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61화 (61/218)

#061화

이한영은 이제 언럭키의 영상 총괄 PD(예정)이다.

“후우. 진정하자. 침착해 한영아.”

그렇기에 매번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되었다.

미튜브에 영상을 업로드 하기 직전.

분명 이건 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기 전에는 모르는 것 아닌가.

“무려 인스턴트 던전에서 1위 한 영상인데. 무조건 뜨지.”

그래. 뜨기야 뜰 것이다.

과연 얼마나 뜨냐가 문제였지.

중박이냐, 대박이냐, 아니면 초대박이냐.

영상 최초 공개 이전, 댓글창만 보면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언럭키처럼 초보에 유명하지도 않은 스트리머의 영상 치고 굉장히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리고 막상 최초 공개가 되자 이한영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초대박이다!”

[실시간 시청자 수 : 2421명.]

초대박.

가파르게 상승하는 영상 조회 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까지의 영상 기록들을 전부 깨부쉈다.

심지어 저 실시간 시청자 숫자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영상이 끝날 때쯤에는 얼마나 될까?

또 나중에 집계될 누적 조회 수는?

심지어 채팅 창의 반응까지 훌륭했다.

하나같이 경악한 반응들이 이어진다.

이한영이 히죽 미소 지었다.

영상이 끝난 후에도 이 기세는 쉽게 식지 않았다.

월벤으로 옮겨간 시청자들이 언럭키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팬도 있고 안티도 있었는데,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그 둘이 합쳐져 화제가 되는 것이니까!

그 결과, 영상 조회 수뿐만 아니라 언럭키 채널의 구독자 수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래. 쭉쭉 올라라. 쭉쭉!”

이한영은 도무지 입꼬리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잘 하고 있던 스트리머를 포기하고 언럭키의 PD로 들어간 것은 나름 도전이었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테지만 약간의 불안함은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게 매번 잘 되기만 한다.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월벤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제목 : 방금 공개된 언럭키 영상 봤냐? 입 아프게 두 번 안 말한다. 일단 보고 와라.]

영상이 공개되고 난 후에도 끊임없이 그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러모로 흐뭇한 상황.

‘잠깐만. 이럴 때가 아니지.’

이한영은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지금 기분에 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뭘 해야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참에 아예 비축해 놨던 영상까지 다 올려야겠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이 있다.

이번 영상은 탑랭커인 ‘피바라기 광전사’ 덕에 조회 수를 빨아먹는 감도 있다.

아마 다음 영상부터는 다시 옛날 조회 수로 회귀하겠지.

그래서 이한영은 미리 만들어 둔 영상까지 꺼냈다.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머드 골렘의 영토에서 암살자가 혼자 싸우는 법]

[24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도록 하루의 텀을 뒀다.

가장 관심이 뜨거울 때 기름을 부운 격이다.

<어? 뭐야? 언럭키 영상 또 올라와?>

<미친. 여기 편집자 열일하네?>

<크 취한다! 바로 이거지! 일해라 노예…아니 편집자야!>

<더! 더! 나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한 10편쯤 올려달라고!>

<24시간 말고 당장 지금 올려 주시면 안 될까요??>

주기를 맞춰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이렇게 깜짝 업로드를 해 주면, 시청자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타이밍까지 완벽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주 잘 한 결정이었다.

허나 이한영의 안구에 문득 습기가 차올랐다.

“…내일 또 밤 새야겠네.”

비축 영상이 사라졌으니, 다음 번 영상을 만들기 위해 또 죽어라 굴러야겠다.

충동적으로 움직인 건 좋았지만, 그 결과 역시 본인이 책임을 져야겠지.

그 생각을 하니 절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

언럭키의 이번 영상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다.

좋든 실든 그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이 유명세를 노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녀석. 요즘 초보자 중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것 같은데?”

“형님보다 잘 나가다니. 싸가지 없네요?”

월드 사가는 돈이 된다.

