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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98화 (98/218)

#098화

도시 두바르에는 원래 영주가 존재했다.

온갖 범죄자와 악한 자들이 모여드는 도시이다 보니, 그곳을 다스리는 영주의 카리스마는 굉장했다.

강력한 힘과 공포로 모두의 위에 군림한 것이다.

워낙 대단한 인물이어서 그 부하들 중에는 뛰어난 능력자들도 많았는데, 영주의 사후에 그게 문제가 되었다.

누구 하나 차기 영주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보니, 내전이 발생한 것이다.

옥석이 가려지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둘이었다.

한 명은 언럭키가 얼마 전에 만났던 어쌔신 로드.

또 다른 한명은 두바르의 총령이었다.

원래 총령은 영주의 지시를 영지 구석구석에 뻗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실무자였다.

반면에 웨인은 어쌔신 로드로서 영주의 무력 담당이었고.

각각 영주의 오른팔과 왼팔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훌륭한 자들이었다.

‘그런데…여기가 그 총령의 비밀 아지트라고?’

언럭키가 고민에 잠겼다.

내전에 끼기 싫어서 어쌔신 로드 웨인의 퀘스트를 거절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다시 엮이게 되다니.

‘다시 돌아가야 되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았다.

이건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다.

하지만 빛이 걸렸다.

무려 파란색 빛이다.

이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보상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크와아-!”

설상가상으로 주변에서 굴드란 악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처리하는 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지금은 언럭키 역시 늪지대 안으로 들어왔다.

바깥에서 지휘만 할 때보다는 위험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었다.

“언럭키님! 왜 그렇게 급하십니…헉!?”

첨벙거리며 늪을 해치고 온 컵라면이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더, 던전!?”

현재 파티 상태인지라 언럭키가 발견한 던전이 그에게도 보였다.

“들어가실 겁니까?”

“고민 중입니다.”

언럭키의 말에 컵라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언럭키님도 걱정되긴 하겠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던전.

사실상 지금 시대의 월드 사가에서는 보기 힘들다.

최상위권 랭커들이 게임 초반부터 독점했고, 지금도 그들만이 마주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주 가끔 미발견 던전이 발견되긴 했지만, 좋다고 들어갔다가 죽는 게 대부분이었다.

미리 던전에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특징은 어떤지 등. 정보를 숙지하지 않으면 그 위험도가 급증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언럭키는 솔로 플레이어.

아무리 대단한 직업이라고 해도 이런 곳을 대책 없이 들어가기에는 두려울 것이다.

물론 언럭키의 걱정은 약간 다른 것이긴 했다.

‘스읍…. 이걸 들어가? 말아?’

던전의 난이도? 그거야 뭐. 높으면 높을수록 환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도시의 2인자라는 총령과 엮이는 것이다.

기껏 어쌔신 로드의 제안을 거절하고 왔는데 이 쪽에서 문제가 생겨버리면 상당히 곤란하지 않나.

하지만…

‘…파란색 빛은 못 참지.’

그래. 최소한 안에 레전더리 아이템이 잠자고 있다는 뜻인데. 유저라면 이걸 두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갑시다.”

결국 언럭키는 결정을 내렸다.

욕심이 혹시 모를 걱정을 이겨냈다.

그래. 뭐 별 일이야 있겠는가.

별일…

‘별 일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무 문제없이 꿀만 빨고 나올 수 있다면 자신의 이름이 ‘언럭키’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알겠습니다. 해드릴 말씀은 많지만, 그냥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컵라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언럭키가 그를 제지했다.

“아 근데, 일단 저 굴드란 악어부터 싹 다 잡고요.”

급할 건 없으니 알아서 달려와 주는 경험치들부터 처리하고 들어가야겠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의 지시에 해골들의 눈가가 번뜩이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띠링!

[두바르 총령의 비밀 아지트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던전 내부는 굉장히 건조한 공간이었다.

늪지대를 철퍽거리며 다니다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졌다.

