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무법자들의 도시 두바르.
여기는 어둠 속성을 지닌 자들이나, 근처의 여러 도시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알음알음 모여드는 곳이다.
물론 모든 범죄자가 오는건 아니고, 도시에서 주기적으로 사람을 선별해 초대장을 뿌린다.
억울하게 범죄자가 되었다거나, 범죄자이지만 그래도 인성이 나쁘지 않다거나, 아니면 도시에 도움이 될 능력을 지녔다거나 등등.
그렇기에 나름 도시가 유지될 수 있는 거다.
물론, 그래도 대다수는 갱생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도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한둘이 아닌 것이다.
“어이 거기.”
어두컴컴한 골목길.
평범한 도시민들은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는다.
무법자의 도시에서도 질 나쁜 쓰레기들이 서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언럭키는 당당하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 너 뭐냐. 죽고 싶어?”
언럭키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양아치들 구현을 잘해 놨지?’
양아치를 보는 눈.
이건 언럭키가 그 누구보다 잘 갖추고 있다고 장담했다.
그도 그럴게,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덩어리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 팀장을 제외하면 거의 다 양아치인데, 그 놈들 하는 꼬라지가 딱 이 놈들과 비슷했다.
그리고 이런 놈들의 특징이 강약약강. 상대가 약할 때만 더욱 몸을 펴는 습성이 있었다.
“크악. 퉤.”
걸쭉하게 바닥에 침을 뱉으며 위협적으로 눈을 떠 보인다.
언럭키를 보며 판단을 내렸는지 양아치들이 낄낄거리며 손을 까딱였다.
“거 잘됐다. 이리 와 보슈. 우리가 요즘 사정이 어려워서 그러는데 좀 도와줘. 같은 도시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지.”
그러면서 슬그머니 움직여 언럭키가 도망치는 걸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웬 샌님 같은 놈이 여기까지 왔어?’
‘길을 잘못 들었나? 흐흐. 오랜만에 오늘 저녁은 좋은 데서 한 잔 하겠군.’
그들은 굳이 귀찮게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만에 걸려든 월척에 기뻐할 뿐.
“괜히 도망치려다가 어디 뼈 하나 부러진다. 그냥 얌전히 이리로 와.”
그렇기에 실실 웃으며 다가갔다.
그런 놈들을 보며 언럭키가 담담히 손가락을 들었다.
“족쳐.”
그 즉시 허공이 일렁였다.
어둠 속에서 은신한 채 대기하고 있던 어쌔신들이 골목과 벽에 내려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등장한 것이다.
“뭐, 뭐야!?”
“어쌔신…?”
양아치들은 갑자기 둘러싸인 이 상황에 적응이 안됐다.
도시 내에서 어쌔신의 악명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이런 뒷골목 깡패들에게는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진짜 살기를 뿜어내는 어쌔신들을 보며 양아치들이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잠시.
-저벅 저벅.
언럭키가 다가왔다.
‘총령’이라는 직책은 단순한 권력직이 아니고, 그런 자들을 처리하고 도시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언럭키는 제 역할에 충실했다.
“거기 너.”
“네, 네?”
“아까 침 뱉었지?”
“…….”
언럭키의 물음에 지목받은 양아치는 눈알을 데구르르 굴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러나 생각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쌔신 한 명이 살짝 다가와 단검을 들이댄 것이다.
“총령 각하께서 묻지 않았나. 목에 바람 구멍이라도 나야 대답을 할 텐가?”
“배, 뱉었습니다! 뱉었어요!”
양아치는 혼비백산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러면 세금 내.”
“세, 세금이요?”
“그래. 침 뱉은 거 치우려면 도시 미화원들이 얼마나 힘 써야 되냐. 그게 다 돈이야. 그러니까 세금 내.”
어이가 없었다.
두바르에 무슨 미화원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설사 있다고 쳐도 침을 리터 단위로 뱉은 것도 아닌데, 진작에 흙에 스며들어 사라졌겠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뭐? 세금 안 내? 지금 내 앞에서 탈세하는 거냐? 탈세범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까?”
“내, 내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고 했어요.”
언럭키가 눈을 부릅뜨자 그는 곧바로 주섬주섬 품속에서 골드를 꺼냈다.
