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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24화 (124/218)

#124화

리바 델 레이 천공의 탑 분타.

몬시뇰 에토가 이끄는 그 곳에는 5명의 사제급이 간부로서 존재했다.

그중 이번 천공의 탑 지하 통로 작전을 총괄한 것은 사제 ‘메그니’였다.

‘반드시 몬시뇰님의 임무를 완수하겠다!’

그는 투철한 의식을 갖고 이번 임무에 선발대로 투입되었다.

몬시뇰 에토가 천공의 탑에 얼마나 원한을 갖고 있는지, 사제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임무가 중요했다.

놈들은 폐쇄된 줄 알고 있는 지하 통로.

거기를 천천히 뚫어서 깜짝 기습 공격을 한다면, 한 방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단에서 우리 모두를 승급시켜 줄지도 모르지.’

무려 도시 하나를 점령한 공로.

자신은 몬시뇰로. 여기 따라온 선발대원들은 사제급으로, 신의 은총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사제 메그니 뿐만 선발대원 전체가 투쟁심 가득했다.

“사제님. 악마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신께서 우리를 돌보신다. 싸우다 죽어라!”

“하, 함정이…크헉….”

“치명상을 입었나. 그러면 더 나아가라. 네 한 몸 희생해서 우리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도와라. 신께서 네 희생에 보답하실 것이다.”

리바 델 레이는 악신의 교단답게 무식하게 지하를 돌파했다.

여기 설치된 함정은 과거의 뛰어난 어쌔신들이 제작한 것들이었다.

리바 델 레이의 전력 중에는 그만한 함정을 완벽하게 해체할 수 있는 인재가 없었다.

최대한 노력했지만 피해는 서서히 누적되었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면 그만.

그들은 무식하게 나아갔다.

어차피 선발대로서 길만 뚫어도 본전이다.

몬시뇰이 이끄는 본대가 무사히 뒤따라올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한참동안 지하를 돌파했다.

‘이상하군. 어느 순간부터 함정이 안보여.’

메그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변형된 몬스터나 악마들은 자주 보여서 열심히 처치했다.

부하들은 전투의 광기에 젖어서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함정이 발동되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열고 들어온 곳 근처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함정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은 이아손이 전부 다 해체했기 때문이지만, 그걸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메그니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망가졌나보군.’

함정이 설치된 게 최소 수십 년 전이다.

게다가 이 지하에 잠자고 있던 악마와 몬스터들도 있었으니, 멀쩡히 남아있는 게 이상하다.

메그니는 웃었다.

‘생각보다 무사히 천공의 탑에 들어가겠어.’

마치 세상이 자신들을 도와주는 것 같다.

점점 임무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콰앙!

갑자기 그들이 나아가던 벽 한 쪽이 무너져 내렸다.

“!”

처음에는 함정이 발동된 것인가 싶어 긴장했다.

제대로 당하면 꽤 큰 피해를 입을 것이기에 빠르게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저, 적이다!”

“어떻게 여기에…!?”

메그니의 리바 델 레이와 언럭키의 세인트크리스 교단.

둘이 지하 통로에서 마주쳤다.

***

리바 델 레이 놈들을 보자마자 언럭키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짐작이 갔다.

‘이 놈들이 출구를 열고 들어왔구나!’

월드 사가의 NPC들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들이 단순히 본진에 박혀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었다.

만약 지하 통로에 들어오는 게 늦어서 이 놈들이 탑 안으로 들이닥쳤다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여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망치를 들었다고 해도 사제 직군인 자신에게 그런 난전은 불리하다.

‘젠장할….’

역시 닉네임을 참 잘 지었다.

어지간히 운이 없다.

이번에야 우연찮게 먼저 지하 통로를 가야한다고 주장했으니 망정이지…

‘…잠깐만.’

그때 언럭키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얘네가 여기까지 오면서, 던전 속 몬스터들을 그냥 내버려뒀을까?

“…내 몬스터! 이 개자식들이!”

그럴 리가 없지.

오랜만에 사람 뚜껑 열리게 만든다.

어떻게 찾아낸 최초 발견 던전인데!

혼자서 독식해도 모자랄 판에 그걸 야금야금 빼앗아먹다니.

“용서할 수 없다!”

언럭키가 붉어진 눈으로 우레 망치를 치켜들었다.

악신의 사제 메그니도 동시에 손을 휘저었다.

“신의 저주가 너희들을 벌할지어다!”

[흑마법 디버프 ‘둔화’에 노출됩니다.]

[흑마법 디버프 ‘체력 약화’에 노출됩니다.]

[흑마법 디버프 ‘갉아먹는 생명력’에 노출됩니다.]

‘성왕’인 언럭키에게 이런 저주가 통할 리는 없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저항력이 어마무시하다.

그러나 성기사나 사제들에겐 아니었다.

“크으읍…. 몸이….”

“수, 숨이 잘 안 쉬어집니다….”

언럭키가 발로 땅을 크게 찍었다.

“정신 차려라!”

그가 찍은 자리에서부터 새하얀 빛이 퍼져나갔다.

[광역 저주 해제(오오라 적용)가 발동됩니다.]

빛에 닿은 성기사들은 금세 멀쩡해져서 일어났다.

그들은 악신의 추종자들에게 추태를 벌였단 것에 부끄러워했다.

“감히…용서할 수 없다!”

“거짓된 신의 졸개들을 처리하라!”

본격적으로 두 세력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크헝!”

가장 선두에서 뛰어든 건 호야를 탄 언럭키였다.

