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19화 (119/218)

#119화

우레 망치.

우편을 통해 온 아이템을 수령하면서 언럭키는 혀를 내둘렀다.

“이야. 통도 크네 진짜. 달란다고 레전더리 아이템을 진짜로 보내?”

빅드래곤 길드장 로버트.

재벌 3세이면서도 이런저런 편의를 못 봐줘서 안달인 남자.

언럭키는 결심했다.

오늘부터 대룡 그룹 본사가 있는 방향으로 인사 한 번씩 박기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이런 거 하나 또 주세요.”

재벌이라 그런가 레전더리 아이템쯤은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줄 수 있나보다.

꾸벅 고개를 한 번 숙인 뒤, 언럭키는 본격적으로 망치를 자세히 살폈다.

일단 외관은 합격이었다.

자루부터 망치 머리까지 하얀색의 금속으로 만들어있었는데,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숏소드와 달리 2m도 넘는 길이를 가져서, 충분히 호야를 타고 다니면서 쓸 만할 것이다.

“크으…. 진짜 죽여준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스펙을 살피자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우레 망치]

-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135 상승.

-신성력 + 30 상승.

-오래 전 과거에는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죽는 사제들이 많았다. 신께서는 그들을 안타까워하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내렸다.

-특수 스킬 ‘우레’ 사용 가능.

-우레 : (무기 공격력 + 신성력 능력치 + 힘 능력치)/2 의 공격력으로 주변에 범위 공격을 퍼트린다.

-아이템 착용 제한 : 레벨 90 이상, 사제 계열 직업, 신성력 100 이상, 힘 100 이상.

아이템 착용 제한이 무려 4개나 붙어있는 귀찮은 아이템이다.

그 대신 능력이 굉장히 좋았다.

‘대룡 미디어 측에서 보내 준 아이템 목록에 이만한 게 없었지.’

도검 계열의 레전더리 아이템도 목록에 있기는 했다.

그러나 레전더리도 수준차이가 천차만별인데, 대부분은 레전더리 중에서도 최하급으로 분류될 만한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게, 아마 정말 좋은 것들은 이미 길드원들에게 불출해서 사용하고 있겠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목록에 레전더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길드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그런 아이템 목록 중에서 우레 망치는 수위에 꼽히는 물건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착용도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네크로맨서 때도 그랬지만, 은근히 힘 좋은 게 쓸모가 많단 말이지.’

그때는 해골들을 미끼로 자신이 한 번씩 공격하는 조커 역할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아마 사제일 때 더 능력이 좋을거라 확신한다.

몸이 약하다는 단점을 스스로 힐을 하며 얼추 메꿀 수 있을 테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언럭키는 움직였다.

“호야, 가자.”

“뀨르!”

작은 상태의 꼬물이가 폴짝 뛰어 언럭키의 어깨에 매달렸다.

그 상태로 1층 외곽으로 나갔다.

역시나 성기사들이 따라붙었는데, 그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언럭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폐하…. 설마 또 어제처럼 움직이실 겁니까?”

“당연하지.”

“…….”

성기사들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말려야하는 게 정상이지만 그들도 어제 보지 않았던가.

하늘 위에서 언럭키는 그야말로 악마 학살자였다.

성서에 나오는 악마들을 분쇄하는 ‘성왕’ 그 자체였던 것이다.

“호야.”

“크헝!”

언럭키가 부르자 호야가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어제 봤던 그 모습이다.

위에 올라타자 그대로 호야가 하늘을 박차며 질주했다.

네 다리에 조그만 날개들이 달려있어서 그런지, 호야는 정말로 하늘을 걷는 것처럼 다녔다.

저 멀리서 날아오는 하급 악마 브렉토들과의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진다.

언럭키는 양 손으로 망치 자루를 쥔 채 크게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을 때.

한 방 내리쳤다.

-꽈르르릉!

내장되어 있던 스킬 ‘우레’가 발동되었다.

천둥소리가 터져 나온다.

동시에 망치 끝에서 하얀 벼락이 줄기줄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와우…죽이네.”

하늘 위의 브렉토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우레 망치의 위력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것 이상이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레벨업!]

화룡정점으로 레벨업까지!

