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74화 (74/218)

#074화

언럭키는 한걸음에 헤탄의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퀘스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두막 앞에 도착한 그는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열어젖혔다.

“헤탄님!”

“자네 왔는가?”

“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좀 진정하고 여기 앉게.”

헤탄이 우려 놓은 차 한 잔을 내어주며 나무 의자로 그를 안내했다.

함께 다닐 때는 무식한 전사의 모습만 보여 주더만, 지금은 또 문명인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내 쪽지를 전달하게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군.”

“헤탄님께서 부르시는데 제가 어찌 기다리게 하겠습니까. 다른 일은 다 제쳐놓고 달려왔지요.”

“크흠. 그래?”

헤탄이 언럭키의 말에 미소 지었다.

대놓고 아부였지만 마냥 싫어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하여간 잘 와 주었네. 오늘 자네를 부른 이유는, 드디어 알아냈기 때문이야.”

“알아냈다면….”

“전대 켈리그 공작께서 돌아가셨던 원흉들. 호레헤른님께서 추적하고 있는 놈들의 정체 말이야.”

헤탄이 두루마기 하나를 펼쳤다.

“리바 델 레이. 놈들의 조직명일세. ”

리바 델 레이. 언럭키도 기억 속에 있는 이름이다.

NPC와 달리 그는 몬스터의 이름과 레벨을 볼 수가 있다. 광신도들의 마을에서 발견했던 동굴 속 적들의 이름이 ‘리바 델 레이 수련사제’였다.

“조직은 종교 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더군. 자네가 네르센에서 잡았던 놈이나 광신도들의 마을에서 죽인 놈. 둘 다 조직 내에서 최하위 직급인 ‘부제’로 판명 났네.”

“그렇군요.”

“최하위가 그 정도이니 그 위는 어떤 놈들이 있을지 짐작이 안 가. 위험한 놈들일세.”

“근데 뭐 하는 놈들입니까? 여기저기 퍼져서 조직 활동을 하고 있다면 목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종교 단체라면 섬기는 대상이 있지. 아마 고대의 어떤 초월자나 악신을 섬기는 것 같은데 그것 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네. 사로잡은 수련 사제들이 생각보다 아는 게 너무 없더군.”

헤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부탁 하나 하고 싶은 게 있네.”

“하십시오. 얼마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정말 괜찮겠나? 위험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자네의 실력이 많이 높아진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죽을 수도 있어.”

헤탄이 겁주듯 말했다.

그러나 언럭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이었다.

죽을 수도 있다니.

‘그 말인즉슨 그 보상 역시 죽을 만큼 훌륭하다는 거잖아?’

이렇게 땡큐일 수가 있나!

그가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의뢰를 맡겠다고 한 이상 위험하다고 물러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음. 자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았네.”

헤탄은 한층 더 신뢰도가 싶어진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에 수련 사제들을 심문하면서 알아낸 게 있지. 자네가 이번에 죽였던 놈 있잖아. 알고 보니 조만간 사제직으로 승급이 예정되어 있었더군. 자네가 놈을 죽인 건 그 직전인 셈이지.”

“그렇군요.”

언럭키는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놈이 사제로 승급한 다음에 잡았으면 경험치라도 더 많이 받지 않았을까?

“나는 그동안 열심히 고민했네. 어떻게 하면 리바 델 레이의 정보를 더 알아낼 수 있을까. 외부 활동을 하는 놈들은 기껏해야 쭉정이이고…결국은 놈들에게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지.”

“그러면…잠입입니까?”

“그래. 자네가 죽인 그 놈, 아르만시아는 사제가 되는 세례를 받기 위해 이 근처에 있는 분타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하더군. 그걸 이용할 생각일세. 자네가 죽은 아르만시아 대신 거기에 잠입해 줬으면 하네.”

헤탄의 말이 끝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퀘스트 : 리바 델 레이 분타 잠입.]

-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정보원 헤탄은 리바 델 레이에 대한 정보 일부를 알아냈다. 허나 좀 더 구체적인 사안을 알기 위해서는 놈들의 분타에 직접 들어갈 수밖에 없다. 리바 델 레이의 분타에 잠입하여 그들의 구성원과 조직 체계가 어떤지, 전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오자.

-퀘스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레전더리 아이템.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읽은 언럭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확히는 보상 부분이었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준다고?’

연계 퀘스트를 계속해서 해왔지만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다.

