챙!

“역시 벨파 왕. 이종족 최강이라고 불릴 만하구나.”

드레이크 후작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붉은 오러를 정면으로 막아 내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언럭키가 여기 있었더라면 벨파 왕의 머리 위에 떠있는 이런 글자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엘리트 보스 몬스터 : 벨파족의 왕]

-레벨 : 138.

두히칸이나 히사렛 대장군과 같은 일족의 리더임에도, 레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그들의 레벨은 130이었는데 벨파 왕은 138.

심지어 ‘엘리트’ 보스 몬스터라는 호칭이 있기에 단순히 숫자 8보다 훨씬 더 큰 격차를 보였다.

사실 페블보 족, 히사렛 족, 우르고스 족은 7개의 이종족 중에서도 약한 편이었다.

조력자인 언럭키에게 우르고스 족을 콕 집어서 맡아달라고 했던 건 그런 이유가 있었다.

-채애앵!

-쾅!

드레이크 후작과 벨파 왕이 이리저리 어우러져 싸웠다.

4개의 칼날과 후작의 검이 맞붙고 오러가 주변을 파괴했다.

휘하의 뱀파이어들도 구경만 하지는 않았다.

“후작 각하를 도와 싸워라!”

“여기서 벨파 족의 정예를 모두 무너뜨린다!”

병사들이 움직였다.

뱀파이어 족 특유의 손톱을 꺼내는 자들, 무기를 쥐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벨파족은 팔 대신 달려있는 칼을 사용해 맞붙었다.

벨파 왕처럼 4개씩 있지는 않았지만, 하나에서 두 자루의 칼날을 귀신처럼 다루었다.

강력한 공격력이 특징이라 잘못 걸리면 뱀파이어들도 위험하다.

맞부딪친 순간 실력이 부족한 뱀파이어들의 목이 뎅겅 잘려 나갔다.

“끄아악!”

“죽여!”

그러나 싸우는 와중에도 뱀파이어들의 눈빛엔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희망은 두 개였다.

하나는 드레이크 후작에 대한 믿음.

-스아아아.

또 다른 하나는 지금도 열심히 독안개를 뿜어내고 있는 베놈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베놈의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베놈의 곁에는 뱀파이어 정예들이 달라붙어 호위하고 있었고, 놈은 중요한 위치로 자리를 옮겨가며 독무를 피웠다.

벨파족은 독 데미지에 계속해서 노출되었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그들은 무너질 터.

그러나 뱀파이어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끄윽.”

“컥….”

벨파족의 칼날은 날카로웠고 버티지 못해 죽는 자들이 다수였다.

드레이크 후작은 전장을 살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지만 별달리 방법이 없었다.

몸을 빼 그들을 돕기엔 벨파 왕이 상당히 강했다.

지금도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지만 쉽게 결판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클클. 노구에 이게 무슨 고생이고….”

드레이크 후작이 혀를 찼다.

해골들이 들이닥친 건 그 순간이었다.

-덜그럭덜그럭

-덜그럭덜그럭

벨파 족과 뱀파이어들 사이의 팽팽한 소모전이 이어질 때, 갑자기 나타나 칼을 빼든 것이다.

“해, 해골들?”

“설마…!?”

이런 곳에 갑자기 나타난 제 3의 세력.

보통은 벨파 족이거나 그와 관계된 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뱀파이어 병사들은 희망찬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계속 도움을 주고 있는 베놈은 초록색 뼈의 해골이었는데, 지금 나타난 놈들은 검은 뼈의 해골이었다.

누가 봐도 연관 관계가 있지 않은가!

-쾅!

-서걱!

해골들의 참전으로 두 세력의 균형에 금이 갔다.

“지원군이다!”

“우리의 친우가 도움을 주러 왔다!”

뱀파이어들의 사기가 치솟았다.

해골과 달리 생명체끼리의 전투에서 이런 사기는 한 번 오르면 그 기세를 타는 법.

