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27화 (127/218)

#127화

<와 진짜 언럭키 라이브다!>

<언럭키 최초 라이브 본방사수 성공!>

<나 초창기 시절부터 구독자였는데 이런 날이 오다니. 감동스럽다 진짜.>

실시간 라이브 방송.

언럭키는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지 영상을 찍으면서 이렇게 떨렸던 적은 없었다.

문제가 되도 최고의 편집자인 이용승이 알아서 쳐내거나 할테니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실수라도 하면 그대로 역풍이 되어 돌아올 터.

‘정신 잘 다잡자.’

한번 더 마음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카메라맨은 대룡 미디어에서 급하게 파견 보내 준 유저였는데, 그는 언제든지 시작하라는 듯 엄지를 치켜들고 있었다.

“오늘 라이브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첫 라이브인데 무엇을 해야 할 지를요.”

그 진지한 말에 시청자들도 기대했다.

지금껏 재밌는 컨텐츠들을 여러 번 보여 줬던 언럭키다.

그가 과연 첫 라이브라는 기념비적인 날에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일단…광고부터 보고 가시죠.”

언럭키가 살짝 손을 흔들자 화면에 검게 물들며 대룡 미디어 로고가 나타났다.

<??? 지금 뭐지 이게?>

<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 그래 이게 언럭키지!>

<대룡 미디어 광고는 못참지!>

<1티어 스트리머만 받을 수 있는 상징 같은건데.>

<성공했다 언럭키!!>

카메라맨까지 보내 준 대룡 미디어인데, 광고는 하고 가야지.

***

채팅창을 보며 언럭키는 살짝 웃었다.

‘오케이. 광고까지는 분위기 괜찮고.’

한 번 김을 빼면서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낮췄다.

일단 이렇게 되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언럭키는 최대한 채팅창에서 관심을 떼었다.

계속 채팅을 보고 있다보면 휘둘리기 마련이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게 낫다.

‘세훈씨랑 용승씨가 잘 해주겠지.’

애초에 라이브를 밤 12시로 잡은게 두 사람 때문이었다.

그 둘을 관리자로 지정해 놓았다.

채팅창의 흐름을 봐 주는 건 두 사람이 할 것이고, 만약 중요한 일이 생긴다면 따로 관리자 채팅으로 말을 전해올 수도 있었다.

“사실 라이브를 킨 이유는 이번에도 여러분께 소개할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라이브를 한 이유는 우선 요청이 많았고, 이걸로 채널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오늘 받을 후원금으로 성강호 팀장의 눈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겠지.

언럭키는 거기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생각했다.

‘천공의 탑 바깥. 어쩌면 이번 기회에 유저들을 거기로 이끌 수도 있을거야.’

박세훈과 대화 도중에 우연히 떠올렸던 것.

“제가 지금 있는 도시는 천공의 탑이라는 곳입니다. 레벨 90~120 사이의 유저들이 머물고있죠.”

굳이 천공의 탑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언럭키보다 시청자들이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그보다는 강력한 한 방을 때려넣는게 맞다.

“그리고 여기에서 최초 발견 던전을 찾았습니다.”

담담한 언럭키의 말은 충격을 줬다.

<엥? 천공의 탑에 최초 발견 던전이 있다고?>

<말도 안 돼. 거기 사골 우려진 곳인데, 뭐 또 발견할 게 남았어?>

천공의 탑은 이미 공개된지 1년이 훌쩍 넘은 도시이다.

도시 내부의 히든피스 같은 것들은 초창기 유저들이 싹 다 털어먹었다.

최초 발견 던전 같은 것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 천공의 탑은 외부로부터 갇혀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던전도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던전이라니?

호기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언럭키는 굳이 말을 더 하는 대신 걸음을 옮겼다.

천공의 탑 1층의 한쪽 구석.

성기사들이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는 구역을 넘었다.

<어? 나 저기 알아. 원래는 누가 접근하면 출입 불가한 곳이라며 가로막는데…>

<어떻게 간거지?>

성기사들에게 존경 어린 경례를 받으며 나아간 뒤, 언럭키는 꽉 닫혀있는 철문에 도착했다.

-철컹.

쇠사슬로 꽁꽁 싸매어진 문을 열자 지하로 나아가는 통로가 드러났다.

