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102화 (102/218)

#102화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뒤에서 구경만 하는 중입니다.]

[4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다.

공개 시간은 4시간 뒤.

<이번 제목은 뭐냐. 뒤에서 구경만 하는 중?>

<ㅋㅋㅋㅋㅋㅋ. 이 스트리머 요즘 보면 매번 신박한 컨셉을 가져온다니까?>

<그래서 재밌긴 해 ㅋㅋㅋㅋㅋㅋ.>

알림이 뜨자마자 채팅창에 사람들이 꽤 들어왔다.

날이 갈수록 언럭키의 구독자 수는 두터워지고 있었는데, 그 구독자 중에서 진정으로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율도 많이 높아졌다.

언럭키가 뭘 하든 기대감을 가지고 구경하는 이들!

그렇기에 아직 영상이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와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언럭키의 팬이라는 것.

아직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자신들의 스트리머가 이번에는 뭘 보여 줄 것인가 하는 기대.

그걸로 대화만 나눠도 재미있었다.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다는 걸 보면, 실력 좋은 파티원 영입했다는 거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매번 솔플만 했으니 슬슬 파티원도 생길만 해.>

<뜨고 있는 스트리머에다가 장비랑 실력도 굉장하니, 파티 하고 싶다는 실력자들이 줄을 설 것 같은데.>

<ㅋㅋㅋㅋ언럭키 처음으로 꿀빠는 영상 나오는 건가?>

그러다보니 4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띠링!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최초 공개가 시작됩니다.]

영상의 인트로는 지난번과 똑같이, 대룡 미디어의 광고로 시작되었다.

<크으. 언럭키 채널에서 대룡 미디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1티어 스트리머들 영상에서나 볼 수 있던건데. 여기서 보니 기분이 참 이상하네 ㅋㅋㅋ.>

이미 한 번 봤음에도 대룡 미디어의 광고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영상 속에 언럭키의 모습이 등장했다.

머리 위에 쨍한 햇빛과 모래 벌판이 가득한 사막.

앞에서는 로브를 펄럭이며 언럭키가 걸어가고 있었다.

<혼자네?>

<아무도 없는데?>

그러나 주변에 동료는 없었다

조금 이따 등장하는건가 싶어 지켜봄에도 언럭키는 여전히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건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크르르르…!”

“크허엉!”

웨어 타이거가 나타났는데도 동료는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각도 바깥에는 몰라도, 일단 보여지는 쪽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언럭키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손에 ‘그레고녹의 홀’이 들렸다.

새카만 보석이 끝에 장식되어 있는 왕홀.

언럭키가 작게 중얼거리며 그걸 휘두르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스으으-

불길한 마나가 바닥에 스며들더니 곧이어 해골들이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두 눈두덩이에서 새빨간 귀화를 터뜨리는 검은 해골들.

그 때 채팅창이 터져나갈 듯 댓글이 우수수 올라왔다.

<미, 미친. 네크로맨서? 언럭키 네크로맨서 된 거야?>

<???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들은 언럭키가 지금껏 어떻게 왔는지 지켜보았다.

검사일 때와 암살자일 때 보여주던 피지컬은 그의 팬이 이렇게 많아진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네크로맨서라니.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무슨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사랑 암살자 한걸 보면 여러 개 체인지 가능한 것 같긴 한데 네크로맨서라니….>

<와ㅋㅋㅋㅋ진짜 짐작도 못했다.>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언럭키가 지금까지 보여 주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만약 부족하다면 실망할 것 같은데…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해골 기사를 선두로, 총 18기의 해골 부대가 전진했다.

웨어 타이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몬스터이다.

일반 해골로서는 따라잡는 게 불가능.

그러나 언럭키에게서 피어난 오오라 덕에 얼추 마크는 가능했다.

일반 해골들은 웨어 타이거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해골 기사가 정면에서 놈을 상대했다.

-콰앙!

-콰지직!

본격적으로 펼쳐진 전투.

<뭐, 뭐가 저렇게…잘 싸워?>

<원래 해골 소환수가 저런가?>

네크로맨서란 몇몇 사람들에게 있어서 약간의 로망이 있다.

시체 군단을 끌고 다니며 사냥터를 휩쓰는 삶!

