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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빨로 레벨업-77화 (77/218)

#077화

“캬아아아!”

-화르륵!

플레임 테일 도마뱀은 황야에서 마주치는 몬스터답게 단독 행동을 하지만 레벨대에 비해 전투 능력이 까다로웠다.

꼬리와 입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화상 도트 데미지를 입히고, 어떻게 접근하든 육체 능력 또한 상당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허나 그런 놈을 상대로 해골 병사들은 예술적으로 싸웠다.

화상이라는 건 피부와 살이 타는 증상이다.

뼈밖에 없는 해골들은 상대적으로 그 피해가 약했다.

심지어 고통도 느끼지 않는 해골들이다보니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 후에, 놈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쾅!

두 구의 해골이 방패를 들어 꼬리 공격을 막아 냈다.

드러난 빈틈으로 다른 두 구의 해골이 검을 찔렀다.

“캬아아!”

플레임 테일 도마뱀이 발광하듯 움직이며 날카로운 이빨과 앞발을 휘둘러댔다.

해골들은 무술의 고수처럼 몸을 움직이며 그 공격을 회피하고 다시 반격했다.

-푹!

-서걱!

“뭐가 저렇게 잘 싸워?”

지켜보던 언럭키가 중얼거렸다.

그가 미리 알아봤던 네크로맨서의 해골들은 저렇지 않았다.

조직 전투를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어딘가 엉성한 부위가 있었다.

그걸 네크로맨서의 디버프 능력과 또다른 소환수, 혹은 공격 마법으로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난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는데?’

심지어 여섯 구 소환 가능한걸 일부러 테스트 해보겠다고 네 구만 소환했는데 이런 상황이다.

“키아아아….”

해골들은 돌려 깎듯 플레임 테일 도마뱀 주변을 돌아다니며 검을 찔러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은 쓰러졌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

경험치 획득량이 증가했다는 마지막 메시지가 뇌리에 박혔다.

겨우 한 마리 잡은 걸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이게 모이면 말이 달라진다.

심지어 보스몹을 잡아낸다면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언럭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다 뒤졌다. 이 새끼들.”

이 드넓은 평원에 있는 몬스터를 모조리 잡아버리리라!

언럭키는 그렇게 다짐했다.

***

언럭키는 이틀간 황무지를 걸어왔다.

“…빌어먹을. 그러면 그렇지. 내가 운이 좋은 날이 언제 있나 싶다.”

허나 그 동안 발견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감동받는 것도 처음 얼마간이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무지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몬스터라도 어떻게 좀 잡아보려고 했는데 왜 사람들이 도시 밖 황무지를 안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될 뿐이었다.

몬스터가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왔다.

몇 시간에 한 마리 꼴로 잡았는데, 그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갔다. 새로 좋은 직업을 얻으면 뭐하겠는가.

아직까지 제대로 적응조차 못했는데.

바로 얼마 전이 그리웠다.

던전에서 몬스터를 쓸어 담다시피 하며 살았었는데…

지난 이틀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적자야. 그것도 너무 큰 적자.”

이틀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땅에서 버렸다.

속이 쓰리다 못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언럭키는 애써 얼굴을 폈다.

그래도 그렇게 걸은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황무지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돌산. 헤탄이 알아낸 ‘리바 델 레이’의 분타였다.

-우웅!

언럭키가 돌산에 접근하자 피부 위로 미세한 감각이 스쳐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막을 통과한 느낌.

‘이게 그 대결계인가 뭔가 하는 거로군.’

이것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마법사로 전직까지 했다.

결계를 통과하고 얼마 안 있자 돌산 쪽에서 두 사람이 다가왔다.

언럭키처럼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들은 언럭키 앞에서 공손히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얌전히 묻는 그들을 언럭키가 바라봤다.

잠입 퀘스트. 이걸 받았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어찌저찌 네크로맨서 직업으로 대결계를 통과해 들어온다 치자.

하지만 은신 능력 하나 없는 ‘네크로 엠페러’로 잠입 퀘스트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

몰래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언럭키는 방법을 바꿨다.

“아르만시아 라고 합니다.”

정면돌파!

죽은 아르만시아를 위장하기로 했다.

헤탄은 광신도들의 마을에서 광신도와 수련 사제 여럿을 납치해와 각종 정보를 뽑아내었다.

그 중에는 아르만시아의 외모를 리바 델 레이 분타에서는 모른다는 것도 있었다.

“부제 아르만시아님이시군요. 조만간 오실 거라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부제 델타로 입니다.”

델타로가 고개를 한 번 더 숙였다.

“아르만시아님의 세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언럭키가 둘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돌산 사이에는 아주 자그마한 틈이 있어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직접 접근하지 않고서는 바깥에서 발견하기 불가능할 만큼 교묘했다.

언럭키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지금까지 만난 부제들은 보스몹이나 준보스몹 수준.

눈 앞에 이 사제들도 그런 수준일까?

게다가 교단의 분타라는 이 곳의 정보도 확실하게 알아내야 하는 만큼, 지형 탐색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아르만시아님.”

“네?”

한참 걷던 도중에 부제가 기습적으로 그를 불렀다.

시선이 주변에 팔린터라 언럭키의 대답이 약간 늦었다.

“편지로만 소식을 주고받다가 이렇게 직접 교단에 모습을 드러내신 건 처음이시죠?”

“그렇죠.”

“상당히 젊으시군요. 아르만시아님은 수련 사제와 부제로서 수십 년 이상 외부 파견 나가 계셨던 걸로 아는데…”

부제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에게서 숨길 수 없는 의심의 기색이 느껴졌다.

