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70화 (70/218)

#070화

로버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아까부터 하던 고민 하나가 줄었다.

‘마력의 영약은 내가 먹어야겠군.’

돈 때문에 영약을 팔까 말까 고민했는데, 로버트의 의뢰로 돈 걱정을 조금 덜었다.

3천만 원이면 당장 세 달치의 빚 걱정은 없으니, 지금은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게 맞았다.

로버트 같은 재벌 3세가 이 세계에 얼마나 많겠는가.

돈을 마치 게임 머니처럼 펑펑 쓰는 그들을 상대로 이기려면, 스펙 강화를 할 수 있을 때 아끼면 안 된다.

물론, 그럼에도 손이 덜덜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크. 이 아까운 걸….’

영약을 입 가까이 가져다대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마음이 오락가락 했다.

지금이라도 팔아서 빚 갚는데 보태야 하나?

그러나 결정을 뒤바꾸지는 않았다.

꿀꺽.

-띠링!

[마력의 영약을 섭취하셨습니다.]

[마력 수치가 + 13 상승합니다.]

***

로버트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던전은 빅드래곤 길드의 자산이다.

위치에 대한 비밀 보장 계약을 비롯해, 공략이 완료될 시 약속된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좋습니다. 정식으로 서명도 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예, 저 역시.”

그 후, 던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공략법을 완성하지는 못했어도, 내부에 어떤 몬스터가 등장하는지 정도는 알아냈다.

언럭키가 좀 더 수월하게 던전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그걸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나오는 놈들은 인간 형태의 몬스터입니다. 암살자 계열인데, 도시 텔르흐렌의 영주를 노리고 있다는 컨셉이더군요.”

“잘됐군요.”

언럭키는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자라면 상성상 자신에게 가장 좋은 상대였다.

그 어떤 암살자라도 레전더리 직업인 ‘사신’ 보다 뛰어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언럭키가 그러한 점을 적당히 설명해 주었다.

“…진짜 암살자였습니까?”

“네?”

로버트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광신도들의 마을에서 싸우는걸 보고, 전 그냥 단검 쓰는 전사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부하의 보고도 받았고 그 역시 다는 아니지만 언럭키의 미튜브 영상 몇 개를 봤다.

근데 거기서도 암살자다운 전투법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본인의 체력과 방어력을 믿고 단검을 푹푹 찔러 대는데…

“그냥 은신 스킬이 있는 딜탱 전사인 줄 알았는데…. 영상 속에서 보여준 암살 같은 건 컨셉인 줄 알았습니다. 요즘 미튜브는 시청자 재미를 위해 일부러 이상한 컨셉을 잡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

언럭키는 할 말이 없었다.

본인이 그렇게 해왔으니 누굴 탓하겠나.

다만 억울한 마음에 굳게 다짐하며 말했다.

“이번에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진짜 암살자라는 걸!”

“아쉽지만 저는 레벨 제한에 걸려서 함께 못 들어갑니다.”

로버트의 레벨은 69였다.

1레벨만 더 오르면 텔르흐렌을 떠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당연히 던전은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가능했으면 굳이 의뢰할 것 없이 그가 직접 나서서 공략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빅드래곤 길드의 길드장이자, 제 1의 실력자였으니까.

***

‘용케 이런 데를 다 찾았네.’

던전의 위치는 절묘했다.

도시 빈민가의 어느 작은 집 뒤뜰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집의 소유는 로버트로 되어 있었다.

들어오려면 사유지를 침범해야 하는건데, 그랬다가는 도시 경비들에게 잡혀 감옥에 끌려갈 것이다.

카르마 수치 상승을 조심해야 하는 유저들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최고의 던전!

‘이걸 구매했다고 했지. 돈이 장난 아니게 들었겠네.’

예전에 자신이 발견해 팔았던 던전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구매한 길드에서는 던전을 지키기 위한 경비를 세워야 했는데, 그런 조건이 붙다보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는 않았다.

허나 로버트의 던전은 완벽했다.

