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94화 (94/218)

#094화

언럭키는 컵라면과 벨라를 데리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사막의 도시 ‘두바르’.

컵라면이 알아온 지도를 보면, 이름에서부터 그러하듯 사막에 위치한 도시였다.

언럭키가 전에 리바 델 레이 분타를 찾아 텔르흐렌 바깥으로 나갔을 때 사막 지형은 없었다.

즉, 다른 방향이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이 방향은 언럭키에게 있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쿠어엉!”

곰을 닮은 거대한 몬스터가 등장해 앞 길을 막았다.

[웨어 베어]

-레벨 : 75.

75짜리 몬스터.

물론 고작 한 마리로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이전에 등장했던 웨어 타이거 두 마리도 한 끼 식사로 잡아먹어버렸는데, 놈 혼자서 뭘 할 수 있을까.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의 해골들이 순식간에 놈을 포위해 한 줌의 육포로 만들어버렸다.

웨어 베어는 그 거대한 손바닥으로 후려쳐 해골 몇 기를 반파시켰지만, 고작 그 정도뿐이었다.

한 방에 죽이지 않는 이상 언럭키가 회복시키면 그만이었다.

그게 아니면 언럭키의 마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공격해야 했는데, 그건 더 불가능한 일이었다.

“쿠워어엉….”

결국 웨어 베어는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땅에 몸을 뉘였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언럭키가 살풋 미소지었다.

‘아무리 봐도 이 경험치 10% 상승 옵션이 사기적이란 말이지.’

검왕, 사신. 두 직업에 비교하면 네크로 엠페러는 효율이 나쁘다고 볼 수 있었다.

군대를 운용해야 하기에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해서 아이템과 스킬을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텟도 그만큼 좋아야 했고.

단, 그렇게 준비가 된 경우에는 사냥 면에서 가장 좋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73.

힘 : 111(85+26)

체력 : 112(87+25)

민첩 : 130(85+45)

마력 : 185(79+106)

신성력 : 96(79+17)

-자유 분배 능력치 : 0.

현재 언럭키의 상태창이었다.

레벨은 73. 그에 반해 스텟은…

‘무슨 이런 괴물이 있어?’

언럭키는 본인의 스텟임에도 혀를 내둘렀다.

언제 자신이 이만큼 성장했는지 모르겠다.

두 개나 되는 마법사용 레전더리 아이템 덕에 마력 수치는 185였고, 그 외의 스텟도 거의 다 100을 넘겼다.

‘역시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올린다는 건 옳은 선택이었어.’

그 외에도 올스텟을 올려주는 아이템이 여럿이라 이런 능력치를 자랑하긴 했지만, 훌륭한 상태창이었다.

그리고 이런 스펙이 있었기에 언럭키는 컵라면, 벨라를 데리고 사막의 도시까지 이동할 생각을 했다.

이제 막 레벨 50이 된 암살자와 대장장이.

‘거의 뭐…짐짝이나 다름없으니까.’

월드 사가는 파티 플레이가 거의 강제되는 게임이다.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너무 강하고 똑똑하다.

유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물론 모든 게임이 그렇듯, 돈이 넘치는 부자들은 좋은 아이템을 둘둘 둘러 굉장한 실력을 가질 수 있긴 하다.

언럭키가 부자인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 역시 솔플이 가능했다.

여기에서는 1인분도 못할만한 파티원들이지만, 그들을 보호해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전투 이외의 곳에서 쓸모가 많았다.

컵라면은 자신의 팀원이자 카메라맨이고 벨라는…

‘내 미튜브 출현. 그리고 나한테 어울릴만한 아이템도 만들어준다고 했지.’

이제는 단답으로라도 대화가 가능해진 벨라였기에, 오랜 시간의 대화 끝에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일전에 보여준 ‘다크 와이번 대장의 가죽’ 만으로는 마법사용 아이템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거기에 추가할 진귀한 재료를 위해서라도 암시장이 있는 도시로 가야한다며, 함께 쫓아왔다.

“크르릉!”

