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공지가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오늘 점심에 라이브 있습니다. 많이 찾아와 주세요!]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을 구독해놓은 사람들에게 알림이 갔다.
“어? 오늘도 라이브 하나보네?”
“오 진짜?”
“지금 알림 왔어.”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지난번 라이브는 되게 재밌었는데. 오늘 컨텐츠도 기대된다.”
“얼마 안됐는데 바로 또 두 번째 라이브 할 정도면, 뭐 쎈 거 하나 준비해서 온 듯?”
“근데 천공의 탑 요즘 말 많잖아. 사냥터가 사라지고 있니 어쩌니. 월벤이 시끄럽던데. 이 와중에 뭐 할 게 있으려나?”
첫 라이브 때의 신선함은 당시에 보러왔던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이번 컨텐츠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때 몇몇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 천공의 탑에 있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언럭키 사냥하는 장면 봤다더라.”
“그래? 어떻대?”
“아주 지독하대. 파티원도 따로 안 두고 혼자서 솔플하는데, 며칠 동안 쉬는 시간도 거의 안 갖고 사냥터에서 몬스터 패 죽이는 것만 한다더라고. 나중에는 지켜보는 사람들이 질려서 떠나기까지 했다더라.”
“와아….”
빠르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 천공의 탑 6층에서 죽치고 있던 시절.
그 지독한 사냥 장면은 알음알음 소문이 퍼졌다.
스크린 샷을 찍어서 월벤에 올린 사람마저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독종 소리를 듣게 만드는 모습.
동시에 그저 운빨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노력을 많이 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 언럭키였으니 기대가 될 만 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컨텐츠를 가져왔을까?
그리고 곧이어.
-띠링!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 라이브 방송이 켜졌다.
“안녕하세요. 언럭키입니다.”
이번에는 대룡 미디어에 딱히 공지하지도 않았기에 카메라맨 같은 지원도 없었다.
그래서 1인칭 액션캠으로 라이브를 켰는데, 사실 오늘 할 컨텐츠에는 이게 더 잘 맞을 수도 있었다.
<떴다!!! 두 번째 라이브!!!>
<이런거 바로바로 들어와서 볼 수 있는 백수인 내가 1승 ^^.>
<회사원인데 그냥 들어왔습니다. 부장님 몰래 책상 밑에 폰 두고 보는 중 ㅎㅎ.>
<와. 돈 받으면서 언럭키 방송 보네? 넌 후원 좀 해야겠다ㅋㅋㅋ.>
이제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언럭키이기에 시작과 동시에 꽤 많은 사람들이 채팅창에 들어왔다.
“자. 광고 먼저 보고 가시죠.”
언럭키가 손을 까딱이자 대룡 미디어의 웅장한 로고가 15초간 흘러나왔다.
<아….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 않나;;>
<넘어가긴 무슨. 광고는 못 참지ㅋㅋㅋㅋㅋ>
<광고주님이 좋아하겠네. 이렇게 훌륭하게 일하는 스트리머가 있다니.>
<1티어의 증거인 대룡 미디어 광고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견뎌!!>
광고가 끝난 뒤, 언럭키는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갔다.
“사실 오늘 준비한 컨텐츠는 짧고 굵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천공의 탑이 혼란스럽거든요. 거기에 대한 게 오늘의 컨텐츠입니다.”
그러면서 언럭키는 카메라를 들고 이동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천공의 탑 외부로 향하는 폐쇄된 통로.
거기는 아직까지도 성기사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전에 언럭키에게 돈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만 갈 수 있었다.
<아 맞네. 생각해보니 몬스터가 줄어도 전에 입장권 구매한 사람들은 상관이 없구나.>
<저기 통해서 밖으로 나가면 공기 반 몬스터 반이라며?>
<와. 전에 입장권 얼마였지? 만원이었나 3만원이었나 했을 텐데. 그 때 산 사람들은 완전 개이득 봤네.>
얼핏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입장권을 가졌다가 흥미를 잃었던 유저들은 탑 내부에서 몬스터가 급감하자 곧장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를 못 봤지.’
천공의 탑 외부는 오히려 악마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오죽했으면 성기사와 사제들로 함께 파티를 꾸렸음에도 언럭키조차 나갈 엄두를 못 냈을까.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쉽게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다.
‘더 많은 유저. 그것도 훨씬 많은 유저들이 바깥으로 나가야 해.’
다 같이 악마들을 공격하면서 전체적으로 밀어내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언럭키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제 라이브를 보시는 분 중에는 천공의 탑에 계시는 분도 있을 거고, 아니면 월벤에서 이번 일을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요점만 말하면 항상 날아오던 악마들이 사라졌습니다. 조만간 기존의 탑 외곽부 사냥터는 폐지되는 게 확정입니다.”
일부러 내가 그 원흉이라고 말하진 않았다.
나중에 재수 없이 밝혀지는 거라면 모를까, 먼저 나서서 돌을 맞을 생각은 없다.
다만 미래의 대비는 해야겠지.
“저도 이번 일로 고민이 많았는데요. 모두가 함께 플레이하는 월드 사가 아닙니까. 그래서 탑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이 통로를 공공재로 풀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유저든 상관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언럭키의 말에 잠시 채팅창엔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알겠는데, 제대로 들은 게 맞나 필터링을 거치는 시간이었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냐?>
<헐. 저 상황에서 입장권을 유저들한테 그냥 뿌린다고? 그것도 무한대로?>
<미친 거 아냐? 그거 이용권 인당 만원에 팔아도 떼부자가 될 텐데?>
채팅창이 순식간에 줄줄 흘러나갔다.
‘이럴 줄 알았지.’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박세훈이 처음 자신을 찾아와서 제안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도 많았다.