솔직히 자신도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제발 터져주길 바라며 한참 들쑤시지 않는다면 절대 발견 못할 것 같았다.

‘부럽다 금수저!’

행운 능력 같은 것도 필요 없이 이런걸 턱턱 구매할 수 있는 로버트의 능력이 확실히 부럽긴 했다.

“정말 지금 바로 도전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뒤에서 로버트가 걱정스런 어조로 물었지만 언럭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던전의 레벨 제한은 65다.

로버트는 그 전까지 착실하게 레벨업을 한 뒤에 진행하는게 어떻냐고 얘기했다.

허나 언럭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새로운 사냥터 구하는 것 자체가 일이니까.’

광신도들의 마을이 특이했던 거였지, 텔르흐렌의 다른 사냥터들은 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냥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불편한 점은 있었다.

반드시 파티를 구해야 하고, 사냥 도중에 다른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고, 몬스터 숫자도 적고…

워낙 오랫동안 혼자서 다녔기에 이제는 솔플이 편해진 언럭키이다.

계속되는 퀘스트 성공으로 더 강해져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있었다.

‘레벨 제한이 높기는 하지만, 내 스펙이라면 충분히 해 볼만 할 거야.’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자신의 상성이란 것도 이런 결정을 내린데 한몫했다.

게다가 레벨 65 수준의 몬스터라면, 경험치는 얼마나 많이 줄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레벨업을 경험할 수 있겠지.

뒤뜰 구석, 그림자가 져 있는 땅에 정확하게 서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알폰소 형제단의 은신처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

알폰소 형제단.

이 곳에 있는 암살자 몬스터들이었다.

“예.”

언럭키가 대답과 함께 던전 속으로 빨려가듯 사라졌다.

***

“로버트님. 최초 보상 같은 것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혼자 들어가게 해도 괜찮을까요?”

던전 안에 입장한 언럭키.

그 뒤에 있던 빅드래곤 길드원 한 명이 걱정스럽다는 어조로 말했다.

“최초 보상들은 아무래도 그냥 넘기기에는 좀….”

최초 보상.

던전을 처음으로 깨거나 보스몹을 잡았을 때, 어쩔 때는 추가 보상을 주기도 했다.

자잘하게 경험치를 더 줄 수도 있고, 아니면 강력한 아이템을 뿌리기도 했다.

아무리 로버트가 노리고 있다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언럭키는 타인.

그런 보상을 그가 먹게 놔둬도 될까?

“괜찮아. 이 참에 제대로 한 번 보자고. 그럴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언럭키가 군침을 흘릴 만한 인재라는 건 확인했다.

‘55레벨 주제에 65레벨 유저들도 픽픽 죽어나가는 던전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겠다고? 그것도 혼자서?’

언럭키는 뒷받침해 줄 빅드래곤 길드의 유저들이 필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리라.

“레벨 10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도 솔플을 할 자신이 있다면, 던전의 최초 보상을 넘겨주는 것도 그리 아깝지는 않지.”

그런 것들이 쌓여 무형의 빚이 되는거다.

그 정도의 사내에게 빚을 쌓는 거라면, 던전의 보상 정도는 그리 아깝지 않다.

결정적으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거고.

“하긴. 이런 빚이 쌓여 나중에 우리 길드로 들어올 수도 있겠군요.”

“그래.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 건지도 몰라.”

“보여줘요?”

“자신이 이만한 실력을 가진 유저다. 라는걸 말이야.”

로버트는 아까 자신이 대룡 그룹 사람이라는걸 밝혔을 때의 언럭키의 눈빛을 기억했다.

어딜 가서 본인을 소개하면 보통 반응은 두 개이다.

질투하거나, 아니면 뭐 하나라도 얻기 위해 달라붙거나.

언럭키의 반응은 둘 다 아니었다.

‘오히려 투쟁심을 보여줬지.’

재벌 3세인 자신을 상대로 그런 눈빛이라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굳이 이 던전에 혼자 들어가겠다고 한 것도. ‘이 정도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걸 보여 주고 싶었던 거겠지.