거의 모든 보상은 다 무슨무슨 보상 이라고 했을 뿐, 아이템 등급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헌데 이번에는 레전더리를 준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았다.

아무리 후져도 레전더리. 만약 좋은걸 준다면 얼마나 좋은 걸 받을지 모르는 것이다.

언럭키가 지금껏 얻은 레전더리 아이템들의 성능을 생각해보면 기대해 볼 만한 일이었다.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간다.

헤탄이 말했다.

“한 가지 얘기할게 더 있네.”

“흐흐…아, 넵. 말씀하십시오. 경청…흐흡.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자네 표정이 왜 그러나? 얼굴은 터지려 하고 입술은 깨물고 있고….”

“크흠. 아닙니다.”

언럭키는 열심히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분타의 위치는 내가 수련 사제들을 통해 알아내긴 했지만, 접근하기는 힘들 거야.”

“괜찮습니다.”

언럭키가 자신 있게 웃어보였다.

잠입 퀘스트라니.

‘이 몸의 직업이 사신인데, 이 정도는 우습지.’

무려 레전더리 등급의 암살자 아닌가.

동레벨대에서 언럭키보다 더 은신 능력이 좋은 유저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던전의 보스몹이었던 알폰소조차 은신 대결에서 졌겠는가.

즉, 이 퀘스트는 손쉽게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뜻!

“음. 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자네의 은신 실력을 나도 함께하면서 몇 번 봐서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놈들의 분타는 달라.”

“예?”

허나 이어진 헤탄의 말은 조금 달랐다.

“수련 사제들을 심문해서 들은 결과, 분타는 고대의 대결계(大結界)로 보호받고 있다더군.”

“대결계라면….”

“어둠(黑) 속성이 아니라면 아예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결계일세. 흑마법사, 암흑기사, 어둠사제 같은 직업이 아니라면 위치를 알아도 들어가지 못해.”

“…….”

“즉, 자네 역시 잠입을 하려면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지.”

언럭키의 입이 다물렸다.

웃음을 참던 조금 전과는 달리 얼굴이 굳어졌다.

은신 능력이 아무리 좋아봐야 뭐하겠는가.

결계에 꽁꽁 쌓인 장소이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고생하게. 자네를 믿고 있겠네.”

헤탄이 언럭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최초 공개가 시작됩니다.]

[제목 : 레드 몽키? 제 밥이죠.]

언럭키의 채널을 구독해 둔 사람들에게 알림이 갔다.

<떴다! 언럭키 영상!>

<이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유저이지만, 그 아는 사람들은 언럭키의 광팬이 되었다.

레벨만 낮지, 현재 하고 있는 모든 면에서 랭커들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인스턴트 던전에서 탑랭커의 기록을 깼다는 건 그가 유망주라는 걸 뜻했다.

랭커 유망주.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시간이 지나면 랭커가 될 수도 있는 존재!

물론 수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면서 자빠지긴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언럭키의 영상들만 보면 그는 가능성이 충분해보였다.

그리고 이번 영상에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언럭키가 스스로를 증명했다.

<레드 몽키면 레벨 50짜리 몹이잖아. 아직 네르센에 있나보네?>

<근데 네르센에 레드 몽키가 나오는 사냥터가 있나?>

최초 공개 영상에 쓸 수 있는 채팅창에는 연신 갈고리 모양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월드 사가를 플레이하는 만큼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곧이어 영상이 시작됐다.

아무도 없는 숲 속.

-캬악! 캬악!

-끼이이익!

나무에 매달린 채 언럭키를 노려보는 수많은 레드 몽키들이 보인다.

언럭키는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였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움직이더니 어느새 번개처럼 단검을 뽑아들어 던져댔다.

-퍼퍼퍼퍽!

단검에 맞은 레드 몽키들이 우수수 추락한다.

영상 속 화면은 언럭키의 경험치 바 부분을 클로즈업했다.

몽키들이 픽픽 쓰러질 때마다 경험치가 계속 차올랐다.

“노다지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신나서 중얼거리는 언럭키.

시청자들도 그 말에 동감했다.

<뭐냐. 무슨 사냥터에 유저가 혼자밖에 없어?>

<이게 물반 고기반인가 뭔가 하는 거냐?>

<고기반은 무슨. 고기 90%라고 해도 되겠다.>

어이가 없었다.

저 레벨대의 유저가 사냥터 문제로 고통 받는 건 누구나 겪는 문제이다.