비싸게 돈을 받고 외부로 나가는 입장권을 파는 것.
그러나 이건 독이 든 성배다.
이번 사냥터 소멸 사태를 불러일으킨 건 언럭키였다.
연계 퀘스트를 하는 도중에 우연찮게 벌어진 일이지만, 어쨌거나 그게 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걸 숨기고 오히려 입장권으로 돈을 번다면 지금은 꽤 큰돈을 얻겠지만, 앞으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한다.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갖고 살아가겠지.’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수십 년 전의 잘잘못도 가져와서 까내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몇 년 후에 한창 승승장구했는데 미튜브 렉카 같은 데에서 ‘충격! 스트리머 언럭키의 실체를 밝힙니다!’ 같은 영상이 터져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
일부러 잘 쓰던 사냥터를 없애고 입장권을 비싸게 팔아먹다니.
대중의 지탄을 받기에 딱 좋은 사건이었다.
‘멀리보자. 돈은 언제든지 더 벌 수 있어.’
실제로 이번 달 수익은 정산을 해봐야겠지만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단순 돈 뿐만 아니라 레전더리 아이템도 몇 개나 얻었다.
현금으로 바꾸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욕심내서 바꿨겠지만, 언럭키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백현씨.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쯤은 아까워하지 말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야.
박세훈이 해줬던 말이다.
지금이야 이렇지만, 왕년에는 잘 나가던 트레이더였던 사람이 그였으니 어느 정도 믿을 만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성기사들에게 말해 입장권 없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기존에 입장권을 산 사람들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고작 3만원 밖에 안했고, 그것조차 바깥의 악마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도 별 이득을 못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이번 일로 유저들이 잔뜩 와준다면 좋아하겠지.
모두 다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니까.
“오늘 라이브 컨텐츠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짧고 굵었는데 어떻게, 재미있으셨나요?
빙긋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언럭키.
그 순수해 보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와. 인성 무엇?>
<요즘 월드 사가 하는 사람…아니, 그냥 사람 중에 저렇게 착한 분도 계시는구나.>
<하나같이 다들 이기적이고 어떻게 하면 남 뒤통수칠까 고민하는 세상인데.>
<오늘도 한 명의 선행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듭니다.>
<퍄ㅑㅑㅑㅑㅑㅑㅑㅑㅑ>
[그린가챠님이 7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이겟?님이 9999원을 후원하셨습니다.]
[GHLS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현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
뜻하지 않은 후원 세례에 언럭키는 살짝 당황했다.
“괘, 괜찮습니다. 후원금은 마음만 받을 테니 넣어 두세요.”
일부러 입장권도 돈 받고 안 파는데, 이런 후원 세례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었다.
괜히 후원금 잔뜩 받기 위해 선행을 펼쳤다고 뜻이 왜곡(?) 될까봐 언럭키는 진땀을 뺐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좋게 보였다.
<아주 그냥 돈쭐을 내주자!>
<이런 사람은 돈 폭탄을 맛 봐야돼!!>
<어디 큰 손 안 계신가? 아주 크게 감동 한 번 주세요!>
.
.
* * *
언럭키의 두 번째 라이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천공의 탑으로 연결된 워프 게이트가 크게 진동했다.
-우웅!
그 안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빠져나왔다.
“와. 여기가 천공의 탑이구나.”
“진짜 탑이 위로 뻗어있네? 지금까지 거쳐 왔던 도시랑은 굉장히 달라.”
“근데 여기 요즘 분위기 안 좋다며. 사냥터가 사라지니 어쩌니 하면서 말이 많던데.”
“하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냥터 붐비는 그 지옥들을 뚫고 이제 슬슬 좀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여기서도 또 똑같은 경쟁을 해야 하는 거야?”
월드 사가의 소문은 굉장히 빠르다.
뭐 하나 이슈가 생긴 순간 월벤이 떠들썩해지기 때문이다.
천공의 탑에서 벌어진 일은 아직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특히 곧 천공의 탑에 올 유저, 천공의 탑에 체류 중인 유저, 천공의 탑을 곧 떠날 유저.
세 집단은 귀를 바짝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야. 너 참 소식 느리다. 두 시간 전에 언럭키 라이브 있었다잖아. 그거 안 봤어?”
“언럭키? 미튜버인가?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왜?”
“이번에 새로운 사냥터를 그냥 개방했다잖어. 심지어 준다는 후원금도 제발 주지 말라고 했다던데?”
“후원금을 거절하는 미튜버가 있어? 특이하네.”
“특이한 게 아니라 인성이 좋은 거야. 지금 칭찬이 자자하더라.”
“그럼 이제 사냥터 문제는 해결된 건가?”
“그런 셈이지. 일단 한 번 가보자고.”
유저들은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천공의 탑 1층을 향해 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편에는, 가만히 대화를 엿듣고 있던 하얀 머리의 여자도 있었다.
“…….”
벨라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기존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NPC와 작별인사를 하고 퀘스트를 하느라 아쉽게도 언럭키의 라이브는 보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천공의 탑으로 넘어오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보기 뜨면 돌려봐야지.
그러나 유저들의 대화로 하나 알게 된 건 있었다.
‘언럭키님은…돈 욕심이 없으신 분이구나.’
가만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언럭키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벨라는 항상 솔플이어서 언럭키와 보낸 시간이 엄청 길다고 생각했다) 자신보고 돈을 달라고 하거나 억지로 욕심내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가 슬쩍 웃었다.
가까운 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렇게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다니.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계속해서 발견된다.
-저벅 저벅.
벨라도 다른 유저들처럼 천공의 탑 1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서 언럭키를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