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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93화 (93/218)

#093화

카메라맨 컵라면.

이제는 언럭키팀의 총괄 PD이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스트리머였다.

지금도 완전히 스트리머를 은퇴한건 아니었다.

종합게임방송인이어서 주종목이랄 게 딱히 없었기에, 가끔씩 들어가서 시청자들과 토크 정도는 했다.

또한 월드 사가에서의 직업은 ‘달빛 암살자’ 라는 레어급 직업이다.

그런 컵라면은 생각 외로 카메라맨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데에도 쓸모가 있었다.

“언럭키님. 알아왔습니다.”

컵라면이 지도 한 장을 건네며 자신 있게 웃었다.

“하하. 꽤 고급 정보여서 구하기가 힘들었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컵라면은 1레벨부터 달빛 암살자로 커오면서 단순히 사냥만 한 게 아니었다.

언럭키처럼 어마무시한 퀘스트를 한 건 아니지만, 나름 암살자 NPC들의 의뢰를 수행하면서 그들과 교류를 맺어왔다.

그로 인해 텔르흐렌의 암살자 집단과도 접촉해 정보를 사올 수 있었다.

‘도시 두바르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이렇게 쉽게 얻을 줄이야.’

이걸 얻는 것도 고생 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럭키는 속으로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언럭키님. 이거 알려 준 놈들이 그러는데 위치만 알고 가까이 접근했다가는 금세 찢겨 죽을 거라는데요? 초대장이 필요하다는데 그건 자기들도 구할 수 없답니다.”

컵라면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자존심 센 암살자들은 구하기 힘들다고 하지 단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면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입수 난이도가 굉장하다는 뜻이었다.

컵라면의 물음에 언럭키는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건 이미 있거든요.”

“……!”

***

언럭키, 벨라, 컵라면.

세 사람이 파티를 맺고 도시를 떠났다.

다만 걸어가는 위치가 특이했다.

“자. 두 분 편하게 가세요. 편하게. 영상은 제가 잘 찍겠습니다.”

컵라면이 말했다.

그는 뒤에서 카메라 구도를 잡으며 가고 있었는데, 앞서가는 언럭키와 벨라를 쉴 새 없이 찍고 있었다.

“오. 지금 구도 좋네요. 뒤에서 햇빛 비치는 게…크. 그림 아주 제대로 나옵니다.”

벨라가 등장했던 최근 미튜브 영상의 반응이 어땠는지, 컵라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제 한 번 날 잡아 언럭키에게 벨라를 한 번 더 섭외할 수 없냐고 물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섭외해 놓다니.

부하 직원 입장에서 이런 사장님만 있다면 참 출근할 맛 날 것이다.

‘여기서 잔뜩 찍어놓고 조금씩 조금씩 올려야지.’

다행히 벨라님이 미튜브에 올리는걸 허락해 주셨기에 거리낄 건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크허엉!”

평원을 울리는 괴성이 들렸다.

컵라면과 벨라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이런. 몬스터인가 봅니다. 도시 밖 평원에서는 정말 재수 없지 않는 이상 몬스터를 못 본다는데….”

유저들이 굳이 도시의 사냥터를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도시 너머 평원은 몬스터 밀집도가 굉장히 낮아서 몬스터를 보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헌데 하필 지금 보다니.

곧이어 등장한건 두 발로 선 호랑이 형태의 몬스터였다.

“웨어 타이거….”

컵라면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월드 사가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프로라면 사전 조사는 필수다.

심지어 컵라면은 언럭키 밑에 소속된 직원.

사장님이 있는 도시이기에 텔르흐렌에 대한 조사는 몇 번이고 했다.

출몰하는 몬스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는데, 이건 최악의 경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웨어 타이거]

-레벨 : 75.

바로 웨어 타이거의 레벨 때문!

도시 텔르흐렌에 머무는 유저의 레벨은 50~70 사이이다.