컵라면이 몸에 붙어있는 진흙을 털어내며 활짝 웃었다.

“일단 늪지대는 아니어서 좋군요.”

늪지대에 들어온 건 마지막 한 번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불쾌했다.

옷 안으로 주르륵 흐르는 그 불쾌한 느낌이란…

상상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늪지대가 아니라면 악어가 아니고 다른 몬스터가 나올 것 같기는 한데…앞으로 가 볼까요?”

“예. 언럭키님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저는 알아서 쫓아만 가겠습니다.”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골 군대부터 앞으로 보냈다.

실내는 꽤 잘 다듬어진 공간이었는데, 여기저기 커다란 가죽들이 걸려 있었다.

얼핏 보면 가죽을 건조시키는 작업 중인 모양인데…

“이거 굴드란 가죽이네요?”

“오.”

컵라면이 눈을 빛냈다.

꽤 비싸게 팔리는 굴드란 가죽은 주로 방어구의 재료 아이템으로 쓰인다.

그러나 잡템 주제에 드랍률이 워낙 낮아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고작 2개 얻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렇게 많이 있다니.

완성품이 아니긴 해도 전부 다 챙겨서 인벤토리에 넣어 가져가면 어느 정도의 가치는 인정받을 것이다.

컵라면이 싱글벙글 웃으며 가죽을 한 번 만져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굴드란 악어 가죽 사이에서 복면을 뒤집어 쓴 사람이 튀어나왔다.

날카로운 단검이 컵라면을 노리고 달려든다.

마치 주마등처럼 컵라면은 그게 슬로우모션같이 느껴졌다.

‘아, 젠장.’

너무 방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던전인데 언럭키만 믿고 여행 온 것처럼 굴었다.

설마 여기서 암살자가 튀어나올 줄이야.

그 때였다.

-콰직!

옆에 있던 언럭키가 본능적으로 왕홀을 휘둘렀다.

검왕이나 사신 시절의 버릇으로 일단 들고있던 무기로 공격한 것이다.

단단한 끝 부근에 맞은 어쌔신의 두개골이 함몰됐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어…?”

컵라면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럭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 당황해서 그만….”

이게 왜 한 방에 죽어?

***

“레데늑님. 침입자입니다.”

“뭐라!?”

두바르 총령의 간부 중 하나. 레데늑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서, 설마 웨인 그 놈이 쳐들어온 것이냐?”

어쌔신 로드 웨인.

그는 현재 총령과 함께 도시 두바르의 2인자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총령은 어떻게든 그를 찍어 누르고 영주가 되고 싶었다. 문제는 그의 어쌔신 부대였다.

보유한 무력의 숫자는 총령이 많았지만 웨인의 어쌔신들은 하나같이 정예였다.

정면으로 싸운다면 양 쪽 다 몰락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총령의 선택은, 자신들도 이제부터 어쌔신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웨인의 어쌔신들만큼은 안되어도 좋다. 치명적인 순간에 놈들의 비수를 찌를 놈들을 육성하라.

이 임무를 총괄한 것은 간부 레데늑이었다.

조만간 영주가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총령의 명령이었기에 레데늑은 반드시 임무를 성공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원래는 같은 편이었기에 어쌔신의 육성법은 대충 알고 있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웨인에게 들키지 않는 것.

레데늑은 이 비밀 아지트가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게 어쌔신을 육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그런데…

“빌어먹을.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놈들에게 정보가 들어갔단 말이냐….”

아마 조만간 놈들의 정예 어쌔신이 이 곳을 습격해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그 전에 최대한 빨리 탈출해야 한다.

“중요한 자료부터 챙겨. 할수 있는 만큼 최대한 흔적을 지우고 여기를 빠져나간다. 총령께는 내가 직접 보고를 드릴 테니…”

“저…레데늑님.”

그러나 보고를 올리던 어쌔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침입자는 어쌔신이 아닙니다.”

“뭐?”

