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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04화 (104/218)

#104화

‘이제 80까지 하나 남았군.’

언럭키가 슬쩍 미소지었다.

현재 레벨은 79.

지난 일주일간 4개나 되는 레벨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레벨 80까지 올라가는 것도 이 속도면 채 하루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월벤에 올린다면 아무도 믿지 않겠어.’

그만큼 언럭키의 레벨업 속도는 기형적이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업은 느려지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그는 지금 더 빨라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역시 유저가 아무도 없으니 굉장히 좋단 말이지.’

이런 곳을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

마치 도시 전체를 전세 낸 것 같다.

물론 다른 유저가 이 도시에 왔다면 이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무법자들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다시피, 이 도시의 NPC들은 친절하지 않았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수틀리면 들이박는다.

다만 언럭키는 어쌔신 로드와 손을 잡았다.

도시에서 돌아다닐 때는 항상 어쌔신이 붙어 안내를 해 주었고, 그것만으로도 NPC들은 그에게 저자세를 취했다.

‘퀘스트를 받아들이길 참 잘했단 말이야.’

처음에 거절했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사람 일이란 게 참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처음 갔던 굴드란 늪지를 제외하고는 던전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냥터를 독점하고 다녔으니 괜찮았다.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십니까?”

언럭키가 발길을 돌리자 뒤에서 조용히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던 컵라면이 물었다.

원래라면 현실 시간으로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사냥터에만 있어야 한다.

그게 평소 언럭키의 일과였다.

두바르까지 오면서 낭비했던 시간을 보충하겠다는 듯, 미친 듯이 매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사냥을 멈추다니?

“네. 지금은 할 일이 있어서요. 이거 끝내고 조금 있다가 다른 사냥터로 갈까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말씀하신 정보가 준비되었습니다.]

어쌔신 한스를 통해 정보상의 쪽지가 전달되었다.

일주일 전에 의뢰를 맡겼던 ‘리바 델 레이’ 분타에 관한 것이었다.

중요한 연계 퀘스트였기에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기 위해 암시장으로 갔다.

‘벨라님은 오늘도 바쁘신 것 같네.’

가는 길에 슬쩍 대장간 쪽을 쳐다보자 구슬땀을 흘리며 망치질을 해대는 벨라가 보였다.

첫 날에 재료를 구한 뒤, 그녀는 그 즉시 대장간에 틀어박혔다.

-땅! 땅!

그녀는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말아서 질끈 묶은 뒤 대장장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현실성을 가진 월드 사가였기에 대장간 일은 고되었다.

뜨거운 불, 시끄러운 소리, 무거운 제작 도구 등등.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실제로 가볍게 티 한 장 입고 일하는 벨라는 땀에 절어 있었다.

그러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아지는 미소였다.

조용히 그녀를 지나쳐 정보상에게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손님.”

정보상이 언럭키를 향해 넙죽 허리를 숙였다.

“그래. 정보는 준비 되었습니까?”

“…일단 준비는 했습니다. 다만 죄송하게도 손님께서 말씀하신 정보를 완벽히 구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무리였다고요?”

언럭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자 도시 내에서 그의 안내역이자 호위를 하던 어쌔신 한스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는 단검이 쥐어진 채였다.

그 모습을 발견한 정보상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본단의 위치가 너무 꽁꽁 숨겨져 있던 터라…하지만 다른 분타의 위치는 알아냈습니다.”

“다른 분타?”

“네! ‘천공의 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리바 델 레이의 분타가 있다고 합니다. 텔르흐렌 쪽에 있던 분타보다 족히 3배는 되는 규모라고 하니, 거기라면 분명 본부에 대한 정보가 있을 겁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리바 델 레이의 또 다른 분타’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정보원 헤탄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할 경우 연계 퀘스트에 성공합니다.]

‘다행이군.’

이대로 보고만 하면 퀘스트 성공이란 메시지가 나타났다.

언럭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여기서 성공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면 또 어디 가서 정보를 구해야하나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소, 손님. 저희로서는 최대한 노력을 한 겁니다. 그, 그러니 저 어쌔신님께 말씀 좀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정보상은 숫제 애원하듯 말했다.

