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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32화 (132/218)

#132화

“천공의 탑을 공격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죽기 싫다면!”

몬시뇰 에토의 명령에 휘하 사제와 수련 사제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화가 난 몬시뇰에게 무슨 일을 빌미로 벌을 받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선발대가 전멸했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놈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요.”

이 외부의 땅은 악마들의 영토다.

수십 년 전 천공의 탑의 결사대는 대실패를 겪었고, 그 후로 감히 나올 생각을 못했다.

한 번 패배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다.

그들은 강력한 결계로 보호받고 있으며, 적들은 감히 악마들을 넘어서 여기까지 오지 못할 테니까.

이제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사제들이 몬시뇰 에토를 그렇게 설득했다.

“확실히 그렇군. 어차피 우리가 공격하는 입장이지.”

에토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수십년을 기다려 행한 복수가 실패하자 너무 이성을 잃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차분해져야한다.

에토가 쉴 새 없이 휘두르던 장검을 집어넣자, 휘하 사제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어차피 놈들은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자신들을 공격하러 나올 수가 없으니, 마냥 지키는 것 밖에 못하는데.

그렇다면야 유리한건 이쪽이다.

“창의적이고 해볼만한 공격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어차피 지하 통로는 뚫렸으니, 반드시 거길 넘어 보겠습니다.”

“좋다.”

마침내 에토를 완전히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제들은 차분하게 다음 수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크, 큰일입니다. 탑 밖으로 엄청난 규모의 인간들이 나와 악마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뭣이…!?”

상황이 곧 바뀌었다.

천공의 탑 근처의 악마들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제들은 깜짝 놀랐다.

폐쇄된 통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더니 악마들을 공격하고 길을 개척하는데, 그들은 제 목숨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아, 아니…왜 이렇게 많은 놈들이 바깥으로 나왔지?”

처음에는 저 놈들이 미쳤나 싶었지만, 곧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천공의 탑 바깥으로 나와서 신나서 악마들을 죽이고 있는 게 모험가들이라고…?”

모험가들.

그들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럴 만한 게, 모험가들은 이 세계의 주민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기 멋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지내며 부산물에만 신경 쓰는 자들.

많은 사람들이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내리기도 하지만, 리바 델 레이는 모험가를 배척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천공의 탑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은 낮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자들 아니던가.

그렇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아야 한다. 저 속도로 악마들이 죽는다면 세인트크리스 교단 놈들이 다시 결사대를 조직해 나올 수도 있어.”

리바 델 레이는 다급해졌다.

기껏 진정시킨 에토의 분노가 다시금 터져나왔다.

“이게 다 너희들이 내 계획을 망쳐버렸기 때문 아니더냐!”

“요, 용서를…몬시뇰님. 제발….”

분노에 휩싸인 채 장검을 마구 휘두르는 에토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당장 가서 놈들을 죽여라. 감히 탑 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수련 사제들은 탑 밖으로 나온 모험가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내부에서는 에토의 분노가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왔고, 외부에서는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진다.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너무 늦게 알아챘다.

추기경을 비롯한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사제들이 쏘아 보낸 거대한 빛줄기.

성물 하나를 소모시켜 발동한 고대 신성 주문 ‘란사 데 루스 드렌다’를 발견했을 땐,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콰아아아앙!

“!!”

신성한 황금의 창이 분타의 대결계를 산산조각 부숴버렸다.

***

“서둘러야겠군.”

언럭키는 지하 통로를 주파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주변에는 추기경이 붙여준 성기사와 사제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리바 델 레이 분타 공략.

원래는 과거 결사대의 실패 때문에 감히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했던 세인트크리스 교단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언럭키가 길을 뚫은 덕에 수많은 유저들이 바깥으로 진출했고 악마에 대한 부담이 많이 덜어졌다.

그 덕에 결사대 급은 아니지만,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공략하기 위한 공략대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거야.’

라이브 방송으로 유저들을 폐쇄된 통로 바깥으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좋았다.

새로운 땅, 넘쳐나는 몬스터. 유저들은 환호했다.

-하핫! 쉴 새 없이 죽여도 죽여도 몬스터가 안 줄어!

-근데 여기에 보물이 널려있다는 말이지? 최초 발견 던전도 있고?

-당연하지. 월벤 못 봤냐?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증 글이 올라왔잖아!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천공의 탑은 수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사냥이 쉬운 곳이다.

특히 원거리 유저들에게는 가만히 서서 하늘로 스킬만 쏴대도 레벨이 오르는 아주 축복받은 장소였다.

그런 그들이 죽을 위험이 너무나 큰 바깥에서 오래 버티는 건 힘든 일이다.

-나…이번에 죽어서 레어 목걸이 떨궜다….

-뭐? 아니 그 비싼걸…?

-그래서 말인데, 이제 그냥 안으로 돌아가려고. 바깥은 내가 있을 곳이 못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지. 후. 네가 돌아가면 우리 파티도 다 돌아가야겠다. 여기서 마법사 빠진 상태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마법사와 궁수 유저들이 조금씩 후퇴했다.

그러면서 그와 연관된 파티들이 빠지고 화력이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바 델 레이 측에서도 공격이 터져나왔다.

-끄아악!

-아니 이 미친놈들이…? 왜 악마가 아니라 인간형 몬스터가 나오는데?

-광신도 몬스터?

유저들은 당황했다.

