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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58화 (158/218)

#158화

두히칸의 시선이 멍하니 인벤토리 속으로 사라진 성물을 쫓았다.

“아, 아니….”

“왜?”

언럭키가 빤히 쳐다봤지만 두히칸은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리바 델 레이의 부서진 성물조각’을 획득합니다.]

사이드 퀘스트도 완료했고 볼일은 다 봤다.

언럭키는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잠깐!”

그때 두히칸이 언럭키의 어깨를 붙잡았다.

언럭키는 살짝 고개를 돌려 놈을 쳐다봤다.

“싸울 거냐?”

“…….”

광오한 눈빛.

언럭키는 별 생각 없이 쳐다본 거였지만 ‘네크로 엠페러’가 주는 눈빛은 남들에게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다.

두히칸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렀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가 손을 가볍게 까딱이자 소환 해제해 두지 않았던 해골들이 그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일반 해골 24기에 해골 기사 3기.

총 27기의 해골들이 주변을 경계한다.

‘일반 해골들로는 다른 페블보들을 상대하게 하고 해골 기사로 두히칸만 맡으면 될 거야.’

언럭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투의 견적을 냈다.

저주 마법과 아이템에 내장된 마법들을 최대로 끌어다 쓰면 어찌어찌 잘 싸우면서 탈출 하는 것 정도는 문제없겠다.

페블보 족은 단단하지만 느리기 때문에 두히칸만 쓰러트리면 되니까.

그런 언럭키의 의지를 받들어 해골 기사들이 두히칸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극심하게 고민하던 두히칸은 결국 선택을 했다.

“아니! 난 싸우자고 널 붙잡은 게 아니다!”

“그럼?”

“가, 같이 가고 싶다. 널 따라가겠다!”

쫓아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성물을 다시 되찾아오겠다!

짧은 순간 야심찬 계획을 세운 두히칸이었다.

***

천공의 탑. 그 한가운데에서 고개를 꺽어 하늘 위를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펄럭 펄럭

푸른 하늘 위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남자, 이아손은 그 독수리를 눈여겨봤다.

“드디어 왔군. 가자 호야.”

“뀨르!”

어쌔신인 이아손은 언럭키를 따라 지저 세계로 내려가지 않고 천공의 탑에 남았다.

-이아손. 네가 여기서 해줘야 할 임무가 있다. 그걸 완수하고 내가 알려준 길을 따라 나를 쫓아오도록.

-알겠습니다.

존경하는 두바르 총령이 맡기신 임무.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그 분의 뒤를 쫓아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천공의 탑에서 할 일 없이 배회하는 나날이었는데, 드디어 신호가 왔다.

제자리에서 세 바퀴 도는 독수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탑 1층의 B-24 구역의 빈집.’

약속된 장소로 가면서 이아손은 잔뜩 긴장했다.

은신을 펼치고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단검에 손을 얹었다.

-끼익.

빈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구석에 있는 탁자 위에 편지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다.

“…다행이 언럭키님이 말한 정보원이 멀쩡한 모양이군.’

이아손이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언럭키는 리바 델 레이 본부에 동료 한 명이 잠입해 있다고 말했다.

그 정보원은 원래는 분타주였던 몬시뇰 에토.

특정 시간마다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는데, 자신은 지저 세계로 가야하기 때문에 이아손이 남아서 듣고 오기로 했다.

혹시나 에토가 당하고 리바 델 레이의 적들이 함정을 꾸며놓을 수도 있기에, 안전을 위해 이아손에게 호야도 맡겼다.

그 정도면 싸워 이기는 건 몰라도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아무도 없네. 다행이 임무는 성공이구나.”

“뀨르.”

“그럼 이거 가지고 네 주인님을 찾아가자.”

“뀨르르!”

언럭키가 마지막으로 맡긴 임무인 편지를 조심스럽게 품속에 챙긴 다음, 이아손은 호야와 함께 지저 도시로 출발했다.

***

언럭키는 두히칸과 함께 지저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리바 델 레이의 부서진 성물 조각. 그 조각 중 하나가 페블보의 영역에서 발견됐다면 나머지도 지저 세계 어딘가에 있다는 뜻일까?’

한 손으로 성물 조각을 가볍게 던지고 받으며 생각에 잠겼다.

두히칸이 힐끔힐끔 이 쪽을 보며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두히칸.”

“나, 나는 절대 성물을 다시 탈취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

“헙! 말이…헛나왔다.”

“앞에 집중이나 해. 히사렛 나왔다.”

언럭키가 앞을 가리켰다.

어느새 어둠 속에서 히사렛이 나타난 앞발톱을 긁어댔다.

이쪽을 보고 있던 두히칸의 옆구리에 정통으로 박혔지만…

-카가각!

“흥! 어딜!”

두히칸은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더니 그대로 니킥으로 히사렛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그들은 히사렛의 영역을 다니는 중이었다.

도시의 출입증을 얻기 위해 100마리를 잡아봤던 녀석들인데, 언럭키는 이 놈들의 특징을 잘 알았다.

‘은신 능력 때문에 거의 무조건 선공을 넘겨야 하는 놈들이지.’

당연히 유저 입장에서는 까다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언럭키는 출입증 퀘스트를 완료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은신 후 기습?

그건 그 당시 언럭키의 강력한 방어력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가까이 와주면 고마웠다. 그대로 망치로 뚝배기를 깨주면 되니까.

그리고 그건 두히칸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두히칸은 성왕 시절의 자신과 꽤 비슷했다.

