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화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어? 영상이 또 올라왔네?”
언럭키의 채널 알림 신청을 해 놓은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좀 의아했다.
“바로 어제 영상이 등록됐는데, 하루 만에 또 올라왔다고?”
최근에는 채널을 새로 만들어 이주하는 이슈가 있어서 거의 열흘 넘게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 전에도 텀이 짧은 편은 아니었다.
헌데 하루 만에 새롭게 영상이 올라오다니.
“잘됐네. 안 그래도 이번에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되나 걱정했는데.”
거의 모든 시청자는 이 같은 사실을 반가워했다.
이유를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영상 플레이를 눌렀다.
“어?”
다만 이번에는 초반부가 조금 특이했다.
-언럭키 그놈 그거. 거품이라니까?
-솔직히 좋은 직업 덕분에 개꿀빠는 거지 뭐.
-뭔지는 몰라도 내가 그런 직업 가졌으면 훨씬 더 잘 나갔을 수도 있었을 걸?
-오크도 겨우 3마리, 4마리 이런 식으로 깔짝깔짝 상대하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지금 랭커들을 봐라. 걔네들 초창기 때 보면 지금의 언럭키는 게임도 안 돼.
월벤에 있는 언럭키에 대한 험담과 악플들.
그것들이 편집해서 우스스 올라오고 있었다.
언럭키의 팬이자 애청자 중 하나.
김동엽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들은.”
언럭키가 직업빨?
물론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랭커나 유명 스트리머 중에 직업빨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 역시 다 직업빨이었으며 돈빨 아이템빨 스킬빨 등등.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언럭키에게만 저런 악플이라니.
물론 김동엽은 그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갔다.
“초보자가 자기보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까 질투하는 거네.”
월드 사가는 이제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전 세계 플레이어가 10억이 넘었고, 하루 자고 일어날 때마다 신규 가입자는 매일같이 폭증했다.
이제는 반쯤 새로운 사회가 된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며, 위에 서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겨우 레벨 20 언저리 밖에 안 된 언럭키가 치고 올라오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성이 덜 된 놈들이다.
“이런 애들한테는 이렇게 대응하면 안 되는데.”
괜히 관심 주면 신나서 더 활개 치는 놈들이 악플러들이다.
철저히 무시하고, 선을 넘는다 싶으면 고소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걸로 영상까지 만들다니.
김동엽은 혹시나 이것 때문에 언럭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까 봐 걱정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이렇게 휘청거리는 걸 두고 보기 싫었다.
물론.
“오. 이번 건 액션캠이네?”
그건 김동엽이 언럭키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드는 걱정이었다.
오크의 숲.
레벨 18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유저들이 파티를 맺고 사냥하는 곳.
상대하는 법이 나쁘지 않고 경험치도 쏠쏠하며 몬스터 숫자도 많은지라 인기가 많은 사냥터였다.
이번 영상은 1인칭 액션캠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든 대신, 훨씬 더 생동감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박. 사박.
언럭키가 조심스럽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
김동엽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를 저렇게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 역시 월드 사가를 플레이하는 유저였고, 오크의 숲을 겪어봤다.
과거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크는 광전사 같은 놈들이지만 숲 속에서는 기습도 할 줄 아는, 아주 지랄 맞은 녀석들이었다.
잘못했다가는 포위당해 파티 통째로 잡아먹힐 수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언럭키는 혼자.
화려한 스킬이 아니라 검술로만 상대하는 그이기에, 포위당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김동엽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영상을 봤다.
<취익! 취익!>
나무 틈 사이에서 오크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눈빛이 붉게 번들거리는걸 보니 제 발로 들어온 먹잇감에 반쯤 돌아버린 것 같았다.
-촤악!
언럭키의 검이 번개처럼 놈을 훓고 지나갔다.
김동엽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크! 저거지!”
빛살 같은 일격. 그러면서 핀 포인트로 급소를 공격하니 치명타가 터졌다.
워낙 공격력이 강한지라 오크는 그렇게 쓰러졌다.
<취이익!>
<죽여라!>
그러자 숲 속에서 오크들이 우수수 뛰쳐나왔다.
놈들은 언럭키를 보며 사방에서 몽둥이와 도끼를 휘둘러왔다.
“어? 어!?”
김동엽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분명 저건 영상이었는데도, 1인칭 시점이다 보니 그 다급함이 본인한테까지 느껴졌다.
-쉭!
-퍼억!
언럭키는 그 사이를 신들린 듯이 움직였다.
정확한 발재간으로 오크들의 간격을 넘나들었고,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피하며 자신의 검격은 꽂아 넣었다.
-콰직!
숲 속은 더 이상 오크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나무를 엄폐물 삼아 다구리를 피하고 한 마리씩 잡아 해치웠다.
놈들이 흥분해서 포위가 옅어졌다 싶으면 정면으로 뚫고 나왔다.
“와…진짜 개쩔잖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탄사밖에 나올 수가 없었다.
영화를 만들어도 이렇게 흥미진진할까?
심지어 이건 영화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낸 일 아니던가.
-푹!
-서걱!
결국 숲 속에서 뛰쳐나온 십수 마리의 오크들은 언럭키의 손에 모두 쓰러졌다.
<후욱. 후욱.>
언럭키가 미약하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깔끔한 사냥이라니.
전율이 느껴졌다.
-저벅. 저벅.
언럭키는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다시금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액션캠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또 다시 조금 전과 같은 장면이 반복되었다.
학살. 학살. 학살.