언럭키가 그제서야 어쌔신 한스를 쳐다봤다.

그는 ‘처리할까요?’ 라는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민하던 언럭키가 말했다.

“그래요. 그 쪽이 노력했다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바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준 것도 아니죠. 그건 인정합니까?”

“그, 그건….”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그 순간 한스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의 단검에 반사된 햇빛이 번쩍였다.

식은땀을 흘리던 정보상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정합니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손님! 그러니까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어흐흑.”

“흠. 인정한단 말이죠….”

언럭키가 살짝 손짓했다.

그러자 고개를 꾸벅 숙인 한스가 슬며시 물러났다.

정보상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언럭키의 말이 그의 귓가에 꽂혔다.

“그러면 정보비를 반환해주세요. 내가 원했던 정보를 그대로 구해준 게 아니었으니 값을 다시 치뤄야죠.”

“…네?”

“딱 50%는 되돌려줬으면 좋겠군요. 정보값으로 그 정도가 적절하겠어.”

“…….”

멍하니 언럭키를 바라보는 정보상.

그러나 언럭키는 단호했다.

돈 돌려줘.

어딜 완벽하지도 않은 정보를 구해와 놓고는, 다 받아먹으려고 하고 있어?

***

정보를 구했지만 퀘스트 보고는 조금 나중에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텔르흐렌까지 돌아가는데 하루 이틀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어쌔신 로드와 하고 있는 사이드 퀘스트도 걸렸다.

언제 총령과의 전면전이 벌어질지 모르니 도시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이런 사냥터를 두고 내가 어딜 가. 절대 못가지.’

정보상에게 다녀오느라 쓴 시간은 겨우 1시간 남짓.

그러나 그 적은 시간도 사냥터에서 온전히 못 보내서 아까워 죽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곧장 다시 이동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컵라면의 질문에 언럭키는 살짝 고민했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괜찮은 사냥터가 한 둘이 아니었다.

사람도 하나도 없었다.

유저는 전혀 없고 가끔 재료 채집을 하는 NPC를 마주치긴 했는데, 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언럭키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전부터 생각해 놓았던 곳이 있었다.

“이번에는 ‘저주받은 땅’으로 가겠습니다.”

“…예? 어, 음. 거기는 좀….”

컵라면이 처음으로 꺼려지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일주일간 그는 언럭키가 어딜 가든 잘 따라다니며 컨텐츠들을 건져냈다.

그 동안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본인부터가 은신을 할 수 있었고 언럭키의 해골 군대가 사냥터를 워낙 잘 장악했기에 죽을 걱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저주받은 땅이라니…. 거기 필드 디버프 발동하는 장소잖아요.”

필드 디버프.

쉽게 말해 사냥터 전역에 유저들에게 적용되는 디버프가 상시 발동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힘 -15%, 민첩 -15%.

‘저주받은 땅’에 입장함과 동시에 생기는 디버프였다.

“신관도 없는데 그런 사냥터를 갈 필요가 있을까요? 주변에 사냥터는 차고 넘치지 않습니까.”

“대신 거기는 경험치 버프가 있으니까요.”

저주받은 땅은 필드 효과로 디버프가 존재하는 대신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경험치 보너스가 존재했다.

저주받은 땅에서 몬스터 처치시 경험치 +5% 상승.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게 언럭키가 노리는 것이었다.

“겨우 5% 경험치 더 먹자고 그런 곳에 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다만 컵라면이 보기에는 이건 악수였다.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도 남들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만했다.

이걸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아마 동레벨 유저들 중에 가장 앞서나가는 것 아닐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긴 합니다만. 제가 여길 선택한건 과욕같은 게 아닙니다.”

언럭키는 확신했다.

저주받은 땅은 하이 리스크 같은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에 가깝지.”

“자, 자. 그러니까 얼른 가죠.”

“어…. 진짜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보세요 언럭키님.”

컵라면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언럭키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

-띠링!

[‘저주받은 땅’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힘 능력치와 민첩 능력치가 -15% 감소합니다.]