그러나 다른 게임이라면 몰라도 월드 사가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어둠 속성의 직업이라 뽑았다고 해도 쉽게 플레이하기 어려웠으며, 소환하는 해골들이 너무 멍청하고 약했다.

솔플의 로망으로 들어왔다가 크게 데이고 물러나는 직업인 것이다.

그러나 언럭키의 해골은 달랐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게이머의 가슴 속에 잠자는 로망을 불사르는 듯한 사냥 장면!

<미쳤다. 네크로맨서 개사기네.>

<그냥 네크로맨서도 아닌 것 같음.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해골들 절대 저렇게 안 움직인다. 포위 섬멸 작전을 펼치는 해골 군대라니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언럭키 직업이 뭐임? 검사도 했다가 암살자도 했다가 이제는 네크로맨서….>

<뭔지는 몰라도 이 정도면 무조건 레전더리 같음.>

<ㅇㅇ. 윗분 말에 동의. 이건 확실함.>

유니크냐 레전더리냐.

레전더리 쪽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약간 분분했는데 이로써 확실해졌다.

저만한 플레이를 보여 주는 직업을 벌써 3개나 공개했다.

이 직업은 무조건 레전더리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영상은 해골 군대가 사막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휩쓰는 것으로 끝이 났다.

***

“하…. 끝났네.”

영상이 끝나자 이한영이 조마조마한 마음을 털어내고 한숨을 쉬었다.

반응이 괜찮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굉장히 좋았다.

언럭키의 새로운 직업 공개.

이한영이 가장 먼저 한 선택은 그것이었다.

이게 가장 기본이었다.

언럭키의 새로운 직업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그 다음에 그걸 바탕으로 더 흥미로운 컨텐츠를 뿌리는 것.

하지만 막상 결과를 까보기 전까지는 떨렸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어차피 이건 지나가는 발판일 뿐이니까.’

앞으로 더 좋은 컨텐츠가 많이 있다.

그것까지 공개되면 채널은 계속해서 승승장구 할 수 있겠지.

앞으로 몇 번의 업로드 영상은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문제는 그 다음이긴 하다.

미튜브는 계속해서 흥미롭고 재밌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그러겠는가.

그럴 때 스트리머에게 도움을 주는게 PD의 역할이기도 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상의를 좀 해봐야겠군.’

***

어쌔신 로드 웨인의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그를 도와 영주 자리에 올려주는 것.

하지만 막상 퀘스트를 받은 후에는 딱히 할 게 없었다.

-총령과의 전쟁은 단판 싸움이 될 걸세. 약간의 균형추가 우리에게 넘어왔으니 저 쪽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 전까지는 대기하고 있게.

그렇기에 언럭키는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자유 시간을 얻었다.

당연히 곧장 사냥터로 가려고 했다.

여기는 사냥터 적체 현상도 없고, 잘 찾아보면 또 어딘가에 최초 발견 던전이 있을지 모른다.

도시 전체가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니, 언럭키는 몸이 달라올랐다.

“…혹시 시간 되세요?”

그러나 사냥터로 가기 직전, 벨라가 그를 붙잡았다.

“암시장으로…가려고 하는데….”

암시장.

도시의 일반 시장과 다르게 두바르에서는 희귀한 물품들이 나오는 암시장이 있었다.

당연히 자격이 증명된 자들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언럭키 일행은 문제없이 출입증을 받았다.

어쌔신 로드의 최측근인데 못 갈 곳이 어디이겠는가.

“네. 같이 가요.”

언럭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이 중요하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의 퀘스트도 중요했다.

헤탄이 내린 의뢰는 ‘리바 델 레이’의 본단이 어디인지 정보를 구해오는 것.

웨인에게도 물어봤지만 크게 관심가는 정보가 아니었어서 그도 모른다고 했다.

‘언제 한 번 발품을 팔려고 했는데 지금 가면 되겠군.’

“감사…해요.”

언럭키와 벨라는 암시장으로 갔다.

이름만 들으면 지저분하고 위험할 것 같은 곳이 암시장이다.

그러나 언럭키와 벨라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서부터 안내를 맡게 된 한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하지.”