마치 숲 속의 오크들은 전부 없애버리겠다는 것처럼, 언럭키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와….”
영상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액션캠 영상 특성상, 아무리 화려해도 길면 지루해지고 어지럽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용승은 액기스만 뽑아서 편집했는데, 그 판단이 완벽했다.
지겹지 않고 감탄만 하다가 딱 영상이 끝나도록!
“이거 욕한 놈들 도대체 누구냐? 눈깔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김동엽은 영상 시청이 끝나자마자 월벤으로 접속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글을 썼다.
[전에 언럭키보고 직업빨 운빨 어쩌고 했던 놈들 봐라.]
-지금 새로 영상 올라왔거든? 긴 말 안한다. 일단 이것부터 보고 와라. 그 다음에 너네가 쓴 악플 대가리 박고 사과해라.
김동엽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는 ‘정말 그런가?’ 싶어서 살짝 아리까리하던 소수의 언럭키 팬들도 의기양양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언럭키님 욕하던 놈 닉네임 기억나거든? 5초 준다. 당장 튀어나와.]
[뭐? 겨우 3대1? 이건 수십 대 1로 싸워서 이긴 건데, 이건 뭐라고 할 건데?]
***
한편, 월벤이 언럭키에 대한 걸로 시끄러운 사이.
언럭키는 마지막 남은 폐광산의 몬스터.
부제와 싸우고 있었다.
-푹!
제대로 들어갔다.
언럭키는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확신했다.
어느덧 이 게임을 한 지 한 달도 훌쩍 지나갔다.
그간 혼자서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을 도살하고 다녔던가.
‘이건 무조건 치명타다.’
단순히 치명적인 부위를 눈으로 보고 공격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느낌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
확실히 암살자는 검사와 달리 그 특유의 재미가 있었다.
은신한 생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적에게 치명적인 비수를 꼽는 재미!
그렇게 날린 일격의 데미지는 오히려 검왕 시절보다 훨씬 컸다.
치명타 데미지가 높아진 것도 있고, 레전더리 단검의 성능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커헉….”
부제가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를 냈다.
언럭키가 이 공동에 들어와서 첫 일격을 날렸을 때는 이상한 방어막으로 보호했던 놈이다.
그러나 그건 일회성이었던 건지, 이번 공격은 정확하게 들어갔다.
녀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HP가 주르륵 닳는 게 보였다.
‘권사 타입이라 체력이 높지는 않군.’
물론 보스몹이니 한 방에 처치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끄, 으아아아!”
부웅!
놈은 가시 박힌 글러브 주먹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허나 언럭키는 진작에 몸을 뺀 상태였다.
보스몹이라도 일정 데미지 이상의 치명타를 먹이면 잠시 몸이 굳는다.
그 틈에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내 갑옷! 갑옷 내놔라 이 도둑놈아!”
부제는 치밀어 오르는 고통도 무시한 채 달려들었다.
악에 받친 목소리하며 눈빛은 겉으로 볼 때 위압적이었다.
허나 언럭키는 속지 않았다.
차분하게 보니 놈의 빈틈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스몹일지라도 흥분하면 패턴이 뻔해지는군. 사람이랑 똑같아.’
어쩌면 녀석의 성격일수도 있겠지만, AI 자체가 그렇게 디자인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강해 봐야 그러면 뭐하겠는가.
이미 흐름은 이쪽으로 넘어왔다.
녀석을 쓰러트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뭐. 그만큼 이 갑옷이 소중하다는 것이기도 하겠지.’
처음에는 진짜 대장처럼 침착하게 언럭키를 상대했던 놈이다.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레전더리 갑옷.
이걸 도둑맞은 시점부터 녀석의 눈이 돌아갔다.
언럭키도 궁금했다.
이제 막 발굴한 터라 상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도시의 대장장이에게 들고 가 복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퀘스트 보상으로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었는데. 보너스로 하나 더 얻다니. 진짜…’
호르헤른님.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갓갓헤른님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정말 위대하신 분이다.
머릿속으로 잡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전투는 점점 진행되었다.
어느덧 부제의 몸에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HP는 간당간당하게 떨어졌다.
“크헉, 허억….”
놈은 이렇게 위기에 처한 지금에서야 상황 파악이 된 것 같았다.
슬슬 눈빛이 돌아왔고 황소처럼 달려오던 모습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역으로 언럭키가 달려들었다.
“아, 암살자가 무슨…!”
당황한 부제가 주먹을 뻗었다.
완벽히 피하는 건 불가능해서, 한 쪽 어깨를 내어 주었다.
한 방 맞자 HP가 확 줄었지만 이 정도는 버틸 만하다.
그 상태로 언럭키는 사신극검을 놈의 심장에 꽃아 넣었다.
-푹! 푹! 푹!
무려 3번이나.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데미지 300% 상승!]
.
.
원래도 간당간당한 HP였는데 거기에 치명타가 수두룩하게 터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 이제 눈앞에 다 왔건만….”
부제는 억울한 듯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띠링!
[폐광산의 악의 조직을 소탕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의 숨겨진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스 몬스터 ‘부제’를 도시의 있는 정보원, 베키에게로 데려가십시오.]
주르륵 나타나는 메시지.
[레벨업!]
보스 몬스터 사냥 경험치까지 정산되자 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번쩍였다.
언럭키가 히죽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부제의 억울하다는 목소리 따위, 남아있지 않았다.
‘빨리 돌아가야겠다.’
퀘스트 완료부터 갑옷 복구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