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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35화 (135/218)

#135화

보랏빛이 흘러나오는 보물고의 입구.

사실 그 빛은 언럭키의 눈에만 보일 뿐이고 겉으로 볼 땐 새카매서 들어가기 무서운 곳이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두려움의 감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눌러놓아야 했다.

과연 저 안에 뭐가 잠들어 있을까!

-터벅.

그렇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자네. 이런데서 만날 줄은 몰랐구먼.”

갑자기 맞은편, 나무들이 우거진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럭키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다니.

설마 성기사들이 벌써 여기까지 온 건가?

그러나 고개를 돌려 누군지 확인한 언럭키는 깜짝 놀랐다.

“헤, 헤탄님?”

근육질의 풍채에 백전노장 같은 기운을 풍기며 커다란 도끼를 쥐고 있는 그는 NPC 헤탄이었다.

“아니…여기에 헤탄님이 어떻게…?”

그와는 이전 도시에서 연계 퀘스트를 받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 후로 어지간해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애초에 호르헤른 가문의 정보원인 그는 도시 텔르흐렌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천공의 탑 부근에 있는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공격하란 퀘스트를 준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던가.

헤탄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네를 보내고 나서 추가로 더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발견한 게 있어서 직접 움직였네.”

백전노장 병사 출신인 그는 이런 저런 임무를 다양하게 맡아서 할 수 있는 에이스이다.

굳이 정보원으로서 한 자리에 머물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군. 처음 봤을 때는 암살자, 그 다음엔 네크로맨서이더니…이제는 사제인가?”

헤탄은 언럭키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것도 그냥 사제는 아닌 것 같으이. 내가 전장에서 오래 구르면서 여러 사제들을 만나봤지만 자네처럼 신성력의 농도가 높은 사람은 처음이야.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직업을 얻은 건지 이해가 안 가는군.”

“하하…. 뭐…운이 좋았습니다.”

“그걸 그냥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건가? 허 참.”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헤탄.

“어쨌거나 잘됐군. 자네 혹시 시간 좀 되나?”

“되기야 하는데…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음. 우선 내가 여기 온 이유부터 말해야겠군.”

그 후로 헤탄은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에게 천공의 탑 어딘가에 있을 분타 공격 임무를 내린 후, 나 역시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네.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등, 추가 조사를 했지.”

그러다 우연찮게 말도 안 되는 정보를 발견해버렸다.

오랫동안 천공의 탑을 공격해오던 악마들.

그게 사실은 어딘가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아주 강력한 악마 소환진을 설치해서 천공의 탑으로 악마들을 보내고 있다. 이게 내가 알아낸 정보일세.”

“그게 사실입니까?”

언럭키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건 그냥 도시 컨셉 아니었던가?

설정이 그런 건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니.

“정말 실낱같은 단서를 조합해서 얻은 거지만…나는 70% 이상의 신뢰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네.”

정말이라면 무서운 일이다.

천공의 탑에 날아오는 악마들의 숫자는 도저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도시를 지배하는 세인트크리스 교단이 감히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하고, 수많은 유저들이 사냥터 부족 문제를 겪지 않을 만큼 물량이 많다.

그런걸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면 얼마나 강력한 세력이 뒤에 있다는 뜻인가!

“그렇군요.”

언럭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동조했다.

호르헤른은 위험성 때문에 얼굴이 굳은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이건 큰 건이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떡밥이 요동친다.

사건이 크면 클수록 퀘스트의 난이도도 높아지고, 보상도 커진다.

지난 시간 해왔던 경험들로 미루어 볼 때, 이런 규모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무조건 레전더리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호르헤른님께 급히 보고하고 내가 여기로 움직였지. 분타 장벽에 가로막혀서 주변밖에 조사하지 못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악마를 만들어내는 장소는 분타 외부에 있더군. 정확히는 이 숲 깊숙한 곳에 있네.”

헤탄은 계속 그 근방을 돌아다니며 조사했다.

위치도 알아냈고 안에 들어가면 되지만, 혼자서 모든 걸 다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위치 파악은 성공했지만 더 이상 나 혼자서 진행하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증원을 해서 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대결계가 깨진 거야.”

언럭키의 요청으로 세인트크리스 교단에서 쏘아 보낸 신성 주문이 대결계를 깨트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래서 헤탄은 일단 하던 탐색을 종료하고 리바 델 레이의 분타나 한 번 살펴볼까 싶어서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언럭키를 마주친 거고.

“이 정도면 내 이야기는 얼추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내가 하나 묻지. 자네 지금 직업이 성기사인가?”

“사제입니다.”

“으음. 무장 상태와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뭐, 잘됐어.”

헤탄은 미심쩍은 기색으로 쳐다보다가 말했다.

“정식으로 자네에게 요청하지. 나와 함께 악마들이 생성되는 곳을 탐사해 보는 게 어떤가? 성공한다면 내가 호르헤른님께 얘기해서 이전 임무에 대한 보수까지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네.”

-띠링!

[퀘스트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유니크 퀘스트’가 ‘레전더리 퀘스트’로 진화합니다.]

[퀘스트 : 악마가 생성되는 곳.]

-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정보원 헤탄은 천공의 탑에 날아오는 악마들이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원인을 없애고 천공의 탑에 평화를 만들어내자.

