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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41화 (141/218)

#141화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보관소는 성물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들이 오랜시간 모아온 보물들도 함께 존재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직업을 자주 바꿔야하는 언럭키 입장에서는 사제 계열 제한이 있는 아이템을 고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기에 그가 이번에 선택한 건 ‘신발’이었다.

[대도의 긴급탈출 장화]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방어력 + 76, 이동 속도 + 15% 상승.

-민첩 능력치 +30 상승.

-‘대도’라고 불렸던 희대의 도둑이 사용했던 장화이다. 그는 그 어떤 함정에 갇혀도 이 신발 덕에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수 스킬 ‘긴급 탈출’ 사용 가능.

-특수 스킬 ‘슬리퍼리’ 사용 가능.

-긴급 탈출 : 하루에 세 번 반경 50m 범위로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이동이 가능하다.

-슬리퍼리 : 하루에 열 번 10초 동안 발과 바닥 사이의 마찰 계수를 0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00 이상.

원래 착용하고 있던건 ‘바람 정령의 신발’ 이라는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이동 속도를 높여주는 등, 지금까지 쓸 만한 효과를 지녔다.

하지만 그건 레벨 40 즈음에 얻은 물건.

100이 넘은 지금까지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지금까지는 기회가 없어서 바꾸지 못했지만, 드디어 그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지금 내 컨셉에 가장 잘 맞는 아이템이기도 하니까.’

현재 언럭키는 사제이지만 딜탱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증폭의 지렁이’ 덕에 공격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중요한건 속도였다.

빠르게 접근해 공격하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이게 있으면 사냥이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속도는 다른 직업들을 선택해도 엄청나게 좋을거야.’

느려서 좋은 직업은 없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졌다.

* * *

공헌도를 소모해서 대도의 장화를 얻은 뒤, 언럭키는 이걸 시험해보려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성왕 폐하.”

“무슨 일이지?”

“전에 함께 다니셨던 분이 말씀 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최대한 빨리 자신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

성기사가 말을 전해주었는데, 그건 헤탄의 호출이었다.

언럭키는 그 다음에 짜놓았던 일정을 모두 폐기하고 당장 헤탄부터 찾아갔다.

그는 천공의 탑 1층 내부에 조그마한 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헤탄님!”

“자네 왔나? 얘기를 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빨리왔군.”

“헤탄님이 부르시는데 천천히 올 수가 있나요. 바람처럼 달려왔습니다.”

“사람 참…. 듣기 좋은 말은 잘 해주는군 허허.”

언럭키의 과장된 아부에 헤탄이 피식 웃었다.

그러나 언럭키의 말은 진실이었다.

‘아직 연계 퀘스트를 못 받았는데. 당연히 달려와야지.’

지난번에는 퀘스트 보상으로 ‘증폭의 지렁이’를 받았다.

하지만 약속되어 있던 퀘스트 보상 중에는, 퀘스트 성공 시에 연계 퀘스트가 발생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아마 오늘 부른 이유는 그것 때문이리라.

레전더리 퀘스트에서 이어지는 연계 퀘스트.

심지어 이건 시작의 도시에서부터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엄청난 보상이 약속되어 있을지 모르는데, 모든 걸 제쳐두고 달려올 만했다.

“자네도 바빠 보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지난 며칠간 나는 이것저것 조사를 좀 했거든.”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을 찾아낸 것은 좋았다.

그러나 헤탄은 의문이 생겼다.

리바 델 레이는 어째서 악마 소환 마법진을 천공의 탑 주변에 설치했을까?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도시 하나를 점령하면 파생되는 이득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고. 도시를 차지하려면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많아. 세인트크리스 교단이 지키는 이 곳을 악마로 뚫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공격하자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의 도시가 많다.

더 돈이 되고, 얻을 것들이 많은 도시.

그런 곳을 노리는게 이득이다.

하지만 리바 델 레이는 굳이 천공의 탑을 선택했다.

“그래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오래된 고서를 탐독하고 자료를 찾아봤지.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았어. 며칠 밤을 새며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허탕을 칠 뻔 했지만…결국은 발견했네.”

헤탄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 천공의 탑에는 단순히 하늘로 뻗은 탑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럼 뭐가 또 있습니까?”

“지저 도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천공의 탑 지하 깊숙한 곳에 지저 도시가 있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이 곳을 좀 조사해줄 수 있겠는가? 어떤 곳인지, 왜 리바 델 레이에서 눈독을 들였는지 등을 말일세.”

그 순간이었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언럭키는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새, 새로운 도시로 가는 퀘스트라고?’

연계 퀘스트이니 평범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새로운 도시라니.

당장 얼마 전에 무법자들의 도시 ‘두바르’를 발견해 엄청난 이득을 취했던 언럭키였다.

도시의 2인자가 되면서 앞으로도 영원히 도시의 세금 일부를 월급으로 받는다.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새로 만든 것이다.

도시의 정보를 파는 것만으로도 5억을 제시한 길드까지 있었을 정도로, 새로운 도시의 값어치는 대단했다.

그런 곳을 또 갈 수 있다니!

“예! 제가 하겠습니다. 얼마든지 맡겨주십시오!”

언럭키가 벌떡 일어나 헤탄의 양 손을 붙잡았다.

“이 친구 왜이러나. 부담스럽게.”

“너무 존경스러워서 그럽니다. 이런 대단한 정보를 알아오시다니. 아마 호르헤른 가문 최고의 정보원은 헤탄님이실 겁니다.”

“으허헛. 그렇게 띄워주지 말게나. 그래도 기분은 참 좋긴 하군. 으허허헛.”

