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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43화 (143/218)

#143화

‘내일은…나도 드디어 넘어가는구나.’

벨라. 김화영은 침대에 누워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두바르에서 언럭키와 함께하다가 그는 천공의 탑으로 먼저 떠났다.

아쉽게도 그 당시 벨라의 레벨은 따라가기에는 한참 부족했기에, 다른 도시로 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도시에서 그녀는 대장장이 NPC들을 만나 여러 가지 퀘스트들을 수행했다.

-오오. 이런 굉장한 재능이라니…. 내 기술을 전수해주겠소. 부디 받아주시오.

-버, 벌써 다 배웠다고? 내가 20년간 수련한 걸 일주일 만에?

닥치는 대로 대장장이 NPC들을 격파(?) 하면서 보내다보니 레벨은 쑥쑥 올랐다.

그 와중에 언럭키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등, 자극 받는 일도 많았다.

그녀 역시 먹고 자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월드 사가에 쏟았다.

그 결과 레벨 90을 달성했고, 바로 내일이 천공의 탑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빨리 자야 하는데….’

진작에 누웠지만 오늘따라 눈이 말똥말똥하다.

언럭키를 다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현실 시간으로는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나?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또 그렇지는 않네.

등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부우우웅!

그 순간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새벽 시간에 누군가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진짜로 그녀는 전화 올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가족들과 일정 주기로 보는 선생님, 극소수의 지인을 제외하면 그녀의 번호를 모른다.

그중에 이 새벽에 전화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들린 건 익숙한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벨라님?

“…….”

-저 언럭키입니다. 기억하시죠? 전에 헤어질 때 번호 교환 했었는데.

‘아….’

그녀는 그제야 언럭키의 번호를 받았던 게 기억났다.

다만 그날은 이것저것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깜빡 해버렸다.

“어쩐…일이세요?”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전화를 하다니.

화영은 애초에 이런 시간에 타인과 통화를 해본 게 너무 옛날 일이라서 기분이 묘했다.

-일단 늦은 시간에 연락드린 건 죄송합니다. 제가 통화를 할 시간이 이 때밖에 안되거든요.

“…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이번에 좋은 재료 아이템을 하나 구했습니다. 가공을 하려면 실력 있는 대장장이가 필요한데…생각나는 게 벨라님밖에 없더군요 하하.

이건 김화영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

스킬 숙련도를 높이고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건 좋은 재료로 훌륭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천공의 탑으로 언제쯤 오실 수 있으십니까? 아직 레벨이 많이 남았다면 우편으로 아이템을 보내드려도 되긴 합니다만….

이때 얘기를 하면서 백현은 속으로 여러 번 고민을 했다.

‘진짜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좀 불안하긴 한데….’

그냥 아이템도 아니고 레전더리 아이템이다.

최소 수천만 원이나 하는 건데 그냥 보내준다니.

당연히 찜찜하다.

그렇기에 만약 정말로 보내달라고 하면 그녀가 90레벨을 찍고 천공의 탑에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화영은 꽤나 감격을 받았다.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다니.

자신이 이렇게나 신뢰를 주고 있었구나 싶었다.

“…90레벨 달성…했어요. 내일 천공의 탑으로 가려고요.”

-오. 잘 됐군요. 그럼 내일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게 좋겠어요.

“…네.”

-하하. 늦은 밤인데 죄송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그러나 화영은 꽤 오랫동안 새카매진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완전히 연관 없는 타인과 통화를 한 게 얼마만일까.

조금씩 사회화가 되는 느낌에 그녀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보다 훨씬 더 감격 받은 사람이 있었다.

“우, 우리 화영이가….”

화영의 어머니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숨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딸인 화영이 잠을 잘 못자는 것 같아서 가볍게 대화나 해주려고 했다.

한창 그녀의 병이 심할 때는 밤이면 우울감이 더 크게 왔기에 억지로라도 옆에서 안정을 시켜줬었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언제라도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에 그녀는 항상 딸의 방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딸아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는 타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꿈을 꾸나 싶었다.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가족 간에도 거의 입을 열지 않는 화영이가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다니!

살짝 보니 화영이는 가만히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딸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시 안방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변화를 옆에서 가만히 응원해 줄 생각이었다.

* * *

추기경이 예고한데로 악마 소환 마법진의 파괴가 시작되었다.

단순하게 마법진만 파괴하면 이미 열려있는 소환 게이트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가 있다.

그렇기에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사제들이 여럿 달라붙어 연구했고, 완벽하게 모든 게이트들을 소멸시켰다.

난리가 난 것은 당연히 유저들이었다.

“이상하네. 오늘 뭔가 몬스터가 좀 줄은 것 같지 않아?”

“음.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끊임없이 천공의 탑 외곽부로 날아오는 악마들.

그 놈들은 유저들. 특히 원거리 유저들은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서서히 그 악마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당연했다.

악마들의 날아오는 속도는 똑같은 게 소환되는 게이트가 완전히 닫혔다.

이미 소환된 악마들의 숫자도 상당했기에 놈들이 순차적으로 날아오던 초반은 상관없었지만, 서서히 악마들은 사라졌다.

눈에 띄게 사냥터가 비어가자 유저들은 당황했다.

천공의 탑은 유저들끼리 사냥터 자리다툼 같은 게 하나도 없기로 유명하다.

가만히 있어도 악마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데 당연하지.