“크헝!”

그때, 또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언럭키가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여러분들은 뒤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웨어 울프]

-레벨 : 74.

레벨 74짜리 웨어 울프.

이전에 나타났던 웨어 타이거나 웨어 베어보다 레벨이 1 낮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레벨이 낮은 대신, 무려 일곱 마리나 되는 놈들이 등장했으니까 말이다.

제 발로 걸어와 준 경험치 덩어리들 덕에 언럭키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벨라는 영 불편했다.

컵라면은 시작의 도시 때부터 언럭키의 뒤를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었는지라 이렇게 뒤에서 지켜보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벨라 입장에서는 마냥 배려받기만 해서 속내가 좋지 않았다.

‘나도….’

돕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1인분을 하고 싶었다.

짐짝처럼 뒤에서 가만히 있는 건 언럭키에게 민폐만 끼치는 일이다.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다.

-턱.

그렇기에 벨라는 앞으로 나섰다.

“어…벨라님?”

언럭키는 살짝 당황했다.

벨라가 저렇게 나오면 보호가 힘들어진다.

가만히 있으면 해골 기사 한 기 정도 배치해서 얼마든지 지켜줄 수 있지만, 움직이게 되면 그 난이도 급격히 뛰는 것이다.

“위험합니다. 돌아오세요.”

그러나 벨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도…도울게요….”

그러면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언럭키가 이마를 탁 쳤다.

‘아니 가만히 말 좀 잘 듣고 있지….’

물론 대단하신 대장장이님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빠르게 해골 군대에게 지시를 내려 벨라를 호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곧 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아니 저게 뭔…!?”

앞으로 나선 벨라. 그녀가 인벤토리에서 거대한 방패를 꺼낸 것이다.

척 봐도 고급스럽고 화려한 방패의 겉면에는 머리카락이 뱀으로 그려진 여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 기괴한 여성의 눈동자가 빛나는 순간, 웨어 울프들의 눈빛이 탁 하고 풀렸다.

“컹! 컹! 컹!”

“크르릉! 커컹!”

다른 건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방패를 향해 대가를 들이미는 웨어 울프들.

“지금…이에요….”

벨라가 방패를 든 채 힘겹게 말하자, 그제서야 언럭키는 정신을 차렸다.

그가 지시를 내리자 해골 군대가 웨어 울프들을 공격했다.

놈들은 칼에 찔리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패에 머리를 박는데 집중했다. 마치 그게 지상 과제라는 듯.

아무리 강해도 저항하지 않는 적을 처치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곱 마리의 웨어 울프들은 금세 전부 목숨을 잃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을 처치하셨…]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나왔지만 이번만큼은 언럭키도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벨라님…?”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벨라를 쳐다봤다.

***

벨라의 엄청난 활약!

그걸 보고 언럭키의 눈이 돌아간 건 당연했다.

“벨라님. 도대체 방금 전에는 어떻게 하신 겁니까? 대장장이 직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그렇기에 언럭키는 본격적으로 벨라에 대해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

언럭키가 가까이 다가오자 벨라가 슬쩍 얼굴을 피했다.

가족 이외에는 그나마 언럭키가 편해졌다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크흠.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가까이 갔군요.”

“…아니에요.”

벨라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전투 후에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던 방패를 꺼냈다.

“이거….”

“네.”

“레전더리…방패에요.”

“어우…역시 그렇군요.”

언럭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에 그녀가 방패를 사용할 때의 효과를 보면, 당연히 그럴 만했다.

방패를 들고 앞에 섰는데 몬스터들이 홀리듯 대가리를 박는 장면.

그리 어렵지 않은 적들이었지만, 저런 아이템이 있다면 전투는 누워서 죽 먹는 것보다 쉬워진다.

“그런데 벨라님은 대장장이 아니세요?”

도대체 어떻게 방패를 들고 탱커 역할을 했냐는 물음이었다.

보통 저런 탱커용 방패는 힘 수치 몇 이상 제한 같은 게 붙어있기 마련이다.