헤탄이 웃자 언럭키도 같이 활짝 웃었다.

역시 호르헤른 가문이고 역시 헤탄이다.

존경심이 아주 그냥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른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으음. 그런데 자네…미안하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지저 도시를 탐사하기에 조금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군.”

“예?”

-띠링!

[퀘스트 발동 조건이 부족합니다.]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퀘스트 수락 가능한 레벨 : 105 이상.]

“조금 더 실력을 쌓고 오게나. 자네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아주 곤란하니까.”

헤탄의 말에 언럭키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줬다 뺐는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 * *

빠르게 레벨을 올려야 한다.

언럭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밖에 없었다.

‘지금 레벨이 103이니까…2레벨. 얼마 안 걸릴 거야.’

악마 보스몹을 잡고 퀘스트를 완료하는 등, 최근에 레벨이 엄청 올랐다.

그 결과 현재 언럭키의 레벨은 103.

퀘스트 가능한 레벨까지는 2개밖에 안남았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곧장 움직였다.

곧장 천공의 탑 상층부의 외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가는 길에 성기사들을 만났다.

“폐하. 어디 가십니까?”

“상층부의 악마들을 처리하려 한다.”

언럭키는 대충 대답해주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보통은 덕담 몇마디 하고는 알아서 물러났다.

그러나 오늘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으신지요?”

“…뭐?”

언럭키는 순간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었다.

악마를 잡는다고 했는데 저게 성기사가 할 대답인가?

악마 얘기가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게 그들이었는데?

그러나 성기사는 방긋 웃고 있었다.

“하하. 어차피 내일이면 전부 사라질 놈들인데, 오늘 하루 정도는 내버려둬도 상관 없지 않겠습니까?”

“…조금 더 자세히 듣고싶은데. 그게 무슨 말이지?”

“이런. 모르셨습니까? 폐하께서 얼마 전에 발견하셨던 악마 소환 마법진 말입니다. 분석이 전부 끝나서 내일 파괴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악마들이 등장하지 않는거죠. 지금 있는 악마들이야 저희 성기사나 모험가들에 의해 금세 토벌될테니, 더이상 탑 안에서 악마를 볼 일이 없어진겁니다.”

“!?”

“하핫. 정말 기쁘지 않습니까?”

언럭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 * *

성기사에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 뒤, 언럭키는 다급하게 추기경을 찾아갔다.

“추기경님!”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추기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에만 해도 훈훈하게 헤어졌는데 저렇게 얼굴이 시뻘개져서 찾아오니 의아할수밖에.

“제, 제가 지금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성기사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보세요.”

“천공의 탑 외부에 오는 악마들이 내일이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는데…아니죠?”

“아 그거 말이군요.”

추기경은 빙긋 웃었다.

“맞습니다. 내일부터 천공의 탑 외곽부로 날아오는 악마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완전히 사라지는 거죠.”

“…….”

언럭키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그 말은 사냥터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 아닌가.

‘105까지 2레벨만 올리면 되는데….’

아무리 그가 강해졌어도 이제는 100레벨이 넘었다.

일반 사냥터에서 하루에 몇 개씩이나 레벨업 하는 건 무리다.

천공의 탑 외곽부가 막히면 폐쇄된 통로를 지나서 외부로 나가도 되긴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냥터로서 최고는 외곽부였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포기를 못하고 다시금 물었다.

“그거 완전히 결정된 겁니까? 무조건 내일부터 악마들이 사라지는 건가요?”

“물론 그건 아닙니다. 아직 마법진을 파괴한건 아니기에 며칠 정도는 미룰 수가 있습니다.”

“!”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추기경님!”

언럭키가 추기경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그러면 일주일만 미뤄주시면 안됩니까?”

“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준비가 다 된 상황이라서…. 이게 여러 가지 사정이 묶여있다 보니 함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됩니까?”

“으음…. 삼일 정도는 어찌어찌 될 것 같군요.”

삼일이라.

“그럼 그거라도 부탁드립니다.”

“음….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폐하의 표정만 봐도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언럭키는 최대한 빠르게 추기경의 집무실을 나왔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앞으로 72시간 안에 레벨 103에서 105로 올려야 한다.

놀릴 시간이 없었다.

* * *

언럭키는 곧장 천공의 탑 외곽부 사냥터로 향했다.

그가 간 층은 6층.

레벨 108~111 사이의 악마들이 등장하는 곳이었다.

여기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도 되긴 하지만, 그가 생각할 때 가장 효율이 좋은 곳이 6층이라고 판단했다.

6층의 악마들은 공격력이 높은 대신 체력이 낮아서 원킬컷이 상대적으로 만만했기 때문이다.

경험치를 온전히 혼자서 독식하기 위해 언럭키는 성기사와 사제들의 지원도 만류했다.

오직 호야만 데리고 사냥터를 뛰어다녔다.

“죽어! 죽어! 죽어!”

-쿠르르릉!

증폭의 지렁이 덕에 더 강해진 망치질과, 대도의 장화 덕에 더욱 빨라진 이동 속도.

언럭키는 학살하듯 6층의 악마들을 잡아댔다.

그런 언럭키를 보며 다른 유저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악마들이랑 무슨 원수 졌나? 무슨 사냥을 저렇게 죽기 살기로 하냐.”

“그러게. 꼭 무슨 내일모레 사냥터 폐쇄되는 것처럼 말이야.”

“사냥터 폐쇄? 넌 농담도 그런 농담을 하냐. 괜히 기분 나쁘게 말이야.”

“아 미안. 그냥 한 말이었는데…설마 사냥터가 폐쇄될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

유저들은 가볍게 농담을 던지다가, 다시 자신들도 사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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