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김동엽은 언럭키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답신을 받았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북 : 베놈 소환]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레전더리 스킬 ‘베놈 소환’을 익힐 수 있다.
-베놈 소환 : 레벨 50당 1기의 베놈을 소환한다.
-소환된 베놈은 개체 주변으로 (레벨 x 2)m 범위에 독안개를 뿌린다.
‘네크로맨서 전용 아이템이라…. 역시 이걸 골랐군.’
길드 간부들과 열심히 회의를 했지만, 그들은 성능 좋은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내어준다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크라비온 길드의 길드장이었지만 함부로 독불장군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1티어 길드라고 하지만 경쟁자는 엄청나게 많다.
같은 대형 길드들, 이 자리를 노리고 달려오는 루키들.
간부급의 인재는 이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했다.
김동엽이 제 뜻대로만 행동했다면 그들은 진작에 다른 길드로 떠났을 것이다.
그래서 합의한 게, 레전더리 최하급 수준의 아이템까지만 넘겨줄 수 있다는 것.
다만 네크로맨서 전용 아이템으로는 조금 쓸 만한 걸 넣었다.
언럭키의 직업 중에 네크로맨서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비주류였기에 이건 간부들도 허락했다.
물론 이걸로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더 크게 보답해야 하는데….’
다만 현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김동엽은 다시 답장을 보냈다.
[동생을 도와주신 데에 대한 보답으로 겨우 이것밖에 못해드려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간부들도 있어서 제 마음대로 해들리 수가 없거든요. 다만 언럭키님이 크라비온 길드에 가입하신다면 훨씬 더 큰 폭의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업계 최고 대우의 연봉,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 여럿 지원…(중략)…]
가족의 은인임을 떠나서, 언럭키의 성장세만 본다면 1티어 길드에서도 눈독을 들일만 했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길드원에 대한 지원이니 훨씬 더 큰 폭으로 퍼줄 수 있고 길드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를 얻는 거니…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로군.’
김동엽이 훗 하고 웃었다.
자연스럽게 넣은 스카웃 제의였다.
물론 그 후에 답신을 받은 백현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스스로의 포텐셜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어쨌든 (주)머니앤캐시에 소속되어 있지 않던가.
그 내부에서는 박세훈, 이용승, 이한영 등과 팀을 이루고 있었고.
혼자서 대형 길드로 쏙 가버릴 생각은 없었다.
그랬으면 진작에 이적한 다음 자신의 빚만 해결해서 빠져나갔지.
백현은 김동엽의 스카웃 제안 메일은 휴지통으로 버렸다.
휴지통 안에는 그렇게 버려진 수십 개의 길드들의 영입 제안 메일들이 가득했다.
***
지저 세계는 여러 종족들이 서로 아우러지는 각축장이었다.
당연히 지역의 패자는 뱀파이어족이었다.
거대한 도시를 짓고, 강력한 성세를 보유한 이들.
다른 이종족들은 극소수의 숫자만 이성을 지녔으며 나머지는 이지가 없는 몬스터에 가까웠다.
그러나 뱀파이어들도 지저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이종족들이 차지한 곳은 너무 깊숙이 있었으며 복잡했고, 그들의 숫자도 많았다.
뱀파이어 종족을 제외하고 일곱 종족.
꾸준한 견제로 그들이 크지 못하게 할 뿐, 완전히 박멸하는 건 힘들었다.
특히나 히사렛 대장군이나 페블보 영웅 같은 종족의 우두머리 급은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그 기회가 어쩌면 친우 덕에 생겼을지도 모르겠군.’
샬도 후작은 턱을 쓰다듬으며 언럭키에 대해 생각했다.
황홀한 향기를 풍기는 레이디 벨라의 동료이자, 기품 있는 인간.
그렇기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딱 그 정도였는데, 이번에 언럭키 덕에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 떠올랐다.
‘페블보 족의 영웅은 부하처럼 데리고 있고 히사렛 대장군을 처치했다.’
7개의 이종족 중 2개가 한동안 제 역할을 못 할 터였다.
