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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40화 (140/218)

#140화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번 일은 해결하기 어려웠을거야.”

헤탄이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였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기에 혼자서 여기까지 온 헤탄이다.

만약 마법진이 있던 동굴까지 혼자서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강력한 악마에게 죽었겠지.’

아니. 동굴까지 갈 필요도 없다.

입구 쪽에서 에토와 칼부림을 하다가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언럭키 덕에 3인 파티를 결성해 내부의 악마를 사냥하고 마법진을 확보하는 게 가능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공로자인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호르헤른 가문의 온갖 보물들을 안겨주고 싶군.”

“…하, 하하.”

언럭키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여기서는 겸손한 척 거절 한 번 해줘야하는데 도저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호르헤른 가문의 온갖 보물? 미쳤다….’

당장 주세요!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렵네. 일단 이번 임무는 내 직감에 의해 스스로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가문에서 보수 같은 게 나오지 않거든.”

“…네?”

언럭키는 당황했다.

그러니까 지금…

‘보상이 없다는 건 아니지?’

설마 경험치 좀 주고 떼우겠다는 건가?

언럭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당장 멱살을 잡고 이 미친 사기꾼 자식아! 라고 하며 흔들어댈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하지만 자네에게 약속한 게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래서 오랫동안 고뇌했네. 과연 뭘 줘야 자네의 활약에 알맞다고 할 수 있는지.”

헤탄은 그렇게 말하면서 품속에서 작은 목함을 꺼냈다.

오래된 목함 같았는데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것 같은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열어보게.”

“…….”

언럭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목함을 받았다.

‘영약 같은 건가?’

퀘스트 등급이 레전더리였으니 분명 보상의 등급도 비슷할 것이다.

그만한 영약이라면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될 터.

나쁘지 않다.

-달칵.

“?”

그러나 목함을 열고 난 뒤 언럭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에 있는 건 영약 같은 게 아니었다.

꿈틀거리는 지렁이 비스무리한 게 한 마리 존재할 뿐이었다.

언럭키가 혹시나 해서 물었다.

“…혹시 산 채로 잡아먹으면 되는 영약 같은 겁니까?”

“그럴 리가.”

헤탄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먹는 게 아닐세. 먹고 싶게 생겼는가?”

“전혀요.”

언럭키가 인상을 썼다.

상상만 해도 비위가 상했다.

“이건 ‘증폭의 지렁이’ 라는 놈일세. 섭취하는 게 아니라 무기나 장비에 붙이는 녀석이지. 그러면 장비의 능력을 한 층 더 높여준다네.”

“……?”

언럭키는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그러니까…

‘무기에 갖다 붙이면 무기 성능을 올려준다고?’

이깟 지렁이가?

여전히 목함에서 꿈틀거리는 놈은 참 징그럽게도 생겼다.

헤탄은 아쉽다는 눈으로 목함을 바라봤다.

“내가 수십 년간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놈일세. 이제는 은퇴하고 정보원으로 살고 있으니 나보다 자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넘겨주는 거지만…정말 아깝긴 하군.”

헤탄의 말에 언럭키의 표정이 변했다.

이게 그 정도라고?

베테랑 병사이자 정보원인 헤탄이 그렇게 말을 할 정도면, 이건 그저 그런 아이템이라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허접한 외관 안에 그 내실이 꽉꽉 들어차있다는 뜻이겠지.

언럭키는 아이템 정보창을 띄웠다.

[증폭의 지렁이]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장비에 결합시켜 해당 장비의 성능을 끌어올린다. 끌어올려지는 성능은 장비의 수준마다 조금씩 다르다.

-남쪽의 대밀림 깊은 곳에서 아주 극소수만이 존재하는 지렁이로서 장비와 결합해 능력을 증폭시킨다.

-단, 장비에 결함된 상태가 아니면 내구도가 굉장히 약하니, 지렁이가 죽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00 이상.

내용은 헤탄이 설명해준 것과 간단했다.

아이템과 결합해 그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지렁이.

정확한 수치가 없다보니 사용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이거 지금 한번 써 봐도 될까요?”

“그러게.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이해하기 좋은 것도 없지.”

언럭키는 현재 자신의 메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우레 망치를 꺼냈다.

[우레 망치]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135 상승.

-신성력 + 30 상승.

-오래 전 과거에는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죽는 사제들이 많았다. 신께서는 그들을 안타까워하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내렸다.

-특수 스킬 ‘우레’ 사용 가능.

-우레 : (무기 공격력 + 신성력 능력치 + 힘 능력치)/2 의 공격력으로 주변에 범위 공격을 퍼트린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90 이상, 사제 계열 직업, 신성력 100 이상, 힘 100 이상.

기존 우레 망치의 능력은 이러했다.

이걸 잘 확인한 다음, 언럭키는 망치의 머리 쪽에 지렁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스스스.

놈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서서히 망치 머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망치를 완전히 휘감더니, 빨려들어 가듯 사라졌다.

“어?”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리고 뭐고 할 새가 없었다.

곧이어 망치 표면에 꿈틀거리는 문양이 생겼다.

꽤나 멋들어진 문양이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우레 망치’에 증폭의 지렁이 효과가 적용됩니다.]

[추가 공격력이 +15 상승합니다.]

[추가 신성력이 + 12 상승합니다.]

[특수 스킬 ‘우레’의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헐.”

