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화
성강호 팀장.
한때는 여의도 금융권에서 굉장한 인재로 불렸으며, 지금은 대부업체의 팀장으로 지내는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계약이고, 가장 싫어하는 건 계약 외적인 것이다.
월에 천만 원씩 빚을 갚는 것.
거기에 성 팀장이 이런저런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커미션 5%씩 떼어 주기.
백현과 맺은 계약이다.
그는 언뜻 보기에 깔끔하게 거래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성 팀장이 앉은 채로 다리를 꼬았다.
“백현 씨. 당신과 제가 맺은 계약은 수익의 5%를 커미션으로 떼어 주는 거였죠.”
“네.”
“그러면 물어보죠. 이번 달 당신의 수익이 고작 1000만 원이었습니까?”
“…….”
백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젠장.’
당연히 아니었으니까.
이번 달 수익?
상당히 쏠쏠했다.
미튜브 정산 수익이 꽤 괜찮았고, 보스몹을 잡고 얻은 레어템 몇 개를 판 금액, 그리고 던전을 판 수익까지.
3천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웃긴 건, 그래봤자 지금 백현의 손에 쥔 돈은 없다는 것이다.
‘무슨 모래성 무너지는 줄 알았지.’
몇 천만 원이라는 돈은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쓰는 데는 한 순간이었다.
‘대가의 검술’ 스킬을 사고, 오크의 숲을 비롯한 사냥터 이용권을 구하는 등.
쓰다 보니 수익에 비해 남아있는 건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싹싹 끌어모으면 성 팀장에게 5%를 떼어 줄 정도는 충분히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번 달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 달도 천만 원의 빚을 갚아야하고, 커미션을 떼어 줘야 하며, 결정적으로 월드 사가에서 또 돈을 써야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월드 사가가 아니라 돈 먹는 하마라고 이름 지어도 되었겠어.’
아무리 초반부 도시라고 해도, 돈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
사냥터를 구하는 것도 돈, 아이템을 잘 맞추는 것도 돈, 좋은 스킬을 얻는 것도 돈…
돈, 돈, 돈이다.
물론 돈 대신 시간을 갈아 넣어도 된다.
하루 종일 기다려서 사냥터에 입장하고, 스펙을 높이지 않고 시간을 오래 써서 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를 천천히 잡고…
문제는 백현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오히려 돈보다 시간이 더 귀했다.
미튜브도 빨리 성장시키고 빚도 빨리 갚아야 하는 등, 할 게 많았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어느 정도의 돈은 쥐고 있어야 했다.
성 팀장에게 커미션을 50만 원만 떼어 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성 팀장도 그걸 눈치채고 저런 태도로 나오는 것이고.
“나는 계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정말 싫어합니다.”
후룩.
성 팀장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내려놓았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변했다.
방 내부의 공기가 한층 무거워지더니,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 씨. 당신의 실력을 좋게 보고 있긴 합니다만, 이딴 식으로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럭키든 언럭키든, 바로 작업장으로 처박을 거라고요.”
“…….”
서늘한 일갈에 백현은 침을 삼켰다.
박세훈에게 들어서 성 팀장의 성격을 알고는 있었다만, 이렇게 마주보고 있으니 그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잘 들어. 그렇게 애매하게 넘어가려고 하다가는 좆될 거야. 성강호는 만만한 놈이 아니라고.
아침마다 백현은 박세훈, 이용승과 함께 식사를 했었다.
이용승은 항상 식사에 집중했기에, 대부분의 대화는 백현과 박세훈이 주로 나눴다.
백현은 그에게 자신의 계약과 이번달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 박세훈은 듣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성 팀장이 곧장 계약 위반을 들먹이며 작업장으로 보내버릴 거라고 했었지.
‘미리 준비해 와서 다행이야.’
백현은 속으로 박세훈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주머니에서 접어놓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건 계약서였다.
펼친 후 하단부를 가리켰다.
“여길 보시죠. 5조 4항에 보면 이익의 5%를 커미션으로 제공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성 팀장의 눈빛이 한층 더 가라앉았지만 백현은 쫄지 않고 말했다.
“그럼 됐네요. 커미션으로 50만 원 지급하는 게 맞습니다. 이 조항에 적혀있는 말은 ‘이익’의 5%이지 ‘매출’의 5%가 아니니까요.”
<5조 4항. 을은 갑에게 매달 순이익의 5%를 지급할 것.>
정확하게 이렇게 명시되어 있었다.
아이템을 팔고 미튜브 영상 정산이 바로 되고 던전을 파는 등.
이번 달 수익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그건 매출이다.
어느 회사가 매출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는가.
이익이란 매출에서 나간 비용을 전부 빼야하는 법.
“제가 스킬을 구입하고 사냥터 입장권을 구입하는 등, 여러모로 비용을 쓴 건 다 투자입니다. 잘 아실 텐데요. 월드 사가에 그 정도 투자는 필수라는 걸요. 나중에 더 잘되기 위한 투자이니 이해해 주셔야죠.”
