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60화 (160/218)

#160화

미튜버는 끊임없이 컨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재미있는 게 넘쳐나는 세상.

사람들은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과거에 잘나갔다고 해서 그게 내일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생각보다 의리로 계속 팬이 되어주는 자는 별로 없었다.

정말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재미없어지면 귀신같이 사라진다.

“이번 컨텐츠가 고민이네.”

그렇기에 이한영은 매일같이 머리를 싸맸다.

언럭키 팀의 총괄 PD이자 카메라맨.

다만 지금은 카메라맨 업무를 못하고 있기에 다음 영상 기획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PD 역할만 하고 있었다.

‘저번에 들어보니 벨라님이랑 만나셨다고 했지. 그럼 데이트 영상 한 번 더 올리자고 할까? 그거 반응 좋았는데.’

굳이 의도적이게 데이트처럼 몰고 가지 않아도, 둘이서만 파티를 맺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위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럼 그걸 잘 편집만 하면 그림 하나 뚝딱 완성이다.

‘아니면 다른 미튜버와 콜라보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혼자서 진행할 컨텐츠가 다 떨어진 경우에, 미튜버들은 다른 미튜버와 합방을 하기도 한다.

서로의 팬들이 자신의 팬이 되는 경우도 있고, 콜라보를 하며 컨텐츠가 더 재미있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한영은 곧 고개를 저었다.

“언럭키님이 워낙 신비주의 컨셉이시니 이건 어렵겠군.”

이제는 같은 편이 된 자신과 아직도 현실에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가끔씩 은근슬쩍 커피숍에서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는 의사를 내비쳤는데도, 그때마다 언럭키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음에 보자고 했다.

심지어 편집자인 이용승 역시 곤란해하는 건 똑같았다.

처음엔 두 사람이 자신을 따돌리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인성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무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

어쨌거나 이한영은 머리를 싸매며 언럭키의 다음번 컨텐츠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했다.

시청자들이 환호할 만한 킬러 컨텐츠 몇 개만 더 나와준다면, 이젠 진짜로 대형 미튜버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응?’

그때, 이한영의 메일로 알림이 왔다.

수신함에 가보니 언럭키로부터 영상이 온 것이다.

‘최근 플레이 영상인가 보군’

전에 받은 게 천공의 탑 10층 보스몹 레이드였는데.

‘이번에는 뭘까. 다른 유저들처럼 외부 탐사 영상일까?’

천공의 탑은 더 이상 악마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10층의 보스몹이 리젠되는 것 빼면, 이제는 외부로 나아가야 한다.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땅.

거기는 블루 오션이었다.

꽤 많은 유저들이 엘리트 몬스터, 보스 몬스터를 발견하고 던전을 발굴했으며,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을 얻은 사람도 있었다.

미튜브에 천공의 탑을 검색하면 요즘엔 그런 영상들이 수두룩했다.

천공의 탑에서 다음 도시로 넘어가려면 레벨 120 이상이어야 하기에, 아직 언럭키는 천공의 탑에 있을 터.

높은 확률로 외부 탐사를 하고 있겠지만…

‘으음. 그건 별로일 것 같은데.’

당연히 뒤늦게 영상을 올리면 아무래도 경쟁력이 약할 것이다.

아무리 외부를 공개한 게 언럭키라고 해도, 뒤늦게 파헤치는 건 별로 이득될 게 없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언럭키가 보내준 영상을 확인했다.

“와….”

이한영은 하던 생각들을 그 즉시 접었다.

“이건 진짜 미쳤네.”

지금까지 했던 고민들은 다 쓸데없었다.

언럭키는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지저 도시라니. 그런 데는 또 언제 간 거야?”

이름만 들어도 탐사 본능이 꿈틀거리는 세계.

언럭키가 보낸 건 그런 영상이었다.

***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지저 세계 탐사 중!]

[4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

언럭키의 채널에 새롭게 영상이 공개된다는 알림이 갔다.

이제는 언럭키 채널의 알림 설정을 해 놓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곧장 월벤이 시끌시끌해졌다.

-지저 세계? 그런 곳이 있었나?