어느 정도 유명해지면 버는 수입은 어마무시하고, 랭커라도 되는 순간 단위가 달라진다.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연예인의 자리를 월드 사가 탑랭커들이 먹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하려고 하는 자들이 많았다.

필요하다면 남을 공격해서라도!

“이 놈. 지금 네르센에 있는 거면 다음 도시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에릭과 헤럴드.

두 형제가 있는 장소는 도시 ‘텔르흐렌’ 이다.

네르센 다음의 도시 중 하나.

운 좋다면 언럭키가 여기로 올 수도 있었다.

“형님. 이 녀석 저희가 처리할까요?”

“유저 사냥을 하자고?”

헤럴드의 제안에 에릭이 살짝 찜찜한 어조로 되물었다.

“괜히 페널티만 생길 수도 있어. 너도 알잖아. 우리 지금 약간 위험한 거.”

월드 사가는 RPG 게임답게 유저간의 PK도 자주 일어난다.

보통은 서로 합의하는 결투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무작정 습격하기도 한다.

허나 그렇게 되면 카르마 수치가 상승하고, 카르마 수치가 높을수록 도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출입 불가부터 경비에게 잡혀서 감옥으로 압송되기는 등.

유저에게는 끔찍한 형벌들이다.

그렇기에 어지간해서는 습격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형님. 어차피 PK 한두 번 정도로는 카르마 수치가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대신에 생각해보십시오. 요즘 꽤 유명한 놈인데 이 녀석을 우리가 조져버리고 그 영상을 찍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관심 하나는 제대로 받겠지.”

“바로 그겁니다!”

헤럴드가 짝 하고 손뼉을 쳤다.

큰 꿈을 품고 월드 사가를 시작한 두 형제이지만 지금까지는 잘 풀리지 않았다.

나름 어그로도 끌어보고 했는데 미튜브 영상은 뜨지 않았고, 레벨업은 더욱 힘들었다.

다른 방법으로 눈이 돌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 녀석.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암살자인 것 같은데. 준비만 잘 하면 쉽게 담궈버릴 수 있을 겁니다.”

“음….”

동생인 헤럴드는 다혈질적인 기질이 있고 형 에릭은 그나마 냉정한 편이다.

두 형제는 사실 지금껏 남몰래 PK 몇 번을 한 적이 있었다.

카르마 수치 관리를 잘 하고 있어서 문제는 없었지만, 계속 하다가는 진짜 큰일이다.

그렇기에 보통 에릭은 동생의 급발진을 막아 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괜찮은 방법 같구나 동생아.”

“그렇죠? 역시 형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에릭 역시 동의했다.

욕심 때문이었다.

한참 뜨고 있는 언럭키를 자신들이 잡는다면. 그것도 아주 쉽게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카르마 수치쯤은 무시하고 해 볼만 했다.

“탱커도 아니고 암살자이니, 준비만 잘 해서 기습하면 10초도 안 돼서 죽일 수 있을 거야.”

두 형제는 상상했다.

언럭키를 사냥하고 그 영상을 미튜브에 올린다면 얼마나 화제가 될까?

모르긴 몰라도 최근 언럭키의 유명세를 싹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준비할까요? 텔르흐렌에서 함정을 파고 기다리면…”

“잠깐만. 그런데 그 놈이 텔르흐렌으로 안 오면 어떻게 하지?”

“아….”

헤럴드가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우리가 네르센으로 돌아가자.”

“예? 게이트 이용 비용이 꽤 나올 텐데요?”

레벨을 달성하고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건 공짜이지만, 거꾸로 돌아가려면 골드를 지불해야했다.

그럴 경우에 가격이 꽤 비쌌는데, 거리가 멀수록 금액은 더욱 커졌다.

두 형제에게는 도시 한 개 정도의 거리도 크게 느껴졌다.

“이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괜히 놈이 텔르흐렌으로 오지 않으면 허탕만 치는 거잖아.”

