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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36화 (136/218)

#136화

리바 델 레이는 부유하다.

악신의 권능을 잔뜩 활용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온 세상에 배척당하면서도 교세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본단의 사정이었고, 여러 분타들까지 부유할 수는 없었다.

리바 델 레이 천공의 탑 분타도 마찬가지였다.

보물고라고 했지만 존재하는 보물의 개수는 고작 열몇 개.

그것도 레전더리급은 서너 개였고 나머지는 유니크였다.

물론 이것도 현금으로 환산하면 몇 억은 훌쩍 넘겠지만, 명성에 비해 약간 부족한건 사실이었다.

“흐흐흐. 이제 난 부자다.”

그러나 언럭키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이만한 아이템을 혼자서 독식할 수 있다니!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은 짧았다.

갑자기 온 세상이 시뻘건 색으로 물든 것이다.

“어…?”

덜컥 두려움에 휩싸일 만큼의 붉은색이었다.

붉은색을 넘어 핏빛.

아니, 어쩌면 흑색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띠링!

[악신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 -90% 감소.]

[모든 스킬이 일시적으로 잠금 됨.]

[해당 저주는 환생의 고리를 타고 계속됩니다.]

전신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착용하고 있던 갑옷, 손에 들고 있는 망치.

원래는 강력한 힘 수치 덕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숨이 턱턱 막힌다.

-띠링!

[악신의 경고가 내려옵니다.]

[지금이라도 보물을 원래 자리에 놔두면 저주가 사라질 것입니다.]

연속된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게 악신의 저주야?’

모든 능력치가 -90% 감소에, 모든 스킬이 봉인되었다.

무슨 이딴 사기적인 저주가 있는가.

게다가 그 다음. 환생의 고리를 타고 간다는 메시지가 의미하는 게 더 심각했다.

‘죽고 난 뒤에도 계속 저주에 걸린 상태라는 거 아냐 이거.’

죽음의 패널티가 있는 대신 어지간히 불리한 것들은 죽음 후까지 따라오지 않는다.

심지어 ‘성왕’ 직업인데도 걸리는 저주다.

추기경한테 찾아간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어쩌면 교단 본부에 가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이전처럼 엄청난 헌금을 내라고 할지도 모르고.

결국 언럭키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하하…. 악신님. 장난 한 번 쳐 본건데 너무 격하게 반응하시네요. 저희가 한두 번 엮인 사이도 아니고…그냥 애교로 넘어가 주실 거죠?”

애써 웃으며 말한 언럭키가 아이템들을 다시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아까워서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띠링!

[악신의 저주가 해제됩니다.]

언럭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나마 기회를 한 번 줘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저주 달고 게임 접을 판이었다.

***

악신의 저주가 풀렸지만 모든 아이템에 손을 못 대는 건 아니다.

애초에 사이드 퀘스트에서 허락된 것.

유니크 아이템 2개나 레전더리 아이템 1개.

그 중에서 무언가를 골라 가면 괜찮았다.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뽕 뽑고 간다.’

뭘 선택하면 가장 효율이 좋을까.

얼핏 생각하면 유니크 2개보다는 레전더리 1개가 낫다.

그러나 여기 있는 아이템들은 보통의 물건이 아니다.

리바 델 레이의 보물들답게 대부분이 어둠(暗) 속성 계열만 쓸 수 있는 제한이 걸려있거나, 착용자에게 저주가 옮는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내가 쓰기는 어려울 것 같고.’

네크로 엠페러 시절이었으면 괜찮은 물건이 있지만 성왕인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려해야 할 것은 하나.

얼마나 돈이 되는가!

‘무기 종류는 싹 빼자. 액세서리로 가는 거야.’

반지나 목걸이, 팔찌 같은 것들은 비슷한 등급의 효과라도 팔았을 때 그 가격이 더 높았다.