-전에 들은 적이 있다. 히사렛들도 우리처럼 이상한 기분이 드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나 같은 영웅이 탄생했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지만…어쩌면 놈들에게도 성물이 있을지 모르지.

-그렇군.

두히칸의 의견이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한번 가볼 만했다.

성물 조각은 분명 다 모아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이 잡히지 않았다.

한 종족의 영웅이던 두히칸의 말이라면 이정표는 될 터.

틀리더라도 약간의 시간을 낭비한 것일 뿐, 그냥 몬스터 사냥하러 갔다는 셈 치면 그만이다.

“그….”

“뭐지? 뜸들이지 말고 말해라.”

아까부터 힐끔힐끔 눈치만 보던 두히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언럭키는 그를 다그쳤다.

“히사렛들에게서 혹시 성물을 얻는다면 우리 종족의 성물을 돌려줄 수는…없겠는가?”

“글쎄.”

그건 어려울 것 같지만…앞으로 한동안 같이 다녀야 할 것 같은데 기분을 초 칠 필요는 없겠지.

“생각해보겠다.”

“고, 고맙다!”

그것만으로도 두히칸의 표정은 확 밝아졌다.

의욕이 솟구친 두히칸은 다시금 앞장섰다.

“아, 근데 두히칸. 길을 알려주기 위해 앞장서는 건 좋은데, 방금 전처럼 몬스터를 한 방에 처치하지는 마라.”

“뭐? 왜지?”

왜긴 왜야. 그래야 내가 경험치를 먹을 것 아냐.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두히칸의 바로 뒤에는 22기의 일반 해골들과 3기의 해골 기사가 따라가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워낙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던 데다가 두히칸의 반응이 빨라서 놈이 처치했지만, 원래라면 놈의 역할은 발견과 한 방 맞아주는 것 까지.

나머지는 해골들이 처치해야 할 몫이었다.

두히칸은 팔짱을 끼고 해골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카앙!

“크윽…!”

두히칸이 앓는 소리를 냈다.

또다시 어둠 속에서 암습이 날아왔다.

이번 암습은 꽤 의미가 남달랐다.

한 가지는 한 방 맞아도 콧방귀나 뀌던 두히칸이 꽤 아픈 표정을 지으며 HP가 닳았다는 것!

“총령 각하!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기습 후에 등장한 사람이 이아손이었다는 점이다.

“이아손?”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단검을 쥔 채 두히칸을 노려보고 있었다.

“예!”

“여기는 언제 온 거야?”

“방금 도착했습니다. 총령 각하의 흔적을 쫓아 이동하다보니 어떤 도시로 이어지더군요. 하지만 출입할 수가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또 다른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걸 쫓아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이아손은 빠르게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선은 전방을 향해 쏘아진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옆구리를 붙잡고 있는 두히칸에게서 절대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총령 각하. 저도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만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저렇게 단단한 몬스터라니…. 여기서 조금만 가시면 호야가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호야를 타고 도망치십시오.”

“…….”

언럭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괜찮아. 굳이 싸울 필요 없어.”

아무래도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

-푸쉬익.

밤 12시.

오늘 하루 월드 사가의 일과를 끝내고 백현이 접속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캡슐이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지고 근육 피로를 풀어주는데 효과적이라지만 하루 종일 누워있었던 몸.

찌뿌둥한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고, 운동을 시작했다.

“후욱, 후욱.”

한 시간 가까이 맨몸 운동으로 땀을 냈다.

이용승의 권유로 시작했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했었지만, 이제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꼭 필요한 일과가 되었다.

푸쉬업, 스쿼트, 풀업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고난이도 동작들을 수행한다.

미튜브만 봐도 맨몸운동으로 중량을 하는 방법들이 여럿 나오고, 이용승에게 언제든지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 백현의 몸은 꽤 많이 달라졌다.

프레임이 약간이지만 커지고 몸의 태가 달라진 것이다.

아직 남들이 볼 때는 큰 변화는 못 느낄지 모르지만, 본인의 만족감은 굉장했다.

“후우.”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마쳤지만, 그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씻고 나서 할 일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미튜브와 월벤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했다.

현실의 뉴스에서부터 월드 사가의 여러 소식들까지.

하루에도 휙휙 바뀌는 게 세상이었다.

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전부는 아니더라도 챙겨봐야 했다.

피곤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백현의 입가에는 미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요즘처럼 기분이 개운할 수가 없군.’

항상 마음속 한편 걸리적거리게 만들던 것.

성 팀장과의 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닭장 같은 고시원 감옥이었지만 백현의 눈에는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낡고 칙칙한 벽과 곰팡이 낀 벽지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돈만 있으면 탈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 그럴 만했다.

‘이제 목표는 단순해졌다.’

성 팀장과 완벽하게 합의를 보고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돈. 돈만 있으면 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백현의 머릿속 한 구석에 항상 떠다니는 생각이다.

그렇게 월벤에서 오늘의 이슈와 알아둬야 할 아이템, 스킬 정보들을 확인하고 메일함까지 봤다.

‘음?’

그러다 꽤나 의외의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크라비온 길드의 길드장 크라비입니다.]

‘크라비온 길드라면….’

굉장히 익숙한 길드다.

10억을 돌파해 이제는 11억에 가까워져가는 월드 사가의 유저들.

당연히 길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1티어 길드들 중 하나가 크라비온 길드였다.

길드장 크라비는 랭킹 1000등 안쪽에 들어 하이 랭커 소리까지 듣고 있는 자였고.

‘그런 사람이 나한테 메일을 보냈다고?’

백현은 안에 들어가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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