그리고 뱀파이어 종족은 5개의 이종족들을 한 번에 도모할 정도의 세력은 되었다.
‘지금이 바로 선조께서 내리신 기회다!’
결정을 내리자 샬도 후작은 바로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밤의 귀족 뱀파이어는 전투 또한 예술의 일부로 취급하기에, 지시가 내려온 순간 그 즉시 전쟁을 펼칠 여력이 되었다.
샬도 후작은 전쟁 준비를 하는 동안 짬을 내 언럭키를 만났다.
“친우여. 정말 고맙네. 자네 덕에 우리 뱀파이어들이 정말로 지저 세계의 패자가 될 수 있겠어.”
“축하드립니다.”
얘기를 하면서도 언럭키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 전쟁이 나한테 도움이 되려나?’
그는 결코 뱀파이어들을 위해 움직인 적이 없었다.
그저 리바 델 레이의 성물 조각을 찾기 위해 움직이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갔다.
‘마냥 나쁜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다른 5개의 이종족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격파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과정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는 있겠으니 마냥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서 말인데 친우에게 부탁할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친우의 실력이 정말 좋아보여서 그런데, 혹시 이종족 하나를 자네가 맡아줄 수 있겠나?”
뱀파이어 종족의 최고위 귀족은 다섯이었다.
한 명의 공작과 네 명의 후작.
그러나 공작은 두문불출하며 도시를 통치만 할 뿐, 실질적인 건 후작급에서 처리가 되었다.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각 후작들이 병력을 이끌고 이종족 하나씩을 격파하기로 합의가 된 것이다.
후작급의 실력은 두히칸과 비슷하거나 살짝 위.
종족 하나를 담당하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남은 이종족 하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는데, 샬도 후작의 강력한 추천으로 언럭키에게 의뢰가 떨어졌다.
“음….”
“고민이 되겠지. 일단 의뢰의 보수부터 먼저 말해주겠네. 성공한다면 우리 뱀파이어 족이 모아놓은 최고의 보물들이 모여 있는 공작 저하의 창고. 그 곳에서 원하는 것 아무거나 하나를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네.”
“……!”
“자랑은 아니지만 공작 저하는 5000년 넘게 살아오셨는데, 수집광이셔서 이것저것 많이 모아두셨네. 레이디 벨라님과 그에 관해서 얘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최소한 레전더리 중급 이상의…”
“하겠습니다!”
언럭키는 다 듣지도 않고 고개부터 끄덕였다.
뱀파이어 공작의 보물 창고.
‘그래.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어.’
레전더리 중급 이상이라니.
이건 못할 퀘스트도 반드시 해내야 할 정도였다.
“고맙네. 자네만 믿지.”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이종족과의 전쟁에서 승리.]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뱀파이어들은 당신이 이종족 하나를 담당해 놈들을 처치해주길 바란다.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는걸 훌륭하게 돕자.
-퀘스트 보상 : 적정량의 경험치, 뱀파이어 공작의 보물 1개(레전더리).
***
뱀파이어들은 각기 네 방향으로 나뉘어 진격했다.
각 무리는 뱀파이어 후작들이 이끌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게 있었는데, 선두에 녹색빛의 해골이 걷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봐. 저 해골바가지는 뭐야? 찜찜하게 생겼는데 왜 우리 앞에서 걷고 있는 거지?”
“샬도 후작 각하의 친우가 부탁했다더군. 전투에 방해는 안 될 테니 데리고만 가달라고 했다던데?”
“음. 후작 각하의 친우분의 부탁이라니…. 그 인간을 말하는 건가?”
“맞아.”
언럭키는 어느덧 도시 내에서 꽤 유명했다.
정확히 말하면 벨라가 유명했고 그는 곁가지에 가까웠는데, 그것도 유명세라면 유명세였다.
“그가 부탁한 거라면 데리고는 다니겠는데…전투 중에 우리가 저것도 부서지지 않게 지켜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겠지?”
“쳇. 일거리만 늘어나는군. 괜히 귀찮게.”
그러나 뱀파이어 병사들은 더 이상 불평할 수 없었다.
후작 각하가 직접 용인한 일인데 왈가왈부하다간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었다.