그 후에도 한참을 끙끙거리며 고민한 언럭키는, 결국 한 개의 아이템을 골랐다.

그건 작은 해골이 장식되어 있는 거무튀튀한 반지였다.

[서서히 침식하는 저주]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마력 + 75 상승.

-과거 리바 델 레이 최고의 저주술사라고 불렸던 ‘이로젤라’의 힘이 담겨있는 반지이다. 이로젤라는 상대를 즉사시키는 대신 서서히 고통에 잠겨 괴로워하는 걸 즐겼었다.

-하루에 열 번 ‘부패의 저주’ 사용 가능.

-하루에 열 번 ‘침식의 저주’ 사용 가능.

-하루에 열 번 ‘맹독의 저주’ 사용 가능.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100 이상, 어둠(暗) 속성 계열 직업, 마법사 전용.

레전더리 중에서는 유일한 액세서리 아이템이었다.

효과는 얼핏 봐도 굉장했다.

마력 수치 상승효과부터 시작해서, 저주 마법을 무려 세 가지나 쓸 수 있게 해 준다.

하나하나가 레전더리 아이템답게 강력한 효과들이었다.

유니크 아이템 액세서리 중에서도 팔면 꽤 비싸 보이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그 중에 2개를 골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못할 것 같았다.

심지어 여기까지 오면서 온갖 좋은 아이템들을 봐왔던 언럭키의 눈에도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아쉽네. 네크로 엠페러 시절이었으면 당장 내가 사용하는 건데.’

사용 제한이 어둠(暗) 속성 마법사였다.

네크로 엠페러를 위한 아이템이라는 뜻이다.

상상만으로도 활용법이 무궁무진했다.

해골 군대를 부리면서 뒤에서는 온갖 저주 마법을 뿌려댈 수 있다니!

‘그게 바로 일인 군단이지.’

입맛을 쩝 다시며 언럭키는 반지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일단 상황을 봐서 팔든 쓰든 할 생각이었다.

타인과 거래하려면 특수한 물약을 써야하긴 하지만, 이건 그 물약 값은 충분히 뽑을 것 같았다.

아무리 어둠 속성 제한이 걸려있더라도 이만한 아이템은 무조건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훌륭한 득템에 언럭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사박사박.

언럭키와 헤어진 뒤, 몬시뇰 에토는 숲 속을 이동했다.

거슬리는 나뭇가지나 풀잎들은 전부 다 베어버리며 사납게 움직였다.

“크르르….”

어쩔 때는 숲 속을 돌아다니는 악마형 몬스터를 마주칠 때도 있었다.

평소였다면 적당히 피해갔을 것이다.

악신의 가호가 함께하기에 선공하지 않는다면 굳이 공격받지 않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분노와 짜증 등의 마이너스 감정이 가득했다.

감정적이 되는 것은 검사의 칼끝을 흐리게 만들지만, 귀검사의 마력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새카만 오러가 피어난 장검이 휘둘러졌다.

워낙 빨라 흐릿하게 보일 정도의 속도였기에, 악마는 그대로 두 동강 나 죽었다.

-촤악!

‘이렇게 잘 통하는데. 역시 그 성기사…아니, 사제 놈이 괴물이었던 거야.’

아무리 베어도 몸으로 무식하게 막고 회복하던 놈.

어찌어찌 잘 해서 협력 관계가 되었다지만, 하마터면 오늘 죽음을 볼 뻔 했다.

잡생각에 빠져있던 에토는 곧,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산 중턱.

얼핏 보면 산사태가 난 것처럼 바위들이 와르르 쏟아져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사람 한 명 정도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이 있었다.

“…….”

에토는 가만히 거기를 올려다봤다.

여기는 전대 몬시뇰 때부터 출입이 금지되었던 장소였다.

분타를 둘러싼 대결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랍시고 아무도 출입 못하게 했다.

아무리 악신의 가호를 받아 악마들에게 선공받지 않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악마는 이성이 없는 몬스터.