“여기입니다. 폐쇄된 지하 통로. 제가 천공의 탑에서 발견한 던전이죠.”

-저벅 저벅.

언럭키는 계단을 밟아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쉽게도 안에 몬스터는 없습니다. 여기는 1회성 던전이라 몬스터가 리젠되지 않거든요.”

던전 컨셉에 따라 몬스터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 던전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이런 곳이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제대로 뽕을 뽑겠지만, 그 이후의 후발대는 먹을게 없었다.

기껏해야 아쉬움을 달랠 뿐이지.

사실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는 던전의 숫자보다 이런 곳이 더 많다.

<와…. 쩐다….>

<근데 이미 싹 청소한 곳 아님? 부럽기는 한데 뭐 어쩌라는 거야.>

<자기 자랑인가? 이만한 던전 발견했고 털어먹었다고?>

수명이 다한 던전은 이미 알려진 곳이 여럿 있다.

현 랭커들이 거쳐가면서 클리어했고,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관광 목적을 빼면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장소인 것이다.

<음. 첫 라이브인데 소재가 그리 좋지는 않은듯?>

<그래도 난 언럭키님이랑 소통하고 있다는 걸로 만족함.>

물론 언럭키는 단순히 다 깬 던전 자랑이나 하자고 여길 소개한 게 아니었다.

지하 통로를 다 걸어, 그는 그 끝에 도착했다.

“자. 여기서부터 집중하셔야 합니다.”

그조차도 나가길 단념했던 곳.

“이 지하 통로는 단순한 던전이 아닙니다.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죠.”

-철컹.

그러면서 아주 잠깐, 문을 열었다.

묵직하게 열린 문 너머 보인 것은 뻥 뚫린 평야였다.

아무도 나가지 못했던 천공의 탑 바깥의 풍경.

“크르르르….”

“크어어어….”

그리고 그 평원을 어슬렁거리는 빼곡한 숫자의 악마족 몬스터들.

문이 열리면서 난 소음에 언럭키와 몬스터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 크아아!”

“그어어어!”

놈들의 눈에서 붉은 빛이 레이저처럼 터져나오더니 언럭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언럭키는 잽싸게 문을 닫았다.

-쾅!

“봤죠? 여긴 천공의 탑 ‘바깥’과 이어지는 곳입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저 밖에는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죠. 그래서 저는 저 바깥을 탐험할 생각입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또 발견할 수도 있을거에요.”

그러면서 그가 피식 웃었다.

“어때요. 이 정도면 첫 라이브에 오신걸 후회하지 않으시겠죠?

채팅창에서 우연히 본 비판글들을 보고 대꾸한 것이다.

<나 지금 진심으로 소름 돋았다.>

<와…와…. 말이 안 나오네.>

<또 신규맵 발견한거야?>

<이건 진짜 쩔었다 ㄷㄷㄷㄷ.>

<방금 봤음?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안 되겠는데?>

채팅창이 흥분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텅 빈 던전 너머에 저런 꿀단지가 있다니?

악마들의 숫자가 많은건 전혀 문제가 안된다.

유저들이란 몬스터 숫자가 많을수록 오히려 더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심지어 못 가던 지형을 새로 갈 수 있게 된다는 건, 초창기 시절 랭커들이나 할 수 있던 것이다.

<개부럽네. 저기 나가면 또 막 새로운 도시 있고 그러는거 아님?>

<그럴 수도 있음. 두바르도 아마 저런 식으로 외부 돌다가 찾은 도시 같던데. 이번에도 하나 더 찾겠네.>

<저게 돈이 얼마야 ㄷㄷㄷ. 저런 도시 하나 찾아서 정보만 잘 팔아도 몇 억은 그냥 받을텐데.>

<아…. 나도 저기 가고싶다….>

‘오케이.’

채팅창을 확인한 언럭키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저 반응이 나오길 기다렸지.

‘그냥 바깥을 공개했다가는 절대 안오겠지. 하지만 이런 식이면 분명 욕심 내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지금껏 언럭키는 성공의 아이콘이었다.

뒤늦게 시작해서 숨겨진 히든피스들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

현 랭커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초창기 시절부터 막대한 자본력과 실력으로 히든피스를 독점했다면, 언럭키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언럭키가 또다시 찾아낸 도시 외부의 땅이었다.