-바로 직전 영상이 천공의 탑이었잖아. 천공의 탑 다음 도시 중에 지저 세계라는 곳이 있었음?

-아니 근데 언럭키 내가 알기로 레벨이 아직 120에서 한참 모자랄 텐데?

언럭키의 지난 영상은 천공의탑 10층 보스몹 솔로 레이드였다.

보스몹을 솔로로 레이드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레벨은 도시의 한계치인 120에서 한참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홀로 레이드를 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열광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도시라니?

-잠깐만. 천공의 탑에서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역에 지저 세계라는 곳은 없는데?

-!!!뭐!?

이건 굉장히 놀라운 얘기였다.

-설마…또 새로운 지역을 발견한 거야?

이미 나올 게 다 나온 곳에서 새로운 곳을 발굴했다는 소리였으니까!

심지어 무법자들의 도시 두바르, 천공의 탑 외부에 이은 세 번째였다.

-미쳤다.

-말도 안 되네. 직업이 무슨 탐험가도 아니고….

-언럭키 보면 직업이 계속 바뀌잖아. 혹시 그중에 탐험가 직업도 있는거 아냐?

-일리 있네. 그게 아니었으면 무슨 이렇게 계속 뭐가 나올 리가 없지.

월벤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는 건 랭킹 순위 1000위권 안쪽의 하이 랭커들이나 가능한 거라 생각했다.

가장 앞선 도시를 나아가며, 그들의 발걸음 한 발자국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미 다 나온 줄 알았던 곳에서 무언가 다른 걸 찾아내다니.

-4시간 뒤 공개라고?

-문 열어!!!! 못 기다리겠다고!!!

-공개할 때까지 숨 참고 있는다. 빨리 안 올리면 오늘 송장 하나 치우는 거야.

-나도 동참한다.

-나도!!

-엌ㅋㅋㅋㅋㅋ 언럭키 오늘 몇 킬이나 하는 거냐.

-월드 사가에서도 몬스터 잔뜩 잡던데, 시청자들도 잡는구나.

***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는 계속해서 업로드 시간을 빨리 올려달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보통은 이런 상황이면 부담을 좀 느꼈을 것이다.

과한 기대감은 감사하지만, 그걸 만족시키지 못하다면 실망하고 떠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한영과 이용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편집 작업을 하면서 두 사람은 이게 킬러 컨텐츠라는 걸 확신했던 것이다.

“이 정도면…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원본 영상만 올려도 조회 수 대박은 확정인데?”

편집하던 이용승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었다.

어쨌거나 팬들의 마음과 달리 4시간은 금방 지났다.

<드디어 4시간 지나갔냐.>

<진짜 내 평생 가장 긴 4시간이었다.>

<다들 4시간 동안 숨 참는다더니 어째 멀쩡하네?>

<언럭키 방송 보려고 부활해서 돌아왔음.>

시작 부분에서 대룡 그룹의 광고가 진행된 후, 본격적인 영상이 나왔다.

-저벅저벅.

어두운 내부를 걷고 있는 언럭키.

<오. 여기가 지저 세계인가?>

<어둡고 칙칙하네.>

주변에서 풍겨오는 음습한 분위기나 계속해서 내려가는 지면으로 보아 짐작이 갔다.

그때 언럭키가 살짝 뒤를 돌아봤다.

“아 카메라가 조금씩 흔들리는데 그거 고정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네요.”

언럭키는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더니 이것저것 조금씩 조정했다.

그러면서 카메라 시야가 돌아갔는데, 언럭키와 함께 벨라의 모습이 잠깐이나마 스쳐 지나갔다.

하얗고 찰랑거리는 길게 기른, 차가운 표정의 미녀.

언럭키를 찍어주는 사람이 벨라라는 것에 채팅창이 한순간 후끈 달아올랐다.

<와 미친. 개이쁘다.>

<어둡고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을 저런 미녀랑 단둘이 다닌다고?>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마지않을 상황이었다.

지저 세계에 대한 관심보다 언럭키에 대한 부러움이 잠시나마 앞섰다.