“뭐. 내가 좀 젊긴 하죠.”

그러면서 언럭키는 슬쩍 인벤토리에서 검은색 지팡이. ‘그레고녹의 홀’을 꺼냈다.

“다 이것 덕분이라고 할 수 있네요.”

“오오….”

“아아…. 성물이라니….”

부제들은 걷다 말고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의심의 기색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레고녹의 홀이라면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통했군.’

언럭키는 그런 부제들의 눈치를 보며 안도했다.

이것 역시 오기 전에 헤탄과 고민했던 것이다.

아르만시아의 외관같은 게 분타에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그가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어떻게 속일 것인가?

방법은 간단했다.

이들 역시 모시는 신이 있을 테니, 그걸 이용하는 것이다.

“어서 가시죠. 세례에 성물을 보여주시면 분명 사제님들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부제들이 조금 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 순간이었다.

“크륵! 크륵!”

“캬아아아!”

단단한 지면을 뚫고 플레임 테일 도마뱀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무려 세마리나!

‘이건 내가 나서야 한다!’

언럭키의 눈빛이 번뜩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몬스터에 목말라 했던가.

제발 좀 사냥 좀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마리씩 찔끔 찔끔 나타나는 놈들의 행태는 감질맛만 더 나게 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세 마리나 되었다.

지금껏 겪어본 결과 리바 델 레이의 부제급이라면 전투력도 상당하다.

인원수도 딱 맞겠다 1대1의 대결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건 절대 안 되지.’

어떻게 보게 된 경험치들인데 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언럭키가 재빨리 왕홀을 휘둘렀다.

“해골 병사 소환, 해골 궁수 소환.”

이번에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검은 기운이 바닥에 스며들어가더니 곧이어 그 위로 새카만 뼈를 지닌 해골들이 몸을 일으켰다.

여섯 구의 해골 병사와 여섯 구의 해골 궁수.

언럭키가 현재 다룰 수 있는 병력이다.

-척! 척! 척!

해골 병사들은 두 구씩 짝을 짓더니 방패를 들어 각각 한 마리의 도마뱀 앞을 맡았다.

-푸화아악!

불꽃을 뿜기 시작하는 놈들의 입과 꼬리로부터 전방을 보호했다.

피해가 조금씩 누적되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버티는 해골들.

그 뒤로 해골 궁수들이 활을 당겨 쏘았다.

-핑! 핑! 핑!

뼈로 된 활 시위에서 발사된 뼈 화살들.

방패 틈 사이로 쏘아진 화살들은 정확하게 도마뱀들을 타격했다.

“끼에에엑!”

놈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시뻘게진 눈동자로 거세게 방패를 깨물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 와중에도 끝없이 화염이 뿜어졌는데, 일반 유저였다면 화상과 물리 피해에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다.

허나 해골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반복된 공격에 방패가 깎여나가고 피해가 누적되어가는 도중, 언럭키의 손이 다시금 움직였다.

“쪼그라드는 근육, 체력 약화, 둔화.”

새카만 빛이 뿜어지더니 플레임 테일 도마뱀들을 뒤덮었다.

지금껏 길에서 만난 몬스터들은 다 단독 행동을 했기에 디버프를 걸 시간도 없이 해골들에게 마무리 되었다.

언럭키는 이렇게 디버프를 걸게 된 상황만으로도 기뻤다.

게다가 결과 또한 훌륭했다.

“캬, 캬아아악….”

도마뱀들이 이전에 비해 확연히 힘빠진 소리를 내었다.

물어뜯는 턱 근육의 힘도 약해졌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전체적으로 축 처졌다.

그러자 공격의 페이스가 해골들 쪽으로 넘어왔다.

체력전이 될수록 불리한건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거기에 디버프까지 걸렸으니 승부의 추는 한순간에 기울었다.

‘대충 감 좀 잡겠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골들을 돌격시키고 디버프를 비롯한 각종 마법을 퍼부으면 되는 게 이 직업의 요체였다.

‘뭐. 사실 나는 가만 있어도 될 것 같지만.’

시험해 볼 건 다 해 본 언럭키가 손을 튕겼다.

딱 소리가 나자마자 해골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잘 조직된 군대처럼 행동하던 놈들이 각자 제 역할을 갖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해골 병사들은 검방을 앞세워 놈들의 주변을 마구 날뛰었다.

날아오는 발길질과 이빨은 스치듯 흘려내며 찔러 넣는 검술은 예술적이었다.

궁수들도 뒤지지 않았다.

보통 원거리 직업군은 근접전에서 크게 힘을 못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놈들은 해골답지 않은 유연함으로 엄청난 기동력과 회피력을 보여 주었다.

근접 거리에서도 옆으로 덤블링을 하며 화살을 쏴대는데, 도마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차례대로 무너졌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후. 좋다.’

언럭키가 빙긋 웃었다.

어찌나 사냥을 못한 게 한이 맺혔는지 고작 세 마리 잡은 걸로도 기분이 좋았다.

부제들에게 경험치를 뺏기지 않고 온전히 독식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 그럼 이만 가던 길 다시 갈까요?”

언럭키가 그렇게 돌아선 순간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위대하신 엠페러님을 뵙습니다.”

부제들은 아르만시아라고 소개한 언럭키에게도 정중하지만 꼿꼿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극도로 공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설의 재현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검은 해골이라니…. 성서에서 나오는 그 광경을 목도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아….”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언럭키를 향해 고개를 넙죽 엎드리는 부제들.

“어…?”

언럭키는 이게 뭔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그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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