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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31화 (131/218)

#131화

[세인트크리스의 신성한 광휘]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방어력 + 150.

-신성력 + 25 상승.

-신을 모시는 자들은 강철 같은 마음만큼 단단한 몸도 지닌다. 신의 영광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앞서 나서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신의 축복이 갑옷에 내려졌다.

-도검 피해 -50% 감소.

-넉백 무시.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95 이상, 사제, 성기사 계열 직업, 신성력 100 이상.

사제와 성기사 공통으로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

그러나 이건 누가 봐도 성기사 전용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제라면 신성력 높여주고 주문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법복이나 입겠지, 왜 이걸 입겠는가.

“이야. 때깔이 아주 번쩍번쩍하네.”

언럭키는 도무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레전더리 갑옷.

보면 볼수록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일단 방어력이 150짜리다.

‘앞으로 어지간한 공격은 웃으면서 맞아도 되겠네.’

이 정도면 아프지도 않을 수준이다.

게다가 이 갑옷의 진가는 그 옵션에 있었다.

<도검 피해 -50% 감소.>

‘PVP 뜰 때 진가를 발휘하는 옵션이지.’

수많은 검사 직업군의 유저가 검을 쓴다.

그런데 이 갑옷은 그러한 적들과 붙었을 때 피해량을 반으로 깎아버린다.

말도 안 되는 효능인 것이다.

이 갑옷으로는 오러를 쓰는 기사를 상대로도 꽤 버텨 볼만 할 터!

‘도검 쓰는 몬스터가 별로 없다는 건 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천공의 탑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악마족이다.

날카로운 발톱이나 꼬리, 이빨을 이용해 공격했지 무기를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기본 방어력 수치만으로도 충분히 커버 가능했다.

게다가 조금 뒤에 있을 리바 델 레이와의 전투에서는 이 갑옷이 톡톡한 활약을 할 것이다.

“호야. 우리 새 갑옷도 얻었겠다, 한번 시험하고 올까?”

“뀨르!”

좋다고 활짝 웃는 호야와 함께 언럭키가 움직였다.

***

천공의 탑에서 언럭키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공개한 라이브 방송.

심지어 그 입장권 가격으로 고작 3만원 밖에 안 받았다.

돈 욕심에 눈이 먼 몇몇 랭커들과는 너무나 차별적인 모습은, 시청자들과 유저들의 호감을 샀다.

“안녕하세요 언럭키님.”

“사냥 가시나 봐요?”

그렇기에 지나가던 유저들이 한 마디씩 말을 걸었다.

“하하…네. 좋은 하루 되세요.”

언럭키는 어색하게 웃으며 지나쳤다.

인사를 받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상당수의 유저들이 아는 척을 해대는데 익숙하지 않아 조금 민망했다.

그래도 좋은 현상이었다.

‘팬이 늘어난다는 건 나중에 내 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거니까.’

유명인이 되면 장단점이 뚜렷하다.

이유 없이 악의를 가지고 물어뜯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생긴다.

‘대룡 미디어의 광고를 받고 후원을 받은 것도 크게 보면 그런 거지.’

그렇기에 언럭키는 지금 조금 유명해졌다고 팬들을 함부로 대할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나.

‘애초에 지금 내가 누굴 막대할 처지도 아니고.’

현실은 닭장 같은 고시원에 갇혀있는 신세였으니, 사람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어쨌거나, 그러면서 언럭키는 천공의 탑 3층에 도착했다.

레벨 99~102 사이의 악마족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곳.

지금 언럭키라면 2층의 몬스터도 얼추 레벨대가 맞긴 하지만 굳이 거길 갈 필요가 있을까.

바로 3층으로 넘어왔다.

“크르르르….”

3층으로 올라서자마자 마주친 건 두터운 근육질의 악마였다.

1,2층의 악마와는 또 다른 생김새였다.

[중급 악마 ‘오어스’]

-레벨 : 100.

오어스의 특징은 단단함.

놈들은 느려터진 대신 단단하다.

“아오. 진짜 오질라게 안 죽네.”

“저 놈 맞춰서 죽이다가 내 마나가 다 닳겠다.”

여기는 원거리 직업군 유저들의 불평을 꽤 많이 들을 수 있는 층이었다.

2층의 살리바르는 허공을 날아오면서 몸을 비틀며 공격을 회피한다.