“짧은 시간이지만 완벽하게 모시겠습니다.”

도시에서 첫 번째로 꼽힐만한 권력자가 그의 편 아니던가.

웨인의 휘하 어쌔신 중 한 명이 안내자로 따라붙었다.

어깨에 장식되어 있는 어쌔신 마크를 본 순간 어딜 가든 대접을 받았다.

“와아….”

벨라는 연신 눈을 반짝이며 돌아다녔다.

무법자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두바르의 암시장에는 그녀가 기대했던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희귀한 대장장이 재료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어둠(暗) 속성 재료들은 일반 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여기는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검은 강철, 불길한 마력을 피워대는 나무 등.

그녀는 괜찮은 재료를 볼 때마다 흥정도 없이 턱턱 구매했다.

‘돈도 많군.’

골드를 물 쓰듯 써대는 벨라를 보며 언럭키는 혀를 내둘렀다.

현실에서 그녀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참 풍족한가보다.

컵라면 역시 한껏 들뜬 건 마찬가지였다.

“저는 여기 좀 자세히 찍어보겠습니다. 나중에 뵐게요!”

처음에는 언럭키와 벨라를 따라다니던 그는, 나중에는 아예 혼자 떨어져 나왔다.

어느새 카메라맨이 다 된 컵라면이다.

그렇기에 흥미로운 것들이 잔뜩 있는 암시장은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장소였다.

여기서 건질 컨텐츠가 몇 개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죽을 지경!

***

암시장에는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상들도 있었다.

성격 나쁜 자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사고 파는 자들이니, 자연스레 그 중에서도 가장 음흉하고 까다로운 성미를 지녔다.

“리바 델 레이요? 아 그 광신…아, 아니. 신을 모시는 사제님들 말씀이십니까?”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저는 그들과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정보상들은 예의바르게 언럭키를 대했다.

웨인이 붙여준 어쌔신, 한스가 그의 뒤에서 무시무시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리바 델 레이 본단의 정보라니. 이건 무조건 비싸게 받아야 하는 건데….’

정보상은 힐끔 언럭키의 눈치를 봤다.

원래는 알려 줄듯 말듯 흥정하면서 값을 올리는 게 기본인데…지금은 그랬다가는 목이 잘려나가게 생겼다.

감히 어쌔신 로드의 직속 부하가 지켜보는 앞에서 사기를 칠 만큼 그의 간담은 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다만 저희도 좀 알아봐야 해서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정보가 있긴 한데 분류된 곳에서 그걸 찾아올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군요.”

일주일이라.

딱 좋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냥터에서 지내면 되겠다.

“가격은 얼마인가요?”

“가격은…”

언럭키의 물음에 정보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엄라를 불러야 할까?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손가락 다섯 개를 폈다.

“이, 이 정도….”

“비싸네요.”

-채앵!

언럭키의 그 한 마디가 끝나자마자 한스가 단검을 뽑아들어 정보상의 목에 단검을 겨눴다.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감히 이 분이 누구인지 알고 값을 후려치려 하는가.”

“이, 이건 진짜로 원가만 받은 겁니다.”

“아직도!”

한스가 살짝 힘을 주자 단검이 목을 파고들었다.

정보상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히, 히익.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살려주십시오.”

“딱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이번에도 실수하면 그 혓바닥을 잘라내겠다.”

“저, 절반만 받겠습니다!”

그 말에 한스가 언럭키를 바라봤다.

언럭키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한스는 단검을 조금 더 깊게 찔러 넣었다.

“정말 죽고싶나?”

“흐, 흐에에엑! 30%. 30%만 받겠습니다. 진짜로 이 정도는 받아야 합니다! 으헝헝.”

숫제 오열하려고 하는 정보상을 보며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한스가 단검을 떼어냈다.

“너희같은 정보상들이 평소에 얼마나 값을 후려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여기서 넘어가겠다. 항상 이 분께 감사하라.”

“무, 물론입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상이 울 것만 같은 얼굴로 말했다.

‘좋군.’

언럭키가 한스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웨인이 붙여준 어쌔신이지만 딱히 별 생각 없었다.

힘 쓸 일이 있다면 오히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완벽하게 모시겠다더니.

아주 훌륭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