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65화 (65/218)

#065화

산 중턱에서 뻗어나오는 초록색 빛.

저게 뭔지 언럭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행운의 무지개 스킬!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필요할 때 하나씩 해주는 구나!’

조금 겪어보니 알겠다.

집사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 행운의 무지개 스킬은 무언가를 찾거나 추적하는 등의 경우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즉, 이런 난이도 높은 퀘스트를 하는데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된다는 거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 능력은 줏대 없이 발동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도와줄 때는 좋지만, 어쩔 때는 필요한데 안 나타나기도 했다.

온오프 기능이 있어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아쉬워하지 말자.’

언럭키는 고개를 저었다.

안되는 걸 억지로 바라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차라리 이 능력이 없어도 잘 할 수 있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게 바람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는 잘 해내고 있었고.

***

-띠링!

[레벨업!]

눈앞에 알짱거리는 광신도 한 명을 잡자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사냥터에 입성한지 몇 시간도 안 돼서 51레벨로 올랐다.

“레벨업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아, 로버트님. 감사합니다.”

로버트가 웃으며 건네는 축하에 언럭키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로버트님이 같이 와주신 덕분이죠.”

그가 아니었다면 이 사냥터를 전세낼 수 있었을까?

게다가 빅드래곤 길드원들은 주변을 통제만 할 뿐 사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어차피 경험치도 안 돼는 거, 뭐하러 무리해서 사냥하겠는가.

그들은 벨라를 위해 공간을 만들고 그녀를 지키는 데만 열중했다.

때문에 살아있는 몬스터들은 모두 언럭키의 몫이었다.

신나게 돌아다니며 단검을 휘두르고, 경험치를 수급하면 그만이었다.

“하하. 저야 뭐 약간의 편의를 봐준 것뿐인 걸요.”

로버트는 지난 몇 시간동안 언럭키 모르게 그를 계속 지켜봤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사람은 대어(大魚)다.’

아무리 광신도들의 마을이 난이도가 낮다고 해도 솔플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월드 사가는 애초에 파티 플레이가 기본 개념인 세계이다.

그런 곳에서 언럭키는 본인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학살하고 다녔다.

아무리 광신도들이 약하다고 해도 그 숫자가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빅드래곤 길드가 그 주변을 통제하고 있느라 몬스터의 밀집도는 더욱 높아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사냥한 것이다.

‘약하다고 해도 숫자가 깡패다. 거기를 두려움 하나 없이 혼자 들어가 학살하고 다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봐야했다.

부하의 보고 덕에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냥 장면을 계속해서 지켜볼수록 애가 탔다.

그는 그냥 인재가 아니라, 초특급 인재였으니까!

인재에도 급을 나눌 수 있다면 무조건 레전더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었고, 빅드래곤 길드로 데려오고 싶었다.

때문에 로버트는 지나가는 척 말을 꺼냈다.

“크흠. 그런데 언럭키님은 혹시 소속된 길드가 있으십니까?”

“아니요. 딱히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저희 길드로…”

“예?”

“크흠, 흠. 아닙니다. 말이 헛나왔군요.”

로버트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억눌렀다.

다짜고짜 이렇게 제안하는 건 하수나 할 짓이다.

‘언럭키님이 몸이 달아서 우리한테 오고 싶게 만들어야지.’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라. 할아버님께서 하시던 말씀 아닌가.

그걸 살짝만 바꿔, 오고 싶은 길드를 만들겠다!

로버트의 목표였다.

“그나저나 저희 빅드래곤 길드는 처음 보신 걸 텐데, 잠깐이지만 함께해 보니 어떠십니까?”

“말해 뭐 합니까. 너무 좋네요.”

언럭키의 입에서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길드 소속인건 확실히 어마어마한 장점이야.’

보아하니 그냥 친목 길드는 아니다.

길드장인 로버트를 대하는 다른 길드원들의 태도는 깍듯했다.

마치 직장 상사를 대하는 것처럼.

게다가 돈도 많았다.

어디에게 후원을 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려 광신도들의 마을을 12시간이나 빌려버렸다.