오어스는 그런 능력은 없었지만, 그 대신에 무식하게 단단했다.

어지간한 공격 몇 방은 맞아도 HP가 닳는 티조차 내지 않았다.

-쿵!

-쿵! 쿵!

그렇기에 좋은 직업이나 아이템을 갖춘 강력한 유저 정도만이 공중에서 죽일 수 있고, 그 외에는 거의 무사히 바닥에 내려선다.

언럭키의 앞에 있는 놈도 그런 녀석이었다.

언럭키는 놈을 빤히 올려다봤다.

2.5m는 되는 커다란 놈이기에 고개를 꺾어져라 올려다봐야했다.

터질 것 같은 근육이 꿈틀거린다.

나름 공격력도 나쁘지 않은 놈이다.

오어스 역시 언럭키를 마주봤다.

이전까지는 어려운 일이었다.

언럭키의 주위는 항상 10명의 성기사들에 의해 둘러싸여있었기에,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면 그들 선에서 컷 됐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을 모두 떼어놓고 왔다.

추기경이 약간 걱정하긴 했지만 설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크아아아!”

오어스가 솥뚜껑 같은 주먹을 들어 올려 언럭키를 내리쳤다.

-콰앙!

커다란 소리가 났다.

언럭키는 피하지 않았다.

<세인트크리스의 신성한 광휘.>

새로 얻은 갑옷에 붙어있는 ‘넉백 무시’로 인해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당연히 데미지는 들어오지도 않았고.

“안 아파….”

“크르르르…?”

“안 아프다고 이 자식아!”

버럭 소리친 언럭키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망치가 허공을 갈랐다.

-쾅!

대가리가 깨지며 오어스가 스르륵 무너졌다.

망치를 한 바퀴 더 휘저으며 언럭키가 놈을 내리쳤다.

-콰아앙!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확실히 단단하긴 하네.”

왜 유저들이 까다롭다고 말했는지 알겠다.

언럭키조차도 두 방을 때려야 했다.

오어스가 죽자마자 호야는 잽싸게 움직여 놈이 떨어트린 골드와 잡템을 물고 왔다.

“잘했어 호야.”

“뀨르!”

언럭키는 방금 전의 전투를 가볍게 복기했다.

‘이거 진짜 괜찮네.’

레전더리 등급의 ‘우레 망치’.

역시나 같은 레전더리 등급의 ‘세인트크리스의 신성한 광휘.’

각각 무기와 아이템인데 그 조합이 상당히 좋았다.

신성한 광휘를 골랐을 때부터 예상은 했다.

우레 망치 덕에 공격력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방어력만 해결되면 되겠다 싶어 일부러 고른 물건이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말도 안되게 마음에 들었다.

‘넉백 무시 효과도 체감은 더 좋네.’

전사나 탱커 계열의 유저들은 기본 패시브로 넉백 저항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추가로 아이템을 맞춰 넉백 면역을 갖추곤 한다.

만약 맞추지 못한 탱커라면 파티의 메인 탱커 역할은 절대 하지 못한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몬스터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데, 한대 맞을 때마다 저 멀리 튕겨나가면 어떻게 탱킹을 하겠는가.

직업이 ‘사제’인 언럭키가 앞장서서 싸우는 데에는 그런 문제도 있었는데 이번에 해결되었다.

단단하고 강력한 탱커 사제.

그게 현 시점의 언럭키였다.

“좋아. 가보자고!”

***

천공의 탑 3층의 유저들은 언럭키가 등장했을 때부터 아닌 척 하면서 힐끔힐끔 그를 쳐다봤다.

“저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 미튜버라고?”

월드 사가의 유저 숫자는 얼추 10억명으로 계산이 된다.

심지어 그 증가폭은 말도 안되게 늘어나고 있었다.

당연히 도시 하나의 유저 숫자는 굉장히 많았고, 그들이 시작한지 몇 달 안 된 미튜버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는 외부로 나가는 길을 공개한 것으로, 도시 내에서는 한번쯤 들어본 사람이 되었다.

그 덕에 구독자도 꽤 많이 늘어났다.

아직 레벨은 낮지만 미래가 창창하고, 재밌으며 신기한 컨텐츠를 많이 하는 미튜버.

그게 언럭키의 현재 이미지였다.