돈 많은 부자들이야 사냥터를 전부 대여해서 한다 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저기가 어디임? 레드 몽키가 나오는 숲? 네르센에 그런데가 있나?>

<나 네르센 출신인데, 거기 있는 모든 사냥터 다녀봤거든? 완전히 처음 보는 장소다.>

<뭐 새로 업데이트 된 거 아냐?>

<그랬으면 패치 노트 떴을 텐데 그런 건 없었음.>

시청자들이 흥분했다.

사실 영상은 크게 특별한 건 없었다.

5분 정도의 짧은 영상 내내 언럭키는 레드 몽키를 쉴새없이 잡아낼 뿐이었다.

영상의 마지막에서는 그가 레벨업하는 걸로 끝났다.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반응은 남달랐다.

<와. 레벨업을 뭐 저렇게 쉽게 하냐.>

<누구는 몇 주 동안 사냥터 기다려가면서 힘겹게 힘겹게 레벨 하나 올리는데, 누구는 단검 좀 던지다보니 레벨 올라있네.>

<더럽고 치사한 세상.>

<월드 사가가 원래 운발X망에 더럽고 치사한 세상임. 몰랐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모르겠고. 나 지금 네르센인데 저 사냥터 찾으러간다. 보니까 숨겨진 사냥터 같은데, 발견만 하면 대박이네.>

알려지지 않은 사냥터의 등장. 당연히 그 근방 도시에 있는 유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내용이다.

월벤에 이 소문이 금세 퍼졌다.

언럭키에게 관심 없던 사람들도 사냥터를 발견하겠다는 목적 때문에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혹시 위치가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는 단서가 있을까 싶어, 몇 번이고 돌려봤다.

당연히 그 모든 건 조회 수로 카운팅이 되었고.

“좋아. 됐어!”

이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던 컵라면과 이용승이 활짝 웃었다.

영상 조회 수는 그들의 예상 이상으로 폭증했다.

***

현재의 스트리밍 시장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상위권 랭커들 같은 경우에는 수다만 떠는 데도 수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고, 큰 레이드 공개 방송 같은 경우는 억 단위의 시청자가 모집되었다.

심지어 그렇게나 많은데도 시청자 숫자는 나날이 상승했다.

월드 사가의 가입자 숫자가 하루하루 폭증하고 있었기에, 그에 발맞춰 스트리밍 영상 시장도 계속 커지는 것이다.

물론 언럭키는 아직 유명한 스트리머가 아니다보니 라이브 방송 때 시청자 숫자가 많지 않았다.

다만, 이번 영상의 라이브 때는 큰 손 한 명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음.”

빅드래곤 길드장 로버트.

한국 이름은 정신찬으로, 대룡그룹 회장의 막내 손자인 그 역시 언럭키의 라이브를 가만히 감상했다.

현실이건 월드 사가에서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애써 시간을 냈다.

정신찬은 얼마 전 언럭키에게 크게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이브가 다 끝나자 그가 옆에 있는 직원을 쳐다봤다.

“언럭키님 미튜브 채널이 꽤 크군요?”

“예. 지난번 보고 때보다 조금 더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라이브 시청자가 3000명을 넘어가더군요.”

한국 미튜브 규모로 보면 작지 않은 숫자였지만 월드 사가의 무대는 세계.

자동 번역도 있기에 인기만 있다면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팬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으로 보면 언럭키의 시청자 수는 미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흠. 이거 어쩌면….’

언럭키의 채널을 보던 정신찬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났다.

그의 최우선 영입 대상 중 한 명이자 지난번 던전 일로 얻은 은혜를 좀 갚고 싶었는데.

이걸 이용하면 되겠다.

“최 대리님.”

“예. 팀장님.”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스트리머 몇 명한테 광고 주기로 했죠?”

“네. 그렇습니다.”

월드 사가는 대기업들도 많이 주목하고 있었다.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의 옷에 광고가 줄줄이 걸리는 것 같은 효과가 월드 사가 랭커들에게도 똑같이 있는 것이다.

“그 스트리머 목록에 언럭키님도 넣죠.”

정신찬이 슬쩍 웃었다.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하는거군.’

던전 공략 의뢰금을 1.5배로 늘려줬지만 그래도 빚진 기분이 들었었는데, 잘됐다.

겸사겸사 언럭키에게 좋게 봐 달라는 눈도장도 찍어 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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