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언럭키의 천공의 탑 외부 공개 사건.
이번 일로 월벤은 한참동안이나 시끌벅적했다.
새로운 지형을 공개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생각보다 그 성과가 빨리 나타나서였다.
[제목 : 최초 공개 던전 찾았다!!]
-일단 언럭키님한테 절부터 박고 글 쓴다. 난 이번에 언럭키님이 오픈한 천공의 탑 바깥으로 나갔음. 밖에 몬스터 ㅈㄴ많더라. 입장권 삼만 원이 하나도 안 아까웠어.
-그리고 미친 듯이 악마들이랑 싸우는데…나한테도 꿈에서만 보던 일이 일어났다.
-바로 던전을 발견한 거임!!! 진짜 놀랍지 않냐? 이런 건 랭커들이나 몇몇 선택받은 사람들만 겪는 줄 알았는데. 캬.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밑에는 안 믿을까봐. 인증 샷 남겨두겠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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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이만. 던전 공략하러 가야해서 여기까지만 쓴다.
본문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사진만 봐도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이해됐다.
게시 글을 올린 유저는 던전 내부의 사진들과, 몬스터를 잡았을 때 경험치 보너스 150% 받는 메시지를 캡쳐한 것들이었다.
그 밑으로는 굉장히 많은 수의 댓글들이 달렸다.
-헐. 거기 뭐 라이브로 공개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던전을 찾아?
-와…진짜 인생 될놈될이다. 삼만 원 내고 최초 발견 던전을 구해? 거기서 보스몹잡고 레어템이라도 하나 뜨면 도대체 몇 배 이득이냐.
-언럭키 배 아플 듯.
-뭘 배가 아파. 그 분 인성이 얼마나 좋은데. 웃으면서 잘됐다고 축하해줄 걸?
-아, 하긴 ㅇㅈ. 이번에 보니까 미튜버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착한 것 같긴 하더라.
댓글은 그 이후로도 길게 이어졌다.
새벽시간임에도 최초 발견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글을 보는 사람 중엔 백현도 있었다.
“뭐? 거기서 던전을 찾았어?”
그는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걸 발견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다.
당연히 넓디넓은 땅이니까 숨겨진 무언가가 조금은 있겠지.
그러나 도시 바깥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다.
오히려 황무지에 가깝다.
도시 외부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확률은 굉장히 낮으며, 그렇기에 유저들이 굳이 나가지 않는 것이다.
천공의 탑은 예외적으로 바깥에 몬스터가 널려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다.
지형 특수로 악마족 몬스터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걸 빼면 땅은 다른 도시랑 비슷할 터.
“당연히 뭘 발견하는 사람은 극소수일거라 생각했는데….”
찾아도 나중에나 우연찮게 발견되리라 판단했는데, 설마 며칠도 안 돼서 이런 글이 올라올 줄이야.
심지어 글을 읽어보니, 던전의 발견 위치는 천공의 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언럭키가 리바 델 레이의 흔적을 찾으러 나아갔던 길에서 약간만 방향을 틀었으면, 자신이 먼저 찾았을지도 모를 만큼 가까웠다.
‘젠장. 저걸 내가 발견했으면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얼마야.’
갑자기 배가 아프다.
목적이 있어서 저들을 내보내준 건 자신이었고 입장료까지 받았지만, 그래도 배가 아프다!
“…에휴.”
그러나 백현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신경을 껐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저걸 부러워해서 뭐 하겠는가.
이번 라이브로 그 역시 얻은 게 많았다.
‘일단 정산 받은 금액이 엄청나지.’
후원금으로 들어온 액수는 백현과 박세훈, 이용승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500만원이나 되는 큰 금액을 쏴준 대룡 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고, 1000원부터 10000원 사이로 시청자들이 자잘하게 쏘아준 금액도 합쳐보니 꽤 되었다.
‘그렇게 합쳐진 금액이 600만원 조금 안되고.’
게다가 더 큰 건 입장료였다.
천공의 탑 외부로 나가는 비용은 일인당 3만원.
월드 사가의 현 골드 시세는 1만원당 100골드였기에, 사람들은 인당 300골드라는 금액을 지불했다.
그리고 미튜브 라이브로 홍보를 잘 했기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겠다고 온 사람들의 숫자는 무려 수천 명이나 되었다.
‘그렇게 입장료로 받은 금액이…81만 3천 골드.’
어안이 벙벙했다.
현금으로 환전하면 무려 8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입장료를 받자는 건 문득 낸 아이디어였는데, 그걸로 단숨에 이만한 금액을 벌어들이다니.
‘그리고 리바 델 레이 분타도 발견했고.’
처음부터 이 라이브를 했던 목적 중 하나를 완수했다.
계속해서 이어져온 연계 퀘스트.
그게 머지않은 것이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충분…충분하지 않아, 젠장할.”
누워있던 언럭키는 이불을 팍 하고 발로 찼다.
“아오 부럽다. 운이 좀만 좋았어도 저 던전도 내가 발견하는 건데.”
역시 나는 운이 없다.
오늘도 백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월드 사가에 접속한 언럭키가 앞을 바라봤다.
리바 델 레이 분타는 커다란 숲 안에 있었다.
숲속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지만, 확실하게 사람이 사는 곳임이 느껴졌다.