“얼핏 보고 바로 보고를 하러 오긴 했는데, 네크로맨서였습니다.”

“?”

레데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크로맨서라니. 물론 이 곳 두바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웨인의 휘하에 네크로맨서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는 오직 어쌔신만 키우는, 어쌔신에 미친 자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웨인의 어쌔신이 무서운것이고, 어떻게든 싸워보기 위해 이 쪽도 어쌔신을 육성하려는 것이었다.

“근데 어쌔신이 아니란 말이지…. 그러면 그냥 우연찮게 흘러들어온 떠돌이라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레데늑이 히죽 웃었다.

철렁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 괜히 놀랐네. 크하하하핫.”

안도의 웃음을 터트리던 레데늑은 곧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 새끼들. 날 놀라게 해? 그냥 쉽게 죽일 생각 하지 말고 사로잡아 와. 면상 구경좀 하고 눈물 질질 흘릴 때까지 고문 좀 하게.”

보고하던 어쌔신이 고개를 푹 숙였다.

또 나왔다. 저 더러운 성격.

자기 기분에 따라 상대를 괴롭히는 저 쓰레기 같은 취향은 아랫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어쌔신은 이름 모를 침입자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

언럭키는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나…좀 쎈데?’

굴드란 악어 가죽 뒤에서 갑작스럽게 달려든 어쌔신.

만약 직업이 ‘사신’ 이었다면 진작에 눈치채고 역으로 먼저 공격했겠지만, 네크로 엠페러였기에 알아차리는게 늦었다.

컵라면에게 달려드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손을 휘둘렀는데, 그게 정확하게 머리에 맞고 대가리가 깨져 죽었다.

마법 지팡이로 분류되지만 단단한 왕홀의 내구성, 올마스터로서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힘 스텟 덕분이었다.

우연찮게 벌어진 일이라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그냥 넘기진 않았다.

언럭키는 이걸 본격적으로 써보고자 했다.

-뻐억!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와우.”

언럭키의 왕홀이 철퇴처럼 어쌔신의 머리를 깨부쉈다.

치명타는 약점 부위를 핀 포인트로 공격해야 뜬다.

아니면 한 방에 머리를 부수던가 심장을 찌르던가 해야 한다.

아무리 그의 검은 해골들이 강하다고 해도 매번 치명타를 넣을 수는 없었다.

그건 ‘검왕’ 이나 ‘사신’이던 시절의 언럭키나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네크로 엠페러인 지금의 본인도 하지 못하는 일. 그렇기에 약간 전략을 바꿨다.

여기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어쌔신 뿐이었다.

[육성 중인 어쌔신]

-레벨 : 76.

한 때 어쌔신 최고봉의 직업을 갖고 있던 언럭키였기에 그 습성을 잘 알았다.

‘이딴 해골들을 상대할 바엔 소환의 주체인 나를 노리고 싶어 하겠지.’

두개골 빼고는 치명적인 부위가 거의 없는 게 언데드이다.

심지어 부상을 입혀도 술사가 회복까지 시킬 수 있다.

암살자 입장에서는 학을 뗄 상대이다.

그렇기에 은신으로 놈들을 따돌리고 술사를 노릴 것이다.

그 의도를 알면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해골들의 위치를 잘 배치해서, 어쌔신들이 한 방향으로밖에 올 수 없게 한다.

어쌔신은 이게 함정인지 모르고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쐐액!

은신만 믿고 공격해오는 어쌔신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은신 상태라고 해도 방향을 알고 있고 주의하고 있다면 흐릿한 모습이 보인다.

언럭키가 할 일은 방심한 척 하고 있다가 타이밍 맞춰 왕홀만 휘둘러주면 되었다.

“바로 이렇게.”

-뻐억!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 효과로 경험치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

또 한 명의 어쌔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언럭키님. 혹시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철퇴 기사 같은 거였습니까?”

뒤에서 어이없단 표정으로 컵라면이 이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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