70쯤 되면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워프 게이트가 열리고, 결정적으로 도시에서는 70 이상의 몬스터를 찾을 수 없다.

반면에 웨어 타이거는 무려 레벨이 75짜리 몬스터였다.

‘도시 바깥은 위험하다더니 역시….’

도시 외부에 대한 정보는 월벤에서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어지간히 반골 기질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외부로 나가는 사람은 없다.

굳이 사냥을 즐기지 않더라도 채집, 벌목, 수렵, 생산 등의 컨텐츠도 도시 내에서 다 할 수가 있다.

바깥에 나가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자연경관이 멋있긴 하지만 그것도 조금 보면 질리기 마련.

대부분이 도시에 머무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언럭키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운이 좀 따르는 날인 것 같은데?’

리바 델 레이와 해골 마법사의 던전을 겪으면서 언럭키의 레벨은 70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실 헤탄이 새로운 퀘스트를 주지 않았다면 곧장 다음 도시로 넘어가려고 했다.

이미 그의 레벨로는 텔르흐렌에서 할 게 없었던 것이다.

유니크 연계 퀘스트를 빠르게 처리하고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사냥 가능한 레벨의 몬스터가 나오다니.

“언럭키님. 일단 한 마리는 최대한 제가 맡아보겠습니다.”

웨어 타이거는 두 마리였는데, 컵라면이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뒤에서 카메라로 저 찍어주기나 하세요.”

“네? 하지만 레벨이 75짜리가 둘인데요? 아무리 일반몹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언럭키의 정확한 레벨은 모르지만 아직 텔르흐렌이 있는걸 보면 60대일 것이다.

높게 잡으면 69. 그래도 웨어 타이거와 6레벨이나 차이가 난다.

아무리 일반몹이라도 그렇게 레벨 차이가 나면 상대하기 벅차다.

한 마리씩 빠르게 처치하는 게 가장 승률이 높은 방법일 것이다.

“괜찮습니다.”

언럭키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하며 손을 저었다.

컵라면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빠졌다. 벨라 역시 쪼르륵 물러났다.

그 직후, 언럭키가 인벤토리에서 그레고녹의 홀을 꺼내들었다.

“해골 기사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해골 궁수 소환.”

검은색 구슬이 끝에 매달려 있는 왕홀을 휘젓자 바닥에서 시커먼 뼈의 해골들이 솟아올랐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해골마를 타고 있는 두 기의 기사.

뼈로 된 검과 방패로 무장한 여덟 기의 병사.

커다란 활과 화살을 맨 여덟 기의 궁수.

레벨이 70대가 된 언럭키이기에 기본 해골들은 총 18기가 소환 가능해져서 이런 숫자가 되었다.

총 18기의 해골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기며 정렬했다.

“허어…. 네크로맨서?”

컵라면이 멍하니 쳐다보며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가 알고 있는 언럭키의 직업은 암살자였다.

물론 그 전에는 검사였기에, 또 언젠가 다른 직업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컵라면님은 처음 보죠?”

“…예. 네크로맨서는 도대체 언제 되신 겁니까?”

“하하….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정이 좀 있었어요.”

리바 델 레이 분타에 들어갈 때 쯤 네크로 엠페러가 되었지만 그 때부터 영상을 보내지 못했다.

리바 델 레이와 관련된 퀘스트는 굉장히 중요하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분타. 거기에 있는 어둠 속성의 사제들.

던전도 아니고 반쯤 도시인 곳을 공개하는 건데,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은 찍어놨지만 아직까지 컵라면과 이용승에게 보내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크르르르….”

웨어 타이거들은 언럭키의 해골 군대를 보며 경계했다.

척 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기세. 동물적 육감으로 쉽지 않겠다는 걸 느꼈다. 그럴 때는 선공이 답이다.

고양잇과 맹수답게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웨어 타이거들은 번개 같았다.

-쾅!

“크헝!”

허나 해골 기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웨어 타이거의 공격을 막아냈다.