상당히 빵빵한 곳을 뒷배로 두고 있는 모양이다.

‘벨라님 한 명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 줬다는 거지.’

문득 질투심이 부글거리며 솟아올랐다.

벨라 한 명을 위해 길드 전체가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심지어 빅드래곤 길드원들은 레벨 차이 때문에 여기서는 경험치도 못 얻는데 말이다.

누구는 힘들게 혼자 사냥터 구하고 싸워야지 레벨업 하는데, 누구는 옆에서 다 떠먹여 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세상. 대장장이만 칭송받는 더러운 게임!

“맞습니다. 제 길드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빅드래곤 길드는 가능성이 있죠. 아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1티어 길드에 들어갈 겁니다. 그 후에는 최고가 될 거고요.”

로버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확신을 들게 했다.

그가 언럭키를 바라봤다.

“언럭키님도 원하신다면 저희 길드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하…. 일단 지금은 어디 소속될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사실, 지금쯤이면 몇몇 길드에서도 언럭키를 주목하고 있었다.

미튜브 채널에 적혀있는 메일로 영입 제안도 온 것이다.

그러나 갈 수 없었다.

‘아직까지 나는 머니앤캐시 소속이니까.’

5억의 빚을 갚기 전까지는 족쇄에 묶인 상태이다.

게다가 그 후에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한 언럭키였지만, 지금은 동료들이 생겼다.

총괄 PD 역할을 해주고 있는 컵라면, 편집을 해주는 이용승, 자산과 세무 관리를 해주는 박세훈 등.

길드에 들어가면 길드의 규칙을 따라야할 텐데, 그들까지 함께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책임감 없이 그들을 버리고 혼자 잘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군요.”

로버트가 약하게 한숨을 폭 쉬었다.

그렇게 말하니 더욱 갖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러날 때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더 얘기한다고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무언가 사정이 있나 보군.’

그는 아쉽게 혀를 차며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벨라님의 철목 채집이 끝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요? 예상보다 빠르네요?”

“네. 원래는 12시간쯤 걸릴 거라고 봤는데, 몬스터 통제가 잘 되어서 작업이 빨라졌습니다.”

그 통제가 잘 된 데에는 빅드래곤 길드원들이 노력한 것도 있지만, 언럭키 덕분이기도 했다.

그가 쉴 새 없이 날뛰어줘서 몬스터들을 막는 데 품이 덜 들었다.

그 결과 통제 범위를 넓혀, 철목 수집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저희는 이쯤에서 철수할까 합니다. 경험치도 못 얻는 데 더 있어 봐야 시간 낭비이니까요. 언럭키님은 어쩌실 겁니까?”

“저는….”

“사냥터 대여 시간이 환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더 계시다 오셔도 됩니다.”

“정말요?”

“네.”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한 명만 남겨서 솔플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같이 빠져나오는 게 맞지만…

‘이 사람이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런 걱정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남자.

그게 로버트가 보는 언럭키였다.

“그러면 호의를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언럭키가 활짝 웃었다.

‘빅드래곤 길드. 진짜 좋은 곳이잖아?’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빅드래곤 길드원들과 벨라가 사냥터를 떠났다.

그녀는 같이 안가냐는 듯 머뭇거렸지만, 행복한 얼굴로 사냥터에 남는 언럭키를 보며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잘됐군.’

이제 유저라고는 자신밖에 없는 사냥터를 보며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행운 능력이 보여주는 장소로 어떻게 하면 의심받지 않고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저 쪽에서 먼저 나가줄 줄이야.

“뚝배기!”

-콰직!

언럭키가 휘두른 단검에 광신도 한 명이 쓰러졌다.

“이 쪽으로 가면 있을 것 같다고?”

“예. 제 촉은 꽤 잘 맞습니다.”

“허허. 하긴. 전장에서 그런 놈들이 있긴 했지. 이상하게 감이 좋은 녀석들.”

정보원 헤탄은 두 말 않고 언럭키를 믿고 함께 움직였다.

지금껏 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언럭키이다.

