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언럭키가 맡은 전쟁 구역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우르고스’라는 놈들이었다.
늑대인간을 닮았다는 점에서 라이칸스로프와 비슷했지만, 미약한 은신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언럭키는 파티원들과 함께 우르고스들과 열심히 붙었다.
“저 쪽에서 또 한 무리 온다. 두히칸!”
“알겠다!”
언럭키가 신호하자 두히칸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돌진했다.
히사렛과 달리 우르고스는 신체 능력도 꽤 훌륭하다.
그러나 페블보 족의 영웅이자 보스 몬스터 출신인 두히칸에게는 거기서 거기였다.
“이놈들!”
-쾅!
몸통 박치기로 기선을 제압한 다음,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본격적으로 날뛰었다.
“크헝!”
호야도 전투폼으로 변신하여 우르고스들을 물어뜯었고, 이아손도 어둠 속에서 등장해 놈들의 목을 베었다.
-덜그럭덜그럭
가장 활약하는 건 언럭키의 해골 군대였다.
언럭키의 저주 마법들을 등에 업고 적들을 쓸어버리는 해골들은 공포 그 자체!
‘쉽지 않군.’
그러나 언럭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페블보 족이나 히사렛 족은 뚜렷한 장단점이 있었다.
방어력이 좋은 대신 느린 페블보, 은신 능력이 있는 대신 약한 히사렛.
그러나 우르고스는 딱히 이렇다 할 약점 없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훌륭했다.
해골 군대가 가장 상대하기 불편한 적이다.
몰아치고 있긴 하지만 속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해골 기사 한 기가 없는 것도 꽤 크고.’
해골 기사는 100레벨 당 한 기를 소환할 수 있다.
현재 언럭키의 레벨은 113.
두 기를 소환할 수 있는데, 레전더리 스킬인 ‘아포피스의 축복’을 사용해 한 기를 더 부렸었다.
총 세 기였지만, 그 아포피스의 축복이 지금은 ‘베놈 소환’에 사용되고 있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지금도 자동으로 경험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해골 기사는 큰 전력의 일부이다.
세 기에서 두 기로 줄은 상황.
전력 중 삼분의 일이 줄었으니, 당연히 진격 속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한바탕 우르고스들을 처리한 후, 언럭키가 참았던 숨을 뱉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자.”
“알겠다.”
“뀨르!”
전쟁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전에 성물 조각을 모으러 이종족의 영역으로 들어갔던 것은 소수 정예로 한 기습이었다.
적들이 대비할 틈이 없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지금 전쟁은 지저에 사는 몬스터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당연히 미친 듯이 방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하루 이틀 만에 놈들의 심장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도시로 복귀한 언럭키를 보며 뱀파이어들이 눈을 반짝였다.
“오. 인간. 이제 왔나?”
“고맙다. 그대 덕에 우리 군의 진격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피해도 거의 없다시피 했어. 그 녹색 해골. 정말 굉장하더군.”
많은 뱀파이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베놈이 전쟁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욕이나 먹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다행이군.’
언럭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찌 보면 베놈은 이들의 공적을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이종족도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성장하는데, 그것마저 야금야금 빼앗고 있는 것 아닌가.
같은 유저였다면 당장 칼 뽑고 달려들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뱀파이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전력 소모도 감수하며 자신들을 도와준 고마운 친구!
그게 그들이 생각하는 언럭키였다.
“제 친구 뱀파이어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힘든 게 대수입니까. 이런 소환수쯤이야 얼마든지 보내 드릴 수 있죠.”
“……!”
“어찌 그런….”
뱀파이어들은 감격한 채 언럭키를 바라봤다.
한 마디 말로 천냥빚도 갚는다고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친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다니.
바로 이런 게 고귀함 아닐까?
-띠링!
[다수의 뱀파이어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명예 수치가 +1 상승합니다.]
[명예 수치가 +1 상승합니다.]
[명예 수치가 +1 상승합니다.]
.
.
‘헛!’
생각지도 못하게 명예 수치가 상승하자 언럭키는 움찔하더니 더 열심히 입을 놀렸다.
“가능만 하다면 제 모든 걸 다 퍼다 주고 싶습니다. 뱀파이어들의 무궁한 영광과 번영을 위하여!”
“그대 같은 인간 친구가 몇 명만 더 있었으면 우리가 진작 지저 세계를 재패했을 텐데.”
“크흑. 친우여. 왜 이제 온건가!”
다만 아쉽게도 명예 수치가 더 오르는 일은 없었다.
남몰래 쳇 하고 혀를 차는 언럭키를 뒤에서 두히칸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
도시에서 휴식과 정비를 한 다음 다시 우르고스의 영역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좀 더 안 쉬나? 아직 좀 지쳐있는데.”
“쉬는 건 죽어서 쉬면 되잖아.”
“…알겠다. 갈 테니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두히칸이 한숨을 쉬며 언럭키를 따라 일어섰다.
더 이상 그의 마음속에 언럭키를 배신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히사렛 족의 성물과 합쳐진 자기네 종족의 성물을 찾는 것…
그건 약간 요원해진 일이다.
성물을 떠나서, 지금 언럭키를 배신했다간 뱀파이어들에게 종족 전체가 멸망당할 일이다.
차라리 열심히 전쟁에 참여하고 뱀파이어들과 함께 잘 지내보는 게 낫다.
그렇게 다시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뱀파이어들이 웅성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혹시 전쟁에 큰 일이 생겼나 싶어 언럭키도 관심을 기울였다.