슬쩍 받아들어 액수를 확인한 언럭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내. 이걸로는 안 돼.”
“예? 아니…침 한 번 뱉은 걸로 무슨 돈을 얼마나….”
“그래서. 안 내겠다고?”
“…내겠습니다.”
결국 놈은 가진 돈을 탈탈 털어야만 했다.
그제서야 살짝 웃은 언럭키가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다른 양아치들을 바라봤다.
“너희들도 내.”
“저, 저희는 침 안 뱉었는데요?”
“위협적으로 모여 있으면서 도시 미관 해쳤잖아. 도시 미관 정비세야.”
“…….”
이런 법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상대는 총령.
그의 말이 곧 법인 셈이다.
결국 그들은 가진 돈을 다 빼앗겼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네 친구들 보러 갈 건데, 안내 좀 해 줘라.”
언럭키는 오늘 아예 이 뒷골목 세계를 싹 돌아볼 생각이었다.
‘합법적으로 세금 좀 걷어보자.’
이게 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잔뜩 생겼다.
***
도시 두바르 공개 직전에 끊었던 언럭키의 영상은 굉장히 화제가 되었다.
평소보다 영상 댓글이 2배도 넘게 달린 것이다.
그렇기에 컵라면과 이용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서 더 애태웠다가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판단.
바로 다음날에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도시 ‘두바르’를 아시나요? (2)]
[4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
그 대가로 이용승이 반쯤 녹초가 되다시피 했지만, 시청자들은 좋아했다.
<떴다! 내가 진짜 어제부터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후아. 드디어 숨 쉬네. 참다가 죽을 뻔했다.>
<ㅋㅋㅋㅋㅋ. 위엣 분 웃기네. 어인족임? 무슨 숨을 24시간 참아.>
<제발 몇 시간 뒤에 공개 같은 거 하지 말고 바로 올리면 안 되나?>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라도 예약 방송은 어쩔 수 없었다.
평소에는 그들도 이해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그만큼 다급했다.
<쾅쾅쾅! 주인장 문 열어!>
<(대충 문짝 부수는 이모티콘)>
<하…4시간 너무 안 간다.>
주기적으로 채팅창에 방송 빨리 공개하라는 내용들이 올라왔다.
그 외에도 두바르는 과연 어떤 곳일지, 뭐 새로운 게 있을지 추측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4시간이 흘러갔고, 대망의 공개 시간이 다가왔다.
-띠링!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최초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
영상의 도입부 광고가 흘러간 뒤, 언럭키의 모습이 나왔다.
-저벅 저벅.
그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 뭐야? 사막이 아니네?>
<갑자기 배경이 이동됐는데?>
원래는 사막의 어쌔신들과 만나며 영상이 끝났었다.
상식적으로 그 다음엔 그들과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컵라면과 이용승 역시 그렇게 편집했었는데, 추후에 언럭키의 요청으로 살짝 바꿨다.
-어쌔신들과의 접선은 혹시 모르니까 숨기죠.
혼자서 독식하는 도시이기에 보안 유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다.
시청자들은 이전 영상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와…여기가 도시 두바르야?>
<지하 도시네?>
지하에 펼쳐진 웅장한 도시의 전경이 보였기 때문이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아직 안 알려진 도시였네?>
<내가 100레벨 이전 도시들 싹 다 외우고 있는데, 맹세코 이런 지하 도시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음.>
최초로 공개된 도시.
당연히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기존에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놀라서 호들갑을 떨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물밀듯 새로운 채팅들이 치고 올라왔다.
<ㅎㅇㅎㅇ.>
<여기가 새로 발견한 도시가 등장한다는 영상인가요?>
<스트리머 언럭키? 처음 들어보는데 이런 채널도 있었구나.>
뜬금없는 채팅에 기존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네는 뭐야. 뉴비야?>
<갑자기 뉴비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옴?>
<누가 월벤에 여기 좌표 찍었음. 그거 보고 온 거임.>
이유는 간단했는데, 라이브 도중에 누군가가 빠르게 스샷을 찍어서 월벤에 글을 올린 것이다.
새로운 도시라는 떡밥은 안 낚일 수가 없다.