전투의 방향이 확 달라졌다.

-다그닥 다그닥

드레이크 후작의 옆으로는 해골 기사 두 기가 다가왔다.

척 봐도 일반 해골들과는 기세부터 다르다.

검은 기운이 뭉클거리는 검을 휘두르더니, 그대로 벨파 왕의 칼날 폭풍 속으로 파고들었다.

-채채챙!

-쾅!

검과 방패를 든 채 맞붙어 싸우는 해골 기사들.

“허어. 훌륭한 검술이구나.”

드레이크 후작은 감탄했다.

일개 소환수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 역시 흥에 겨워 검을 휘둘렀다.

붉은 검기가 살벌한 기세를 떨치며 쉴 새 없이 날아갔다.

수준급의 검사는 다른 검사와 함께했을 때도 잘 조화되는 법.

‘그런데 이 해골들은 소환수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소환사는 어디 있는 거지?’

여유가 생겨 주변을 둘러보는 드레이크 후작이었지만, 어디서도 그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정말 우리끼리 가도 괜찮겠나?”

“그렇다니까. 나 못 믿어?”

“…아니. 믿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두히칸의 목소리에는 영 믿음이 없었다.

언럭키 파티는 지금 열심히 지저 세계의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언럭키, 이아손, 호야, 두히칸.

이렇게 넷뿐이었다.

언제나 그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해골들은 드레이크 후작에게 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갈림길이라고?

-그래. 왼쪽은 벨파 족의 영역. 오른쪽은 요운족의 영역이다.

-하나 거쳤다가 다른 하나를 가면 안 되는 거야?

-두 영역은 이 갈림길을 기준으로 완전히 동떨어져있다. 어느 쪽으로 갈지 하나를 선택해야 해.

벨파 족은 드레이크 후작이 담당했고 요운 족은 샬도 후작이 담당했다.

마음 같아서는 친한 샬도 후작에게 가고 싶었지만 벨파 족이 걸렸다.

-벨파족이 지저 세계의 이종족 중 가장 강하고 벨파 왕이 그 최강자라며.

-…자존심이 좀 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알려져 있긴 하지.

-그럼 그 놈도 잡고 싶은데?

-어째서?

-경험치 잔뜩 줄 거 아냐.

-…….

지저 세계 최고의 보스몹이라니!

그만한 놈을 포기하기엔 아쉬웠다.

경험치는 물론이고 어떤 아이템을 드랍할 지 모르는데!

그렇기에 고민하던 언럭키가 선택한건 둘 다였다.

-해골들만 벨파 족 쪽으로 보내고 우리는 요운 족으로 간다.

-뭐? 하지만….

-토 달지 말고 길 안내나 해.

그게 조금 전 갈림길에서 있었던 상황이었다.

언럭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시간 상 네 명의 후작들이 있는 곳을 다 갈 수는 없다.

하나를 가냐 두 개를 가냐의 차이였는데, 언럭키는 가능하면 두 곳 다 가고 싶었다.

두히칸은 무시무시한 해골들이 사라졌지만 언럭키에게 여전히 고분고분했다.

이미 그의 무서움을 충분히 지켜봤기에, 더 이상 반항할 생각이 안 든 것이다.

운석을 소환해대는 언럭키의 마법을 보면, 아예 싸울 마음이 사라졌다.

“아. 그 쪽은 도착했나보다.”

그 때 언럭키가 중얼거렸다.

시야 한 편에 해골들로부터 경험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직선 길이어서 헤맬 일 없다기에 벨파 족 쪽으로 해골들을 보냈는데, 다행히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다.

“우리도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이 쪽 지름길은 복잡하지만 길만 잘 알면 빠르게 갈 수 있거든.”

두히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서 안내했다.

한참 갈래길을 몇 번이고 나아가던 그들은 곧, 공동을 빠져나왔다.

“싸워라! 뱀파이어 족의 영광이 멀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싸우다 죽는 것이 명예다!”