<언럭키…. 진짜 그렇게 다 가져야 속이 후련했냐? 어??>

<인간적으로 하나만 해라…. 부러워 죽겠으니까.>

카메라 조정을 마친 후, 언럭키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이한영과 이용승이 이번 원본 영상을 받았을 때, 그들이 고민한 건 무엇에 집중할까였다.

언럭키의 지저 세계 초반부 영상은 전투도 있고 탐험도 있었다.

뱀파이어 벡스를 만나고 히사렛들을 사냥했으며 출입증까지 얻어 뱀파이어들의 도시로 나아갔다.

과연 무엇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까?

고민을 해봤지만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다 너무 좋았던 것이다.

-하나를 못 고르겠으면 전부 다 넣으면 되지!

결국 하이라이트 장면만 뽑아 싹 다 때려넣었다.

-퍽!

-콰직!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돌진하는 언럭키는 지하 세계의 탱크였다.

가로막는 모든 걸 다 짓밟았다.

어둠 속에서 히사렛들이 등장해 먼저 공격했지만 콧방귀도 뀌지 않고 그대로 뚝배기들을 날려버렸다.

<사냥 진짜 시원시원하다.>

<암살자 계열 몬스터가 원래 까다로운데. 언럭키한테는 무슨 믹서기에 들어간 과일처럼 갈려 나가네.>

<보스몹도 맞아주면서 싸우던 언럭키인데. 일반몹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긴 하겠다.>

히사렛들의 학살 장면 하이라이트가 이어지고 장면이 바뀌었다.

언럭키는 새로운 NPC 한 명과 함께 다시 이동하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곳은 반짝이는 광물 아래에 등장한, 거대한 도시!

“여기가 우리 뱀파이어들의 도시 ‘리아퀴른’일세.”

뱀파이어 벡스가 송곳니를 반짝이며 웃는 것으로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 잠깐만. 뱀파이어들의 도시?>

<지저 세계가 던전 같은 게 아니고 도시가 있었어?>

<심지어 거기 주민이 인간이 아니고 뱀파어라고?>

<와…. 어디서 놀라야 할지 포인트를 못 잡겠네. 새로운 발견이 몇 개야 이거?>

채팅창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금껏 등장했던 뱀파이어는 이성 없는 몬스터가 대부분이었다.

말을 할 수 있어도 기껏해야 보스몹 정도였는데, 그런 뱀파이어들의 도시라니.

<엘프나 드워프같은 이종족들의 도시라는 거 아냐.>

<세상에…. 거기를 최초 발견한 거면 도대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 거야?>

드워프들이 처음 등장하는 도시는 레벨 150부터이다.

거길 처음 발견했던 랭커는 드워프들의 최초 퀘스트를 받아 해결하고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었다.

엘프도 비슷했다.

최초로 이 종족과 접선한 유저들은, 거의 다 랭커급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흥분했다.

<거기가 도대체 어디임? 나 천공의 탑인데 나도 좀 들어가자.>

<하. 외부로 나가는 통로 뚫은 것도 그렇고. 어떻게 매번 이런 어마어마한 발견을 하는 거지?>

영상이 종료되면서 더 이상 채팅창에 글을 남길 수 없게 되었다.

시청자들은 그대로 월벤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언럭키 폼 미쳤다.>

<그치. 미녀랑 둘이서 어두컴컴한 곳 탐사하는 컨텐츠라니. 미쳤지 완전.>

<아 물론 그것도 미치긴 했지.>

<다들 여자에 눈 돌아가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천공의 탑에서 또 미발견 지역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게 얼마나 엄청난 발견인지 모르겠음?>

<지금 천공의 탑에 있는 놈들 없냐? 너네는 의견 어떰? 새로운 지역이 어디일 것 같음?>

그러나 그 아래로 달린 댓글들은 거의 다 다른 지역에 있는 유저들의 궁금하거나 부러워하는 내용들이었다.

천공의 탑에 실제 거주하는 자들의 댓글은 없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 천공의 탑에 있는 유저인데, 지금 유저들 수천 명이 지저 세계 어디인지 도시 들쑤시고 다닌다ㅋㅋㅋㅋㅋㅋ. 나도 합류해야 해서 더 이상 댓글은 못 달 것 같음. ㅅㄱ.>

천공의 탑에서 여기저기를 유저들이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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