“…….”
“그런 투자 금액을 제외하고 이번 달 이익은 천만 원이니, 50만 원을 커미션으로 떼어 드리는 게 맞습니다.”
성 팀장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곧, 피식 웃었다.
“백현 씨. 이런 쪽으로도 이렇게 머리가 돌아가는 줄은 몰랐군요. 아니면 누가 도와주기라도 한 겁니까?”
백현은 뜨끔했지만 대답하지 않고 더욱 그를 몰아붙였다.
“계약 얘기나 계속 하시죠. 제 말을 인정 하십니까?”
성 팀장은 묘한 눈빛을 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 말대로 순이익에서 커미션을 지급하는 것이니, 꼭 필요한 아이템을 샀다면 계약대로 한 게 맞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익이 천만 원이라는 걸 인정할 만하죠.”
‘후….’
그 말을 듣자 백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세훈씨 보면 뭔가 보답이라도 해야겠네.’
이런 계약 관련 문제에 있어서 아무래도 백현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세훈 같은 사람이 도와준 건 가뭄의 단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 넘어가는 건 이번 달까지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총매출이 얼마인지, 어떤 지출을 왜 해야만 했는지 등에 대한 세부 내역서를 보내세요. 나도 그런 걸 봐야 당신이 말하는 순이익을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아닙니까.”
“…….”
“싫습니까?”
“…아뇨. 갑은 그 쪽인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백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성 팀장은 역시 쉽지 않네.’
깐깐한 인간 같으니.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나?
‘세훈씨에게 좀 더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매출 내역 같은걸 적당히 적어서 제출했다가는 나중에 또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백현이 아는 이런 쪽의 전문가는 박세훈이 유일했다.
어쨌거나 서로 작게나마 한 방씩 주고받은 상황.
“이만 나가보세요. 이번 달은 수고했습니다. 다음 달에 또 보죠.”
성 팀장이 손을 휘휘 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
방에 돌아온 백현이 천장을 바라봤다.
밤 12시가 넘었건만 잠은 오지 않았다.
5억의 빚.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월에 천만 원씩 갚아도 4년이 넘게 걸린다.
심지어 연 이자가 20%이니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릴 테고.
그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
‘아니. 원래라면 평생을 써도 못 갚았을 테니, 좋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
그 빚은 영원히 자신을 작업장에 가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평생 살다가 병들어 죽었겠지.
그에 비하면 몇 년간 빡세게 갚는 건 해 볼만 하다.
게다가 월드 사가에서 성공하면 5억의 빚은 몇 년이 아니라 몇 달만에 갚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깜빡 잠에 들었다.
문득 알람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 6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어제 늦게 자서 피곤했지만 나태함이 자신을 감싸기 전에 몸을 일으켰다.
대충 뭐라도 먹기 위해 방을 나섰다.
복도에 있는 쪽창 너머로 떠오르기 시작한 햇살이 비췄다.
따스한 햇살이었지만 백현의 눈에는 다른 것도 같이 보였다.
‘초록색이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현실에서는 이 네 가지의 색깔만 보이는데, 오늘은 가장 운이 좋다는 초록색이었다.
오늘은 좀 더 운이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의 능력마저 말해 주고 있었다.
고민하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애써 날려 보냈다.
‘그래. 좀 더 힘차게 움직여야지.’
고민은 사치다.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해 볼 데까지는 해 보는 것!
그런 생각으로 백현이 씩씩하게 발을 옮겼다.
***
[레벨업!]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언럭키가 사냥에 성공한 다크 스텀프의 잔해를 주웠다.
잡템 몇 개와 약간의 골드.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드디어 목적했던 레벨 30을 달성했다는 점이 더 크다.
그가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닉네임 : 언럭키.
레벨 : 30.
힘 : 67(42+25)
체력 : 70(44+26)
민첩 : 65(42+23)
마력 : 54(36+18)
신성력 : 39(36+13)
-자유 분배 능력치 : 0.
“하하.”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보기만 해도 기뻐지는 상태 창이다.
월드 사가를 초창기에 시작한 사람들과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걸 보면 충분히 그들을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레벨 30.
힘과 민첩 수치는 60대에, 체력은 무려 70을 찍었다.
마력과 신성력 수치 역시 주력으로 올리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높았다.
이 레벨대에서는 그 누구도 보인 적 없는 압도적인 수치!
‘월벤에 이걸 캡쳐해서 올리면 난리 나겠군.’
조작 소리를 쉴 새 없이 듣지 않을까?
물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괜히 자랑 한 번 해보겠답시고 상태 창을 공개하는 건, 나중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다.
‘더블 헌트’ 업적으로 인해 보스몹을 상대할 때는 힘과 체력이 각각 3씩 추가로 증가한다.
아이템도 하나씩 좋은 걸로 맞춰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스펙적으로 문제는 없을 터.
준비는 끝났다.
“이제 가볼까.”
언럭키가 발걸음을 옮겼다.