커다란 공동에서는 요운 족과 샬도 후작의 뱀파이어 군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샬도 후작은 중앙에 있는 요운 족의 족장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상처도 많고 상당히 지쳐보였다.

상대인 요운 족의 족장도 상태는 나빴다.

[보스 몬스터 : 요운족 족장]

-레벨 : 133.

-현재 체력 : 21%.

남은 체력이 고작 5분의 1.

“타이밍 딱 맞게 왔네.”

활짝 웃은 언럭키가 완드를 치켜들었다.

아직까지 그의 등장을 눈치 챈 자는 아무도 없었다.

샬도 후작과 미친 듯이 싸우는 상황에서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한 순간의 틈을 노렸다.

그리고 원하던 기회가 왔을 때.

“징벌 포격.”

-우웅!

보스몹의 머리 위로 커다란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불타는 운석이 떨어졌다.

-콰아아앙!

***

-띠링!

[레벨업!]

[레벨업!]

언럭키가 요운족 족장을 처치했을 때, 때맞춰 드레이크 후작 쪽에 보내놓은 해골들도 일처리를 끝낸 모양이었다.

거의 동시에 대량의 경험치가 들어와서 레벨이 두 개나 올랐다.

-띠링!

[동시에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성과!]

[업적이 주어집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유니크)’ 업적을 획득합니다.]

‘오. 업적은 오랜만인데.’

알림 메시지에 언럭키가 눈을 빛냈다.

어지간히 얻기 힘든 게 업적이라서, 그조차도 얻어 본 업적이 10개가 안 된다.

다만 업적은 얻어만 두면 자동 적용이기에 캐릭터의 스펙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같은 아이템과 스킬이라면, 업적이 많은 사람이 무조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업적 : 불가능을 가능으로]

-업적 등급 : 유니크.

-특별한 능력으로 서로 다른 두 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동시에 처치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 + 12 상승.

모든 능력치 상승 업적.

무난하면서도 이만큼 쓸모가 있는걸 찾아보기 힘든 업적이었다.

“친우여!”

샬도 후작이 소리치면서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자네가 여기 어떻게…. 정말 방금 전에는 엄청나게 놀랐네!”

전투는 백중지세였다.

이기더라도 후작 본인은 큰 부상에 빠질 테고, 혹여나 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럭키가 등장한 때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요운족 족장의 체력이 10%도 채 남지 않았을 때.

놈의 머리 위에 징벌 포격을 꽂아 넣은 것이다.

숨 가쁜 상황에서 터진 강력한 일격은 한 방에 놈을 보내버렸다.

그 일로 사기를 잃은 요운족은 후퇴했고, 샬도 후작은 마지막까지 지휘해 승전을 더 키웠다.

“내가 이기더라도 나중에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자네 덕에 무사히 승리할 수 있었어.”

샬도 후작은 어찌나 고마운 지 언럭키를 덥석 끌어안았다.

“정말 고맙네. 자네 같은 자와 친우가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하. 후작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제 쪽의 전투는 끝났는데 후작님의 걱정이 되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 아 물론 그렇다고 제가 후작님의 실력을 무시한건 아닙니다.”

“알지. 알고말고. 내 걱정을 해주는 친구를 고깝게 볼 만큼 내가 못난 뱀파이어가 아니야.”

껄껄 웃는 샬도 후작을 보며 언럭키는 안도했다.

‘다행히 왜 내 공을 가로챘냐고 뭐라 하지는 않는군.’

군공에 민감했다면 막타를 가로챈 것에 화를 낼 수도 있었으리라.

다 알고도 그렇게 한 것이긴 하다.

보스몹 막타로 들어오는 경험치가 얼만데!

욕먹을 마음의 준비도 하긴 했는데, 다행히 걱정을 덜었다.

“자, 돌아가지. 승전 축하 연회를 열고, 자네를 위한 공작 저하의 보물도 골라보자고.”

언럭키의 눈이 반짝였다.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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