“으음…알겠습니다. 가진 돈 박박 긁으면 게이트 정도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가보자! 워프 게이트 앞쪽에 함정 깔아놓고 대기 타자고.”

***

언럭키가 레벨 50까지 달성하는 건 금방이었다.

일단 사냥터가 너무 좋았다.

영주성 뒤편이라 다른 유저는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인데, 기사들도 없었다.

혼자서 전세 낸 장소였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눌러 살고 싶을 정도야.’

허나 50레벨을 찍은 이상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퀘스트도 해결해야하니 슬슬 다음 도시로 건너가는 게 맞았다.

그렇게 언럭키가 조용히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오, 여기 계셨군요. 마침 찾아뵈러 가려고 했는데 잘 됐습니다. 영주님이 찾으십니다.”

“?”

기사 핸더슨과 딱 마주쳤다.

그는 웃는 낯으로 언럭키를 영주의 집무실로 끌고 갔다.

‘어….’

언럭키는 곤란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의도치 않은 거짓말 때문에 영주는 영 만나기 까다로운데.

영주성 숲을 썼으니 안 만나기도 그렇고, 영 불편했다.

“경. 오셨습니까.”

어린 영주는 언럭키를 만나자마자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며 그를 반겼다.

“제가 요즘 워낙 바빠서 이제서야 경을 부르는군요.”

“괜찮습니다.”

언럭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아닌 말로, 영주는 못 본 사이에 상당히 수척해졌다.

“집사를 심문하고 그가 하던 일을 메꾸는 중인데, 굉장히 어렵더군요. 사실 지금도 너무 정신없습니다. 그나마 경이 떠나기 전에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낸 것이죠.”

그 시간. 안 내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언럭키는 생각을 숨기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영주님.”

“제가 딱히 더 해줄 건 없고, 혹시 언제 도시를 떠날 생각인가요?”

“사실 지금 떠나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요.”

“이런. 하마터면 못 볼 뻔 했군요. 제가 다른 건 못해드려도 병사들로 하여금 배웅은 해 드리겠습니다.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어….”

거절해 보려 했지만 영주는 무작정 배웅을 해 주겠다며 억지를 부렸다.

결국 영주와 그의 병사들과 함께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워프 게이트까지 함께 따라왔다.

게이트 앞은 한산했다.

원래는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유저들로 붐벼야 하는데, 영주가 행차하면서 거리가 통제된 것이다.

오직 언럭키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 앞에 병사들이 절도 있는 모습으로 사열했다.

‘부담스럽군.’

언럭키가 어색하게 웃으며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어쨌거나 네르센에서의 볼일은 이걸로 끝이다.

‘음?’

그 순간이었다.

언럭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게이트 뒤편으로 향했다.

-띠링!

[은신 간파(MAX)가 발동됩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은신한 채 이 쪽의 눈치를 보는 사람 두 명이 있었다.

‘암살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언럭키가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자 핸더슨의 시선도 거기로 같이 향했다.

감찰 기사인 그는 언럭키만큼은 아니더라도 은신을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 역시 숨어 있던 암살자들을 발견했고, 크게 기함했다.

“누구냐!”

그 말에 병사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핸더슨이 손을 들어 가리켰다.

“잡아와라!”

발각된 이상 은신은 풀린 지 오래.

병사들이 다가가 두 사람을 끌고 왔다.

그들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저희는 영주님을 공격하려고 한 게 아니라….”

“닥쳐라! 간도 크게 감히 영주님을 노릴 생각을 하다니. 당장 감옥으로 압송하라.”

“아닙니다! 진짜 아니에요! 저희는 영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노리려 했단 말입니다!”

“뭣이? 아예 테러를 저지르려고 한 건가! 아주 악질인 놈들이구나. 당장 끌고 가!”

핸더슨이 씩씩거리며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은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그들을 제압한 채 데려갔다.

그 뒤로 그들의 구슬픈 비명이 이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친놈들이군.’

영주 암살이나 모의하다니. 할 짓이 더럽게도 없나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