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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28화 (128/218)

#128화

박세훈과 이용승은 열심히 채팅으로 지원사격을 날렸다.

<입장료 만원은 진짜 괜찮은 듯?>

<부담도 전혀 안 되고. 오히려 한 삼만 원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천공의 탑 외부를 공개한 시점부터 분위기는 과열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약간만 등을 떠밀어도 원하는 대로 몰아갈 수 있는 법.

“어라…?”

다만 박세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삼만 원 얘기는 그냥 꺼낸 것이었다.

입장료를 정말로 그렇게 올려서 받아버리면 사람들이 안 올 수도 있다.

만원 정도는 큰 부담감 없이 결제할만 하지만 삼만 원부터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백현의 계획에 있어서 그런 돈보다는 유저들이 외부로 나가주는 게 더 중요했다.

주객이 전도되면 말짱 꽝인 법.

그렇기에 그냥 질러본 건데…

<ㅇㅇ 맞는 말임. 저만한 정보 줬는데 만원에 들어가는 건 좀 그렇지.>

<사람이 너무 날먹으로 살아도 안 돼. 그러다가 대머리 된다.>

<삼만 원 괜찮은 듯. 솔직히 그거 낼 돈도 없으면 걍 천공의 탑에서 사냥 해야지ㅋㅋㅋㅋㅋㅋㅋ.>

<윗분 진짜 맞는 말 한다. 돈 없으면 그냥 일반 사냥터나 가라고.>

그리고 박세훈처럼 언럭키 역시 당황했다.

‘아니…이게 뭔….’

채팅창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돈을…주고 싶어 해?’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당연히 좋은 상황이었다.

언럭키의 눈이 반짝였다.

이걸 단순히 받아들여도 괜찮겠지만, 조금 더 극적으로 사용해보자.

“어…삼만 원 정말 괜찮으신가요?”

<ㅇㅇㅇ. 오히려 그 정도는 내야 호기심에 기웃거리는 사람 쳐내지.>

<어중이떠중이 거르고 시작하니 오히려 좋은 듯?>

<그리고 월드 사가에서 던전만 발견해도 최소 수천만 원 받고 파는데, 그 정도 되는 보상은 받아야죠. 그냥 뿌리면 호구 소리 듣습니다. 팬으로서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여러분들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대신에 그러면 선착순으로 인원을 제한해서 받겠습니다. 입장료 내신 분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요.”

언럭키가 선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선착순 조건은 사실 원래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면 더더욱 많은 사람이 천공의 탑 바깥으로 나가려 할 거야.’

박세훈의 제안이었는데, 그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여러 마케팅 분야에서 쓰이기도 하는데, 저러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들어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아무리 좋은 기회라고 해도 나갈 사람만 나간다.

선착순 조건은 그들의 등을 약간 떠밀어주기만 할 뿐이다.

‘다만 채팅창이 이렇게 난리가 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

처음 이 계획을 짤 때부터 이런 식으로 지역 공개를 해버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거라고 예상했다.

언럭키가 바란 건 천공의 탑이라는 편안한 사냥터를 두고 유저들이 제 발로 밖으로 나가주는 것.

그들이 바깥의 수많은 악마족 몬스터들을 마크해주면, 리바 델 레이로 이어지는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후원금, 대룡 미디어가 한 방에 쏜 500만 원이라는 금액 등.

그 덕에 무슨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이거 잘하면…오만 원. 아니, 십만 원이라고 해도 입장권을 사겠다는 사람 많겠는데?’

언럭키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었다.

소문이 흐르고 와전되어 어떻게 퍼질지 눈에 보였다.

잘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너무 욕심내지 말자.’

언럭키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은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몇 푼 더 얻자고 욕심쟁이 느낌을 주게 된다면 팬들의 마음이 서서히 멀어질 터.

‘…근데 이걸 몇 푼이라고 할 수 있나?’

***

언럭키의 첫 미튜브 라이브 방송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그리고 새벽 시간 내내 월벤에서 화제가 되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몇몇 사이버 렉카들이 언럭키의 방송 소식을 가져다 자극적으로 편집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정오가 된 시점에는…

“…실화냐 이거.”

언럭키는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분명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보니 또 그 감상이 달랐다.

눈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전부 유저들로 이어진 줄이었다.

“아 밀지 마세요. 제가 먼저 왔어요.”

“참나. 그런다고 히든피스 못 찾거든요? 고작 조금 앞에 선 거 가지고 유세 떠네.”

“그러니까 뒤로 가시라고요. 여기 선착순이라는 거 못 들었어요?”

“선착순 5천 명만 받는다면서요. 그 정도면 줄 선 사람들 넉넉하게 들어가겠구만. 치사하게 굴지 맙시다.”

여기저기서 유저들이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빨리 가겠다!

그런 욕망이 깃들어있는 것이다.

“허어. 모험가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가겠다며 온 겁니까?”

추기경 역시 언럭키 옆에서 감탄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쓰신 건지 짐작도 안 가는군요.”

“뭐…좀 진실되게 얘기를 한 것뿐이죠.”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진실된 부탁이라….”

그러나 추기경은 그 말에 은은한 울림이 있다고 느꼈다.

상대는 성왕 폐하.

한 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분이다.

무슨 방법을 쓰신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성왕 폐하의 신성심이 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구나.’

문득 부끄러워졌다.

자신은 폐하의 요청에도 결사대를 모집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건만…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군.’

그때, 언럭키가 추기경에게 말했다.

“추기경님. 제가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이건 추기경님과 다른 성직자분들이 좀 도와주셔야 합니다.”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비록 제가 처음부터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만, 지금이라도 뭐든 하겠습니다.”