“폐쇄된 통로에서 마주쳤던 그 놈들의 흔적은 분명히 저기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아손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언럭키가 망치를 불끈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습격하고 싶지만, 이 정도 전력으로는 안 된다.
‘이건 추기경님한테 지원을 받아와야겠군.’
전에 한번 리바 델 레이 분타와 붙어봤던 경험에 의하면, 고작 열 명 조금 넘는 숫자로는 뭘 할 수가 없다.
그때도 호르헤른이 지원해 준 다섯 명의 기사가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지.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일단 확인부터 해야 하니까.”
“네.”
그렇게 언럭키 일행은 좀 더 가까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쿵!
“어…?”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부딪친 이마를 문질렀다.
그냥 숲이라고 생각했는데, 투명한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었다.
-퉁! 퉁!
손으로 두들겨보니 아주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이건 망치를 전력으로 후려도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거 설마….”
언럭키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이미 한번 다른 리바 델 레이 분타에 가서 겪어봤었지 않았나.
“대결계(大結界)…?”
리바 델 레이를 지켜주는 결계였다.
***
어쩔 수 없이 언럭키 일행은 거기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결계가 있었어?’
이건 기사들이 오러로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던 아주 강력한 결계였다.
오직 어둠(暗) 속성 계열의 사람만 받아들이는 결계.
과거에는 직업을 ‘네크로 엠페러’로 선택했기에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저 결계를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철저하게 가로막혔다.
결국 천공의 탑으로 돌아온 그는 추기경을 찾아왔다.
“으음. 대결계라…. 확실히 들어본 적 있습니다. 악신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강력한 결계를 펼칠 수 있는 보물을 내려준다고요.”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저 바깥의 땅에서 놈들이 어떻게 명맥을 이어가나 싶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결계 안에 숨어있으면 악마들에게 공격받을 일이 없지요.”
“놀라기만 할 때가 아닙니다. 저걸 뚫을 방법이 있으십니까?”
언럭키에게 항상 예의를 차리지만, 그는 영주급의 추기경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터.
“그렇습니다.”
과연 추기경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언럭키가 활짝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추기경님이 저 좀 도와주십시오. 제가 모은 사람들 덕분에 이제 바깥으로 나가도 문제없습니다. 굳이 과거의 결사대 실패에 연연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리바 델 레이 분타를 치려면 추기경의 도움이 필요하다.
퀘스트와 연관된 곳이라 거기까지 유저들에게 오픈하고 싶지는 않았고, 누구보다 자신의 말을 따라줄 성직자들이 훨씬 편했다.
“으음….”
추기경은 오랜 시간 고뇌에 잠겼다.
그러더니 느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성왕 폐하께서 이 정도까지 해주셨는데 그 악신의 주구들을 퇴치하는데 저희들도 한 손 보태야지요.”
“훌륭한 결정이십니다!”
“허허.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폐하께서 말씀하신 놈들의 결계겠군요.”
“추기경님이 그건 뚫을 방법이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있지요. 그러나 굉장히 어렵습니다.”
추기경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된 성물을 사용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제들이 며칠 밤을 새가며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악신의 권능은 그만큼 강력하지요.”
“과연. 쉽지 않겠군요.”
“허허허….”
언럭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지?
추기경은 뜸을 좀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저희들의 노고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성물을 사용해 신성력을 증폭해야 한다는 건데…”
“무슨 말씀이시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속 시원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크흠. 그 성물이 많이 귀중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발적인 헌금이 필요합니다.”
“……?”
언럭키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돈을 내라고?
***
리바 델 레이의 대결계.
전에 갔었던 분타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언럭키가 네크로 엠페러 신분으로 놈들 사이에 위장해서 들어갔다.
그 후 기회를 노려 결계를 유지하는 보주(寶珠)를 깨트려 결계를 해제했다.
바깥에서 호르헤른의 기사들이 시선을 끌어준 틈에 처리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원천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
누가 거기를 잠입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헌금을 내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은데….’
헌금을 얼마 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추기경의 대답을 듣고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50만 골드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악신의 결계를 뚫기 위한 성물이 1회성인데 그게 워낙 귀중한 것이거든요.
-…….
성왕의 체면 같은 건 다 버리고 디스카운트 안 되냐고 돌려서 물었는데 딱 잡아떼었다.
‘생긴 건 호탕해가지고 돈 문제로는 그렇게 짠돌이일 줄이야.’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추기경의 새로운 면모를 봤다.
‘뭐 다른 방법 없나?’
차라리 지금 직업이 여전히 네크로 엠페러였다면 자신이 직접 가서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볼 텐데.
결계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였다.
언럭키의 시선이 옆에서 조용히 있던 이아손에게 가서 닿았다.
‘…잠깐만. 꼭 내가 갈 필요는 없잖아?’
원래 힘들고 어려운 일은 밑에 부하 시키라고 있는 것 아닌가?
이아손은 애초에 그런걸 하겠다는 이유로 따라온 것이다.
“…….”
순간 불길함을 감지한 이아손이 슬쩍 시선을 피했지만 이미 늦었다.
언럭키가 그를 툭툭 두드렸다.
“이아손. 전에 진정한 어쌔신이 되고 싶다고 그랬지?”
“…생각해보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괜찮기는. 두바르에서부터 날 따라온 이유가 강해지기 위해서잖아. 내가 정말로 확실하게 강해질 방법을 알고 있는데. 한번 해 볼래?”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야. 사양하지 말래도?”
“…….”
이아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