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빨로 레벨업-54화 (54/218)

#054화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어!?”

언럭키의 미튜브 채널을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일제히 알림이 갔다.

“언럭키 새로운 영상 올라왔나 보네?”

그 숫자는 꽤 많아졌다.

이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세상에는 영상을 시청하는 플랫폼이 굉장히 많았다.

송출하는 플랫폼도 가장 큰 건 미튜브였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다양했다.

당연히 스트리머나 BJ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고, 유명인은 다수였다.

특히 월드 사가가 등장하면서 스트리머들의 전성기 시대가 찾아왔다.

게임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다.

완벽한 가상 현실에는 완벽한 통역 역시 함께했다.

직업 좋고 실력 좋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팬층이 생긴다는 뜻이다.

조금만 떠도 50만, 100만 구독자는 우습게 달성할 수 있는 게 지금이었다.

물론, 그걸 노리고 들어갔다가 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99%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언럭키의 채널은 순풍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영상은, 거기에 커다란 모터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제목 : 폐광산에서 솔로 플레이.]

“폐광산?”

영상 제목을 본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월드 사가에 폐광산 지형이 어디 한두 개이겠나.

그 비슷한 곳만 해도 너무나 많았다.

다만 저레벨 구역에 빠삭한 몇 명은 여기가 어딘지 알아챘다.

<언럭키가 인스턴트 던전 1위 먹은 게 네르센이잖아. 그러면 네르센의 폐광산 아닐까?>

<오, 맞네.>

최초 공개 영상은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었는데, 거기서 폐광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몇 명 나왔다.

<그런데 그 폐광산. 개떡 같은 사냥터 아님? 내 기억에는 그런데.>

<ㅇㅇ. 아주 엿 같은 사냥터임. 얼마나 엿 같은지 저레벨 지역 사냥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서서 들어가는 게 보통인데, 저긴 텅텅 비어있음.>

<아…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쓰레기같은 데인지 알겠다.>

가끔씩 그런 데가 있었다.

난이도 설정을 이상하게 해 놔서 유저들이 기피하는 사냥터.

괜히 들어갔다가 죽어서 24시간 접속 불가에 아이템 떨굴 바엔, 좀 기다리면서 안전하게 사냥하는 게 낫다.

물론 그게 싫어서 도전했다가 줄창 죽어나가며 악명을 쌓는 게 보통이지만.

게다가 특이한 점은 또 있었다.

<어라? 언럭키 무장 바꼈네?>

현실에서는 암살자가 된지 꽤 되었지만 미튜브 영상에서는 드디어 공개되었다.

이전까지 장검을 들고 사냥하던 언럭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하자는 거야 저거?>

<혹시 개그 같은 거 아닐까? 단검으로 좀 까불다가 나중엔 다시 장검 꺼내는 거지.>

<그런 한 물 간 개그를 누가 재밌다고 하겠냐.>

그러나 영상이 진행되면서 곧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언럭키의 단검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푹! 푹!

어둠 속에서 은신한 채 전진하는 그를 폐광산의 몬스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단검의 칼날일 한 번 번뜩일 때마다 몬스터들이 픽픽 죽어나갔다.

<뭐, 뭐야 저거!>

<왜 이렇게 잘 싸워?>

검사로서 싸우던 방식이 아니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언럭키는 폐광산의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오는 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언제부터 월드 사가가 저렇게 여러 무기를 다룰 수가 있었냐?>

<단순히 무기만 바뀐 게 아니야. 사냥 방식이 완전히 암살자로 변해버렸잖아!>

<마치 직업이 변한 것 같다고!>

검사인 줄 알았는데 암살자의 능력까지 쓴다?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럴 수 있다.

월드 사가는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미지에 쌓인 게임이었다.

출시한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그 끝이 어디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새로운 도시와 직업이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데, 언럭키의 특이한 모습 역시 알 수 없는 직업의 하나로 보면 그만이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있었다.

최소 유니크. 어쩌면 레전더리 등급의 직업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라는 것!

<단순히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직업부터 넘사벽이었네.>

<네리즈 기록을 깬 이유가 있었구만 ㄷㄷ.>

언럭키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폭증했다.

도대체 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걸까!

진실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약간 감추는 것은 사람을 신비롭게 만들어 주었다.

호기심에 언럭키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도, 이번 일로 진성 팬층으로 꽤 많이 유입되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의문을 제시했다.