그렇게 한 번 들어온 시청자들까지 나가지 않고 전부 합세하자, 채팅창은 난장판으로 돌아갔다.
제대로 채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여기가 도시 두바르입니다.”
그런 채팅과 상관없이 영상은 계속 진행되었다.
언럭키는 가볍게 도시 거리를 돌아다니며 내부를 보여 주었다.
지하이지만 밝고, 있을 건 다 있는 도시.
<여기 NPC들은 왤케 인상이 험악하냐?>
<다들 흉터나 문신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네ㅋㅋㅋㅋㅋ.>
다만 도시를 돌아다니는 NPC들은 아무래도 무법자 출신이라 좀 무섭게 생겼다.
그들은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오늘의 메인은 NPC가 아니라, 사냥터였다.
언럭키는 그동안 자신이 돌아다녔던 사냥터를 차례로 방문했다.
굴드란 악어 늪지, 화난 바람 정령의 둥지, 모래 두더지의 소굴, 사막 도적의 은신처….
한 번씩 사냥터 입구 쪽에만 가서 내부를 보여줬는데, 그 때마다 시청자들을 기겁했다.
<미쳤다. 저기가 바로 유토피아구나.>
<몬스터가 아주 대놓고 돌아다니는데도 잡는 유저가 하나도 없네. 실화냐??>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월드 사가 유저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한 장소였다.
다 돌아본 언럭키가 카메라를 보며 히죽 웃었다.
“자. 시청자 여러분. 사냥터 가려고 하는데 어디를 갈지 고민이네요. 그래서 지금부터 하나 골라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켰다.
“어.디.를.가.야.할.까.요.알.아.맞.춰.보.세.요.”
걸린 건 화난 바람 정령의 둥지였다.
“여기가 걸렸네요. 다음 영상에서는 화난 바람 정령의 둥지 독점 사냥 장면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맑게 웃는 언럭키의 인사로 영상은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웃을 수 없었다.
<아니…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사냥터를 저런 식으로 고르냐?>
<허, 참. 널린 게 사냥터니까 대충 찍어서 골라도 되는구나.>
<부러워 죽겠다 진짜.>
<언럭키님. 진지하게 위치 공유 좀요. 그 도시가 대체 어디죠?>
영상이 까만 화면으로 변할 때까지 채팅창은 수두룩 빽빽했다.
심지어 다 끝난 후에도 그들은 다른 영상을 찾아보지 않고, 월벤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목 : 오늘 언럭키 영상 본 사람 다 들어와.]
-도대체 거기 위치가 어디라고 생각하냐? 우리 집단 지성 이용해서 토의 좀 해 보자.
이와 비슷한 글들이 월벤에 계속해서 올라왔다.
새로운 도시의 자세한 공개, 사냥터나 NPC의 등장 등등.
그러면서 스트리머 언럭키라는 이름이 지속적으로 오르내렸다.
***
언럭키의 이번 영상은 평소보다 댓글도 많고 반응도 좋았다.
그만큼 새로운 도시라는 건 굉장한 이슈거리였다.
그렇기에 일반 유저들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돈 좀 있다는 대형 길드들이 언럭키에게 집중한 것이다.
‘애블솔루’ 길드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흘러나왔다.
“도시를 최초 공개하다니. 말도 안되는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놀라기만 하고 끝인가?”
“…예?”
“한심하긴. 자네가 그냥 일반 시청자야? 보고 감탄하면 끝이냐고.”
“…죄송합니다, 부길드장님.”
애블솔루 길드의 부길드장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눈앞의 부하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연락해서 그 도시가 어디인지 정보를 알아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이런 거 하나하나 지시를 내려야 하나?”
“…죄송합니다.”
“사냥터나 던전도 아니고 도시라니. 이건 확보만 하면 길드의 덩치를 단숨에 키울 수 있을만한 정보야. 그러니까 우리가 구매하겠다고 해.”
“네. 미튜브 채널에 보면 메일이 있던데 바로 문의 넣겠습니다. 그런데…구매 가격은 얼마를 제의할까요?”
그 말에 부길드장은 잠시 고민했다.
무언가 생각하던 그가 다시금 입을 떼었다.
“5억.”
길드의 자금 상황과 정보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그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