악마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인간형 몬스터는 커다란 위협이었다.

뜬금없이 나타난 광신도 인간형 몬스터라니.

둘은 같은 몬스터이지만 완전히 별개다.

공략 방법도, 전투 스타일도 확 바꿔야 싸울 만했다.

난전 상황에서 서로 다른 타입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유저들의 사망률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젠장. 난 돌아가겠어.

-기회의 땅이고 뭐고. 그냥 천공의 탑 안에서 편하게 사냥하는 게 훨씬 낫겠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탑 바깥으로 나오는 유저들의 숫자는 적어졌다.

땅에 악마는 다시 많아졌고 뚫었던 길은 막혔다.

때문에 언럭키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이번에 리바 델 레이를 없애야 한다.’

아니면 이 퀘스트를 언제 또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소문이 퍼졌기에 라이브를 한 번 더 한다고 해도 유저들이 밖으로 나올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놈들이 단단히 방비를 하고 있을 텐데. 걱정이군.’

언럭키는 저 멀리 있을 리바 델 레이의 분타 방향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빨리 가는 것 뿐.

“더 빨리 가자.”

“알겠습니다 성황 폐하!”

언럭키가 일행들을 독려했다.

***

리바 델 레이 분타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대, 대결계가 부서지다니…!”

신도들은 절망에 빠졌다.

누군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꺼이꺼이 울다가 혼절하는 자도 있었다.

이건 단순히 결계가 부서진 게 아니었다.

천공의 탑에서 쏘아진 강력한 신성 주문.

그게 자신들은 지켜주는 악신의 권능을 부쉈다.

크게 보면 자신들의 신이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신에게 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광신도는 무섭지만 이럴 때는 누구보다 빨리 무너질 수 있는 존재였다.

심지어 이 상황을 수습할 고위층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이게…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가나…?”

몬시뇰 에토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너희들의 안일한 예측과 다르게 천공의 탑 놈들이 우리를 공격하러 오겠다는 뜻 아니냐!”

방금 날아온 신성 주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한 위력의 주문을 그냥 쏠 수는 없다.

미리 계획하고 정확한 좌표를 파악한 다음 발사해야 했다.

상대가 그걸 다 하는 동안 자신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니.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너희 같은 놈들은 본 교에 하등 필요가 없다. 모두 죽어서 신 앞에 간 다음 그 죄를 고하라!”

“모, 몬시뇰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몬시뇰님!”

사제들이 용서를 빌었지만 에토의 칼은 자비가 없었다.

지난 며칠간 여러 번 이성을 잃고 되찾기를 반복하면서 그의 정신력은 소모될 대로 소모되었다.

지금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였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그런 건 떠오르지 않았다.

-서걱!

-콰직!

“끄아악….”

“으억….”

사제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에토가 몬시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자루 장검을 귀신처럼 다루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실력이 그를 더 높은 직위로 이끈 것이다.

그렇기에 화가 난 에토를 막을 수 있는 부하 사제들은 아무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발버둥만 칠 뿐.

바깥의 수련 사제들은 절망에 빠져있고 지휘층은 서로 싸우는 막장인 상황.

그 상황에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성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사악한 사교도들이 감히 이런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구나!”

“모두 머리를 깨트려 주겠다!”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 펼쳐졌다.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그들은 성기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크헝!”

가장 앞에서 커다란 백호를 타고 망치를 휘두르는 언럭키에 의해 전열이 갖춰질 새도 없이 깨어졌다.

***

언럭키는 묘한 기분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쉬워?”

솔직히 오기 전까지 많이 걱정했다.

놈들이 방비를 단단하게 하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가 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온 건데…너무 쉬웠다.

차라리 패잔병을 상대로 싸우는 게 더 어려울 만큼, 이들은 싸울 상태가 아니었다.

언럭키는 가장 앞서나가서 날뛰었다.

-콰앙!

-쿠르르릉!

우레 망치를 휘두르자 새하얀 벼락이 줄기줄기 퍼져나갔다.

내장된 스킬 ‘우레’를 사용한 광역 공격!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쉴 새 없이 올라가는 경험치에 언럭키가 미소 지었다.

위험할 것도 없겠다, 이제는 많이 잡을수록 이득이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 저벅.

“그래. 기어코 여기까지 왔다 이거지.”

자기 키보다 훨씬 더 큰 장검을 뽑은 채, 몬시뇰 에토가 한걸음씩 걸어오고 있었다.

장검에서는 검은 마력이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있었다.

“잘못된 신의 종복들이여. 오늘 너희들을 모두 회개시킨 후, 내가 직접 천공의 탑에 들어가겠다.”

그가 검을 치켜들었다.

에토는 천공의 탑 출신이었음에도 오로지 검 실력으로 몬시뇰까지 올라온 귀검사였다.

여기 있는 모든 적들을 베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가 첫 희생양으로 정한 상대는 가장 앞에서 겁 없이 날뛰는 언럭키였다.

그의 팔이 흐릿해지더니 다음 순간 칼날이 언럭키에게 틀어박혔다.

-카가각!

“아니…?”

그러나 에토는 눈을 부릅떴다.

제대로 심장 부위를 찔러 넣었음에도 검이 갑옷을 뚫지 못한 것이다.

언럭키가 그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이거 도검피해 -50% 짜리야!”

-훙!

다음 순간, 에토의 머리 위로 커다란 망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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