<그러고 보니, 왜 닉네임이 언럭키일까?>

<그러게? 저런 직업이면 운이 겁나게 좋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들 기만하려고 하는 건가…?>

컵라면이 느낀 의문을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머드 골렘의 영토에서 레벨 2개를 올리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에 컵라면이 합류하느라 시간을 보냈는데도 그렇다.

다만 레벨 40을 달성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바로 퀘스트를 받아도 되기는 하나, 그랬다간 로그아웃 시간이랑 겹쳐 맥이 끊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언럭키는 깔끔하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에 베키를 찾아갔다.

“어서오십시오 언럭키님. 정말로 일찍 돌아오셨군요.”

“예. 그래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베키는 언럭키를 살짝 살펴보더니 나지막이 감탄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약간 부족해 보이던 부분들도 완벽하게 보완해서 오셨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베키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번에 드리려던 부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베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언럭키 역시 경청했다.

“지난 며칠간, 저는 언럭키님께서 넘겨주신 그 놈의 심문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에는 입을 꽤나 다물더만, 나중에는 술술 불었지요.”

“아, 음. 그렇군요.”

순간 지하실로 끌려가던 그 보스몹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 되었나요? 쓸 만한 정보가 있었나요?”

“예. 갑옷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면서, 놈들의 정체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언럭키님은 고대의 역사에 대해 잘 아시는지요?”

“아뇨.”

언럭키가 고개를 저었다.

현실의 역사도 잘 모르는데 게임 속 역사를 알 리가 없었다.

“쉽게 말하면 이 놈들은 고대의 어떤 초월자를 추종하는 세력입니다. 상당히 사악했던 존재라고 나오죠. 뭐, 사실 이런 세력은 지금껏 아주 많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잡았으니 해결된 겁니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베키가 한숨을 쉬었다.

“언럭키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띠링!

[연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퀘스트 등급 : 유니크.]

[퀘스트를 수행하시겠습니까?]

[Y/N]

“말씀만 하시죠!”

언럭키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레벨 제한을 맞춰서 그런지, 퀘스트 등급까지 보였다.

유니크 등급.

이전에 했던 레전더리에 비해서는 한 단계 떨어지지만, 이게 어디인가.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면서 받아들여야 했다.

“듣지도 않고 받아들여주신다니. 역시 언럭키님은 정의감이 투철하시네요.”

베키가 싱긋 웃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이번 의뢰는 조금 위험하거든요. 저희는 이 추종 세력이 도시의 귀족과 결탁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영주의 집사와 관련이 되어 있어요.”

“…예?”

언럭키가 멈칫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 영주의 집사 조사]

-퀘스트 등급 : 유니크.

-퀘스트 설명 : 폐광산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들은 고대에 존재하던 사악한 초월자의 추종자들이었다. 놈들은 심문해 본 결과 뒷배가 있었는데, 영주의 집사를 지목했다. 집사에 대해 조사하자.

-퀘스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베키의 보답.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누굴 조사하라고…?’

언럭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

‘에휴.’

베키의 집 바깥으로 나온 언럭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거 아주 잘못 걸린 거 같은데.’

유니크 퀘스트라는 말에 눈이 돌아가서 덥석 받아들인 게 실수였다.

설마 도시 귀족. 그것도 영주의 집사를 조사하라니.

하나의 도시 전체를 관장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자가 영주였다. 다른 귀족들의 힘도 물론 막강하긴 했지만, 그런 귀족들 여럿이 합쳐도 영주의 권력에는 못 미쳤다.

호르헤른 가문도 귀족이긴 하지만 영주와는 급이 다르다.

그런 영주의 집사라면 영지 내부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오른팔이었다.

실제로 권력도 굉장해서, 영주를 제외하면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위치에 있었다.

도시의 2인자라는 뜻이었다.

‘그런 집사를 조사하라니. 잘못 걸리면 그냥 게임 아웃인데.’

도시 내 권력 2인자는 잘못 건드리면 끝이다.

게임이라고 무시할 게 못된다.

진짜로 하나의 세계 같은 월드 사가이기에, 도시 귀족들은 사병을 이용해 유저를 압박할 수 있었다.

죽이는 건 물론이고 감옥에 가둘 수도 있었는데, 한 번 갇히면 로그아웃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

꼼짝없이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이 팍팍한 언럭키 입장에서는 삶이 끝난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물론 갇힌 후에 기발한 발상으로 탈옥하는 미튜브 영상도 있긴 하지만…

‘그게 쉬웠으면 개나 소나 탈옥하지.’

