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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101화 (101/218)

#101화

언럭키가 밖으로 나오기 조금 전.

어쌔신 로드 웨인과 이아손은 기절한 레데늑을 툭툭 건들었다.

놈은 제대로 한 방 먹었는지 도무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레데늑을 이렇게 쉽게 잡아내다니. 덕분에 세력의 앞으로 세력의 균형추가 확 기울겠군요, 로드.”

“그렇겠지.”

이아손의 말에 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바르의 영주 직을 놓고 총령과 어쌔신 로드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나갔다.

둘의 세력 균형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서로 눈치만 보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삐끗 했다가는 공멸하기 십상.

그렇기에 완벽한 기회가 있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총령의 수족을 잘라내다니….”

웨인은 감탄했다.

“그것도 나와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곧장 벌인 일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사내인가.”

필시 두바르에 오기 전부터 내부의 사정을 훤히 알고 계획을 짠 뒤, 벼락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 자에게 나보고 협력하라고 했으니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지.”

웨인이 헛웃음을 지었다.

완벽하게 판을 뒤집을 계획과 힘을 지니고 있는 자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대등한 관계로 모셔 오는 게 맞았다.”

그런 자에게 보상을 해 줄 테니 밑으로 들어오라는 식으로 말하다니.

다시 생각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렸다.

보다 못한 이아손이 그를 달랬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로드. 저희는 몰랐잖습니까.”

“이런 귀인을 몰라본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혹시 몰라 언럭키에게 어쌔신을 한 명 붙여 놨어서 다행이었다.

그의 보고로 언럭키가 굴드란 악어 늪지대로 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 후에는 언럭키는 정확하게 중심부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한다.

단순히 악어 가죽이나 얻을 생각이면 외곽 쪽을 도는 게 더 나을 텐데, 이유가 뭐겠는가.

간단하다.

웨인측도 얼마 전에야 간신히 파악한 총령의 비밀 아지트를 노린 거겠지!

“혹시나 싶어 급하게 달려오길 잘했군.”

때문에 웨인과 이아손은 언럭키의 소식을 들은 후에 여기로 왔다.

총령을 견제해야 했기에 부하들까지 데려오지는 못했다.

물론 둘이면 충분했다.

어쌔신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 좋은 두 사람 아니던가.

그렇기에 주변을 수색하다가, 우연히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그 앞에서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던 도중에 레데늑이 튀어나와 사로잡았고.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 놈이 도망치고 있는걸 보면 안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글쎄. 과연 그냥 도망치고 있던 걸까?”

“네?”

“이런 계획과 실행력을 가진 남자다. 그런 자가 고작 레데늑 같은 놈을 놓쳤을 리는 없지. 놓아준 척 뒤를 쫓아볼 생각이었을 수도 있어.

“…그런가요?”

“혹여나 숨겨둔 보물이 있다거나, 아니면 또 다른 아지트로 가지는 않나 확인이라도 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

이아손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역시 로드의 판단력과 추리력은 감히 제가 범접할 수가 없군요. 저 이아손. 또 한 번 더 감탄했습니다.”

“후후. 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실상 정말 대단한 건 이것들을 해 낸 그 남자였다.

추리하는 것만으로도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은데, 그걸 직접 해내고 있다니.

“내 생각대로라면 아마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다그닥 다그닥.

그때 말발굽 소리와 함께 비밀 통로의 출구가 쾅! 하고 터져나갔다.

나온 건 해골 기사를 탄 언럭키와 컵라면이었다.

“금방 왔군.”

웨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손은 괴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제 주인과 언럭키를 바라봤다.

이런 계획을 실행한 놈이나 그걸 추리하는 자신의 주인이나…

‘세상엔 정말 무서운 자들이 많군….’

피부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

언럭키는 꽤나 당황했다.

‘얘네들이 왜 여기 있어?’

어쌔신 로드 웨인과 이아손.

이들과는 사이드 퀘스트를 거절하는 것으로 잘 헤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니.

왕홀을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혹여나 달려들면 일단 휘두르고 볼…

“고맙소.”

“…뭐?”

다짜고짜 감사 인사를 해오는 웨인을 보며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덕분에 레데늑을 잡게 되었소. 그것도 죽인 것도 아니고 살려서 사로잡았지.”

웨인이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레데늑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게다가 이 놈은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게 아니라서 아는 것도 많고 술술 불 텐데,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쓸모가 굉장히 많을 거요.”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뭘 알고 그러는 건 아니었다.

그냥 저렇게 말해 주니 그런 갑다 하는 거였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설마 이 모든 걸 노리고 레데늑이 관리하는 비밀 아지트를 공격한 거요?”

“…….”

“표정만 봐도 알겠군. 정말 무서운 사내야, 당신은.”

웨인은 피식 웃었다.

이상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언럭키는 살짝 당황했다.

‘뭐라는 거야?’

그는 왜 이들이 여기 있는지 궁금했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지금 물으면 안 될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언럭키와 컵라면은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어쨌거나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면 지금 내 집으로 가는 게 어떻소?”

“…그러죠.”

마지막에만 고개를 끄덕였다.

***

웨인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동안 언럭키는 짬을 내서 벨라를 만났다.

“성과는 좀 있었습니까?”

“…아니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언럭키와 컵라면이 사냥터로 간 동안 그녀는 두바르의 시장으로 향했다.