“막 유명하진 않은데, 이것저것 신기한 컨텐츠들을 많이 하나봐.”

언럭키에 대해 물어봤던 유저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보니 그런 것 같긴 하다. 진짜 신기하네. 게임 참 재밌게 해.”

또 언제 뭘 얻었는지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망치를 휘두르는 언럭키.

그는 천공의 탑 3층 외곽부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오어스들을 학살했다.

-쾅!

-쿠르르릉!

망치질 한 번 할 때마다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주변으로 퍼졌다.

당연히 오어스들은 죽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언럭키는 일부러라도 악마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공격에 맞게 되어 있었다.

“크아아!”

-쾅!

“우어어어!”

-콰광!

주먹을 휘두르는데 폭발음이 터져 나온다.

단단한 내구도와 근육을 바탕으로 터져 나오는 일격들!

그러나 언럭키는 실실 웃으면서 그것들을 맞아댔다.

“하나도 안 아파 이 자식들아!”

검왕, 사신, 네크로엠페러, 성왕까지.

지금껏 4개의 직업을 거쳐 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신묘한 묘리도 없이 그냥 무식하게 들이박는데 데미지가 안 들어오다니!

-쾅! 쾅!

반대로 망치를 휘둘러 댈 때마다 오어스들은 픽픽 죽어나갔다.

이 놈들이 원체 단단해서 그렇지, 다른 놈들이었으면 원킬도 쉽게 났을 터.

“…정말 재밌어 보이긴 하네.”

“나도 저렇게 사냥 한번 해보고 싶다….”

유저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컨트롤이고 뭐고 필요 없이 들이박으며 싸울 수 있다니.

꿈만 같은 일이었다.

***

“준비가 끝났습니다.”

추기경은 언럭키를 불러 그렇게 말했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굉장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게, 며칠 밤낮을 새며 기도를 올렸던 것이다.

그나마 추기경은 체력이 워낙 강력한 덕에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지, 다른 사제들은 싹 다 기절했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없었습니까?”

“괜찮았습니다. 폐하의 종이 고생을 좀 했지요.”

리바 델 레이 분타의 대결계를 부수는 방법은 간단했다.

결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보다 더 강력한 힘을 때려 넣으면 된다.

성물 하나를 온전히 소모하고 추기경급이 주최하는 의식을 통해 신의 힘을 쓰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좌표를 알 필요가 있었는데, 이아손이 여러 번 왔다갔다 하면서 좌표를 따냈다.

“여기서 함께 보시지요. 곧 시작될 겁니다.”

추기경이 창문을 가리켰다.

거대한 천공의 탑 외벽에서 서서히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저녁이었는데 마치 대낮처럼 환하게 빛나는 빛이었다.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유저들이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와중에, 빛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러더니 한데 모인 빛이 허공에서 뭉쳐졌다.

<란사 데 루스 드렌다>

통칭 ‘신성한 황금의 창.’

추기경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거대한 빛의 창이 허공을 가르며 쏘아졌다.

-파아앗!

-콰콰콰콰!

지나가는 경로로 날아오는 악마들은 가루가 되어 갈기갈기 사라졌다.

빛의 창은 저대로 쭉쭉 나아가 리바 델 레이 분타의 결계로 쏘아질 것이다.

언럭키는 그 빛줄기를 보며 감상에 잠겼다.

‘내 5천만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는구나….’

돈이 공중에서 흩날리는 기분.

벌 때는 악착같이 노력해야 하건만, 쓰는 건 어찌나 이렇게 쉬운지.

‘역시 돈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부족해.’

15억을 벌어서 빚을 갚고 탈출하자?

아니.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언럭키는 부정적이었다.

지금껏 그의 인생은 항상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도 다 돈 때문 아니던가.

막말로 돈이 없었다면 리바 델 레이 분타를 공격하는 지금의 퀘스트도 못 했겠지.

헌금을 잔뜩 냈으니 결계를 깨부술 수도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돈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렇기에 속으로 다짐했다.

‘15억이 아니라 1500억은 벌어야지.’

어쩌면 그것도 모자랄 수 있었다.

1조 5천억. 혹은 15조.

앞으로 그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이 자본주의 사회의 상위층으로 나아가고 싶다.

날아가는 빛줄기를 보며 언럭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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