언럭키는 다급하게 우레 망치의 정보창을 다시 열었다.

[우레 망치]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135(+15) 상승.

-신성력 + 30(+12) 상승.

-오래 전 과거에는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죽는 사제들이 많았다. 신께서는 그들을 안타까워하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내렸다.

-특수 스킬 ‘우레’ 사용 가능.

-우레 : (무기 공격력 + 신성력 능력치 + 힘 능력치)/2 (+20)의 공격력으로 주변에 범위 공격을 퍼트린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90 이상, 사제 계열 직업, 신성력 100 이상, 힘 100 이상.

“마, 말도 안 돼.”

정말이었다.

공격력, 신성력, 그리고 스킬 ‘우레’의 효과까지 전부 다 증가했다.

언럭키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건…팔면 초대박이겠는데?’

월드 사가를 이끌어 나가는 상위권 랭커들에게 이 아이템을 보여주면, 아마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눈이 돌아갈 것이다.

레전더리 아이템의 성능마저 더 상승시킬 수 있다니.

물론 엄청난 건 아니고 10% 정도의 상승이지만 그게 어디인가.

‘최상위권 랭커들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수준이 갈린다고 하지.’

그런 상황에서 증폭의 지렁이는 종이 몇 장 정도의 값어치는 충분히 할 것이다.

‘아마 이걸 팔면…지금껏 내가 가졌었던 그 어떤 레전더리 아이템보다도 비쌀 거야.’

경쟁이라도 붙으면 그 값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

언럭키는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당장 가서 팔까?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이건…내가 쓴다.’

증폭의 지렁이는 랭커들 사이에서도 급을 나눠줄 만한 물건이다.

물론 랭커들은 다들 이런 비장의 한 수 같은 아이템들을 한두 개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언럭키가 나중에 랭커가 될 때쯤 엄청난 효율을 보여 줄 터.

지금도 버는 돈은 나쁘지 않다.

굳이 이걸 팔지 않아도, 빚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지.’

평생 가난했던 자신이 부자라는 삶을 갖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것이 많았다.

다음 시대의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 확실한 월드 사가.

여기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부는 따라오지 않을까?

‘무조건 그럴 거야.’

언럭키는 확신했다.

대부업을 하는 (주)머니앤캐시가 괜히 월드 사가에서 작업장을 운영하겠는가.

그 돈 귀신들은 이 곳이 블루 오션인 것을 알고 움직인 것이다.

그러한 월드 사가에서 제대로 한 몫을 잡으려면 이것저것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헤탄님!”

“뭘.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 * *

추기경과 다시 만나는 데는 이틀이 걸렸다.

고작 이틀 사이에 그는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뿌듯함과 흥분 등의 감정이 보였다.

“오셨습니까 성왕 폐하.”

“예, 추기경님.”

“죄송합니다. 제가 진작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뭘요. 교단을 위해 힘들게 노력하시는 거 다 아는데,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언럭키가 손을 젓자 추기경이 빙긋 웃었다.

“허허. 역시 폐하의 이해심은 참 보고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덕담을 몇 마디 나눈 뒤, 본론을 꺼냈다.

“폐하가 발견하셨던 그 동굴의 마법진. 해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어떻던가요?”

“확실히. 그건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악마들이 나오는 게이트를 만들어냈죠.”

게이트는 천공의 탑 외부 곳곳에 만들어졌다.

산꼭대기, 지하 동굴, 늪지대 사이 등.

일반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곳들이었다.

거기서 주기적으로 악마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천공의 탑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1년 365일 악마들에게 공격당하던 천공의 탑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마법진의 분석이 끝났습니다. 언제든지 마법진을 정지시키고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는 뜻이죠.”

추기경이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악마들 때문에 탑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던가.

특히 수십 년 전의 결사대 전멸 사태는 지금도 뼈아팠다.

“이 모든 게 폐하의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신의 뜻이 저를 이끌었을 뿐이지요.”

“허어…과연…. 그런 거군요.”

추기경은 성호를 한 번 긋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는 얼추 말씀 드렸으니, 이제는 지난번에 못 안내해드렸던 보관소로 가야겠군요.”

“예.”

언럭키가 그를 따라 벌떡 일어섰다.

기다렸던 순간이다.

공식 명칭, 세인트크리스의 유적 보관소.

부르는 이름은 보물 창고인 그 곳에 언럭키는 추기경과 함께 찾아갔다.

추기경이 그 앞에서 말했다.

“고르시지요.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공헌도 1만점으로 고르실 수 있는 건 딱 하나입니다.”

저번처럼 전부다 가져가도 되냐는 개소리를 듣기 싫었는지 시작부터 못을 박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언럭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는 보관소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파아앗!

여기저기서 치솟는 보라색 빛들.

세인트크리스 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장소답게 시선이 가는 곳에 있는 것들이 전부 다 레전더리다.

지난 이틀간 언럭키는 여러 번 고민했다.

공헌도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었기에 이 안에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는 얼추 알고 있었다.

그때는 지금 입고 있는 갑옷 ‘세인트크리스의 신성한 광휘’를 골랐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면 이번에는 무엇을 골라야 할까?

열심히 고민했고, 그 결과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역시…이게 가장 낫겠지.’

-덥석.

언럭키는 성큼성큼 움직여 보라색으로 빛나는 어느 한 아이템을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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