흥미가 갈 수밖에 없다.

“음. 그래도 역시, 이걸 그냥 공개만 하는건 좀 그렇죠? 괜히 자랑만 하는 것 같고 미안하네요. 그래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

언럭키가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이어서 말했다.

“이 곳을 공개하겠습니다. 월드 사가는 다 같이 하는 게임인데 여기를 저 혼자 독점하는건 아닌 것 같아서요.”

폭탄 선언이었다.

<…예? 저길 오픈한다고요?>

<?? 혼자서 독점할 수 있는 저 몬스터들을 풀겠다고?>

<아니…. 이건 진짜 호구 소리 들을 만한 일인데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소수의 누군가는 이런 글을 쓰기도 했다.

<근데 몬스터 사냥할 바엔 천공의 탑 내부에서 사냥하는 게 훨 낫지 않음? 원거리 유저는 개꿀이고 근접 직업군도 나쁘지 않은 곳이잖아.>

일리있는 말이었다.

단순히 사냥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진짜 생각 1차원적이다. 저 밖에 나가면 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천공의 탑을 평범한 도시라고 생각하면 안 됨. 일단 나가서 몬스터만 사냥해도 본전은 뽑을 텐데.>

보통 도시에서 유저들이 밖으로 안나가는 이유는, 몬스터 집적률이 엄청나게 낮기 때문이다.

도시 안에 있는 다양한 사냥터에 있다가 도시 밖에 나가면 고생밖에 안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일단 몬스터 숫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다 혹시 모를 엘도라도까지 펼져질 수도 있으니…

‘유저들이 혹할만 하겠지.’

그러면서 후원금도 터졌다.

[현우 현우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너라는 명작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ksdhogi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연 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

.

<진짜 첫 라이브인데 너무 좋았다.>

<새벽까지 잠 안자면서 본 보람이 있음.>

<도시 공개라니. 천공의 탑에 있는 애들 부럽네. 나도 레벨대만 맞으면 바로 워프 게이트 타고 이동하는건데.>

<욕심 많은 랭커 유저들이랑 다르게 진짜 인성 좋은듯>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화룡정점을 찍은건, 대룡 미디어의 후원이었다.

[대룡 미디어 official님이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재밌게 보고 갑니다.

“!”

무려 500만원의 후원!

큰 거 한 방이 오자 언럭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가 카메라 쪽을 향해 냅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광고주님. 그리고 후원해주신 다른 분들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500만원이라니.

요즘엔 수입이 좀 괜찮아졌다지만 한 방에 5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크으. 광고주 클라스 미쳤다!>

<킹갓미디어! 큰 손 중의 큰 손이다!>

<괜히 1티어 스트리머들이랑만 계약한게 아니라니까?>

<암. 역시 언럭키 정도면 1티어(유망주)지.>

<역시 머기업은 달라. 고객 관리 철저하네.>

언럭키는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러면서 힐끗 채팅창의 분위기를 살폈다.

‘이제 슬슬 말해야겠지.’

백현과 박세훈, 이용승이 이 계획을 짜면서 고민했던 것이 있었다.

-확실히 이걸 오픈하면 유저들의 흥미를 끌어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거야. 그런데 이만한 정보를 그냥 오픈하는 건 좀 아깝긴 하다.

거기서 출발한 생각이었다.

추기경과의 퀘스트를 힘겹게 완료하며 알아낸 정보인데, 이걸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보니 이걸로 돈을 좀 벌어보자는 말이 나왔다.

“크흠. 저 그리고 할 말이 있는데요, 그래도 이게 제가 힘들게 알아낸 정보라서 그냥 풀면 손해가 막심한 느낌이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언럭키가 채팅창을 힐끗 쳐다봤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소정의 입장료를 받을 생각인데…한 만원 정도요.”

멘트가 끝나는 즉시 채팅이 튀어나왔다.

<암. 그럼그럼. 저런 곳에 들어가게 해주는데 입장료 정도야 충분히 낼 수 있죠!>

<만원에 저런 곳에 갈 수 있다고요? 무조건 살듯요. 2장도 살 수 있어요!>

박세훈과 이용승.

그들이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서브 계정으로 지원 사격을 열심히 날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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