그렇기에 귀족은 건드리기 무서운 상대였다.

‘그렇다고 퀘스트를 포기할 수도 없고, 이걸 어쩐다….’

여기까지 계속 연계 퀘스트를 해왔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나.

끝까지 가면 도대체 어떤 보상이 있을지 궁금해서라도 포기하기 싫었다.

당장 이번 퀘스트 보상만 해도 상당히 괜찮았다.

막대한 경험치와 베키의 보상.

퀘스트 창에서부터 막대하다고 얘기해 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준다는 걸까?

게다가 호르헤른 가문의 심복인 베키의 보상 역시 쏠쏠할 것이다.

언럭키는 한참을 이 퀘스트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후우.”

그는 기분 전환을 할 겸 억지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렸다.

“상태창.”

-띠링!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40.

힘 : 93(52+41)

체력 : 101(54+47)

민첩 : 79(52+24)

마력 : 65(46+19)

신성력 : 60(46+14)

-자유 분배 능력치 : 0.

레벨 40이 되면서 생긴 능력치를 분배한 최종 상태창.

‘흐흐. 도대체 이게 몇이냐.’

그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상태창을 열어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레벨 40.

월드 사가를 플레이하는 사람들 눈에는 아직도 초보자로 보일만한 레벨이다.

하지만 그 세부 능력치는 뜯어볼수록 감탄이 나왔다.

올마스터라는 직업 특성상 모든 능력치에 공평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주력 능력치들이 어마어마했다.

심지어 체력 수치는 100을 넘어섰다.

동레벨의 잘 키운 탱커도 아니고, 현재는 암살자인 언럭키가 말이다.

‘이걸 찍어서 미튜브에 올리면 조회 수 꽤나 빨아먹을 수 있을 텐데.’

물론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스펙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깠다가 혹시 모를 저격이 생기면 어떡하겠는가.

게다가 너무 다 밝혀버리면 질투심에 미친 안티들까지 등장할 수도 있었다.

너무 조회 수만 추종하는 게 아니라, 뭐든지 적당한 게 좋다.

상태 창을 다시 닫은 뒤, 언럭키가 도시 내부를 거닐었다.

저 멀리 영주성이 보였다.

명예 수치가 어느 정도 올라간 언럭키였지만, 그런 그조차도 영주성은 접근 불가의 영역이었다.

집사를 캐보려면 일단 저기에 가야할 텐데…

“응?”

그 순간이었다.

언럭키의 ‘눈’에 그림자 사이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복면인 2명이 보였다.

-띠링!

[은신 간파(MAX)가 발동됩니다.]

전설적인 암살자이자 레전더리 직업 ‘사신’.

그게 지금의 언럭키였기에, 다른 암살자의 은신 정도는 쉽게 간파했는데,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행운의 무지개 능력이 왜 지금…?’

은신해서 움직이는 암살자들의 주위로 초록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무려 4번째에 해당하는 등급.

‘저 놈들이 뭔데?’

스스로 되물어 보았다.

딱 봐도 수상한 놈들이기는 하다.

고민하던 언럭키는 복면인 둘을 조심스럽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초록빛도 보이고 있었고, 저런 놈들이 도시에 이로울 리가 없었다.

혹시나 잡아간다면 도시의 치안에 공을 세웠다고 영주성에 어떻게 입장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가능성이 높진 않았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그들은 빈민가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한참을 나아가던 그들이 멈춘 곳은 어느 좁은 골목 내부.

그림자가 져서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그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기사 핸더슨. 너는 선을 넘었어.”

“감찰 권한이 있다지만 너무 설치고 다니니 이런 꼴을 맞는 것 아닌가.”

복면인들 앞에는 배에 칼을 맞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기사 한 명이 있었다.

이미 한바탕 했는지 주변에는 시체가 여러 구 있었다.

승자는 기사였지만, 그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더 이상 저항 능력이 없어 보였다.

기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복면인들을 쳐다봤다.

“크윽…감히…영주의 감찰 기사를 노리다니. 집사 그 녀석이 시키드나! 자기를 더 조사하지 못하도록 꼬리를 자를 셈인가?”

“무슨 말을 하든 공허한 외침이다. 얌전히 죽어라.”

복면인들은 감찰 기사의 말을 무시한 채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크으으….”

기사는 억울하다는 듯 도저히 눈을 감지 못했다.

그리고.

‘가만있어 봐. 이게 무슨 상황이야?’

뒤편에서 언럭키가 흥미로운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