“그러니 기다려 보자고.”

로버트가 던전을 바라보며 슬며시 웃었다.

***

보통 몬스터들은 괴물의 형태이다보니 울음소리가 듣기 거북했다.

취익! 이라던가 꿰엑! 이라던가 하는 소리들.

반대로 알폰소 형제단의 몬스터들은 적막했다.

-스스슷!

옷깃이나 발걸음이 스치는 소리조차 극히 적게 들려온다.

암살자 계열의 몬스터라서 그러했다.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날아드는 암습.

이건 상대하는 유저들 입장에서 피곤할 수밖에 없다.

월드 사가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조작하는 PC 게임이 아니었기에 정신력이 많이 소모된다.

암살자 계열은 계속해서 긴장하고 있어서 유저들이 싫어하는 타입 중 하나였다.

허나, 언럭키에게는 조금 달랐다.

-콰직!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단검을 찌른 언럭키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그의 앞에는 검은색 야행의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알폰소 형제단원 한 명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주변의 어둠이 일렁거린다.

언럭키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그 어둠 속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기에 금세 다시 은신이 발동되었다.

‘역시. 혼자서 들어온 건 완벽한 선택이었어.’

언럭키가 어둠 속 여기저기에 퍼져있는 알폰소 형제단원들을 보며 웃었다.

레벨 차이는 10개나 나지만 저들은 자신을 전혀 못보고 있었다.

반대로 자신의 시야에는 놈들이 뚜렷했고.

할 일은 그저 가까이 다가가서 단검만 찔러 넣으면 끝이었다.

-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큽….”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또 한 마리가 사라졌다.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언럭키의 은신이 풀린 틈을 노려 기습이 이루어졌다.

-캉!

-까앙!

“이거 방탄 갑옷이야 이 자식들아.”

그러나 언럭키는 태연했다.

암살자들이 무서운건 치명타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의 공격은 급소에 꽂혀 데미지가 200%로 증폭된다.

허나 언럭키에게는 훤히 보이는 공격을 슬쩍슬쩍 몸통으로 막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그래도 데미지가 있었지만, 충분히 버틸 만했다.

“가까이 와 줘서 고맙다.”

-푹! 푹!

-서걱!

오히려 접근한 형제단원들을 상대로 이때다 싶어 달라붙어 개싸움을 시전했다.

초근접전으로 들어가 단검을 마구 내지른 것이다.

레벨 차이가 많이 나봤자 놈들은 암살자이다.

방어력도 약하고 체력도 약하니, 이렇게 싸우면 숫자가 얼마든 손쉽게 이겨 먹을 수 있었다.

‘역시 암살자라는 것들은. 이래서 안 돼.’

언럭키는 히죽 히죽 웃은 채 더 열심히 놈들에게 달라붙었다.

지금의 언럭키를 보며 누가 그를 암살자라고 할까.

로버트가 함께 왔었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만한 광경이었다.

-띠링!

[레벨업!]

그 순간 언럭키의 몸에서 짧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벌써?’

언럭키조차 놀랄 만한 속도였다.

경험치바가 어느 정도 차 있긴 했었는데, 던전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레벨업을 하다니.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짜 빅드래곤 길드원들이랑 같이 들어왔으면 큰일날 뻔 했네.’

이 경험치를 나눠먹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배가 너무 아팠다.

안되겠다.

던전의 공략이 지지부진하다고 얘기하면서, 아예 죽치고 여기서 살아야겠다.

대충 65레벨을 찍을 때까지.

-푹! 콰지직!

-서걱!

언럭키가 신나서 암살자들을 학살하며 전진했다.

그의 손에 들린 사신극검이 맹활약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몬스터들과 드잡이질 했을까?

한참을 전진하던 언럭키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어라?”

손에 들고 있는 사신극검이 웅웅 거리며 진동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언럭키의 눈앞에 뜬금없이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띠링!

[‘사신’과 연관된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사신극검이 반응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사신극검의 진화’ 가 발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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