언럭키는 한껏 좋아진 기분으로 소리쳤다.

“호야. 계속 가자! 싹 다 조져버리자고!”

“크허헝!”

***

컵라면은 레벨이 안 맞아서 언럭키와 함께 천공의 탑에 가지 못했다.

그 대신 텔르흐렌에 남아 레벨업에 열중했다.

그러면서 언럭키와 함께하면서 찍었던 영상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써먹을게 너무 많아도 문제였다.

조금만 만지면 조회수는 보장될 게 분명한 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용승과 소통하며 열심히 편집 작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준비한 영상들 중, 하나가 오늘 올라갔다.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보스몹 만났는데…쟤 어디 가냐?]

[4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

굴드란 악어 늪지대에서 우연찮게 발견했던 어쌔신 육성소.

보스방에 입장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도망치던 모습은 얼마나 어이 없었던가.

언럭키와 컵라면마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잠깐이지만 이해를 못했다.

기어코 쫓아가서 잡긴 했지만, 참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분명 시청자들도 재밌어할 거야.’

컵라면은 그렇게 확신하고 영상을 업로드했다.

<크으. 오늘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룡 미디어 로고다.>

대룡 미디어의 광고가 나온 뒤, 본격적으로 영상이 재생되었다.

시작은 언럭키가 우연찮게 던전을 발견한 부분에서부터였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언럭키의 앞에 뜬 메시지를 보여주자 시청자들은 또 난리가 났다.

<최초 발견 던전? 여기 혼자서 발견한 도시 아님? 거기서 최초 발견 던전이 또 있다고?>

<아니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혼자서 다해먹네.>

<경험치 보너스 150% ㅋㅋㅋㅋㅋ. 나는 꿈에서나 상상해볼만한 수치다.>

월드 사가를 초창기에 했던 유저들이나 최초 발견 보너스를 얻었지, 그 외에는 구경만 한 게 전부다.

헌데 언럭키는 새로운 도시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던전까지 새로 찾았다.

앞으로 몇 개나 더 던전을 찾아낼지 모르는데, 그것만 생각해도 어마무시한 값어치가 있었다.

-콰직!

-서걱!

곧이어 언럭키는 던전 속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나아갔다.

네크로맨서의 전략 치고는 특이했다.

보통은 해골들을 시키고 뒤에서 구경이나 할 텐데, 언럭키는 오히려 해골을 이용해 기회를 만들었다.

올 수밖에 없는 빈틈을 만든 다음, 다가오는 어쌔신들을 후려쳐 죽여버린 것!

<네크로맨서 아님? 지팡이를 무슨 망치처럼 휘두르냐 ㅋㅋㅋㅋㅋ.>

<힘 수치가 대체 몇이야? 암살자들 뚝배기가…어우….>

어이없었지만 그만큼 시원시원했다.

곧이어 언럭키는 보스방 앞에 도착했다.

컵라면이 확신했던 보스방에서의 장면.

입장 한 뒤 언럭키를 보자마자 보스몹은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도망쳤다.

비밀 통로까지 작동시켜 튀는 모습은, 편집을 하면서 수십번을 봤던 컵라면이나 이용승마저 매번 실소가 나왔다.

당연히 반응은 기대한 대로였다.

<?? 보스몹이 도망쳐?>

<월드 사가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살다 살다 이런 일은 또 처음보네 ㅋㅋㅋㅋㅋ.>

<보스몹이랑 추격전 벌옄ㅋㅋㅋㅋㅋㅋ. 장난치나?>

보스몹을 뒤쫓아 해골 기사의 탄 채 열심히 내달리는 언럭키.

영상은 그 장면을 줌아웃 하면서 서서히 끝났다.

가볍게 재미를 줄만한 장면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만족했다는 듯 재밌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컵라면은 그 모든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했다.

‘역시 나쁘지 않은 반응이네.’

벨라와의 데이트나 두바르 첫 발견때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어도, 재밌게 즐기고 간다는 느낌이 많았다.

사실 모든 미튜브 컨텐츠가 항상 자극적일 수는 없었다.

스무스하게 지나갈 때도 있어야 하는데, 오늘이 그런 편이었다.