그 덕에 호르헤른 가문에 신뢰도를 쌓았고, 헤탄도 그런 언럭키를 전폭적으로 믿어 주었다.

그때부터 언럭키는 광신도 처치가 아니라 빠른 이동에 중점을 뒀다.

저 수많은 경험치들을 다 잡지도 못하고 움직이려니 피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라. 사냥은 퀘스트를 깬 후에 해도 된다.’

광신도의 마을은 원래라면 이렇게 마음껏 활개치고 다닐 만한 장소가 아니다.

인기가 하도 많아서 들어오기도 힘들고, 왔다 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가야 된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우선 초록빛이 흘러나오는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이었군. 이런 장소가 있었다니.”

헤탄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산 중턱에서 동굴을 발견했다.

꽤 큰 동굴이지만 나뭇잎 등으로 위장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그냥 봐서는 모를 만한 장소였다.

안에 들어가 보니 명백히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였다.

“발자국의 깊이나 숫자를 보면, 최근까지도 여럿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군. 베키님이 말씀하신 종교 집단이 여기 있을 확률이 높겠어.”

헤탄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흔적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놀란 표정으로 언럭키를 쳐다봤다.

“베키님이 먼저 보낸 편지에 보면 자네가 굉장한 인재라고 그렇게 칭찬을 많이 하시던데. 그 이유를 알겠군.”

“과찬이십니다.”

헤탄이 껄껄거리며 웃자 언럭키 역시 기분이 좋았다.

이러나저러나 퀘스트의 주체는 헤탄이다.

좋게 보인다면 뭔가 꿀 하나라도 더 떨어지지 않겠는가!

“들어가 볼까요?”

“그러지.”

두 사람이 동굴 내부로 전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신도들을 마주쳤다.

그들은 바깥에서와 전혀 반응이 달랐다.

“헛! 외, 외부인이 어찌 이 신성한 곳에…?”

원래라면 이단이니 뭐니 하면서 눈에 핏발이 선 채 달려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정상인처럼 침입자를 꺼린 것이다.

그 반응에 둘은 확신했다.

“제대로 된 곳을 왔나 보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언럭키가 번개처럼 쏘아져나갔다.

-푹푹푹푹!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손에서 쏘아진 단검이 광신도들을 헤집었다.

마치 축구선수가 화려한 드리블을 하듯, 놈들 사이를 비집고 다닐 때마다 한 명씩 픽픽 쓰러졌다.

그러다가, 바깥과는 달리 제대로 된 놈이 나타났다.

“감히 이단들이 어디까지 들어올 생각이냐!”

평범한 광신도들은 낡은 평상복을 입었었는데, 그들과 달리 치렁치렁한 주례용 복장을 차려입은 제대로 된 놈이었다.

[리바 델 레이 수련생]

-레벨 : 56.

언럭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벨 56짜리….’

평범한 광신도들의 레벨 분포는 50~55 사이인데, 명백히 한 단계 높은 놈이었다.

‘잘됐군. 경험치를 더 많이 주겠어.’

언럭키에게는 더 큰 밥상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헤탄이 슬쩍 그를 쳐다봤다.

“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적 같은데, 도와줄까?”

“괜찮습니다.”

언럭키가 정색하고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바깥에서 놓치고 온 경험치들이 많았건만, 여기서라도 뽕을 뽑아야 했다.

“살신성인하는 그 태도…. 왜 벨라님과 호르헤른님께서 자네를 믿는지 알겠군.”

헤탄이 감탄했다.

“전장에도 자네처럼 솔선수범하는 놈들이 있었어. 정말 명예로웠지!”

-띠링!

[전장의 베테랑 헤탄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명예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언럭키는 깜짝 놀랐다.

‘이게 웬 횡재냐!’

이런 걸 노린 건 아니었지만, 헤탄이 뭘 바라는 지는 알겠다.

“제가 앞길을 뚫겠습니다!”

경험치를 위해서라도, 명예를 위해서라도 더 나서야겠다.

-쾅!

-푸푹!

갑옷을 믿고 적에게 부딪쳐 전열을 흩뿌린 다음, 언럭키의 단검이 놈들을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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