특히 원거리 유저들은 하늘을 향해 대충 스킬만 쏴대도 경험치를 먹었기에 천국의 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는 저희 길드에서 예전부터 자리 잡고 사냥하던 곳입니다. 다른 곳으로 가주십시오.”

몇몇 길드와 덩치 큰 파티들이 자리랍시고 사람들을 밀어냈다.

몬스터가 넘쳐나는 천공의 탑이라도 조금 더 꿀을 빨 수 있는 위치가 있긴 했다.

그런 곳은 길드 단위에서 차지하곤 했는데, 다른 유저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봐야 큰 차이도 안 났고, 소규모 파티는 그런데 갔다가는 오히려 몬스터들에게 전멸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조금의 차이가 아주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런 게 어딨어. 사냥터 통제하냐 지금?”

“예. 통제 합니다. 근데 어쩔 겁니까?”

“크윽….”

몇몇 유저들이 반발했지만 쉽게 싸움을 걸 지는 못했다.

소형 파티들이 단체로 뭉치는 게 아닌 이상 무조건 진다.

혹시 메인으로 쓰던 아이템이라도 드랍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기에 얌전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몬스터들이 사라지는 거야?”

“이러면 이 많은 유저들 다 어쩌라고. 월드 사가는 일 안하나?”

“무슨 운영을 이따위로 해.”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칭송을 받지만, 월드 사가는 유저들과 불통하기로 유명했다.

유저들이 온갖 항의를 해도 게임사는 묵묵부답.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태도였다.

그럼에도 동시 접속자 수는 날이 갈수록 폭등한 게 아이러니였다.

“백현씨. 이거 우리한테 엄청 좋은 기회 아니야?”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건 박세훈이었다.

그는 아침 6시가 되자마자 백현의 방문을 두들겨 댔다.

일어나자마자 피곤한 얼굴로 언럭키가 문을 열었다.

“꼭두새벽부터 무슨 일이세요?”

“월벤 반응 보느라 오늘 잠을 제대로 못 잤어. 하여간에 백현씨 지금 있는 곳이 천공의 탑이잖아. 거기 몬스터 숫자 급감했다며?”

백현은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연계 퀘스트를 하고 있는 건 같은 팀인 박세훈과 이용승도 알고 있지만, 그 여파로 악마 소환 게이트가 사라졌다는 건 아직 말하지 않았다.

“어…. 그런데 그게 왜요?”

“왜기는. 그러면 우리 입장권 더 팔 수 있을 거 아냐.”

“!?”

언럭키는 폐쇄된 통로를 공략하고 외부로 향하는 루트를 뚫었다.

악마 소환 마법진이 파괴되어서 날아오는 악마들은 없어졌지만, 애초부터 이 곳은 악마의 땅이었다.

수십 년 전에는 결사대조차 전멸했고, 최근에는 언럭키조차 감히 혼자서는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할 만큼 악마들이 득시글거렸다.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공격하려면 어떻게든 나가야 했는데, 그 상황에서 돌파구로 쓴 게 유저였다.

유저들에게 입장권을 받아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고, 잠깐이나마 악마들을 뚫어낸 것!

하지만 그 인기는 금세 시들해졌다.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천공의 탑을 내버려두고 누가 힘겹게 바깥 남겠는가.

하지만 지금이라면?

“입장권 가격을 10만원. 아니 30만원으로 올려도 엄청나게 팔릴 걸?”

탑의 몬스터가 사라졌으니 유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장권을 살 것이다.

그러나 백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건 좀 힘들겠는데요.”

“왜? 이건 진짜 좋은 기회인데?”

“그렇긴 한데…지금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저라서요.”

“…뭐?”

박세훈은 처음에 이해가 잘 안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

“지금 도시 하나의 몬스터들을 싹 날려버린 게…백현씨가 한 거라고?”

“하하…일부러 한 건 아니에요.”

“미친. 취소. 입장권 팔겠다는 말 취소할게. 왜 내 말에 그렇게 떨떠름한 얼굴이었는지 알겠네.”

도시 하나의 몬스터를 작살냈다.

지금이야 추기경을 비롯한 성직자 NPC들밖에 모르지만 나중에는 또 모른다.

유저 중에는 퀘스트나 명예 수치를 높이기 위해 NPC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들을 통해 이번 사태의 원흉이 언럭키라는 사실이 전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입장권까지 팔아치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욕을 엄청나게 먹겠죠.”

“그래. 뭐 어떻게 책임을 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서도, 인지도가 나락으로 가겠지.”

그건 치명적이다.

당장 돈 몇 푼 버는 것보다 좋은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

초대형 미튜버가 되려면 컨텐츠의 재미도 확보해야하지만, 미튜버의 이미지도 호감형이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유저들을 등쳐먹고 돈놀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어우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한 몇 년 후에 잘나가다가 이런 거 하나 터졌다면…”

박세훈이 제 목을 손으로 직 긋는 모션을 취해보였다.

“바로 그냥 가는 거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걸 잘 이용해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나락과 떡상은 한 끝 차이다.

약점이라고 보이는 것은 반대로 보면 기회로 살릴 수도 있다.

박세훈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데?”

“일단…밥 먹으면서 말씀드릴게요. 배고프네요.”

“아, 그래. 용승씨는 이미 와있을 거야. 우리도 어서 가자고.”

“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방송 올라간다고 공지 넣어주세요.”

“알겠어.”

두 사람은 공용 부엌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 후, 이용승까지 합해서 세 사람은 오늘 있을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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