“오. 이런 천상의 향기라니.”
“미쳤군. 제발 피 한 방울만이라도 얻어 봤으면….”
“아서라. 귀족 분들도 줄 서서 기다리신다는데. 우리한테까지 순서가 오겠어?”
그러나 전쟁같은 건 아니었고, 벨라의 등장이었다.
그녀가 걸어갈 때마다 뱀파이어들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언럭키에 대한 관심도보다 족히 수십 배는 더 대단했다.
대장간에 오래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다가 이제 다시 등장한 거라 더더욱 그러했다.
“벨라님?”
벨라는 다른 뱀파이어들의 관심엔 반응도 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언럭키에게 다가왔다.
언럭키가 무슨 볼일이 있냐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벨라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그건 붉은빛의 보석이 끝에 박혀있는 짧은 완드였다.
“…받으세요. 완성…했어요.”
“?”
굉장히 피로해 보이는 듯한 인상.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벨라가 대장간에 틀어박혀 있다가 나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서, 설마 예전에 드렸던 악의 정수를 드디어 아이템으로 제련 완료한 겁니까?”
“네.”
좀 더 많은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며 한 번 포기했던 것.
벨라는 기어코 그걸 성공시킨 것이다.
언럭키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서 아이템 정보부터 확인했다.
[징벌받는 악마]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마법 공격력 + 100 상승.
-마력 능력치 + 40 상승.
-30분에 한 번씩 ‘징벌 포격’ 사용 가능.
-아이템 설명 : 세기의 재능을 지닌 대장장이 ‘벨라’가 만든 명품 중의 명품. 악의 정수라는 귀중한 재료의 성능을 100% 뽑아냈으며 사용자를 위한 마음을 담아냈다.
-징벌 포격 : 적들의 머리 위에 불타는 천상의 포격을 소환하여 내리꽂는다.
-징벌받는 악마는 완드류 아이템으로서 보조 무기로 분류된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10 이상.
“이, 이런 미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와서 언럭키는 잽싸게 스스로의 입을 막았다.
‘무슨 이딴 아이템이?’
마법 공격력 + 100 상승.
얼핏 보면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
한참 예전에 얻은 그레고녹의 홀만 봐도 + 125 였으니까.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게 ‘보조 무기’라는 것이었다.
마법사에게만 해당되는, 주 무기를 착용한 채 따로 들 수 있는 무기.
지금 들고 있는 그레고녹의 홀을 사용하면서 고스란히 이 완드까지 착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마법 공격력이 고스란히 100 상승한다. 거기에 30분에 한 번씩 내장 스킬도 사용할 수 있고….’
네크로 엠페러는 다 좋은데 마법사 본인의 위력의 부재가 아쉬웠다.
다른 마법사들은 강력한 한 방을 꽂지만, 네크로맨서는 거의 대부분이 버프나 디버프 종류였다.
그런 언럭키에게 ‘징벌 포격’은 전투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이었다.
당연히, 좋아 죽을 만큼 기뻤다.
“벨라님! 역시 당신이 최고입니다. 믿고 있었다고요!”
언럭키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벨라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언럭키는 그런걸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벨라도 그렇고 그 오빠도 그렇고. 이 남매는 나한테 온 복덩이야 아주.’
***
-띠링!
[레벨업!]
언럭키의 몸에서 한 차례 빛이 번쩍였다.
아직 사냥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여전히 베놈들이 열심히 경험치를 보내주고 있었다.
순조로운 성장에 기뻤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언럭키의 관심사는 다른 데에 있었다.
그가 왼손에 든 ‘징벌받는 악마’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자. 첫 개시다.”
우르고스의 영역으로 들어가자 곧 놈들이 반겨주었다.
“컹! 컹!”
“크르릉!”
사납게 짖으며 달려드는 늑대인간, 우르고스들.
심지어 약간의 은신 능력도 있었다.
안 그래도 어두운데 희끗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늑대인간들의 돌진.
그건 오싹할 정도였다.
-덜그럭덜그럭
그 앞을 언럭키의 해골들이 막아섰다.
얼마 전과 명백히 달라졌다.
‘징벌받는 악마’를 착용하면서 마법 공격력이 +100 상승했다.
상승한 마법 공격력은 해골들의 공격력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평소 사용하는 저주 마법들의 위력도 전부 올라간 바.
-콰지직!
-서걱!
우르고스들은 깨갱 하는 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그때 언럭키가 완드를 들어올렸다.
“징벌 포격.”
우르고스의 머리 위, 동굴 천장에 붉은 선이 생겨나더니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허공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것은 활활 불타는 대형 운석이었다.
운석은 그대로 우르고스들에게 떨어졌다.
-콰아아앙!
동굴 복도가 화마로 뒤덮였다.
불에 휩싸인 돌조각들이 여기저기 튀고 우르고스들은 형체의 반 이상이 녹아 사라졌다.
살아있는 소수도 그로기 상태에 빠져 비틀거렸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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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직접 쓴 언럭키조차도 어안이 벙벙할만한 위력!
보조 무기인 완드의 마법 공격력까지 추가된 것이기에 위력이 미친 듯이 올라간 것이다.
‘이만한 위력의 내장 스킬을 30분에 한 번씩 쓸 수 있다고?’
해골들을 이끌고 싸우다고 쿨타임 돌 때마다 포격을 써대면 사냥 속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 같은데?
언럭키가 활짝 웃으며 성큼 걸음을 움직였다.
“우리 귀여운 강아지들. 어디 얼굴 좀 보자. 나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