그러나 이 다음에 할 컨텐츠들도 준비된 건 여러 개였기에 걱정할 건 없었다.

<아 근데 아쉽네. 이번에 천공의 탑에서 망치무쌍 찍은 영상 올라올 줄 알았는데.>

‘?’

우연찮게 댓글 하나를 읽은 컵라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치무쌍이 무슨 뜻이지?

<ㅇㅇ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

<ㅋㅋㅋㅋㅋㅋㅋ아 호랑이 타고 망치질 하는 모습 보여 달라고 ㅋㅋㅋㅋ.>

이해하지 못할 댓글들이 추가로 주르륵 달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컵라면은 굳이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또 무슨 짓을 벌인 겁니까.’

언럭키가 언럭키했을 게 분명하니까.

***

-띠링!

[레벨업!]

짤막하게 빛에 휩싸인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그의 주변에는 ‘우레’에 맞은 악마들이 가루가 되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호야. 이만 내려가서 쉬자.”

“크헝!”

발을 툭툭 치며 말하자 호야가 기다렸다는 듯 땅에 내려섰다.

사냥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많이 지쳐보였다.

금세 작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더니 언럭키의 어깨에 올라 얼굴을 부비적댔다.

“뀨르….”

“그래, 그래. 고생 많았어.”

‘덩치만 컸지 아직 새끼긴 새끼구나.’

언럭키의 스타일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망치질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호야가 따라오질 못했다.

한두 시간 정도 사냥하다 보면 금세 지쳐 바닥에서 쉬어줘야 한다.

게다가 우레의 마나 소모량은 엄청났다.

광역 공격 범위를 넓힐수록 미친 듯이 마나가 떨어졌는데, 언럭키조차 연속으로 쓰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별 수 있나.

어쨌거나 사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지건 팩트였다.

게다가 방금 전의 레벨업으로 이제 93레벨이 됐다.

‘천공의 탑 2층으로 넘어갈 수 있겠군.’

1층에 나오는 브렉토의 최고 레벨은 95였지만, 조금 더 높은 효율을 위해서라면 올라가는 게 낫다.

우선 추기경을 다시 만나기 위해 10층로 갔다.

“성왕 폐하.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영광입니다!”

성기사 한 명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더니 앞서나갔다.

사실 추기경은 이렇게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른 도시로 따지면 영주와 같은 급인데,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물론, 언럭키가 아무나는 아니었다.

“으허허헛. 오셨습니까 성왕 폐하.”

언럭키가 방문하자 추기경은 얼굴이 한껏 붉어진 채 껄껄거리며 웃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서웠지만 지금은 반가워하는 것임을 잘 알았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폐하께서 기적을 발휘하셔서 하늘 위로 올라가 악마들을 모조리 불사르셨다더군요.”

“음…그 정도는 아닙니다.”

소문이 얼마나 와전된 걸까.

그러나 추기경은 언럭키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으하핫. 저도 창문으로 얼핏 봤습니다. 신수 백호를 타고 번개를 뿌리시는 그 모습은 진실로 성서에 기록되어 있던 ‘성왕’이시더군요. 오랜만에 저도 몸이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추기경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언월도를 양 손으로 잡더니 휘두르기 시작했다.

-쐐애액!

눈앞이 번뜩이더니 창영을 그리며 언월도가 공간을 마구 수놓았다.

“실례했습니다. 그 때를 떠올리니 몸이 달아올라서요. 껄껄껄.”

“…….”

뜬금없이 창을 휘둘러대는 그 모습에 언럭키는 어이가 없었다.

특이하기도 한데, 그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지금 직업이 사제 계열이라고 해도, 창날이 5개로 보였다.

‘혹시 세인트크리스교는 추기경이 되려면 무술 실력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건가?’

뭔가 이상했지만, 어쨌거나 잘됐다.

언럭키는 단순히 2층에 가겠다고 인사나 할 겸 추기경을 찾아온 게 아니었다.

“추기경님. 혹시 ‘리바 델 레이’라는 사악한 교단에 대해 아십니까?”

천공의 탑에 굳이 온 목적.

여기 어딘가에 있는 분타를 찾아 공격해야겠는데, 이 추기경을 슬쩍 건드려보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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