“거창한 부탁은 아니고, 돈 걷는 것 좀 도와주세요.”

“…예?”

혼자서 저 많은 사람의 입장료를 언제 받고 있겠는가.

사람을 써야지.

‘그리고 법복을 입은 사제들이 돌아다니면서 입장료를 받으면 헌금 내는 것 같고 기분도 덜 나쁠 테고.’

여러모로 사제는 쓸만한 구석이 많은 직업이었다.

***

길게 늘어선 유저들은 순차적으로 폐쇄된 통로를 나아갔다.

그들은 통로를 보며 감탄했다.

“와. 엄청 넓네. 이만한 크기의 던전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경험치 150% 보너스 엄청 달달했겠다.”

“내부에 몬스터도 득실거렸을 것 같은데. 리젠되면 좋았겠네.”

“굳이? 최초 발견 아니면 뭐하러 여기서 사냥을 해. 위로 올라가지.”

“아, 맞네.”

단순히 사냥만 할 거면 천공의 탑 외곽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

그만한 장소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유저들은 그 이상을 바랬다.

“나가서 사냥만 해도 본전이고, 뭐 하나 발견이라도 하면 대박일 거야.”

“그치. 여긴 다른 도시들이랑 다르게 바깥에 몬스터가 넘치니까 미발견 던전이나 굴러다니는 아이템도 많을지도 몰라.”

“크으. 상상만 해도 엄청나구만.”

그러면서 여길 오픈해 준 언럭키에게 생각이 미쳤다.

아무것도 없는 폐쇄된 통로라서 할 건 수다 떠는 것뿐이었다.

당연히 공통된 주제는 언럭키였다.

“근데 진짜 착하지 않냐?

“맞아. 아무리 돈을 받는다고 해도 이런 걸 공개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유명한 대형 길드에 이 정보를 판다고 해도 입장료 걷는 것보다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이 정보를 토대로 본인이 길드를 만들건 직접 탐사를 하건, 뭘 해도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팬들을 위한답시고 이런 좋은 기회를 나눠주다니.

“착한 척하려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거 못 하지. 배 아파가지고.”

“암. 그럼 그럼. 진짜로 인성이 좋은 분이신 것 같아.”

현 랭커 중에는 초중반부 시절 갑질 이슈를 달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잘나가는 유망주 소리를 으레 듣다 보면 사람이 오만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언럭키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서로 얘기를 나눌수록 언럭키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유저들이 천공의 탑 바깥에 발을 디뎠다.

“크르르르…!”

“캬아아…!”

출구의 문을 열자마자 눈을 번뜩이며 쳐다보는 악마족 몬스터들.

눈앞 평야를 가득 메우고 있는 놈들은 엄청나게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오히려 웃었다.

“이야. 몬스터 밭이다. 밭.”

“천공의 탑 외곽부는 아무래도 좀 심심한 감이 있었지. 오랜만에 쫄깃하게 사냥 좀 해보겠는데?”

원거리 유저들은 천공의 탑에서 굉장히 편한 사냥을 해왔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면서 어찌 고생을 안 했겠는가.

파티 단위로 사냥한다고 해도 미친 듯이 움직이며 지팡이를 휘둘렀던 경험은 모든 마법사가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손맛(?)을 느끼겠다고 생각하니 흥분되기도 했다.

“잠시만요. 버프 받고 가세요.”

언럭키가 그런 유저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블레스’를 걸어주었다.

“와 진짜 착하다.”

“아니…그것보다 늘어나는 힘 수치 뭐냐?

언럭키에게 버프를 받은 유저들은 거의 선망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언럭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다.

‘경험치 나눠 먹어야지.’

버프를 걸어준 것만으로도 경험치를 나눠 갖는다.

다만, 아쉽게도 블레스(하이 홀리 오오라)의 최대 적용 인원 숫자는 겨우 10명밖에 안 된다.

1000명쯤 되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가장 아이템 좋고 실력 좋아 보이는 유저들에게 버프를 나눠서 뿌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조금이나마 전투 기여도를 높이려는 언럭키의 노력이었다.

***

유저들은 탑의 바깥으로 나가 미친 듯이 전투를 치렀다.

“싸워!”

“일단 몬스터부터 싹 정리하고 그다음에 뭘 찾던가 하자고!”

언럭키가 바라는 대로였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악마족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어주었으며, 그 틈에 언럭키와 소수의 성기사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쪽입니다.”

“흔적을 찾았나?”

길은 이아손이 안내했다.

폐쇄된 통로에서 마주쳤던 리바 델 레이의 선발대 중 극소수가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이아손은 어쌔신 로드답게 그 흔적을 밟아 추격하고 있었다.

“예. 생각보다 자기들 흔적을 지울 생각은 전혀 안 했더군요.”

어쩌면 당연하다.

이 넘쳐나는 악마족 몬스터들을 뚫고 누가 추격을 해오겠는가.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악마들 사이를 무사히 도망친 것 같군요. 그래도 설마 우리가 쫓아올 줄 몰랐는지 흔적이 꽤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쫓아가는데 문제는 없겠군?”

“예.”

“좋아. 가지.”

언럭키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다른 유저들이 어그로를 끌어준다고 해도 길을 막는 몬스터는 많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환영이었다.

“크헝!”

호야를 타고 내달리며 시원하게 망치를 휘둘렀다.

퍽 하고 대가리를 깰 때마다 후련한 기분에 휩싸였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저곳입니다!”

평원 한쪽에 자리한 커다란 숲.

그 너머에 있는 리바 델 레이 천공의 탑 분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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