‘내가 알기로 대장장이 직군들은 ‘손재주’ 나 ‘장인 정신’ 같은 특수 스탯에 올인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처음 직업 뽑기에서 대장장이나 기타 생산직 계열을 얻으면 기본 스탯 이외에도 추가로 특수 스탯이 생긴다.

본격적으로 생산직의 길을 가려면 그런 특수 스탯에 올인해야 했다.

레벨이야 맞춘다고 해도, 벨라가 저만한 방패를 드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 직업…헤파이스토스의 후계자에요.”

“레전더리 직업인가요?”

“네.”

언럭키도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함께 있던 대장장이 NPC의 반응이나 그녀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면, 최소 유니크에 잘하면 레전더리일 거라고 판단했으니까.

“그거면 뭐 힘 수치가 추가되어서 방패를 들 수 있었던 건가요?”

벨라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 직업은…아이템 착용 제한이…없어요.”

“예?”

언럭키는 순간적으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표정을 굳히고 재차 되물었다.

“설마…어떤 아이템이든 착용할 수 있다는 겁니까? 레벨 제한도 상관 없이, 또 기타 능력치가 부족하든 말든이요?”

“…레벨 제한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차이가 너무 나면 아이템 수준도…떨어져요.”

벨라의 말에 언럭키와 뒤에서 듣고 있던 컵라면까지 입을 쩍 벌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녀의 말에 따르면, 굉장한 성능의 아이템을 마음껏 착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

물론 벨라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제약도 많았다.

자기가 제작에 참여한 아이템만 착용할 수 있고, 그마저도 개수 제한과 능력 제한이 붙는다.

어쨌거나 언럭키가 느끼기에는 사기적이긴 했지만.

‘젠장할. 그럼 뭐야. 대장장이이면서 사냥도 쓸 만한 직업이라는 뜻이잖아.’

아니. 들어보니 쓸 만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언럭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대장장이 일로 떼돈을 벌 수 있으며 인기도 많고, 아이템도 아무거나 착용해서 사냥터까지 재패할 수 있는 직업?

세상에 저런 사기적인 직업이 존재하다니.

‘이거 완전 쓰레기 게임이네.’

운빨X망겜.

월벤에서 많이 나오다 못해 이제는 추임새처럼 쓰는 단어인데, 오늘만큼은 언럭키도 그걸 사무치게 깨달았다.

물론.

‘대박이다!’

컵라면은 특종을 잡았다는 듯 신나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다.

‘레전더리 직업이 대놓고 공개되는 장면이라니! 이건 잘 찍어뒀다가 나중에 때 되면 선보여야지.’

어느새 전문 PD나 기자 뺨치는 마인드를 보유하게 된 컵라면이었다.

***

그 때부터 일행의 사냥 스타일은 약간 바뀌었다.

벨라가 들고 있는 그녀가 얼마 전에 제작한 레전더리 등급의 ‘메두사의 권능 방패’.

방패를 쳐다본 괴수 형태의 적들을 혼란과 유혹에 빠트리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걸로 어그로를 끌었다.

대장장이라 능력치는 낮지만 자신이 제작한 방패와 갑옷을 껴입어 방어력 하나만큼은 발군인 벨라이다.

-쾅!

-터엉!

그녀가 앞에서 탱커 역할을 하며 어그로를 끄니 사냥은 훨씬 수월해졌다.

처음에는 질투했던 언럭키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편하게 전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레벨업!]

결국 가는 길에 레벨업까지 한 번 하니 언럭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현재의 자신과 합이 굉장히 잘 맞는 유저였다.

일반 탱커 유저를 데려와도 자기 주장이 심하거나 할 텐데, 그녀는 방어와 어그로 담당을 빼면 모든 걸 언럭키에 맞춰주었다.

“크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벨라님.”

언럭키의 말에 벨라가 미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다.

그런 그녀를 보며 언럭키 역시 활짝 웃었다.

‘무보수로 일해 주는 탱커라니. 싫다고 할 때까지 열심히 굴려야겠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