대장장이인 그녀는 굳이 사냥해서 레벨업 할 필요가 없다.

탱커로서 1인분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템을 제작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별로였어요.”

무법자들의 도시 두바르.

여기에는 일반 도시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재료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언럭키와 함께 이 곳 까지 왔다.

그러나 막상 결과를 보니 신기하긴 했어도 크게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녀의 현재 퀘스트는 ‘마법사용 아이템’ 을 만드는 것인데,

노멀이나 레어급이 아니라 유니크 이상, 레전더리를 노리고 있었다.

허나 거기에 도움될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 쪽의 대장장이 아가씨가 두바르에서 뭘 원했는지 대충 알 것 같군.”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웨인이 끼어들었다.

“아마 자네가 원할만한 건 일반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을 거다.”

“…….”

벨라는 입을 꾹 다물고 경계심어린 시선으로 웨인을 바라봤다.

아무리 NPC라도 아직 극소수를 제외하면 남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

대신에 눈으로 말했다. 도대체 내가 대장장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눈빛.

웨인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자네들에게는 감시자를 붙였거든. 바로 시장으로 가서 대장장이용 재료들을 찾아보는 걸 보고 짐작했지.”

“……!?”

“어쨌거나 그렇게 쳐다보는 건 그만해 줬으면 좋겠는데.”

웨인이 그렇게 말하자 벨라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조금 더 언럭키 쪽으로 가까이 붙었다.

“그리 경계할 필요 없소. 딱히 해코지 하려고 감시자를 붙인 건 아니었으니까. 어쨌거나, 자네가 원할만한 것들은 따로 개최되는 암시장에서 구할 수 있을 거요. 내가 출입증을 건네주지.”

“…고마워요.”

“그래.”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한 뒤, 웨인은 언럭키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도 안내받았던 장소였다.

그러나 그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웨인의 태도가 변했다는 게 정확했다.

전에는 용병에게 의뢰를 주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다시 한 번 말하지. 나를 도와주게. 단순히 리바 델레이 사제 출신이라는 것을 넘어서, 자네가 도와주면 분명히 나는 두바르의 영주가 될 수 있어. 그것도 이 전력을 다 보존한 채로 말이지.”

지난번과 똑같은 제안이었다.

언럭키는 심사숙고하다가 여기서 거절했었다.

괜히 엮여봐야 중간에서 피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도 같긴 한데….’

오는 길에 웨인에게 설명을 들었다.

그들은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언럭키에게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자네가 왜 거절했는지 알았네. 내가 자네를 잘못 판단하고 바보같은 보수를 내걸었지. 그러니 거절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베팅을 과감하게 하기로 결심했네.”

웨인이 슬쩍 이아손을 바라봤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이만한 보상이 아니라면 그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부하인 이아손도 그 말에 동의했었다.

이아손이 그의 결심을 확고하게 만들어주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웨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자네에게 이 도시 두바르의 2인자 자리를 주겠네.”

그 순간이었다.

-띠링!

[연계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올라가자.]

-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도시의 2인자인 웨인 네르빌은 이제 그만 1인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를 도와 영주 자리에 올려주자.

-퀘스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도시 두바르의 2인자 자리.

새롭게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처음 이 도시에 도착했을 때 받았던 것과 똑같은 이름의 사이드 퀘스트였다.

내용 역시 같았지만, 보상이 달라졌다.

‘도시 두바르의 2인자 자리를 준다고?’

도시의 2인자.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진지는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이게 정확히 뭘 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예, 하겠습니다.”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

“으음….”

컵라면. 현실에서는 이제 PD이한영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영상을 올려야 하나….”

꽤 오랫동안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는 1인칭 액션캠 위주의 영상만 업로드 되었다.

카메라맨이던 컵라면이 언럭키를 쫓아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텔르흐렌에 도착하자마자 언럭키와 합류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한영이 고민하는 건 영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퀄리티의 영상이 너무 많아서였다.

‘새롭게 얻은 네크로맨서의 사냥 능력을 보여 줄까? 아니면 무법자들의 도시 두바르를 공개해?’

그것도 아니면 얼마 전에 맞닥뜨린 보스몹 레데늑이 먼저 줄행랑을 치는 웃기지도 않은 영상도 있었다.

당사자인 언럭키와 컵라면도 어이가 없었던 장면.

보스몹이 겁먹고 도망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라 이것도 인기 꽤나 많을 것이다.

‘아니면 치트키인 벨라님을 등장시켜도 되겠지.’

지난번에 얼굴만 잠깐 나왔던 벨라인데도 팬층이 생겼다.

아직도 그 영상의 댓글창에는 벨라가 언제 다시 출현하는지 물어보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벨라의 허락을 맡고 두 사람의 영상을 많이 찍어두었다.

두바르까지 벨라와 함께 여행하면서 건진 좋은 장면이 몇 개이던가.

‘아니면 탱커 벨라님과 함께하는 사냥 영상을 올려도 되겠고.’

컨텐츠가 너무 많아도 고민이다.

한 번에 다 풀 수는 없으니 하나씩 차근차근 나아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가장 채널이 성장하는 방향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도 PD의 실력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이한영이 손을 움직였다.

“그래. 이번에는 이걸로 가자.”

그가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영상들 중 하나를 클릭했다.

일단 가장 먼저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괜찮은 영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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