사냥터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반긴 건 알림이었다.

“으…. 몸이 확 무거워지네요.”

컵라면이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빠지고 몸이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기분만이 아니라, 숨도 더 빨리 차고 동작을 행하는 게 느리고 힘들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근데…해골들은 멀쩡한 것 같네요?”

컵라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냥터에 들어오자마자 언럭키는 해골들을 소환했는데, 그 움직임이 이전과 똑같았던 것이다.

“필드 효과에도 써 있잖아요. 생명체에게만 적용된다고요.”

언데드들은 어딜 어떻게 봐도 생명체가 아니었다.

“아니 그건 아는데…어쨌거나 언럭키님의 소환수이지 않습니까. 그럼 언럭키님의 능력치가 줄어들은 것과 비례해서 약해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얼핏 생각하면 그랬다.

해골을 소환하는 언럭키가 약해졌으니, 해골들도 약해질 것이라고.

그러나 자세히 파고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얘네들은 제 마력 능력치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마력 수치에 따라 소환수의 능력치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언럭키 본인은 약해지고 느려졌을지라도 해골들은 전혀 연관 없는 것이다.

“그으으….”

“그어어어….”

언럭키와 컵라면이 대화하고 있는 도중에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보인 건 피부가 다 썩어 들어가는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었다.

[데드맨]

-레벨 : 82.

데드맨이라는 좀비 계열의 몬스터였다.

다가오는 두 마리의 데드맨을 보며 언럭키가 손을 까딱였다.

그 즉시 해골 기사가 출격하더니 놈들을 말발굽으로 짓밟았다.

-다그닥 다그닥.

-콰지직!

밟혀 쓰러진 놈들에게 검을 몇 번 내리찍자, 놈들은 금세 죽어 가루로 변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필드 효과로 획득 경험치가 5%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과 필드 효과로 총 15%나 되는 경험치 상승효과!

심지어 데드맨들은 상대하기 별로 어려운 적들도 아니었다.

‘좋군.’

만약 다른 직업이었다면 능력치가 약해져서 힘들었겠지만, 언럭키에게는 오히려 다른 사냥터보다 더 쉬운 느낌이었다.

“지금부터 계속 달리겠습니다. 잘 따라오세요.”

언럭키가 나아가자 그 주위로 해골 군대가 부채처럼 펼쳐졌다.

다가오는 데드맨이 있다면 놈들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먼저 가서 박살을 냈다.

마치 폭풍을 몰고 다니며 자동 사냥을 하는 듯한 모습!

몇 시간을 그렇게 사냥터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띠링!

[레벨업!]

레벨 80에 도달한 것이다.

‘드디어….’

언럭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번에는 그저 레벨이 하나 올라간 것과는 다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바닥을 뚫고 검은 해골 두 기가 몸을 일으켰다.

각각 해골 병사와 해골 궁수였다.

네크로맨서의 가장 기본 스킬이기도 한 이 둘은 레벨 10당 소환 가능한 숫자가 1씩 늘어난다.

때문에 레벨 80이 되면서 추가가 되었다.

‘이로써 내 해골 부대의 총 숫자는 20.’

그 구성원은 해골 기사 2기, 해골 병사 9기, 해골 궁수 9기였다.

레벨은 고작 하나 올랐지만 전력은 최소 1.2배 이상 되었을 거라고 자부한다.

“자. 다시 가 봅시다.”

기분이 좋아진 언럭키가 다시금 저주받은 땅을 활개치고 다녔다.

“어라?”

그러다 문득, 그의 시야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흘러내리는 촛농같이 생긴 데드맨들과 달리, 멀쩡하게 갑옷을 입고 창을 든 인간이 보인 것이다.

“헉!?”

놈도 언럭키를 발견하고 흠칫했는지 몇 발자국 뒷걸음쳤다.

그리고는 후다닥 도망치는데, 언럭키의 눈에는 그의 머리 위에 뜬 글자가 보였다.

[두바르 총령의 정예 병사]

-레벨 : 85.

두바르 총령의 병사?

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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