방패를 치켜든 놈의 두 눈두덩이가 흉흉하게 빛났다.

-콰직!

해골 기사가 검을 휘둘러 여전히 공중에 떠있는 웨어 타이거를 찔렀다.

명예의 시작 롱소드로 무장한 해골 기사의 공격이었기에 한층 더 강력한 일격이다.

그러나 웨어 타이거는 찔리기 직전, 전신을 뒤틀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약간의 상처는 났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퉁!

-콰드득!

해골 기사에게서 벗어난 뒤, 놈들이 일반 해골들을 노리고 날뛰었다.

웨어 타이거들은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번개처럼 움직였다.

해골 병사들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만한 속도였다.

주변을 빙빙 돌면서 공격하는 웨어 타이거들.

마치 클로같은 손톱이 휘둘러지자 해골 기사들의 뼈가 뚝뚝 깎여나갔다.

그걸 본 언럭키가 피식 웃었다.

“빠르네.”

레벨 차이도 있고, 웨어 타이거의 특성 때문도 있었다.

빠르고 강했다.

“그럼 이쪽도 맞춰 줘야겠지.”

언럭키가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의 로브가 크게 한 번 펄럭였다.

-띠링!

[진혼의 오오라가 발동됩니다.]

[반경 73m 범위에 오오라가 퍼집니다. 오오라에 닿은 아군 언데드들의 이동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오오라는 시전자의 마나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언럭키를 중심으로 주변에 오오라가 퍼져나갔다.

해골들의 눈빛이 확 하고 타올랐다.

그 직후 놈들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고작 10%의 속도 증가였지만 무려 18기나 되는 해골이 빨라진 것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그 압박감이 말도 안 된다.

-서걱!

-푹!

마음껏 날뛰던 웨어 타이거들의 움직임이 움찔 하고 멎었다.

해골 군대의 공격이 웨어 타이거를 맞추는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크허헝…!”

놈들이 고통에 괴성을 질렀다.

마냥 당하지는 않았다. 공격을 맞으면서도 열심히 반격을 했다.

몇몇 해골들은 팔이 부서지거나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다크 힐.”

그러나 언럭키가 손가락만 까딱여도 해골들은 금세 멀쩡해졌다.

지치지 않는 불사의 군대.

반대로 웨어 타이거들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았다.

금세 둘러싸여 수세에 몰렸다.

그리고 등장한 건 해골 기사였다.

-다그닥 다그닥.

어느새 해골 군대에 포위되어 도망칠 곳이 없어진 상황.

어쩔 수 없이 해골 기사와 정면에서 맞붙어야 했다.

“크허헝!”

놈들은 마지막 발악을 하듯 포효하며 덤볐지만, 해골 기사는 일반 해골과는 완벽히 다른 개체였다.

-쾅! 쾅!

-콰직!

정면에서 웨어 타이거와 붙어볼 만한 실력이었다.

그렇게 시선이 끌리니, 해골 궁수들의 화살과 해골 병사들의 검이 사방에서 날아와 꽂혔다.

-푹! 푹! 푹!

-퍼억!

“커헝…!”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승리했음에도 여전히 해골 군대는 멀쩡했다.

오오라는 똑같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부상은 말끔히 치유된 지 오래였다.

오히려 사냥감이 더 없나 주변을 살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로브를 펄럭이며 언럭키가 입맛을 다셨다.

“디버프는 쓸 필요도 없었네요.”

심지어 배리어도 안 썼는데 전투는 금방 끝났다.

고작 두 마리 잡은 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서 아쉬울 뿐이었다.

“와아….”

“…….”

뒤에서 지켜보던 컵라면과 벨라가 멍하니 감탄했다.

사람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있다니.

‘이건…담을 수 있다면 대박이다.’

컵라면은 직감했다.

지금도 열심히 카메라를 돌리고 있지만 이 장면들을 자신이 본 수준으로 담는다면, 분명 엄청난 영상이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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