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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15화 (115/218)

#115화

천공의 탑에 입장하기 전부터 예상도 했고 걱정도 했다.

세인트크로스 교단이 관리하는 지역.

여기서 네크로 엠페러임이 들키면 큰일날 거라는건 유치원생도 예측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각지도 못했다.

‘왜 아무것도 안했는데 들이닥치는데?’

언럭키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아직 탑에 입장한 것도 아니고, 워프 게이트만 막 빠져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마(魔)의 기운이 느껴진다면서 다가올 줄이야.

‘니들이 무슨 마약 탐지견이냐?’

성기사와 사제들이 위협적인 표정으로 언럭키와 이아손을 둘러쌌다.

말이 잠깐 조사 좀 하겠다는 거지, 이미 그들의 눈빛은 두 사람을 범죄자로 여기고 있었다.

아마 언럭키의 직업이 드러나거나 뭔가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저 말투와 행동이 180도 달라질 터.

“후우….”

언럭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헤탄에게 퀘스트를 받은 이후로, 천공의 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고민해왔다.

가장 먼저 떠오른건 잘 숨기고 다니자는 거였다.

어쨌거나 텔르흐렌에서도 큰 문제 없이 정체를 숨겼지 않은가.

여기서도 조심스럽게 다니고, 사냥도 어디 구석탱이에 짱박혀서 하다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글렀네. 플랜B로 가야겠어.’

플랜A는 시도조차 해보지도 못하고 파기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플랜B를 선택할 때였다.

그가 오늘 이 도시로 넘어온건 우연이 아니라, 일부로 시간을 맞춘거였다.

플랜B를 위하여!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올마스터로서 새롭게 직업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기존 직업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을 획득한다면 ‘네크로 엠페러’ 직업의 성장세는 현 상태에서 저장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

[1. 검사]

[2. 마법사]

[3. 궁수]

[4. 암살자]

[5. 사제]

시야 한켜넹 메시지가 떠있었다.

오늘이 새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솔직히 네크로 엠페러를 한 번 더 할까 고민했었다.

일인 군단으로서의 능력이나 사냥의 효율 면에서 다른 직업보다 조금 더 나은 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언럭키가 손가락을 움직여 마지막 항목을 클릭했다.

“손가락 움직이지 마십시오. 계속할 경우 강제로 체포하겠습니다.”

성기사 한 명이 위압적으로 말했지만 그딴건 이제 아무 소용 없었다.

-띠링!

[사제를 선택하셨습니다.]

[한 달 동안 ‘성왕(레전더리)’ 직업이 적용됩니다.]

신성한 왕의 줄임말로도 볼 수 있는 ‘성왕’.

언럭키가 앞으로 한 달 동안 지내야할 직업이자, 사제 직업의 끝판왕 중 하나이다.

[현재 직업 : 성왕]

[직업 특수 효과가 존재합니다.]

[성왕(레전더리) 보너스가 발동됩니다.]

[지팡이, 완드 종료의 무기 사용시 신성력 200% 상승.]

[신성 계열 스킬들의 효과 150% 상승.]

[신성 계열 스킬들의 지속시간 100% 상승.]

[기본 스킬로 ‘디바인 포스’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하이 홀리 오오라(패시브)’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블레스’ 가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광역 힐’ 이 주어집니다.]

[기본 스킬로 ‘광역 저주 해제’ 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성왕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이 홀리 오오라(패시브)가 발동됩니다.]

레전더리 사제 직업군만이 쓰는 오오라 패시브 스킬.

여기에 붙어있는 효과는 여러개였지만, 유저들은 간지가 난다고 좋아하는 그것.

빛줄기 여러개가 등에서부터 뻗어져나와 팔락거리는데, 그게 마치 날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NPC들에게도 직빵으로 통했다.

“헉…!”

로브를 뚫고 나오는 빛줄기.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성력까지.

사제와 성기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교단에 소속된 자라면 본능적으로 상대의 신성력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신실함은 어떤지 등.

그리고 여기 있는 자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언럭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신성력.

너무 밀도가 높아서 끈적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성력은, 왕이라고 불리는 자들만 가지고 있다는걸.

“오오….”

“이건…성왕 폐하의 오오라…?”

세인트크리스 교단.

신실함을 제1의 덕목으로 삼으며,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곳.

쉽게 말해서 다른 교단보다도 좀 더 꼰대스럽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성왕이 나타난다면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일반적인 영주 같았으면 귀인 대우 정도만 해줬겠지만, 꼰대 교단은 달랐다.

“전설의 성왕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서에 나온대로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조사를 하겠다느니 어쩌니 하는건 없었다.

어찌 감히 성왕 폐하를 의심하겠는가!

‘후우. 일단 1단계는 잘 넘어간 것 같군.’

언럭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언럭키와 이아손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천공의 탑 내부로 들어갔다.

그는 가는 내내 탑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다른 곳과는 달리 도시가 아예 탑 형태로 지어진 곳.

‘여기서 120레벨까지 있어야한다는거지.’

레벨 90부터 가게 되는 도시는 이제 한 곳에서 30레벨을 올릴 수가 있게 된다.

쉽게 말하면 천공의 탑에서는 90~120 사이의 유저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나중가면 또 바뀌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

“여기로 올라가시면 천공의 탑 교단 본부입니다.”

안내하던 성기사가 절도있는 동작으로 공손하게 말했다.

탑은 총 10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꼭대기 층에 사제와 성기사들이 머물렀다.

언럭키는 살짝 긴장했다.