언제 공격받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분타를 지켜주는 대결계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고, 그 축이 있는 이 곳은 훼손되면 안 되기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전대 몬시뇰 때부터 내려오던 지침이었는데, 그건 에토가 현 몬시뇰이 된 뒤에도 그대로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지. 아무리 중요한 곳이라고 해도 몬시뇰인 나조차 가면 안 된다니.’

정밀한 마법진이 작동하고 있어서 누군가의 출입만으로도 깨어질 수 있다고 했던가.

그것 자체가 자신을 속인 말일 수도 있었다.

‘사실이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제 결계는 사라졌으니까.’

대결계는 천공의 탑에서 쏘아 보낸 빛줄기에 의해 부서졌다.

안에 있는 마법진이 얼마나 정교하든,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로 올라가기 위해 그가 바위에 발을 얹었을 때였다.

“역시. 그 안에서 악마들이 나오고 있었나보군.”

“!?”

갑작스레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토는 즉시 경계하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마치 맹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인, 헤탄이었다.

“너는…?”

“자기소개라도 하자는 건가? 나는 딱히 네게 궁금한 게 별로 없는데. 이미 네 정체는 짐작이 가거든.”

“…….”

“몬시뇰 에토. 역시 이 모든 건 네가 진두지휘 하고 있었던 거군.”

“내가 아니다.”

에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걸리는 게 많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이 안의 진실이 어떤지는 그 역시 확인하지 못했다.

“닥쳐라.”

그러나 헤탄의 눈빛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분타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몬시뇰이라는 자가 적과 싸우는걸 뒤로 한 채 여기 와있는데. 언제가지 발뺌할 셈이냐?”

“난 아니라고 했다.”

“변명은 적당히 해라. 듣기 짜증난다.”

“…말로 해서는 믿어주지 않겠군.”

에토가 장검을 뽑아들었다.

애초에 대화로 푸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검신에서부터 새카만 오러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왔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헤탄 역시 버럭 소리치더니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의 어깨가 뒤로 활짝 젖혀졌다가 휘둘러졌다.

손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

-쾅!

“…빠르군.”

날아온 도끼를 막아낸 에토 역시 표정을 굳혔다.

헤탄은 어느새 또 다른 도끼를 꺼내든 채 달려오고 있었다.

“합!”

“죽어랏!”

두 사람 사이에 본격적인 전투가 펼쳐졌다.

***

보물고의 확인을 끝낸 뒤, 언럭키는 그 앞에 표식을 남겨두었다.

잘 숨겨져 있는 보물고였기에 쉽게 찾기 힘들다.

그래서 주변의 나뭇가지를 크게 꺾고 돌로 표시를 해두는 등,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티가 나게 만들었다.

어차피 이제 자신은 더 이상 가져갈 수도 없는 것.

교단의 성기사들이 떡고물이라도 좀 만질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이러면 공헌도라도 좀 얻을 수 있으려나.’

저주가 걸려 있어서 얼마나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인트크리스 교단 정도면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

그 후, 언럭키는 헤탄을 쫓아 빠르게 움직였다.

헤탄이 움직인 흔적이 있었기에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서둘러야겠군.’

아이템을 고르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썼다.

헤탄이 급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이렇게나 늦어버리다니.

만나면 타박을 좀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챙!

-쾅!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뭔가 좀 이상했다.

부딪치는 소리, 싸우는 소음이 크게 들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성기사들이 여기까지 와서 리바 델 레이 놈들과 싸우고 있나 싶었는데, 거리상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헤탄님이 못 참고 먼저 들어가셔서 한바탕 하고 있는 건가?’

의아해진 언럭키는 조심스럽게 기척을 숨기고 접근했다.

그리고.

‘…뭐야.’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저 둘은 왜 싸우고 있어?’

헤탄과 에토.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일 듯이 서로 무기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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