-퀘스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헤탄의 보답.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오!’하며 소리 없는 탄성을 냈다.

‘레전더리 퀘스트!’

예상했던 대로 이건 레전더리 퀘스트였다.

당연히, 무조건 받아들여야했다.

“알겠습니다. 지금은 성직자인 입장에서 절대 거절할 수가 없겠군요.”

언럭키가 성호를 그리며 말했다.

한동안 추기경과 어울려 다니면서 성호 하나는 그럴듯하게 그려 보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성직자가 아니라 네크로맨서였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이긴 하지만…어쨌거나.

“그래. 지금껏 자네가 해온 일들이 생각해보면 아주 든든하군. 두려울 게 없겠어.”

그 모습이 신뢰를 주었는지 헤탄은 살짝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

“분타 초입부에 성기사들이 있는데 그들도 불러올까요?”

“아니. 그들은 분타 공격에 힘쓰는 게 나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볼까도 했지만, 그러다 늦을 수도 있어. 대결계까지 부서졌으니 안에 무슨 반응이 있을지 모르니까.”

헤탄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등을 돌렸다.

그러나 언럭키는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뭐하나? 급하다고 말했지 않나. 어서 출발하지.”

“그…저도 급한 일이 좀 있어서요.”

퀘스트를 받은 건 좋은데, 하필이면 보물고에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타이밍이 나빴다.

언럭키는 보물고의 구멍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참아야 했다.

헤탄이 있는 위치에서는 나무에 가려 보물고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다행이긴 한데, 헤탄이 만약 이걸 본다면?

‘같이 들어가 보자고 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이 안에는 무조건 혼자서 들어가야 한다.

“이건 일분일초가 중요한 일일세. 지금 바로 가도 늦을지도 모르는데, 정말로 이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는 건가?”

“예. 정말…제가 많이 급해서요.”

인상까지 찡그리며 정색하는 언럭키.

“…음.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알겠네.”

언럭키가 정색하자 헤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이 급했나보군.’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말할 정도면 그것밖에 없었다.

헤탄은 모른 척 넘어가주자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가서 살펴보고 있겠네.”

“알겠습니다. 그리 늦지 않게…아니,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변비가 심한가보군.”

“예?”

“아니. 아닐세.”

작게 중얼거려서 언럭키에게까지는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이따가 보지.”

고개를 저은 헤탄이 먼저 출발했다.

***

헤탄이 먼저 출발하고 언럭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보물고를 마음 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한 오해를 한 것 같긴 하지만….’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들은 건 아니지만 눈빛이 이상했다.

‘크게 중요한건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그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이 보물고에 들어가고 싶었다.

-저벅 저벅.

어둠 속으로 한걸음씩 내려갈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리고 곧, 계단이 끝내고 내부에 도착했다.

작은 토굴방이었는데 위에는 보석이 박혀있어 은은한 불빛을 내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선반이 여럿 있었는데 그 위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보였다.

“이야….”

언럭키는 활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의 색깔 중에서 파란색 밑으로는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파란색, 남색, 보라색만 가득했던 것이다.

-파아앗!

“흐흐. 여기 있는 이것들이 다 내거라 이거지?”

언럭키가 손을 비볐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이 솟았다.

과연 저건 얼마나 할까? 내가 끼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하고 아니면 어떻게 처분해야 잘 처분했다는 소리를 들을 지도 궁금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리바 델 레이의 보물 선택.]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몬시뇰이었던 에토는 해주 주문을 걸어주었다. 그러나 악신의 성직자가 아닌 자는 해주 주문이 있어도 선택에 제한이 걸린다. 유니크 아이템 2개 or 레전더리 아이템 1개의 선택지에서 고를 수 있다. 원하는 아이템을 선택하라.

-퀘스트 보상 : 선택한 아이템.

-퀘스트 실패시 페널티 : 제한된 아이템 이상의 과욕을 부릴 경우 악신의 저주가 따라온다.

눈앞에 새롭게 나타난 사이드 퀘스트를 찬찬히 읽었다.

다 읽은 감상평은 간단했다.

“아니 이런…. 미친놈인가?”

유니크 아이템 2개. 혹은 레전더리 아이템 1개.

그 이상의 것에 욕심을 내면 악신의 저주에 씌인다고 나온다.

‘그러니까…이 번쩍이는 것들 중에서 하나나 두개만 내거라 이거지?’

당연히 언럭키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난쳐?’

이 보물고를 싹 다 털어먹어도 부족한데 무슨 한두 개란 말인가.

“웃기지 말라고 그래.”

순순히 퀘스트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언럭키의 등에서부터 새하얀 빛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펼쳐졌다.

-펄럭!

-우우웅!

성왕만이 보일 수 있는 ‘하이 홀리 오오라’.

어두웠던 실내가 빛나며 주변으로 신성력을 퍼트렸다.

“악신의 저주? 어디 올 테면 오라고 해봐.”

나는 레전더리 직업 ‘성왕’이다.

그까짓 저주쯤이야 받으면 곧장 해제시켜주마.

그런 생각으로 언럭키는 보물고 내에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집어, 인벤토리에 때려 넣었다.

[레전더리 아이템 ‘악신의 부패한 지팡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레전더리 아이템 ‘서서히 침식하는 저주’를 획득하셨습니다.]

[유니크 아이템 ‘천년악귀의 도살검’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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