***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던가.
지난 열흘간 가끔씩 드는 불안한 생각이 있었다.
‘혹시 호르헤른님이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유저한테 퀘스트를 내리면 어떡하지?’
물론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연계 퀘스트를 수행하고 조건을 맞춰야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데, 이미 자신이 다 깼지 않던가.
시스템적으로 말이 안 된다.
허나 사람 마음이란 게 괜히 불안할 때가 있는 법.
그럴수록 더욱 사냥에 집중하고 운동에 매달렸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조차 못하게 한 것이다.
“자네 왔는가?”
“어르신!”
언럭키가 도착하자 호르헤른이 그를 반겨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언럭키의 표정은 화색이 감돌았다.
귀족 NPC를 아무 때나 마주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특권이다.
게다가 오는 길에 ‘호르헤른 가문의 반지’의 효과 또한 톡톡히 봤다.
명예 수치가 10 상승하고 NPC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효과.
1구역을 지키는 경비들이 유저인 언럭키를 보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콧대 높은 경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변화였다.
“그동안 많이 노력했나보군. 저번과는 눈빛부터가 달라졌어.”
호르헤른이 언럭키를 보며 말했다.
레벨 30이 되고 달라진 점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심지어 그냥 레벨만 달성한 게 아니다.
스펙만 따지면 레벨 40대의 유저들까지 이길지도 모른다.
언럭키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예 어르신. 제 부족함으로 어르신의 부탁을 못 들어드린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청산유수처럼 튀어나오는 아부!
“허어. 정의감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추었다니. 진정 이 시대의 영웅이 될 재목이야….”
호르헤른은 그런 언럭키를 보며 감탄했다.
“그러면 내 정식으로 부탁하지. 전에 처치한 흑마법사가 연구 일지를 가져주려던 조직.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와 줄 수 있겠나?”
“예! 물론입니다!”
언럭키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를 수행합니다.]
이번에는 조건이 안 맞는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소리는 뜨지 않았다.
“자네가 준비하는 동안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네. 도시 귀족들을 상대하느라 바쁘지만 미리 정보를 좀 조사해놨지. 그걸 토대로 나머지를 부탁하네.”
호르헤른의 말이 끝나자 자세한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퀘스트 : 악의 정체]
-퀘스트 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설명 : 악의 조직을 쫓아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라. 호르헤른은 그간에 조금씩 정보를 수집했고, 그들의 흔적이 도시 네르센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
-퀘스트 보상 : 호르헤른의 보답(레전더리 아이템).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 수행 가능.
짤막한 설명이었다.
언럭키의 시선은 일단 보상으로 먼저 향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떡하고 입을 벌렸다.
‘퀘, 퀘스트 보상이 레전더리 아이템?’
레전더리 아이템이 왜 레전더리겠는가.
정말 보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 이 놈의 퀘스트는 뭔 놈의 레전더리가 이렇게 자주 보이는지.
미친듯이 좋다!
“호르헤른님!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럭키의 허리가 한층 더 숙여졌다.
공경. 또 공경하는 우리 위대한 귀족, 호르헤른님!
이것이 귀족의 품격인가!
그의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다.
“자네를 믿고 있겠네. 사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보더라도 자네가 실패할 것 같지가 않아.”
“감사합니다. 절대 그 신뢰를 깨뜨리지 않겠습니다.”
“허허. 인성 되고 실력도 좋은 젊은이라니. 보는 내가 다 기쁘군
.”
한바탕 웃은 그가 말했다.
“도시 네르센으로 가게.”
도시 네르센은 빌리프펜을 벗어난 후에 도착하는 몇몇 도시들 중 하나이다.
네르센은 레벨 30부터 들어갈 수 있는 도시였는데, 퀘스트 레벨 제한이 30이었던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었으리라.
“가면 내가 보낸 정보원이 있을 테니, 그와 접선해서 자세한 얘기를 듣게.”
“예. 알겠습니다.”
“그래. 아까도 말했듯 나는 자네를 믿고 있어. 허나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은 임무일거야. 흑마법을 다루는 놈들이 만만할 리가 없거든. 그래서 말인데.”
호르헤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묵직하게 말했다.
“자네에게 줄 보상을 선지급할까 하네.”
“…예?”
“보상을 먼저 주겠다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자네같이 정의심 투철하고 인성 좋은 젊은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하니까 말이야.”
언럭키는 순간 저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호르헤른이 바깥을 보며 크게 말했다.
“가져 오거라.”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이 응접실 안으로 고급스러운 상자를 가져왔다.
그는 호르헤른과 언럭키 사이의 테이블 위에 상자를 올려두더니, 가볍게 목례하고 물러났다.
호르헤른이 툭 하고 상자를 쳤다.
“열어 보게.”
“…….”
그가 시켰지만 언럭키는 감히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자 주위에는 그의 눈에만 보이는.
‘남색?’
-파앗!
남색 빛이 휘황찬란하게 흩날리고 있었으니 말이다.