세인트크리스 교단의 일반 사제나 성기사들이 성왕에게 어떠한 대접을 하는지는 미튜브에서 미리 봐서 알고 있었다.

성왕이라는 레전더리 직업을 가진 랭커 한 명이 공개한 영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추기경까지 좋게 반응해줄지는 모르지.’

그건 직접 겪어봐야 한다.

곧이어 10층에 도착한 언럭키는 감탄했다.

“허어.”

겉에서 보면 엄청 거대한 탑이었는데 고작 10층밖에 안된다는게 이상하다.

높이 대비 층수가 적은 이유는, 한층 한층이 반쯤 도시같이 높고 컸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10층은 신전처럼 꾸며져 있었다.

천공의 탑을 관리하는 세인트크리스 교단이 머무르는 본진.

곳곳에 하얀 대리석이 깔려 있으며 신과 천사를 본딴 조각상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리바 델 레이 신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군.’

거기도 거대한 신상이 있고 신전도 있었지만, 풍기는 느낌이 달랐다.

묘하게 사악하고 찝찝하던 리바 델 레이와 달리, 여기는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추기경님의 집무실은 이 쪽입니다.”

성기사는 그를 신전 한 쪽에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똑똑.

“추기경님. 성왕 폐하를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오라.

성기사가 문을 두드리며 말하자 안에서 바로 답이 왔다.

그가 문을 살짝 열더니 언럭키를 쳐다봤다.

“들어가시지요.”

“…그래.”

침을 꿀꺽 삼킨 그가 안으로 들어갔다.

긴장하지 말자. 별 일 없을거다.

이런식으로 계속 마인트컨트롤을 하려 애썼다.

“!”

추기경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생긴 사람이었다.

사제들이 입는 법복을 입고 있었는데, 2m쯤 되는 키와 터질 것 같은 근육이 꿈틀거리는게 보였다.

거기에 한 손에는 거대한 언월도를 들고 있었는데, 사제복이 참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얼굴은 또 어떤가.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여기저기 흉터가 가득했다.

그런 추기경은 방 한가운데에 서서 문쪽을 보고 있었는데, 그를 본 언럭키는 흠칫 굳었다.

마치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던 것이다.

‘마, 망했다.’

추기경 급 정도 되는 자에겐 성왕의 이름값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성왕이라고 해봤자 신성력이 특별하고 강한 사람일 뿐이다.

교단도 단체이니 거기서 오래 활동한 사람은 성왕을 별로 대우 안해줄지도 모르지.

‘어떡하지? 일단 존댓말부터 박아야 하나?’

그 때 추기경이 한 발자국 움직였다.

그의 얼굴은 붉다못해 시뻘개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샤우팅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

“성왕 폐하를 뵙습니다!”

“?”

곧이어 터진 샤우팅에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화난거 아니…셨어요?”

“어찌 제가 폐하 앞에서 화를 내겠습니까!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추기경이 호통치듯 말했다.

“제 평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처음 형제님이 와서 성왕 폐하의 방문을 알렸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성기사가 조심스럽게 귀엣말을 건넸다.

“추기경님은 감정이 격해지면 얼굴이 붉어지십니다. 아마 지금은 많이 감격받으신 것 같네요.”

“!”

저게 감격받은 얼굴이었냐.

하마터면 놀라서 심장 떨어질뻔 했다.

그러나 언럭키는 표정을 관리했다.

여기서 화내봤자 도움될 건 아무것도 없다.

“크흠. 나도 만나서 반갑소.”

“영광입니다. 혹시 성왕 폐하의 힘을 보여주실 수 있으신지요…?”

쉽게 말해 네가 진짜 성왕인지 증명하라는 뜻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언럭키는 ‘하이 홀리 오오라’를 켰다.

-파아앗!

“오오…!”

언럭키의 등에서 빛으로 된 날개가 뿜어나오자 추기경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감격이 극에 달한 것 같은데…

‘어우. 생김새 진짜 왜저러냐. 무서워서 말도 못 걸 비주얼이네.’

괜히 찔리는게 있었기에 언럭키는 슬쩍 눈을 피했다.

“아, 그런데 그 쪽은…?”

추기경은 이제서야 봤는지 언럭키 옆에 수그리고 있는 이아손을 쳐다봤다.

사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사제나 성기사들도 은근히 궁금해하긴 했다.

처음부터 언럭키와 함께 있던 일행.

그에 반해 신성함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수상하게까지 생각되었다.

어쌔신이 어둠 속성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몸에 밴 혈향 같은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오는 내내 숨소리도 제대로 못 내면서 조심스럽게 따라왔다.

언럭키는 준비해놨던 변명을 말했다.

“나를 따르는 종일세. 스스로를 참회하고 싶다면서 따라다니고 있지.”

“아!”

“큰 죄를 많이 지어서 속죄하는 중이야.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게.”

“어쩐지 은은한 혈향이 나더라니…알겠습니다. 성왕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찌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추기경은 자신의 언월도를 한 번 매만졌다.

“다만 저렇게 피냄새가 짙은 형제분은 단순히 데리고 다니는 것 보다는 참회실로 가서 회개시켜드리기도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아손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흔들렸다.

참회실로 가서 회개?

절대 그게 대화로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추기경의 생김새만 봐도 그런 느낌이 왔다.

저 자에게 끌려갔다가는 절대 몸이 온전치 않으리라!

심지어 이름부터 참회실 아닌가!

“아니. 내 종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네.”

“어, 언럭키님….”

이아손이 감격에 찬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릴 듯한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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