속으로 불만만 쌓여갈 뿐.
“적이다!”
“전투 준비!”
그러다 첫 전투에 돌입하게 됐고, 뱀파이어들은 그제서야 녹색 해골의 진가를 실감했다.
-스아아아!
녹색 해골의 주위로 초록색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나 주변을 덮었는데, 그 안에 들어간 이종족들이 크게 괴로워 한 것이다.
“독! 이 놈들은 중독되었어!”
본능적으로 몇몇 뱀파이어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이건 독무(毒霧)였다.
그들은 숨을 참았지만 딱히 필요 없는 작업이었다.
독무는 뱀파이어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직 몬스터들만 노렸으니 말이다.
“캬아아아!”
중독되어 괴로워하면서도 몬스터들은 녹색 해골에게 달려들었다.
저게 원인임을 눈치 챈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뱀파이어들이 그 앞을 겹겹이 호위하고 있었다.
뚫지 못하고 허둥거리던 몬스터들이 하나씩 쓰러져나갔다.
“허어.”
전투의 과정을 지켜보던 샬도 후작은 감격했다.
저 해골 하나 덕분에 아무런 피해 없이, 정말 손쉽게 승리했다.
전쟁에서 피해 없이 승리한다는 게 얼마나 큰 공적인지는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샬도 후작은 그걸 해낸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에, 다른 후작들 역시 같은 똑같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녹색 해골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라!”
“그걸 중심으로 방진을 짠다!”
뱀파이어들이 조금씩 전략을 변경했다.
***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좋군, 좋아.”
언럭키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
[스킬북 : 베놈 소환]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레벨 50당 베놈 한 기를 소환한다. 베놈은 반경 (현재 레벨)m에 독안개를 내뿜는다. 시전자의 마법 공격력과 비례하는 피해를 입힌다. 단, 독안개에 당하는 몬스터들의 어그로가 베놈에게 끌린다.
-스킬 지속 시간 : 120분(+120분)
베놈 소환. 벨라의 친오빠가 준 스킬북이다.
뱀파이어들이 네 방향을 맡아 진격한다고 했을 때,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경험치가 아쉬웠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략하다보면 다른 몬스터들도 자신이 다 잡을 수 있을 테고, 레벨이 몇 개는 오를 텐데 말이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베놈 소환이었다.
레벨 50당 1기를 소환할 수 있기에, 현재 소환 가능한 숫자는 3기.
거기에 아포피스의 축복을 임시로 여기에 사용해서 4기까지 늘린 다음, 네 명의 후작에게 붙여주었다.
이름하여 원거리 경험치 셔틀!
보호를 부탁한다고 해놓았으니 몬스터의 어그로가 끌리는 것에 상관없이 마음껏 독안개를 뿜어낼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들어오고 있었다.
‘솔직히 예상을 하고 보내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네.’
네 방향으로 진격한 뱀파이어 후작들은 벌써 전투를 하는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경험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베놈이 다 끝장내는 건 아니다보니 유실되는 경험치도 많았지만, 이게 어디인가.
전쟁은 앞으로 계속 펼쳐질 거고, 언럭키는 마력만 계속 사용하여 베놈을 유지시키면 된다.
그러면 무한정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것!
“후, 후후후후! 흐하하하핫!”
언럭키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어차피 근처엔 파티원들 뿐이라 상관없었다.
이아손은 존경하는 총령 각하가 웃던 말던 똑같이 신뢰했고, 호야는 주인이 웃으면 좋아할 뿐이었다.
‘정신이 살짝 이상한가. 어쩐지…그런 것 같긴 했지.’
다만 두히칸만이 떨떠름한 기색으로 언럭키를 보고 있었다.
한참 웃던 언럭키가 두히칸의 등짝을 그레고녹의 홀로 때렸다.
“억. 왜 때리나?”
“집중해. 앞에 몬스터 나왔다.”
언럭키가 앞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그의 해골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나도 일 해야지 슬슬.”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베놈’이 전투에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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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메세지를 살짝 옆으로 치운 다음, 언럭키가 해골들을 전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