해골 기사를 다룰 때, 보병들 사이에서 기병의 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똑똑히 실감했었다.

호야가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내긴 했다.

“배, 백호? 끄아아아악….”

번개처럼 달려오는 호야를 멍하니 쳐다보던 리바 델 레이 선발대 중 한 명이 물어 뜯겼다.

팔 한 짝이 붙잡힌 채 비명을 내지른다.

언럭키는 놈의 머리통 위로 망치를 휘둘러 편하게 해주었다.

-콰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이 놈들도 던전 속 몬스터로 분류가 되네?’

언럭키가 눈을 반짝였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너희들이라도 다 잡아야겠다!”

언럭키의 눈이 희번덕 돌아갔다.

이젠 복수심이 아니라 욕심이 그를 이끌었다.

호야에 탄 채 그가 망치를 휘둘러댔다.

“저, 저건 성기사인가? 아, 아닌데…?”

“뭐가 됐든 막아! 저 미친 호랑이랑 인간을 죽이란 말이야!”

호야는 의외로 좁은 지형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네 발에 달려있는 작은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호야이다.

그렇기에 풀쩍 뛰어 벽을 타기도 하고, 아예 천장을 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훅 내려와 한 명은 입으로 물어뜯고, 다른 한 놈은 언럭키의 망치질에 골로 갔다.

신출귀몰하게 날뛰는 그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으아아악! 무슨 저런 놈이…!?”

“괴상한 신의 종이다!”

언럭키와 호야는 한 명이라도 놓칠까 싶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사제 메그니가 허탈한 표정으로 한 명씩 죽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만 해도 부푼 꿈에 젖어있었건만, 모든 게 다 망했다.

자신은 처절하게 임무에 실패해버렸다.

메그니에게서 시작된 그 좌절감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졌다.

아무리 광신도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감정 기복이 존재한다.

기울어진 이 상황에 그들은 점점 절망에 빠졌다.

반대로 성기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정반대였다.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수십 년 만에 진입한 지하 통로에서 적을 발견하다니.

그러나 곧 깨달았다.

“계시다! 성왕 폐하께서 계시를 받아 적의 침입을 눈치 채고 우리를 여기로 이끄신 것이다!”

“폐하께서는 신의 말씀을 듣고 계신다! 악신의 주구들을 처리하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신의 뜻이다.

세인트크리스 교단 성직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단순하지만 용기백배하여 달려들 수 있었다.

-쾅!

-콰직!

그런 성기사들 뒤편에서 언럭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막타는 남겨둬!”

***

몬시뇰 에토.

그는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기분이었다.

항상 복수심으로만 움직였던 마음에, 오늘은 기대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메그니 사제에게서 슬슬 연락이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폐쇄된 지하 통로의 출구를 찾은 뒤, 선발대를 이끌고 내부로 진입한 메그니 사제.

그대로 입구까지 돌파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꼭 24시간 안에 전령을 보내 상황이 어떤지 연락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만 하루의 시간이 곧 도래한다.

“예. 슬슬 시간이 되었군요.”

그의 말에 맞장구쳐준 사제가 빙긋 웃었다.

“허허. 몬시뇰님께서 마음이 많이 급하신 것 같군요.”

“후후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참 싱숭생숭하군.”

오랫동안 기다렸던 복수의 순간.

그 시작점이 바로 오늘이다.

어찌 기대되지 않겠는가.

“메그니 사제는 항상 맡은바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해왔지요.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나도 메그니 사제를 믿고 있다.”

신실한 마음과 뛰어난 실력을 모두 보유한 사람이 메그니 사제였다.

그가 전하는 진척도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변할 것이다.

입구까지 길을 거의 다 뚫었으면 곧장 본대가 출동할 것이고, 아니라면 천천히 조금씩 지원을 보내야겠지.

에토는 내심 그들이 길을 빨리 뚫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십 년을 기다렸지만 복수의 순간이 막상 며칠 앞으로 다가오니 참기가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얼마 후.

“모, 몬시뇰님!”

“드디어 왔나.”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에토는 벌떡 일어났다.

전령이 이 안까지 들어오는걸 기다릴 수 없었다.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함께 있던 사제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어지간히 기대하고 계신가보군.’

그러면서 그 역시 부랴부랴 따라 나갔다.

“!”

그러나 바깥으로 나간 그는 흠칫 굳었다.

연락을 전하러 전령이 오긴 왔다.

“크으윽….”

선발대의 일원이었는데, 그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죽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모두…모두 당했습니다…. 세인트크리스 교단 놈들이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

“메그니 사제는? 다른 선발대는 어떻게 되었지?”

“모두…전멸…커헉.”

어떻게든 마지막 기력을 짜내 할 말을 전하고는 눈을 감았다.

주변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다들 에토의 눈치를 봤다.

전령은 몇 마디 말을 전하지 못했지만 뜻은 명확했다.

세인트 크리스 교단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선발대는 전멸했다.

에토의 표정은 무섭도록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몬시뇰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

“조용.”

사제 중 한 명이 입을 열었지만 에토가 끊었다.

“적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고? 우리가 갈 것을 예상해서? 도대체 어떻게?”

이건 아주 오랫동안 진행된 계획이며, 극소수 사제급의 간부밖에 모른다.

그런데 출정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패배했다?

그것도 전령 한 명만 간신히 살아서 돌아올 정도의 결과를 가지고서?

“…….”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 누구냐. 빌어먹을 천공의 탑에서 온 간자가!”

몬시뇰 에토의 분노한 눈빛이 리바 델 레이 사제들에게 가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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